시리즈 용사는 태어나지 않는다. 만들어진다.

1화 : https://arca.live/b/monmusu/101007593


2화 : https://arca.live/b/monmusu/101007626


3화 : https://arca.live/b/monmusu/101007657


4화 : https://arca.live/b/monmusu/101007688


5화 : https://arca.live/b/monmusu/101477707




“시장이 암컷타락 했다…? 이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지?”


마왕년을 견습 용사로 만든 이후, 곧 바로 길드 창설업무에 들어간 이 몸.


허나, 서류상으로 결격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길드 창설 허가서를 반려 당하고 말았다.


그것도 ‘시장이 암컷타락 했다.’ 라는,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개소리에 의해서 말이지.


“…저도 같은 심정입니다. 그래서 말하기 어려워요. 차라리 횡령으로 구속 당했으면 몰라, 무슨 그…그런 이상한 저주나 걸리고…!”


“동의한다. 이 몸의 견해로도 주변 상가 건물을 오가며 닌자딸 치는게 그것보다 더 명예로워 보이니까.”


그렇다.


차라리 수음은 남자로서 성욕을 분출하는, 즉 생명체로서의 원초적 본능이라 그나마 낫지.


애미 다리 아래서 당당히 사나이로 태어난 주제에 암컷타락이나 당하다니…


이 얼마나 분기탱천 할 노릇인가!


대 영웅이시자 남자 중의 남자라는 이명을 가진 이 몸으로선,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부끄러워 쥐구멍에 숨고싶은 심정이다.


“…선생님? 그런 행위도 전혀 명예로워 보이지 않는데요? 범죄잖아요?”


“감히 태클을 걸다니…마음 같았으면 뚝배기를 부쉈겠으나, 네 년은 국사에 전념하는 입장이니 특별히 무례를 넘어가주마.”


“…”


사안이 사안인지라 결국 표정관리를 못하고 완전히 와꾸를 찡그리고 만 양 수인 공무원.


민원인 접대에 있어서 사적 감정을 최대한 억제해야 함에도 개 좆같은 상황이다보니, 결국 인간으로서 참지 못한 것으로 사료된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시장이 없으면 업무상 대리인이 있을 것 아닌가?”


“하아! 그게, 도장을…도장을 소지한 채 납치 당해버려서 대행 업무를 수행할 수도 없게 되었어요.”


“납치…?”


“으앗?! 아…! 물론 납치당한건 비밀은 아니지만 너무 크게 말하지 마세요. 모르는 분들이 듣다간 괜히 오해 살 수 있으니까요.”


“흐음…흐으음…그렇단 말이지?”


대화 속에서 밝혀진 또 하나의 진실.


암컷타락화 되어버린 시장이 납치당했다는 증언은 이 몸으로 하여금 추리에 들어가게 만들었다.


‘납치…저주, 그리고 암컷 타락.’


암컷타락은 두 가지의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하나는 자의에 인한 암컷타락.


또 다른 하나는 타의에 의한 암컷타락.


이 중, 전자는 엄연히 본인 스스로가 남성의 성을 포기한 것이기에 법적으론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후자의 경우는 다르다.


이 경우엔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의의 의지로 강제 집행되는 부분이기에, 왕국 법률상으로 위배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시장을 구출하지 않고선 길드 창설이 힘든 상황이군. 저 깡통년을 용사로 만든다 한들, 나와바리를 조성하지 않고선 하등 의미가 없지.’


더더구나 이 몸은 세계의 질서를 수호하는 대 영웅이시자 훌륭한 용사.


당장 양 쪽 귓대기를 통해 ‘암컷 타락’ 이라는 불의를 들었건만, 내 알바 아니라고 모르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또한, 암컷타락된 시장은 과연 처녀막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네? 뭐라고요?”


“혼잣말이다. 신경 쓰지 말도록.”


“…”


너무나도 깊은 사색 끝에 혼잣말이 튀어나왔지만, 지금 그런 사실이 중요하진 않다.


시장의 밑 구멍을 확인…아니, 질서 선의 용사로서 시장을 타락의 손길로부터 구원하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현 시점에선 오로지 그 대목에 포커스를 맞춰야한다.


“좋다! 대 영웅이신 이 몸께서 시장놈…아니 년을 구하겠다.”


“네? 선생님께서 시장님을 구하신다고요?!”


“참고로 이 몸은 돈 빌리고 튄 년도 차원을 넘어가며 잡은 이력이 있기에 그깟 시장 찾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 음. 선생님께선 정말 대단한 분이시네요.”


모름지기 확고한 목표가 있다면 눈에 뵈는게 없는 것이 인생사.


시장을 대려오겠다고 마음 먹은 이상, 세계수를 불태우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대려오리라 또 한 번 마음 먹었다.


“좋다! 시장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들어보겠다. 아는 것을 실토하도록.”


“…도와주신다니 설명 해드릴 수 밖에 없군요. 우선,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시장님과 관련해서 떠도는 흉흉한 소문이 있어요.”


“소문이라?”


“그게…확실하지 않다만, 시장님께서 ‘개인 사정’ 으로 막대한 돈을 빌렸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사금융을 통해서요.”


“왠지 급전 땡기려고 빌렸다가 눈탱이 쳐 맞은 그림이 눈에 그려지는군.”


솔직히 이 정도면 클리셰 아니겠는가?


멀쩡한 제1금융 놔두고 악덕 고리업자에게 돈 빌려서 좋지 않은 결과를 맛보는 것.


남자라면 전국 방방곳곳 장기자랑을 할 것이며


여자라면 뒷골목 곳곳에서 온갖 구멍이 곳곳되어버리는 그런 엔딩을 말이지.


결국 지금까지의 대화 맥락을 토대로, 시장놈은 돈 빌리고 못 갚아서 고리업자에게 끌려가 암컷 타락 되었다 라고 추론 할 수 있다.


“…이게 제가 아는 전부에요. 그 이상의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려면 부시장님이나 혹은 시장님의 보좌관에게 찾아가는 걸 추천해요.”


“흠.”


더 많은 정보를 얻지 못한 아쉬움이 혀 끝에 감돌지만, 지금 여기선 더 이상 답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


애써 쓰디 쓴 입맛을 다시고선, 시선을 돌렸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전에 버리고 갈 수 없는 애물단지에게…


“어이, 마왕년. 네 년은 여기서 식사까지 해결 할 참인가?”


“크흠?!”


그렇다.


한 손엔 커피, 한 손엔 허니 번을 들고 지 혼자 굶주린 배를 달래는 양심없는 애물단지에게.


주인님은 밥도 굶고 뒷 바라지 하는데, 지 혼자서 쳐먹고 있는 양친출타한 애물단지에게.


“그나저나 탕비실 위치를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잘 챙겨먹는 꼬라지가 길 바닥에서도 쉽게 죽지 않을 년이 확실하다.”


“용사여. 가뜩이나 빻은 주제에 그딴 식으로 팔자주름 늘리지 말거라! 또한, 그대의 몫도 챙겨놨노라!”


그 때, 싱글벙글한 미소와 함께 커피를 내려두고 빵 봉지를 살랑살랑 흔드는 애물단지 마왕년.


여러개 포장 된, 두툼한 빵 봉지를 치켜든 모습을 잠자코 보니 사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느껴졌다.


“호오? 양심이 아주 뒤진 년은 아니로군.”


전환의 끝으로 방금 했던 생각을 취소했다.


조금이나마 양심이 남은 꼬락서리를 보니 어린 시절 밥상머리 교육을 수료하긴 한 모양이니까.


그것도 작달만한 크림빵도 아닌, 몇날 몇일 물리게 먹다지쳐 당뇨병으로 즉사할 만큼 많은 빵 봉지를 들었으니까.


“쿠후후! 세상 일은 직접 겪어봐야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구나. 마왕성보다 작고 초라한 이 건물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많다니.”


“보통 탕비실은 네 년처럼 식사 해결하라고 있는 곳이 아니다만, 여건이 여건인 만큼 어쩔 수 없지.”


“헌데, 용사여. 표정에서 모쏠아다 특유의 찐따미를 풍기는 걸로 보아 일이 재대로 풀리지 않은 듯 하구나?”


“눈칫밥도 안 쳐먹는 년이 눈치는 빠르군.”


나름 침착함을 유지했으나 금새 드러나버리고 만건가?


한 때 서큐버스 무리에게 둘러 쌓였어도 딱딱한 평정심을 곧게 유지했던 몸이지만,

여러모로 좋지 않은 상황을 겪다보니 포커페이스가 무너진 모양이다.


…물론, 저 여우 년 앞에서는 이상하게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렵긴 하다만.


“마왕. 우선, 네 년의 용사 등록은 완료되었다. 이것들을 품 속에 잘 보관하도록.”


“오호라~ 이게 ‘용사 자격증명서’ 로구나! 참으로 고생 많았다, 용사여!”


이 몸에게서 증명서를 건내받곤, 진심으로 신기한지 귀를 쫑긋쫑긋,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이리저리 살펴보는 마왕.


그 모습을 비유하자면 개껌을 선물 받은 동네 개새끼와 흡사하다 평가할 수 있었다.


“첨언하자면 1년 단위로 갱신하지 않을 시 과태료가 부과한다. 물론 네 년과 이 지랄을 1년 넘게 할 일은 없으니 무관하긴 하지만.”


“으흠? 용사여, 그대는 짐과 함께하는 시간이 그리 싫은게냐.”


“흐음?”


“마왕과 용사가 한 지붕 아래에서 야합을 꿈꾼다…짐은 이 그림이 썩 괜찮게 보인다만?”


“무슨 끔찍한 개소리를 서슴치 않고 지껄이는거지?”


“짐은 그대와 함께라면 억만년의 세월도 문제없다는 뜻이니라!”


“쓸대없이 암컷 무브하지마라. 네 년이 그런다고 박거나 하진 않을태니까.”


“쿠후후! 대준다고 한 적도 없거늘…역시 제정신이 아니군!”


별안간 타이밍에 들어온 여우 년의 여우 짓을 차단한 이 몸.


저 ‘쿠후후! 모쏠아다는 손 끝만 스쳐도 손주 이름을 생각 한다더니…’ 라며,

개소리를 지껄이는 여우 년이 더 이상의 개소리를 지껄이기 전에 본론을 꺼내들었다.


“마왕, 헛 소리 멈추고 이 몸을 따라와라. 우린 지금부터 ‘첫 임무’ 를 수행한다.”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이 혼재된 우리의 첫 임무.


암컷 타락 된 시장의 행방을 찾아야하는, 어디 말하기도 부끄러운 그런 임무지만 상관없다.


찬 음식 더운 음식 가리면서 여유부릴 형편이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목 마른 놈이 우물 찾는 법이니까.


“…가자.”


그렇기 때문에 그저 앞으로 나아간다.


저 멀리 떠오르는 적색 광휘를 머금은 석양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