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 어느 오래된 폐공장, 사람 무리가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비춰 길게 그림자를 늘어뜨린다.

민우는 험악한 떡대들 사이에서 둘러싸여져 공포에 질려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민우는 끌려오는 사이에 남자들에게 손찌검당했는지 코 밑으로 검붉은 핏자국이 남아있다.

“아저씨들 누구신데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민우의 울먹거림에 남자들이 키득거린다.

그들 중 가장 키가 작은 남자가 민우 앞으로 다가온다.

“그러는 너는 왜 이러시는 거예요~.

그냥 보내줬었으면 조용히 입 다물고 살 것이지, 신고를 해?”

“신고 같은 거 안 했어요…, 그리고 무슨 말 하는 지도 모르겠어요….”

“그래, 모르시지?”

키 작은 남자는 민우의 가슴을 발로 걷어찼다.

“커 헉!”

퍽 소리와 함께 민우는 뒤로 나자빠졌다.

충격이 꽤 강했는지 민우는 컥컥거리며 호흡하지 못한다.

키 작은 남자가 남자들에게 손짓을 하자 대머리 남자가 무리에서 걸어 나와 쇠 파이프를 들고 다가온다.

키 작은 남자는 대머리 남자에게서 쇠 파이프를 받아 들곤 민우에게 저벅저벅 걸어간다.

쇠 파이프가 바닥에 끌리며 소름 끼칠 정도로 날카로운 소리로 운다.

겨우 정신을 차린 민우는 자신에게 걸어오는 남자를 보고 기어서라도 그에게서 도망치려 하지만, 이내 뒤따라온 남자가 휘두른 쇠 파이프가 민우의 등을 가격한다.


민우는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머리를 감싸고 몸을 말았다.

그런 민우를 보고도 남자의 자비 없는 몽둥이 질은 멈추지 않는다.

남자가 민우의 팔을 가격하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강한 고통이 몰려왔다.

민우가 뼛속부터 올라오는 통증에 바닥을 뒹굴며 괴성을 지르자 남자는 그런 민우의 입을 발로 지그시 누른다.

“시끄럽게 구네. 아예 앞으로 말 못하게 만들어 버려야 하나?”

남자는 쇠 파이프 끝으로 민우의 머리를 조준한다.

“이젠 앞으로 바보 병신으로 사는 겁니다?”

남자는 쇠 파이프를 양손으로 고쳐잡더니, 하늘 위로 높게 치켜 들었다.

이때 건물 안으로 검은 세단 차량이 들어왔다.

차량은 민우와 사내 무리에게 다가와서 멈추어 선다.

세단의 뒷좌석에서 하얀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은 수아가 내린다.

모델처럼 쭉쭉 뻗은 팔다리에 대학로에서 볼법한 청순한 그녀의 모습은 폐공장의 먼지들마저도 인위적인 연출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게 보인다.

“오셨습니까, 아가씨!”

키가 작은 남자는 민우에게서 내려와 다른 남자들과 그녀에게 정확한 각으로 머리를 숙이며 인사한다.

남자들의 모습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수아는 공장의 먼지에 손을 휘저으며 헛기침한다.

수아는 자신의 발밑에 쓰러져 있는 민우를 발견한다.

“또 뵙네요?”

수아는 민우 옆에 쭈그리고 앉아 핸드폰 라이트를 켜서 민우의 얼굴을 비춰본다.

“그래도 볼만한 상판대기였는데, 이것도 나쁘진 않네요.”

수아의 핸드폰에서 셔터음과 함께 라이트가 깜빡인다.

“....주세….”

수아는 민우의 신음에 촬영을 멈춘다.

“뭐라고요?”

“살려…주세요….”

민우의 눈에서 새어 나온 눈물을 본 수아는 이전까지는 느껴보지 못한 알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수아는 민우의 들릴 듯 말 듯 한울먹거림에 그의 눈가에 손을 가져가다 그런 스스로에 놀라 손을 황급히 돌렸다.

수아는 고개를 올려 키 작은 남자를 본다.

“삼촌, 이분이 저보고 살려달라는데요?”

“아가씨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제 선에서 단도리 치겠습니다.”

“어떻게요?”

수아의 질문에 남자는 왜 묻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뭐…, 평소에 하던 데로… 토막 내서 개밥으로 주던지, 닭 사료로 갈아버리면. “

남자는 말을 멈추고 수아의 눈치를 살핀다.

“아가씨가 따로 하고 싶은 거라도 있으신 건지.?”수아는 남자의 질문을 무시하고 몸을 숙여 민우에게 속삭인다.

“그렇다 하는데 어떻게 할래요?”

민우는 자신이 이곳에서 멀쩡하게는 나갈 순 없을 것이라는 깨닫고는, 며칠 전 그날을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