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한창 코로나가 유행 중이던 22년 2월 말 상병 3호봉 시절

당시 타 대대에서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병력들 상당 수가 격리되어 분위기가 뒤숭숭했었음


저녁점호 시작 전에 후임 A가 고열과 기침 증상을 보여 당직사관에게 보고 후 의무대로 가서 코로나 검사하러 감

이때 후임들끼리 'A가 코로나 양성나오면 우리도 격리 되는건가?' 얘기가 솔솔 나옴

나도 내심 격리하면 꿀 빨 수 있나? 라는 기대를 하긴 함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간 후임 A는 저녁점호가 끝나고 취침시간이 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음

그래서 코로나 양성 나왔구나 그런 분위기였는데 무튼 그냥 지나감

그 날을 기준으로 다음날이 삼일절이라 TV연등을 함

나는 피곤해서 10시에 그냥 일찍 자고 내 후임들은 TV를 봄


이제 여기서 사고가 터짐


자고 있는데 누군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남

시계를 보니까 밤 11시 45분이었나? 꽤 늦은 시간이었음

주변을 보니 후임들이 짐을 싸고 있었음 (솔직히 나 이때 진짜 전쟁 난 줄 알았음)

밖을 나가보니 중대 모든 생활관 불이 켜져 있고 후임들이 다 짐을 싸고 있었음


복도에는 12중대장님이 종이를 들고 격리 될 인원들을 말하고 있었음

그러곤 나를 보더니 나를 껴안음

나도 상황이 당황스러워서 뭔 상황인가 싶었음


나: 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12중대장: 후임 A가 코로나 양성이 나왔는데 오늘 동선이 겹치는 인원은 격리가 될거야

             oo이는 동선에 겹치는게 없으니까 마스크 꼭 쓰고 대기 할 수 있도록


그러곤 뒤에서 갑자기


우리 중대장:oo아 너 당직근무 들어가야 돼 당직병도 격리해야 되거든


그리하여 3월 1일 00시에 나는 갑자기 당직근무를 하게 됨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당직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후임들이 짐을 들고 어디로 막 감

나는 대략 격리 인원 파악을 해 봄 


-내가 있는 중대: 나 빼고 다 격리

-10중대: 2명 빼고 전원 격리

-본부중대: 2명 빼고 전원 격리

-12중대: 전원 격리


병사 44명 중 5명 빼고 39명 격리


적어놓고 보니 진짜 아찔했음


새벽 1시가 되고 당직실에가서 상황대기병 자리에 앉아 있었음

당직사관이랑 지금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얘기 하고 있었음

그러다 갑자기 당직실에 전화가 옴


당직사관: 예...

             네...? 지금 이 친구를 보냅니까?

             너 이름이 뭐지?


나: 상병 OOO 입니다 


당직사관: OOO 입니다

             네 그럼 지금 보내겠습니다

             


'OO아 당직사령님이 너랑 지금 본부중대 후임 B랑 같이 CCTV 근무하러 오시라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으로 웃음만 나옴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본부중대가니까 아직 깨어있는 후임 B 데리고 CCTV 근무지로 감


가니까 우리 중대장님이랑 본부중대장님이 CCTV 근무 서고 있었음 

대위계급장 박힌 모자 쓰시고 앉아 있는 모습 보니까 웃음만 나왔음

심지어 당직사령은 우리 대대 지원과장이었고 그냥 상황을 보니까 웃음만 나옴

그때 시간은 새벽 1시 30분 그렇게 오후 4시까지 CCTV 근무를 하게 됨


새벽 3시

CCTV 근무서고 끝내고 복귀할려니까


12중대장: oo이는 지금 형식적으로는 당직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oo이의 위치는 당직 테이블이야 정말 미안하지만 oo이가 조금 양해를 해 줘야 할 것 같아


나는 알겠습니다 하고 후임 B에게 내가 갈때 너 깨울거니까 생활관 가서 자라고 보냄

그렇게 새벽 4시 40분까지 당직 테이블에서 혼자 뻘짓하며 시간 보냄


새벽 4시 40분

후임 B랑 10중대,본부중대 취사지원병 후임C,D,E 깨우고 다시 근무하러 감


새벽 6시

근무 끝내고 나는 다시 당직 테이블에 앉고 후임 B는 생활관으로 보냄


새벽 6시 

밖이 점점 밝아짐


아침 7시 

기상송이 울림


아침 7시 25분

실내점호


아침 8시 

후임 B랑 아침식사 후 휴대폰 얻음


오후 3시 

후임 B 데리고 마지막 CCTV 근무 하러 감

근무지 가니까 우리 대대장님 계시더라

바로 경례 박으니 대대장님이 웃으시면서 'OO이랑 후임 B 덕분에 대대장은 정말 안심이 된다' 라고 칭찬받음


오후 4시

마지막 CCTV 근무 종료 

진짜 해방


새벽 12시부터 시작된 근무지옥은 약 16시간만에 끝이남

그래도 군 생활 하다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하고 있었는데



후임 B가 나한테 와서는 

"후임 E의 몸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열도 나고 기침도 합니다!"



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