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아




1편:https://arca.live/b/yandere/99522635






그로부터 시간이 흘렀다.



"흐음...."


최근의 난, 한 분야에 푹 빠지게 되었는데.


"이렇게 하는건... 으악?!"


그것은 바로 마법이었다.

내 세게에선 존재하지 않는 초자연적인 현상,


그러한 개념이 이곳에선 당연하다는듯이 이용되고 있었다.


과학적으로 설명 할 순 없지만 편리하고, 때론 위협적이며 든든한 무기가 될 수도 있는 이 수단은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고,

"이정도라 이거지?"

요즘들어선 밥만 먹고 저택의 도서관에 눌러 붙게 되었다. 

그야 흥미로우면서도 앞으로의 길에 꼭 필요한 요소가 될 테니까.


내가 몰락하지 않기 위해선 여러 선행을 베풀어야 하는 것도 있겠지만은..


무엇보다도 내 몸은 내가 지킬 수 있을 만큼의 강함도 지녀야 한다.


실제로 게임 속의 아논 역시, 악독하면서도 함부로 대들 수 없는 강함이 명줄이 길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파직.. 파직 ㅡ

"으음... 이건... 요런 느낌일려나?"

다행히도 이 신체는 마법 적성에 잘 맞는 편인 것 같았다.


파지지직..!

"우오오우?!..... 큰 일 날 뻔 했네..."

물론 아직까진 다루는 것이 서툴었지만,

나이와 독학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재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저 돌아다니는 소문에 불과하지만 원래 이 나이에는 이 정도의 수준을 보일려면 엘리트 교사가 개인 강사로 몇 년동안 가르쳐야 한다는데...



그것과 비교하면 아논 베네딕트는 터무니 없은 인재였다.



"흐으으음...."


그나마의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읽기가 어려워서, 한 페이지를 정독하는데도, 책과 한 참이나 눈싸움을 벌여야 된다는 것이다.


그야 마법서는 일반 책들 보다도 문자가 특히했으니까.


참고로 이세계의 언어는 내가 살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언어였다.

까놓고 이야기하면 말라 비틀어진 지렁이와 흡사 할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냐고?

솔직히 정확한건 나도 모르지만...  내 뇌 속에 어떠한 장치가 있는듯 했다.


분명 배운적도 없고 처음보는 문자들인데도.. 보고 있자면 그 뜻과 발음들이 머릿 속에서 저절로 떠오른다.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고 해야 할지...


듣는 것 역시 그 해석들이 머릿 속에 자동으로 재생된다.

마치 번역기가 머리 안에 각인 된 것 처럼 신기한 감각...

누가 나를 이 곳으로 보냈는지, 애초에 누군가의 소행이 맞는진 몰라도 이런 배려 만큼은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





"..... 으음.."

해가 하늘 끝에 걸려있는 정오.




"오전은 여기까지만 할까?"

여러 복잡한 생각에 뇌가 피로하다고 느껴, 읽던 책을 덮어버린다.


"오후에는..."

나는 기지개를 하며 오후의 일과를 떠올리는데.

"....."

막상 떠오르는건 텅 빈 백지와도 같은 널널한 스케줄이었다.

그래서 보통은 일정이 없다면 점심 식사 후에도 다시 이 곳으로 왔겠지만은...


"그래, 결정했어."


이번엔 달랐다.







........







"실례합니다."

"어?! 도련님 아니십니까?!"

내가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이리아의 가족이었다.

"혹시 찾아오면 곤란 할 때 였던가요?"

"아닙니다! 은인께서 오신다는데 언제든 환영이지요!"

나는 생각 날 때 마다 자주 그녀의 가족을 방문하는데.

일상 생활에 지장은 없는지, 그녀가 날 싫어하는 조짐은 없는지 같은 감시가 주된 목적이었다.

"앗..! 아논님!"

하지만 매번 밝은 미소로서 맞이해주는 이리아를 보면 그런 걱정은 떨쳐내게 된다.



그녀는 내가 현관에 들어서면 가장 반갑게 맞이해 준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저 예의상의 말인지 정말 몇날며칠이고 나를 기다리는진 모르겠으나 그리웠다는 말을 전해주고


"그래, 맞이해줘서 고마워."

"으헤.. 아논님의 손길은 뭔가 안심이 되요."

기특하다는듯 머리를 쓰다듬으면 아기 고양이 처럼 갸르릉 거렸다.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나요?"

이리아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그런 질문을 해오는데.


"....."

'감시를 위해서'... 라고 하면 안되겠지.


"그냥 별 탈 없이 잘 지내나 싶어서."

그리고 오늘은 그것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아논님 덕에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죠!"

이리아는 선듯 보기엔 이제 문제 될 만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아직 딱 하나, 걸리는 부분이 남아 있었다.

"이리아~ 심부름으로 좀 다녀오거라!"


그리고 때 마침, 밖으로 나가야 할 일이 생기게 된 이리아.

"네..? 하지만 아논님과.."

그녀는 당황한 기색을 내보이며 처음엔 거북함을 드러냈으나.

"그러지 말고~ 금방 다녀오면 돼."


"우우... 네.."


결국 마지 못해 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

그녀는 불안감으로 물들여진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마는데.


그 안엔 나와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도 서려 있었지만..


"우웃..."


다른 한 편으론 나가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녀를 따라가면 알 수 있었는데.

"아논님...! 금방 다녀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음.. 알았어."

일단은 모르는 척, 그녀를 혼자 보내기로 했다.


"그럼...!"

이리아는 애써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주지만


덜컥 ㅡ


"....."


상황을 아는 나로선, 문이 닫히는 그 순간까지도 어색함을 느껴야 했다.


"그럼..."


그렇게 이리아가 떠나고...


"후우..."

잠시 한 숨을 고른 나는 ㅡ


"저도 잠시... 밖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곧 바로 이리아를 뒤쫒기 시작했다.


"네? 잠깐 도련님.. ㅡ"

"금방 다녀올게요."

나는 의아해하는 모친을 뒤로한 체, 문고리를 잡아 당겼고,



덜컥 ㅡ

"으윽.."

밖으로 나가자 강한 햇살과 함께 눈이 부셔왔지만... 


"저깄다."


어떻게든 눈을 부릅뜨며 쓸쓸히 걸어가는 이리아를 발견하게 되었다.


"...."

그녀의 뒷 모습만 봐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이리아가 얼마나 겁에 질려하는지.

마치 서늘하고 어둑한 숲을 혼자 걷는 것 처럼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조용...."

나는 최대한 인기척을 내지 않으며 그녀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이미 그녀와의 거리는 충분히 멀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소리 마저 죽이며 조용히 이동하였고,


"으.. 으읏....."


그렇게 누군가를 마주하기 무서워, 겁내하는 이리아를 계속 미행하는데.




"어?! 괴물이다!"


잠시 후 ㅡ



"히익..?!"

사악한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자, 이리아는 그 자리에서 얼어 붙고 말았다.


"어, 정말이네?! 그 괴물이야!"

"으... 소름끼쳐!"


이윽고 여러 야유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다.


".....!"

뒤 이어 이리아는 그 자리에서 도망쳐 나오듯 발걸음을 옮기려 했으나 ㅡ


"어딜 그리가시나?"

"아~ 사악한 괴물이니까 햇 빛이라도 피할려고?"

이네 골목길에서 튀어나온 질 나빠 보이는 아이들에게 둘러 싸이게 되었다.

숫자는 대여섯명 정도.


"올 것이 왔구나."

이것이 내가 오후에 이리아를 찾아온 이유였다.


"하핫 꼴 좀 봐~ 오늘 여전히 역겹네!"

지금 이리아를 막아선 아이들은 스토리상에서도 등장하는 악동들이었다.

이리아의 과거 회상에서 마족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따돌림과 괴롭힘을 일삼았던 문제아들로 등장하는데.


다른점이라고 한 다면.. 게임 속에선 아논이 이들을 주도 한다는 것이다.

허나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이 전부터 이들은 이리아를 괴롭히고 있던 질 나쁜 놈들이었다.





"......."

그런 악동들에게 포위당한 이리아는 사면초과라는걸 눈치 채고 고개를 푹 숙인체 침묵을 선택하고 말았다.


"야, 말 좀 해봐!"

"왜? 괴물 주제에 인간말을 하기 그런가봐?"

"하핫! 그럴지도?!"

""하하하하하!!""


노골적인 불쾌함에도 악동들은 이리아를 조롱하는걸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녀가 불편해하는걸 바라는듯 더욱 거세졌다.

"으...."

결국 참다 못한 이리아는 용기를 낸듯 이를 악물었고

"오늘만은.. 그냥 지나가면 안될가...?"

미약하면서도 쥐어 짜낸듯한 간절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부탁해 보았지만.


"뭐?"

되리어 그들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이리아를 노려본다.


곧 이어 ㅡ


꽈악..!

"으읏..! 놔..!!"

더러운 손으로 비단 같은 그녀의 머릿결을 잡아당긴다.

"어쭈? 오늘 따라 반항이 심하네?"

"뭐 잘 못 먹었냐? 감히 마족 주제에 대들어?!"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되리어 해를 가하고 있는 그들은 이리아에게 폭력까지 행사하기 시작했고,

"으으... 놓으라고...!"

이리아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그들에게 저항한다.


"이게...!"

그러다 한 명이 손을 올려드는 그 순간 ㅡ








"거기까지 하시지?"

나는 최대한 위협적으로 목소리로 그들을 멈춰세웠다.


"엉...?"

예상차 못한 제 3자의 난입에 악동들의 시선은 일제 나에게로 향했고 ㅡ


"ㅇ.. 아논님..?!"


이리아 역시 처음 나를 보았을 땐 놀란 기색 드러냈지만 이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뀌었다.


"넌 뭐야?!"


그런데 그들은 아직 내 정체를 모르는걸까.


쿵.. 쿵....

덩치가 가장 큰 녀석이 내게 성큼겅큼 걸어오며 위화감을 조성한다.

"너도 우리한테 쓴 맛을 ㅡ"

하지만...



파지직!

"아아악?!"


이내 보랏빛 스파클과 함께 이마를 부여잡으며 아까의 자신감과는 다르게 맥 없이 쓰러지고 만다.


"무.. 뭐얏?!"

"저 녀석 방금 뭘..!"


한 순간만에 반전되버린 상황.


"어.. 어떡해..! 마법을 쓰나봐..!"

"윽....."


의기양양했던 악동들은 한 순간에 불안감에 떨기 시작했고

"....!"

이리아는 방금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눈가엔 희망이 스며들어갔다.



"아아아..!! 머리가..! 내 머리가..!!"


덩치가 큰 녀석은 꽤나 딱금했는지 아직까지도 바닥을 뒹굴며 고통을 호소하는데.


"흥..."

그저 낮은 전류에 불과한데 엄살은...


"왜, 이제 겁이 나나봐?"

아무튼 나는 자신감을 내보이며 악동들에게 손을 내뻗었다.


"어어.. 잠시만.. 저분... 혹시 베네딕트님?!"

그러자 그 중 한 명이 나의 악독함을 느끼고 뒷 늦게나마 정체를 알아보았는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나약한 신음을 내뱉었고


""네.. 네엣?! 베.. 베네딕트님?!""


그제서야 악동들은 누굴 건드리려했는지 깨달았다는듯 얼굴이 새판랗게 질리고 만다.


"너희들... 내가 보는 앞에서 불손한 짓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감히 덤벼들려하다니..."

그들이 내가 누군지에 대해 깨달았다면 이야기는 더욱 빠르겠지.

"니들, 집안 살림이 좋으신가봐?"

나는 더욱 사악한 미소로서 그들을 위협했다.


""제.. 죄송합니다!!""

그러자 악동들은 눈물을 터트리며 무릎을 꿇기 시작했고

"너희... 다신 이리아에게 얼씬거리지마, 안 그러면 내가 너희 가족을 곤경에 빠뜨릴 테니까."


"히.. 히익...?!"

이내 내 협박에 기절 할 듯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한다.

"우.. 우욱.."

심지어 어떤 놈들은 위압감에 바지에 실례를 해버릴 정도..

부정하고 싶지만.. 이것이 악역의 살기였다.


""잘못 했습니다..!!""


결국 이리아를 괴롭히던 악동들은 겁에 질린 채, 줄행랑을 쳐버리고 만다.


"....."


요란하게 도망치는 그들이 사라지자, 평화로운 정적이 잠시간 내리 앉는다.


"하아..."

이제 이리아를 어긋나게하는 모든 문제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아논님 ㅡ!!"

이내 고요함을 깨는 이리아의 목소리와 함께 가슴이 묵직해진다.


"흐아앙...! 감사합니다..!!"

그녀는 주인에게 안기는 하룻 강아지 마냥 내 가슴을 파고들었고

"저.. 저 정말 무서웠어요..!"

"그래, 그래... 이제 걱정하지 말고, 너를 괴롭히는 애들은 내가 다 내 쫒았으니 안심해."

나는 서럽게 우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히 달래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흑.. 흐흑...."

내 품에 안긴 이리아는 한참을 흐느끼고 나서야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는지 떨리던 어깨가 점점 진정 되어갔다.


"으으... 전 정말 축복 받은 아이에요."

옷 소매로 마지막 눈물을 닦아낸 그녀는 대뜸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는데.

"무슨 말이야?"

그 말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질문을 던졌지만

"그야 ㅡ"


돌아오는건 내 뺨을 다정히 어루만져주는 손길이었다.

"아논님을 만났으니까요."

그리곤 이어지는 의미 불명의 답변.

"뭐?"



"아논님과 만난 이후로.. 제 인생은 밝아졌어요."


"어둑한 하늘 아래 같았던 암울한 일상에...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아논님."

"이것이 축복이 아니면 무엇이겠어요?"

그녀는 이전 까지의 설움을 털어내듯 맑은 미소로 대답했다.


"....."

나는 그런 이리아의 말에 머리를 긁적였지만...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이네요?"

"후훗, 그래도 상관 없어요. 그래도 전... 이 마음과 감사함을 언제까지고 품고 가겠어요."

그럼에도 이리아의 환한 웃음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럼 뭐.. 마음대로 해."

결국 이해 할 수 없는 그녀의 마음에 그냥 그려러니 하며 넘겼지만...


"네..!"


그녀는 내 허락에 뺨을 붉게 물들이더니 기쁨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심부름은 봤어?"

"아, 맞다...! 먼저 돌아가 계세요! 금방 다녀올게요."

그렇게 이리아에 관한 모든 트라우마를 해결한 나는 ㅡ

"아냐, 같이 가줄게."

"네? 그럼.. 에잇!"

"이리아?"

"팔짱 끼고 걷고 싶은데.. 안 될까요?"

그녀와 함께 거리를 걸으며...

"딱히 상관 없어."

"..! 그럼 부디!"

화려할건 없지만 훈훈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었다.












◇◇◇





시간이 흘러,


"오늘인가?"


이세계로 오게 된지 몇 년이란 시간이 경과하게 되었다.


덜컥...


나는 긴장된 마음을 추스리며 마차에 올랐는데.


"....."

그럼에도 좀 처럼 진정되지 않는 심장에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하아...."


왜 이렇게 긴장했냐고?

그야 오늘이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날 이었으니까...

다른 이들에게 있어선 그저 새로운 생활에 첫 발을 내딛는 산듯한 출발에 불과하겠지만은

내게 있어선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련의 시작이었다.



아카데미의 입학날은 다르게 말하면 게임이 시작되는 시점.

앞으론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가 내 생존과 최후를 좌지우지 할 수도 있었다.


"....."


그러니 이제부턴 무엇하나 방심 할 수가 없다.


메인 등장인물들과의 마찰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것을 소홀히 한다면 또 다른 플래그가 나를 덮쳐올 테니까.


그만큼 아논이 파멸하는 길은 가지각색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금까지는 딱히 문제 될 만한 사건이 없다는 것이다.

게임에선 원수지간인 이리아와의 관계도 원활했고, 딱히 악행이라고 할 만한 업도 쌓지 않았다.


"...."

하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이 전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는 고생길이었으니....


"하아..."

앞으로의 피곤한 생활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한 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뭘 그리 한 숨만 쉬고 있어?

그러던와중 불안에 떠는 내가 신경이 쓰였는지, 옆 자리에서 볼을 콕 찌르며 말을 건내오는 소꿉 친구.


"설마 아카데미에 입학 하는게 걱정되는 거야?"


내 마음을 알 일 없는 그녀는 대게 하찮다는듯 나를 올려다 보았다.


"으응..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고운 백발과 활력 넘치는 붉은 눈이 인상적인 흡혈귀,

"헤에~ 의외네?"

바로 이리아였다.


"천하의 아논이 이런 것에 걱정을 하고 말이야."

그녀는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키득거리며 말하기 시작한다.


"......."

나는 게임과 비교하면 세삼 달라진 그녀의 모습을 보며 느꼈는데.


확실히  게임 속의 모습과 비교하면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뭐, 어쩌면 당연한 거겠지.


게임에서의 이리아는 부모를 여이고, 증오에 미친 복수귀로 등장한다.

분위기 역시 어둑하고 매서운 눈매가 특징,

"신경 끄셔.."

"헤에~?"

허나 지금은 동일 인물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밝은 숙녀로 자라 있었다.




"걱정하지마! 적응을 못해도 난 아논의 옆에 있을거니까!"


또 다른 점이라 한다면 나와 그녀의 관계였다.

원작에서의 아논과 이리아는 아까도 말했듯 증오 관계에 있었다.

혐오하는 것을 넘어, 목숨을 탐내려는 지독한 악연.



"그러시든가."

"우우! 뭔가 반응이 시큰 둥 한걸?! 난 진심이든!"


허나 지금은 가깝다 못해, 같은 밥을 먹고 자란 소꿉 친구의 사이였다.

물론 처음에는 친구 보단 주종의 느낌이 더 강했었지만,

세월이 흐르고 점점 말을 편히 하게 되면서, 친구의 느낌이 강해지게 되었다.




"그야... 나에겐 정말 아논 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그런 과거를 돌아보던와중 이리아는 밝게 말하다 말고 갑자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응? 뭐라고 말했어?"


너무 작은 나머지 바로 옆에 있어도 듣지 못한 나는 고개를 갸웃 거려봤지만.

"으응... 신경쓰지마.."

그녀는 어째서인지 뺨을 붉게 물들일 뿐,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으며 대답을 기피했다.


"....."

대체 무슨 말을 했길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뭐... 저렇게 말하는거 보면 크게 상관 없겠지.'

허나 이내 별 것 아닐거라 여기며 궁금증을 떨쳐내게 된다.


◇◇◇




"우와...! 여기 있는 모두가 오늘 이곳에 입학하는 학생들이야?"



아카데미의 입구는 그 어느날보다도 사람들이 붐비어 있었다.


""... ㅡ!""

"".....~ ....?!""

하나 같이 새 출발을 기대하는 젊은 청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

나는 그런 그들과는 다르게 범인을 쫒는 비장한 탐정 처럼 주변을 둘러본다.


그야 이 장소에 있을 지도 모르니까.

내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주인공'들이....


"뭘 그리도 두리번 거려?


그런데 주의를 탐색하던와중 이리아가 머리를 어깨에 기대더니 궁금증을 드러낸다.

"화장실이라도 찾는거야?"

내 본심을 이해 할리 없는 그녀는 시답잖은 것으로 이유를 유추하는데.


"신경쓰지마 그냥 사람들 좀 들러보고 있었어."

나는 그에 맞춰, 별 것 아니라는듯 변명을 늘어놓았다.



"...."

그러면서도 눈매를 예리하게 세우며 교복 차림의 인물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관찰하던와중 ㅡ


"..?!"



나와 떨어진 먼 발치에서.... 찾고야 말았다.


"....."


조곤하면서도 자신감이 뒤쳐져 있는 분위기로 발을 내딛는 소녀와


"흥."

자신이 삐뚤어져 있다는걸 홍보라도 하듯 매서운 표정으로 도도하게 길을 헤치는 마족,


"....!"

그들의 실물은... 나에게 있어 일종의 신호탄이 되었다.


순간 심장이 멎는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곧 이어 내 여정이 시작되었다는 체감으로 돌아오게 된다.

바로 게임 속의 '메인 등장인물'들....

이제 그들과 어떤 접전 일어날지에 따라.. 생사가 갈리게 된다.

만약 적절한 대처로 원한을 사지 않는다면 무사하겠지만은...

갈등이 겪게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끌어내리려 할 것이다.


"드디어..."

그런 미래에 긴장감이 감돌아, 주먹을 쥐게 된다.

"....."


동시에 한편으론 결의를 다지며 그들을 계속 지켜보는데 ㅡ



"에잇!"

"우와앗.. 이리아?"

갑작스러운 그녀의 기습에 맥이 빠져버리고 만다.


"갑자기 뭐하는 짓이야?"

느닷 없이 내 어깨를 끌어안더니, 짓누르기 시작하는 이리아.

덕분에 시선은 자연스럽게 이리아를 향하게 된다.

"흥..."


그런데... 그보다도 더욱 더 나를 이해 할 수 없게 만드는건 그녀의 반응이었다.


"뭔가 이상해서."


"뭐?"

분명 장난을 시작한건 그녀인데... 삐져 있는 것 역시 그녀였다.

"그야.."

뾰루퉁한 얼굴로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

"아논의 눈빛이 무언가 응큼했는걸?"

"혹시 다른 여자를 보고 있었던거 아니야?"

어째서인지 근거도 없으면서 정확하게 짚어버린다.


"....."


틀린 말은 아니었던지라.. 그녀의 말에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만약 그렇다하더라도.. 내가 누굴 보든 왜 참견이야?"


되리어 그녀가 무슨 시어머니 라도 되는건지 불평하는 목소리로 따지게 된다.


"우웃.. 그.. 그건 맞지만...."

그러자 이리아도 말문이 막혔는지 말 끝이 툭 끊겨버리고 마는데.

"으.. 아논은 난봉꾼이야..."

그래도 결론은 나에 대한 불평불만이였다.



"...."

오늘따라 왜 이러는걸까...


'그게 아니지..'

그러다가도 고개를 흔들며 다시 시선을 그녀들에게로 집중한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다행히도 아직 시야에 사라지지 않는 두 학생을 보며 다짐했다.

반드시... 게임 속의 아논 처럼은 되지 않겠다고...

그리하여 당당히 살아남아 주겠다고 ㅡ



◇◇◇




"......"


허나 그런 내 각오들이 허무 할 정도로...


막상 이렇다 할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으읏..! 피곤해.. 공부는 역시 나랑 안 맞는 것 같에~!"

지난 한 달간... 아카데미의 생활은 무난히 흘러가게 되었다.


"음.. 응..."


주연들과 접점도 없었고...

분명 입학식 때, 그들의 존재는 확인되었다.

그렇다는건 확실히 이벤트 한 두개 정도는 마주 할 만 하는데...


"아논~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해?"

실상은 이상함을 느낄 정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무언갈 놓치고 있는 걸까.

현실은 이리아와 아카데미를 평범하게 등교하는 일상이 전부였다.


"뭔가.. 불길하면서도 안심이 되어서."

하지만 한편으론 다행이었다.

"으음~?"

"아냐, 신경쓰지 마."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그저 아무 일 없이, 이대로 세월이 흐르는게 나한테는 좋은 편 이었다.



지금이라면 다들 어느정도 아카데미의 생활에 적응하고 각자에 맞는 무리들에 스며들어갈 시기.


그저 이대로... 평범한 일생이 계속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아카데미의 복도


"........"

어느 '평민' 출신의 여학생이 길을 걷고 있었다.




"어머.. 제야?"

"응, 고귀한 아카데미에 발을 들인 일반인이."


그런데... 단지 길을 걷는 것 만으로도 따가운 눈총들이 쏟아진다.


"옆에 다른 귀족가의 자제 분이 없이 혼자 다니는거 보면.. 주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와.. 정말이야? 평민 수준이 여길 어떻게 들어왔지?"


그저 존재의 이유만으로도 들릴듯 말듯한 야유들로 주변에 수군거렸다.


"읏....."


귀를 따갑게하는 주변의 말들에 여학생은 결국 입술을 깨문다.



"....."

덜컥..


그럼에도 야유들을 못 들은 척, 다음 수업 준비를 위해서 자신의 서랍문을 잡아 당기는데.


우르르르..!!

"어엇...?!"


무슨 이유에서인지 서랍 속에선 여러 쓰레기 조각들이 쏟아져 나왔다.




                    죽어!


                                                    천민~



                        창녀



".....!!"

그리곤 여학생을 향한 여러 비하의 쪽지들도 쏟아져 나오는데.



*키득키득*




"..?!"


그녀가 서랍을 확인하자, 비웃는듯한 웃음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진다.


"으읏...!"


결국... 자신의 숨통을 죄어오는 고약함에서 도망쳐, 달리기 시작한다.


"허어..! 허어..!!"

누군가에게 쫒기듯... 주변 시선을 피해서 정신 없이 내달리는 여학생은...


"으읏..."


덜컥 ㅡ!

그 누구의 시야에도 닿지 않는 화장실에 숨어 들었다.


"아아~ 어디서 지독한 냄새 안나?"

"으응~ 그러게~ 이건.. 평민 냄새잖아?!"

하지만...

".....?!?!"

이내 칸 너머에는 여러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읏... 끅....."

여학생은 떨려오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입을 틀어막았지만


똑똑똑 ㅡ



"..?!"

그들의 추격은... 너무나도 끈질겼다.


"혹시~ 거기 평민 계시나요?"

"하하하핫!"

이미 알고 있음에도 짖궂은 질문으로 그녀를 놀릴려드는 질 나쁜 존재들.


"......"


그녀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며 무언의 부정을 택 했지만 ㅡ


"3... 2.. 1..!"

"던져!"


신호를 주는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촤악 ㅡ!


사아아악!

천장에선 물줄기가 폭포 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 꺄아앗...!"

몰아쳐오는 물세례에.. 결국 여학생은 비명을 내지르게 되었고,

"...."

결국 온 몸이 흠뻑 젖으며 유일한 교복이 더럽혀지고 만다.


"하하하하! 역시 있었네~"


"이만 가자, 더러움 옮겨 붙을라."

이내 가해자들은 그녀의 통곡에 만족하며 유유히 떠나버리는데.



"......."


현장에는 그 대상이 되버리고만 쓸쓸한 소녀만이 남아 있었다.


뚝... 뚝 ㅡ


"끄읏..."

흐르는것은 물줄기일까 눈물일까...


"흐.. 흣..."


한 동안 흐느끼는 소리가 화장실에 멤돌았다.



그리고 ㅡ

"싫어..."


그녀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중얼거린다.


"누군가.. 도와줘...."


이런 인생을 끝낼 줄,

자신을 구렁텅이에서 꺼내줄 구원자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이번편도 빌드업이야!
그런데.. 진도를 뺄려는 욕심과 그래도 천천히 빌드업 하려는 생각이 충돌해서 어정쩡한 느낌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조금만 더 참아줘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