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프 정령사 얀순이


'탁' 


얀순이가 나이트를 내려놓았다

둔탁한 소리가 얀붕이의 귀에 꽃힌다

이미 게임의 승패는 얀순이가 쥐고 있었다


'실수만 없었어도 이길수 있었는데...'

얀붕이는 그리 생각하며 아쉬운 듯 표정을 찡그렸다.


어릴 적부터 단 한번도 얀순이를 이긴 적 없었던 얀붕이었다 전적이 무려 1400전 1400패였으니 아쉬움은 당연한 것이었다.


"많이 아쉽나 보네 얀붕아?"


얀순이가 여유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당연히 아쉽지 드디어 널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는

데"


얀붕이의 대답을 들은 얀순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럼 한 수 넘길게 얀붕아 대신 조건이 있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원래 얀붕이 못지않게 승부욕이 강한 얀순이었기에

얀붕이는 뭔가 의아했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앞으로 절대로 얀순이를 체스로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한 얀붕이는 이 제안을 수락했다.


"조건은 간단해 얀붕아, 그냥 하위 정령의 계약서에 맹세한는 거야"


"그 정도면 간단하네 맹세할게 얀순아."


하위 정령의 계약서에 나오는 계약 내용은 대부분 친구들끼리 할만한 간단한 내기나 소원에 관한 것이었기에 얀붕이는 내용을 보지 않고 간단히 맹세했다.


그러나 얀붕이는 모르고 있었다 


그 맹세 하나가 평생 자신을 옥죄는 계약서라는 것을...



***



얀순이는 얀붕이가 5살때 얀붕이네 마을로 이사를 온 동갑의  엘프 여자아이였다


얀붕이는 얀순이와 친해졌고 얀순이를 편견 없이 대했다.



그러나 마을 아이들은 대부분 얀순이가 엘프라는 것과 뾰족한 귀가 기괴하다는 이유로 얀순이를 괴롭혔다  


그때마다 얀붕이가 직접 얀순이를 마을 아이들로부터 지켜줬다.



그로 인해서 얀순이는 얀붕이가 좋았고 동시에 사랑하는 감정을 품게 되었다. 


그 후에 얀붕이와 더욱 어울리기 위해 얀붕이가 즐기던 체스를 연습하여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얀붕이와 쭉 체스를 두며 얀붕이의 가족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대화를 하는 인물이 되었다.



더군다나 얀붕이의 주변에는 얀순이 자신을 제외하면 여자가 없었다.



얀순이는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여 혼례가 가능한 나이까지 15년을 기다리다가 마침내 얀붕이에게 프로포즈를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미안해 얀순아"


"도대체 왜?... 엘프와 인간의 수명 때문에 두려운거라면 고위 정령의 귀속계약으로 너의 수명도 늘릴수 있어!"


"얀순아 네 말대로 고위 정령과의 계약으로 많은 수명을 얻는다고 해도 나의 가족들이 날 홀로 남겨두고 죽어가는걸 볼 자신이 없어..."


"...."

맞는 말이었기에 반박할수 없었던 얀순이는 겉으로는 납득하는 척 했지만 마음으로는 고통스러웠던 얀순이는 이로 인해 더욱 얀붕이에 대한 집착을 마음속에서 키웠다.

결국 얀붕이를 속이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

얀붕이는 크게 당황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위 정령의 계약서가 사실 고위 정령의 계약서였으며 자신이 봤던 하위 정령은 고위 정령이 둔갑했던 것이니..



"미안해 얀붕아 하지만 이게 아니면 더이상 방법이 떠오르지가 않아.."


"..."


"그래도.. 앞으로 천년은 같이 지내야 하니까 잘 부탁해요 여보?"


얀붕이는 처음에는 분노했지만 고위 정령의 귀속을 끊을수 있는 방법은 귀속의 대상이 죽는 방법 뿐이기에 얀붕이는 그저 체념할 뿐이었다.






뭐 일단은 엘프만큼 살게 되었으니 체념하고 행?복하게 자식 낳고 살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