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2화

3화

4화



1, 2, 3, 4화를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가독성을 고려하여 문체와 서순 등 내용과는 상관없는 부분의 수정이니

이미 읽으신 분들은 다시 보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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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가 언덕을 내려와 시내로 들어서자, 레일라의 목소리가 우노의 귀에 닿았다. 그녀의 말투는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레이븐릿지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야. 네가 좋은 하루를 보내도록 많은 준비를 했어."

 

우노는 창밖으로 펼쳐진 도시의 경치를 바라보며, 레일라의 들뜬 목소리에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레일라, 네 노력은 정말 고마워. 하지만 오늘은 좀 더 소박하게 보내고 싶어..."

 

우노의 말에도 불구하고, 레일라는 그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알고 있어. 하지만 오늘은 신대륙에서의 첫 '데이트'잖아? 정말 특별한 하루가 될 거야. 나를 믿어줘."

 

레일라는 달래는 듯한 말투로 답했지만 그녀의 붉은 눈동자에서는 숨길 수 없는 기대와 흥분이 비쳤다.

 

마차가 항구 근처의 시장으로 접근하면서 특이한 정적이 차 안을 가득 메웠다. 

 

우노는 창문 밖을 내다보며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감지했다. 이 시간에 시끌벅적 해야 할 시장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 순간, 우노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레일라와 직원 사이에 끼어있었지만 우노는 창문 밖을 곁눈질 하며 평소에 볼 수 있는 시장의 활기찬 모습 대신, 거리가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상점들은 문을 열고 있었지만, 보통 이 시간에 넘쳐나야 할 사람들의 웃음소리나 흥정하는 소리 대신 침묵만이 그를 맞이했다.

 

"레일라, 여기... 모두 어디 간 거야?" 우노가 의아함을 담아 물었다.

 

레일라는 우노의 손을 더 꽉 잡으며,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 모두가 우리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켜준 거야.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지."

 

우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마차가 시장의 한복판에서 멈추자, 두 사람은 내렸다. 우노는 레일라의 휠체어를 조심스레 밀며, 빈 거리를 걸었다.

 

그들이 텅 빈 거리를 지나갈 때, 레일라의 보안팀은 그들의 길을 방해받지 않도록 경계를 지속했다. 보안팀은 둘이 걸어갈 수 있도록 여유를 두고 있긴 했지만 우노는 그들의 새까만 뒷모습이 마치 벽처럼 보였다.

 

마치 엑스트라들처럼 어색한 미소를 띄우고 있는 상점의 사람들과 건물 사이에서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이 조금 따가웠다.

 

우노와 레일라가 조용한 거리를 거닐던 중, 우노의 눈에 한 상점의 진열창에 놓인 서적이 띄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눈에 흥분의 빛을 담으며, 레일라의 휠체어를 잠시 멈추고는 서적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상점 안은 고요하고, 우노의 발걸음 소리만이 홀로 울려퍼졌다.

 

레일라는 우노의 손길이 자신의 휠체어에서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조금 씁쓸한 표정을 했다. 

 

그녀는 우노가 갑작스러운 발견에 흥분해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과 함께 하는 시간과는 별개로 우노가 진심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우노는 서적을 손에 들고 상점 밖으로 돌아왔다. 주머니에 들어있던 은화가 몇 개 줄어 주머니는 가벼워졌지만 그의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레일라, 봐! 엘리온 레너드의 신간 '초기 신대륙 개척의 역사'야 그것도 자필 서명까지! 그 사람 언젠가부터 책을 쓰지 않는다 싶더니 여기로 이주했던 모양이야!"

 

우노는 열정적으로 그 서적의 중요성과 엘리온 레너드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서적의 페이지를 넘기며, 초기 신대륙의 개척 문화와 역사에 대한 내용을 레일라에게 떠들었다.

 

레일라는 우노의 말에 감탄하는 듯한 대답을 했지만, 사실은 우노의 말은 한쪽 귀로 듣고 다른 한쪽으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책보다는 우노의 얼굴에 머물렀다. 우노가 자신이 준비한 데이트를 잊고 서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며, 레일라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우노가 즐거운 표정을 보며, 그 순간만큼은 모든 준비와 계획을 잊기로 했다.

 

"멋진 발견이네, 우노. 네가 즐거워 보여서 나도 기뻐."

 

레일라의 말에 우노는 잠시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노는 너무 혼자 들떠있었나 싶어 레일라에게 다가가 휠체어를 다시 잡으며, 그녀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 와중에도 그는 페이지를 요령 좋게 한손으로 펄럭펄럭 넘기고 있었다.

 

"여기 보면 레너드가 레이븐릿지의 구시가지에 대해 적어놓았어. 보면… 도시의 초기 사회와 형성과정을 중점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 같네."

 

"그래? 구시가지라… 네가 구시가지에 대해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니 놀랍네." 

 

레일라는 우노의 설명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노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당연하지. 특히 아메리고 독립전쟁 때도, 구시가지는 전쟁의 지휘탑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어. 물론 잉글로리아의 함대가 초기에 우위를 점하고 있을 때는 잠시 내륙으로 거점을 옮기긴 했지만…"

 

그때 레일라가 우노의 말을 부드럽게 끊었다. 

 

"그러면 우노, 구시가지로 가보지 않을래?"

 

우노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거기까진 거리가 좀 있잖아?"

 

"괜찮아. 마차를 타면 되니까."

 

그녀가 가볍게 손짓하자 사람의 벽에서 한명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그는 절도 있게 서서 레일라의 명령을 기다렸다.

 

"각하. 명령을 내려주십쇼."

 

레일라는 명확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구시가지로 가려하니 마차를 준비해 줘. 그리고 대단장궁 쪽엔 오늘 일정이 변경됐다고 알리도록."

 

그는 "알겠습니다, 각하." 하며 경례를 하고는 신속하게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잠시 후, 마차가 도착했다. 물론 그녀를 다시 휠체어에서 뒷자석으로 옮기는 것은 우노의 몫이었다. 우노의 손길이 레일라에게 닿자

 

"히힛"

 

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우노는 어쩌면 이것이 그녀의 의도가 아니었나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마차는 곧 구시가지를 향해 출발했다.

 

마차가 도착한 구시가지는 평소와 다름없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상점들은 열려 있었고, 시민들은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다.

 

마차에서 내린 두 사람을 보자마자, 구시가지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시민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고, 소문이 퍼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우노는 이런 상황이 다소 낯설었지만, 레일라는 당황하지 않고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했다.

 

레일라는 잠시 우노를 차분하게 쳐다본 후, 그녀의 보안팀을 향해 은밀한 신호를 보냈다. 그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우노와 레일라를 둘러싸며 사람들의 접근을 엄격히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레일라의 다음 행동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녀는 곧 다시 손을 들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들에게 지시했다.

 

"사람들을 너무 엄격히 통제하지 않도록, 우리의 목적은 이곳을 시찰하거나 하려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다시 좌중을 둘러보고 레일라는 말을 이었다. 그녀의 음성은 공기를 가르며 울려퍼졌다.

 

"여러분, 우리가 여기 온 것은 제 옆에 있는, 연방의 국빈에게 이곳의 아름다움을 소개해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의 일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레일라의 말에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우노는 새삼 레일라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레일라와 우노가 시장의 활기찬 거리를 걷고 있을 때, 레일라는 지나가듯이 말을 꺼냈다.

 

"우노, 아까전에 보니 신발이 꽤 낡아 보이는데, 새 신발을 사는 게 어때?" 

 

레일라가 제안했다.

 

우노는 내려다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레일라. 이 신발 아직 멀쩡해. 조금 낡았을 뿐이야."

 

하지만 레일라는 우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보안팀에게 가까운 구두 매장으로 안내할 것을 지시했다. 

 

잠시 후 매장에 들어서자, 신참처럼 보이는 젊은 직원이 그들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친절한 인사말과는 달리, 직원의 태도는 그들을 보는 둥 마는 둥 건성건성했다.

 

"뉴 아카나 산의 최고급 와이번 가죽 구두를 찾고 있어요." 

 

우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레일라가 입을 열었다.

 

직원은 사이즈를 물었다. "어떤 사이즈를 찾으시나요?"

 

"42 사이즈." 

 

우노가 대답을 할려 했으나 레일라가 그의 대답을 뺏어갔다. 

 

물론 정확한 수치였다.

 

직원은 역시 건성건성하게 대답했다. 

 

"그 사이즈는 매대에 있으니 알아서 찾아보세요."

 

그 순간, 가게 안쪽에서 중년의 머리가 벗겨진 남성이 한손에 커피를 들고 나타났다.

 

"뭐야 손님이야?" 하고 그는 커피를 한모금 들이켰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레일라로 향하고.

 

“가… 각하!”

 

하는 단발마에 가까운 외침과 함께 그대로 커피를 뿜어버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파란색, 하얀색으로 변하는 그의 표정을 보며, 우노는 사람의 얼굴색이 그렇게 빠르게 변할 수 있음에 감탄했다.

 

남성은 직원을 거칠게 밀쳐내고는 레일라와 우노에게 다가왔다. 

 

"제 직원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구대륙에서 이민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각하를 모릅니다."

 

레일라는 담담하게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괜찮아요. 우리는 단지 구두를 사러 왔을 뿐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가게 주인은 머리를 숙이며 계속 사과했다. 

 

"그럼,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각하?"

 

"이 분의 구두를 살려고요. 뉴 아카나산, 진품 최고급 와이번 가죽, 42사이즈로." 

 

레일라가 우노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그렇다면 기성품보다는 맞춤으로 하시는 건 어떠신가요?” 

 

가게 주인이 제안했다.

 

“기성품으로 괜찮아요. 찾고 있는 게 매대에 있다는데, 그것으로 꺼내주세요.” 

 

레일라의 요청에 가게 주인의 얼굴 색깔이 다시 몇 번 바뀌었다. 

 

“아…. 그러니까 그건….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부리나케 그는 가게 안쪽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가게 주인은 손에 반질반질한 가죽 구두 한켤레를 들고 돌아왔다. 

 

"여기 있습니다, ‘진짜’ 뉴 아카나산 ‘진짜’ 최고급 와이번 가죽입니다.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우노는 구두를 신어보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완벽해요. 그럼 이걸로 하겠으니 상자에 넣어주세요."

 

라고 말했다.

 

하지만 레일라는 우노의 얼굴을 한번 보고 고개를 저으며 주인에게 지시했다. 

 

"이 구두는 신고 갈 거예요. 원래 신던 구두는 여기에 남겨두겠으니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레일라의 눈동자에 서려있는 무언의 강요에 우노는 딱히 말을 잇지 못했다.

 

가게 주인은 머리를 깊게 숙이며, "알겠습니다, 각하.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어 레일라가 한번 가볍게 손짓하자 다시 그녀의 보안팀 중 한 사람이 튀어나와 빠르게 계산을 마쳤다.

 

우노는 새 구두를 신은 채로 다시 시장으로 향했다. 발 아래 느껴지는 감촉은, 아직 길들여지지 않아 조금 답답한 가죽 구두의 감촉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점점 더 몰려들고 있었다. 

 

보안팀은 우노와 레일라가 거리를 둘러보는 동안 몰려드는 사람들을 통제하려 진땀을 뺐다. 

 

상점 주인들은 레일라에게 그들의 상품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고,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그들에게 구시가지의 생활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유리 세공품들을 봐. 아, 여기 작은 나무조각도. 레이븐릿지의 장인들도 구대륙에 지지 않지?"

 

우노는 그녀의 설명에 동의하고, 

 

"확실히, 구대륙 것들 이상으로 정밀해. 놀라운데."

 

라며 소감을 나누었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시민들은 두 사람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레일라는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우노에게 구시가지의 문화에 대해 더 많이 설명했다.

 

"여러분, 우리의 국빈에게 구시가지의 매력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환대가 오늘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레일라는 우노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능숙하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와 함께 있자니, 우노는 마치 스스로가 정치인이 되어 유세를 다니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이 순간 우노가 분명히 느낀 것은, 정치인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치 길이 들지 않은 가죽 구두처럼.

 

 

 

그렇게 레일라와 우노가 구시가지의 북적이는 거리를 거닐 때, 레일라의 시선이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오래된 등대에 머물렀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우노, 저 오래된 등대 보여? 저 위에 올라가 보는 건 어때?"

 

우노는 레일라가 가리킨 등대를 바라보았다. 그 등대는 한때 항구를 안내하는 역할을 했으나, 이제는 새로운 등대가 그 임무를 이어받아 폐쇄되어 이제는 문화재로서 관리되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워낙 낡은 등대였기에 붕괴의 위험을 고려하여 사람들의 출입은 줄곧 통제되어 있었다. 아마 이참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기회일 것이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우노는 답했다.

 

보안팀들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주위를 경계하는 가운데, 우노와 레일라만이 조용히 등대 안으로 들어섰다.

 

등대의 문이 닫히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자, 레일라는 거짓말처럼 조금 전까지 쓰고 있었던 정치인의 가면을 벗어던졌다.

 

"원래는 둘만의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어. 구시가지는 예정에 없던 일이었지. 사람들이 자리를 비켜주도록 미리 요청하지 못한 건… 실수였어."

 

로 시작해서 레일라는 십분 정도 불평을 이어나갔다.

 

우노는 레일라의 툴툴거리는 모습에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후, 레일라는 우노에게 진지한 요청을 했다. "우노, 네가 할 수 있다면, 나를 등대 꼭대기까지 데려다 줄래?"

 

우노는 잠시 당황했지만, 레일라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특히 오늘 그녀가 금액을 지불한 구두, 특히 ‘진품’ 와이번 가죽이라는 키워드를 미루어 생각해 볼 때 그 구두의 가격은 아마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비쌀 것이다.

 

아마도 그가 구대륙에 있을 때 연구의 용역비용으로 받았던 금액 중 가장 높은 금액보다도…

 

한숨을 푹 쉬고, 그는 레일라에게 보이지 않도록 몰래 자신에게 근력 강화 마법을 걸었다. 

 

"알았어, 안될 것 없지..." 물론, 내일 아침 맞이할 끔찍한 근육통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우노는 레일라를 조심스레 안아 들고 등대의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우노의 얼굴엔 식은땀 – 아마 힘듬 때문이 아닌 부끄러움으로 - 이 흘러내렸다.

 

반쯤 올라갔을 때 필요 이상으로 우노에게 달라붙어있던 레일라는 입을 열었다.

 

"어릴 적, 이 등대는 내게 유일한 친구였어.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지. 바람소리랑 파도 소리가 들리면… 그나마 외로움이 덜어지는 듯 했어."

 

레일라는 잠시 말없이 계단을 오르는 우노의 얼굴을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대단장의 후계자로 태어나면서부터, 내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어. 수많은 의무와 기대 속에서 살아가야 했고, 진정한 친구를 찾기란 쉽지 않았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레일라가 아닌, 대단장의 후계자로만 봤으니까."

 

“답답해서 견딜 수 없을 때마다 난 이곳으로 왔어. 꼭대기에 올라가면 조금 기분이 나아지긴 했지만, 결국 나는 혼자였어.”

 

우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가 들고 있는 그녀의 과거, 그리고 그의 과거가 그 어떤 것보다 무거웠다.

 

등대의 꼭대기에 도달한 순간, 우노는 탁 트인 바다와 도시의 전경에 숨을 죽였다.

 

“오…”

 

우노는 숨을 죽이고 감탄했다.

 

“어때, 굉장하지?”

 

레일라는 우노에게 더욱 달라붙으며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히힛'

 

하고 그녀의 특이한 웃음이 들렸다.

 

"하지만 이젠 혼자가 아니야, 이젠 네가 여기있어.."

 

우노는 레일라의 밝은 표정을 보고, 그래도 이정도면 구두의 값은 되었을까 –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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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1입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소설을 써본 경험도 배움도 부족하여 글이 많이 부족합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여담이긴 하지만, 원래 작중의 대단장 이란 명칭은 원래 영어 명칭부터 구상된 것으로


원래는 'the High Commander' 였습니다.


하이 커맨더라... 뭔가 멋있지 않나요?


각하라는 호칭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왕정이 폐지된지 오래라 어쨌건 우리한텐 각하라는 호칭이 뭐랄까 살아있는 권력으로서 제일


실감이 난다고 해야하나? 그 특유의 뉘앙스가 좋습니다.


노벨피아에서도 연재중이니

노벨피아 주소

한번 들러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