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선조님이 남기신 땅인가요."


다 무너져 가는 신사, 그곳에 어느 여인이 발을 들였다.


"....선조부터의 약속이니 지키는 거지만, 파우스트는 이 일이 조금 더 쉽기를 바랬어요."


그렇게 파우스트는 신사의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여우의 형상을 한 석상이 고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신령님, 신령님, 이곳에 오시어, 지금, 약속을 지키러 왔습니다."


파우스트가 무언가 주문을 외우자, 석상에 금이 가더니, 이윽고 누군가가 안에서 나타났다.


"....긴 세월이었군, 얼마나, 그곳에서 고통받았던가."


검은 머리카락의 여우가 그곳에서 튀어나왔다.


"...약속을 지키러 왔습니다."

"....!! 그대는...!!"


여우는 파우스트를 보고 누군가를 떠올렸는지, 손에 여우불을 휘감고 손톱을 날렸다.


"동배애애액!!!!!!"


그렇게 날린 여우불이 파우스트와 부딫혔고,


"....분은 풀리셨나요?"


파우스트는 볼이 베이고 머리카락이 조금 타는 것으로 그쳤다.


"..그대는...동백이 아니구려.."


그의 기억과는 다른 외모와 눈 색, 무엇보다 확실하게 빛나는 오른 쪽 눈에 여우는 불을 거두었다.


"...네, 저는 동백님이 아니랍니다."

"...그대는...도대체 누구지..?"

"소개가 늦었군요, 파우스트라고 합니다."


그리고 파우스트가 모자를 벗자 그 안에서 무언가의 귀가 쫑긋 튀어나왔다.


"..그리고, 동백님의 후손이죠."

"......그런가.."

"미안, 그치만, 멋 훗날, 나의 후손이, 너를 찾아갈거야."

"그 뜻이었던가."


마치 호랑이를 연상하게 하는 볼 무늬가 들어난 파우스트는 그대로 여우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보니, 선조님은 당신의 이름을 가르쳐주시지 않으셨어요."

"...이상이라하오."

"이상..."


그리고 파우스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서방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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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빌런하고 튀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