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어, 응... 친구 부모님께서도 허락해 주셔서...."


통화를 마친 후, 진환은 떨리는 손으로 종료 버튼을 눌렀다.

부모님은 아들의 늦은 귀가, 어쩌면 외박의 가능성까지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지방으로 이사 후, 학교 생활이 썩 순탄찮아 보이던 아들이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다는 소식에 오히려 안심이 된다는 투였다.


아마... 상상조차 하지 못하실 테지.


자신들이 내린 '허락'.

그 결과로 아들이 얻게 될 것이 친구들의 우정이 아닌

무자비한 포식자에게의 유린이라는 것을.


"마, 말씀드렸어...."


침대를 등지고 있던 진환은 몸을 돌렸고

다음 순간 펼쳐진 광경에 숨을 삼켰다.


진환이 통화하는 사이, 도균은 티셔츠를 벗은 터였다.

진환과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드러난 알몸.

처음으로 마주하는 도균의 벗은 상체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갈라지고 단련된 근육은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야말로 '차이'가 두드러진다 할까.


거의 완벽하게 직각을 이루고 있는 어깨와, 어깨 끝 뭉툭하게 달린 삼각근

그 아래로 떨어지는 팔뚝과 팔목은 굵고 탄탄했다.

팔꿈치를 넘어 아래로 내려면서 도드라지기 시작한 핏줄이

양 방향 비대칭으로 전완근을 휘감아 손등으로 이어졌다.


중학교 3학년 내내

진환은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빠져 몰두했다.

몸을 키우기 위한 단련이라면 도균보다는 진환이 훨씬 더 정성을 쏟았으리라.

실제로 진환의 몸 곳곳에는 그러한 성과로 얻은 근육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둘의 나신을 놓고 '누가 더 강한 몸이냐' 를 물었을 때

백이면 백이 도균의 몸을 택하겠지.


앞서 서술한 어깨와 팔뚝을 포함해

굵직한 목과, 사다리꼴로 떡 벌어져 탄탄한 가슴의 넓이며 두께까지.

생활체육 수준의 단련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유전자의 혜택

수컷으로서의 재능이 도균의 몸에는 그대로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이리로 와서 누워."


그렇게 말하며 도균은 배개의 위치를 조정했다.

침대에 깔린 수건은 정확히 침대의 정 중앙부에 위치해 있었는데

도균은 배게를 침대의 안쪽 벽과 붙어 있는 부분으로 밀더니

대뜸 누워 자신이 그것을 베고, 수건이 깔린 위로 자신의 한 팔을 내밀었다.


"와서 누우라고."

"어......."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제스처가 아니었기에

진환은 떨리는 다리로 다가가, 수건이 깔린 곳에 자신의 등을

그리고.... 도균의 팔뚝에 자신의 머리를 뉘였다.


"파, 팔 안 무거워...?"

"안 무거우니까 옆으로 돌아. 내 쪽 보지 말고, 저기 문쪽 보고 옆으로 누워."


도균의 팔뚝을 벤 머리가 아주 살짝 불편했지만...

진환의 생각을 가득 메운 건 불편함이 아닌 도균의 냄새였다.

화장실에서 자지를 빠는 과정에서 몇 번이고 맡은 냄새.

하지만 지금 진환의 코에 와 닿는 냄새는 그보다 훨씬 적나라했다.


등교 전의 샤워에서 칠해진 보디 워시와 로션도

화장실의 락스와 암모니아도

교복에서 느껴지는 먼지와 섬유유연제도 없다


이미 해가 저물어 밤이 된 시간

마지막으로 몸을 씻은 지 족히 12시간은 되었을 날 것 그대로의 체취.

도균은 마치 범의 냄새를 맡아 굳어버린 사슴처럼 진환은 굳어 버렸던 것이다.


쭈욱


미리 자신의 배게 옆으로 옮겨 두었던 젤을

진환을 팔배게 해주고 있는 손바닥 위에 일차적으로 짜내고는


"무릎 구부려서 배에다가 최대한 붙여."


다른 손으로 그것을 덜어

도균은 살짝 메마르기 시작한 진환의 후장에 도포했다.








19. 


측위(測位).


성 관념에 따라서는 기본적인 체위 중 하나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파트너가 서로 같은 방향을 보고 옆으로 누운 다음

뒤에 있는 이가 껴앉듯 상대방을 끌어안으며 삽입한다.


허나 이 체위가 항상 '기대대로' 맞아떨어지지 않는 까닭은

다른 기본적인 체위보다 신체적 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


남/여의 조합이든, 남/남의 조합이든

삽입하는 '보지'의 각도와 자지의 각도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측위는 다소 애매한 자세로 성립하게 된다.

서로 11자로 나란히 누워 밀착하는 자세가 아닌

삽입측의 상체 각도가 다소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하악....!" 


그런 부자연스러움 따위 없이, 11자를 유지하면서도

진환의 후장이 매끄럽게 도균을 받아들이는 것은.


"하악.... 흐...."


도균의 자지 자체가 당당하게 위를 향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런 것을 감안하고서라도 진환의 후장, 뒷보지가

도균이라는 수컷을 위한 구멍으로서 절묘하게 맞기 때문일까


첫 삽입에 뿌리까지 찔러넣은 채 도균은 움직이지 않았다.

머지 않아 다시 찾은 '주인'을 환영하는 듯, 진환의 후장은

딱 한 번 찾아왔을 터인 도균의 대물 전체를 저항 없이 받아들였고

마치 그에 대한 기특함으로 상을 내리듯 도균은 움직임 없이, 

진환의 후장이 자신을 음미하며 적응할 시간을 선사했다.


그렇게 일 분쯤.

도균의 젤 묻은 손이 진환이 구부러진 다리 위쪽 허벅지를 짚었고

젤의 감촉과 차가움에 진환이 움찔함과 동시 출납이 시작되었다.


찌걱


"흐...으...ㄱ...!"


도균의 움직임은 확실히 앞선 첫 섹스와는 달랐다.

측위의 한계 때문일까, 아니면 도균이 그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일까.

매끄러워진 삽입에도 불구하고 도균은 자지의 1/3만을

진환의 후장에서 천천히 빼내고, 그보다는 조금 더 빠르게 찔러넣기만을 반복했다.


"흐... 아...ㅇ...."


진환에게 있어 최상의 쾌락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

진환의 전립선을 괴롭히고 유린할 수 있는 최적의 부위인 귀두와 귀두 뒤쪽의

두터운 자지기둥은, 진환의 전립선을 넘은 곳까지 닿아 있었다.


도균의 움직임에서 자지가 최대한 빠진다 하여도

그 부분들이 아닌, 살짝 굵어지기 시작하는 좆대의 중간 부분만이

전립선을 두드릴 따름.


"후...으...."


그런 마일드함 때문인지

첫 삽입 후, 시간이 점점 지날 수록 진환의 신음은 작아졌다.

신음이 아예 나오지 않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지금까지처럼 

주체할 수 없는 신음이라기보다는 달리기를 해 숨이 찬 상태에서

어떻게든 호흡을 정리해 보려는 시도에 가까웠다.

진환 자신을 완전히 놓아 버릴 만큼의 자극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진환의 정신이 맑아지는가 한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후...."


미친 듯한 떨림도 없고, 전립선의 두근거림도 늦었으며

무엇보다 자지 역시 쪼그라들어 있는 상태.


허나 빳빳이 선 자지의 압박을 느끼지 않은 만큼

자신의 후장을 넘나드는 자지를 실감할 수 있다.


충분히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자극.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진환으로 하여금, 자극 그 자체를

어느 때보다도 선명히 느끼게 해 주고 있었으니...


"하아...."


자신의 후장을 채우며 드나드는 자지의 형태와 크기

그리고 그 무지막지한 자지를 감싸는 장벽의 조임.

터질 듯 부풀어 맥박칠 때는 선명히 느껴지지 않았던

전립선의 정확한 위치까지.


배설기관이 아닌, 교접을 위한 기관으로서의 감각을

진환은 차츰차츰 깨우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입에서 나오는 신음의 '성질' 또한 점차 바뀌어간다.


"앙...."


쾌락으로 인한 신음이라면 이전에도 충분히 발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기본적으로 긴장되고 경직된 상태에서의 신음이었다.

공포와 저항감으로 굳은 몸을, 극한의 감각이 비집고 나온 것.


"아... 응... 아...ㅇ...."


반대로 지금의 진환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정신을 똑바로 차린다면, 아니, 굳이 정신을 차릴 필요까지도 없이

간단히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 나오지 않을 수 있을 신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진환은 섹스 그 자체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한없이 옅어진 고통과, 자극이 없다는 안심에서 나온 방심.

하다못해 자지라도 서 있었다면, 그 익숙한 압박이 도움이 되었으련만

그저 온 몸이 구름 속에 파묻힌 느낌

암컷으로서의 나른한 쾌감에, 꿈꾸듯 자신을 잊었던 것이다.


"아... 하...앙...."


그런 진환의 얼빠진 모습을 보며 즐기는 듯, 도균은 반전을 주지 않았다.

단지 어느 시점에선가 아주 약간, 자지의 움직임에 가속을 붙인다.

암컷이 각성하지 않을 정도의, 그러면서도 수컷과 암컷 모두에게 기쁨을 주는

절묘하고, 능숙한 가속이었다.


"아, 아앙.... 아...."


자신이 더 빨리 따먹히고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는 채

그저 도균의 움직임에 맞추어 진환 역시 신음을 흘린다.

하지만 솥에 넣어진 개구리가 자신도 모르게 점점 익어 가듯

진환을 휘감고 있는 '구름' 에도, 점점 정전기가 깃드는 것이다.


"하응...! 으.... 으응...!"

"......."


이제와는 다른 신음이 귀에 흘러와 꽂히기 때문일까.

처음으로, 약간이나마 도균의 미간이 좁혀지며, 입술이 앙다물어진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

진환의 장내를 빡빡하게 압박하던 도균의 자지가

순간적으로 한층 더 부풀어올랐다.


"하....아아아아앙....!"


온 몸을 휘감은 구름에서 느껴지는 전류

전신을 떨어대며 진환은 절정하기 시작했다.

격렬한 떨림은 아니었으며, 자지는 여전히 쪼그라들어 있었다.

순간적인 자극의 총량은 먼젓번에 비견되지 못할지도 모르지.


허나 그 대신 이번의 절정은 훨씬 오래, 깊게 진환을 사로잡아

공포도, 당혹도, 수치심도 없는 그저 순수한 쾌락만을 선사했다.


"하응... 하.... 앙...."


몸을 떨어대는 진환의 후장에서 도균은 자지를 뽑아냈다.

아직 절정이 끝나지 않아 수축과 반복을 거듭하며 벌렁이는 후장.

그 안에서, 하얗고 걸쭉한 것들이 흘러나와 

엉덩이를 타고 수건을 적셨다.


각성의 증거이자

수컷을 처음 받아들인 암컷이라면 으레 흘려야 할

파과의, 하얀 혈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