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을 알리는 시원한 아침바람을 맞으며 총성 들리지 않는 평화로운 등굣길을 나섰다. 매일마다 일찍 일어나는것도 고비란 말이지.


늦잠이라도 자 지각한다면 10분 내내 하야세 유유카가 잔소리를 늘여놓을테고. 절로 이마에 주름이 새겨지는 날이다. 참나, 내 며느리라도 되는양 말이다.


누가 될진 모르겠지만 남편은 아주 시달릴테야, 안타까워.


⋯ 그래도. 여지껏 잘 속여온게지. 조용히 사라지면 그만. 푸념일지 모를 혼잣말을 되뇌이다 담벼락 너머에 들려오는 말소리에 걸음을 멈춰보고-


뭐. 오늘 하루도 시작이구먼. 허리 굽히고 뒷짐을 질 시간인고.. 쓴 웃음 지으며 게슴츠레- 작게 눈 뜨곤 다시 노변을 걸어나왔다.


‘‘ 기분 좋은 아침이구나, 시로코냐. ’’


‘‘ 응, 선생님도 좋은아침.. ’’


‘‘ 후아~암.. 선생님, 아저씨한테는 인사 안해주는거야~? ’’


‘‘ 요놈. 번데기 앞에서 주름이라도 잡는게냐. ’’


참 능글맞은 꼬맹이야, 타카나시 호시노.

어른에 대해 존경심을 보여달란 말이다. 당연한 일이라는듯 은근슬쩍 머리까지 들이밀고.


슥, 슥-.


‘‘ 으헤, 좋은 느낌~ ’’


‘‘ 나 참. 이런 거친 손 뭔구석이 있다고 좋다는건지. ’’


‘‘ 아저씨는 기분 좋기만 한데, 왜~? ’’


더 해달라는듯 손까지 붙잡고 제 뺨에 끌어들이기까지, 선생이 불순한 어른일지 모른채 최소한의 경계조차 안하고 말이다. 저런 녀석이 대책위원회를...


‘‘ ... 응, 나도. ’’


하이고. 이놈은 언제부터 내 손을 멋대로 올리고 말이야. 죄목은 교사권위무시죄. 달게 받아라.


슥, 스윽. 슥. 슥-.


머리가 헝클어질정도로 격하게 양손을 움직이는 선생. 


부드러운 감촉에 한눈이 팔려 3분이란 시간을 허비하고, 아쉬워하는듯 낮게 내려온 늑대귀를 애써 무시하며 다시 갈길을 가려던 참에-.


‘‘ 참- 너희 둘, 이틀 뒤에 시간되더니. ’’


‘‘ 상관없는데- 그거, 데이트 신청? ’’


‘‘ 무슨 소리를. 최근 아비도스 근방에 생긴 초밥집 있잖느냐. ’’


‘‘ 으헤, 점심이라도 사주게~? ’’


‘‘ 가본적은 없었지만.. 봤어. ’’


‘‘ 이틀후, 점심에 내가 사줄테니 말이다- ’’


도란도란- 헤어지는 와중에도 서로 좋은 향을 퍼트리며 헤어지는 3인. 한쪽은 후련하단듯 시원한. 반대쪽은 달디 단 향을 풍기며- 갈라졌다. 



- -



‘‘ ..이상하게 조용하구먼. ’’


금일 당직은 하야세 유우카.


일거리는 요전에 죄다 해치워 할게 없는날이어도, 일을 만들어서라도 하는분이시라 사무실에 깔린 이 적막함이 어색하게만 느껴질뿐이다.


조용해. 산보라도 할겸 찾아볼까.





‘‘ 유우카, 없는게냐-!? ’’





무슨 애가 코빼기도 안보이노.


역으로 서류작업, 일지작성, 자재정리같은데에 자잘한 팁이라도 알려줘가니 서로 기브 앤 테이크적인 그리 나쁘진 않을 시간인데.


업무관, 최상층. 지하를 살펴도 그 어느곳에도 없었다. 지출에 대한 핀잔은 들어도 앞가림 잘하시는 어르신인 이 몸인데 뭐가 아니꼬운거지. 무언의 항의라도 하는걸까.


싯딤의 상자 on ➝ 모모톡 ➝ 하야세 유우카 ⋯


[ 先生 : 유우카 혹시 무슨일 있니 ]

[ 先生 : 혹시 이 늙은이가 무슨 폐라도 끼친걸까 ]

[ 先生 : 아니다 미안하다 ]


냅 다 미 안 하 다 박 아 버 리 기 ! ! 


쓴소리는 최소한으로 받는 안전장치 박아야지.


그나저나 쓸데없이 리얼해서야, 손가락에 수분도 없어져 터치펜 없으면 이런걸 만지기에도 애먹기나 하고.. 지쳤어. 싯딤의 상자를 만지작거리며 휴게실 안이나 돌아다니기로 했다.


지금은 답도 안오고, 걔 동아리가.. 세미나였으니 노아아아앙한테 모모톡이라도 보내볼까.


[ 先生 : 노아야 유우카한테 뭔일 있는거니 ]

[ 先生 : 애가 안보이는데 ]



[ 노아 : 네?? 유우카쨩 오늘은 바쁘다고 한시간 전에 출근했는걸요? ]




[ 先生 : ? 뭐??? ]



- -




제가 옆에 없었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니까요. 진짜!


심심하다 싶으면 학생들 이름도 까먹어버리시고.


오랜만이구나. 하나코 아닌고 .


무. 무슨소리야 !! 시모에 코하루 !! 그 변태랑 헷갈리기까지 하는거야 ?!


⋯ 사고치는 학생들도 왠만해선 감싸주시는데다.


뭐, 젊을적의 혈기 아니냐. 그 코하루쨩이 이번엔 옷이라도 입고 다닌데에 감사해야할게 아닐까.


우후후.. 선생님, 제 이름은 하나코라고요~?


뭬야, 미야코라고 !!


... 업무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시다가도 덤벙대시고.


- 더 윗쪽에 연락해 압박을 넣어오는거지, 정의실현부가 폭파시킨 건물은 2주 이내로 복구될게야.


‘‘ 그런 방법도 있었네..요, 그런데 진작에 그런 방법을 쓰셨다면- ’’


그렇구먼. 하이고-


... 생일 챙겨주신다고 멋대로 큰돈까지 쓰시기까지...


벌컥-.


‘‘ 서-언-생-니임!! 이 영수증은.. 에? ’’


유우카, 생일 축하한다 !! 여기-


‘‘ 감사합니..다? 앗..!? ' 에이~ 북 레어 ' 잖아요 ! ’’


노아한테 물어본것도 있고, 가끔 네가 매장에서 그거 앞에 종종 서있는거 봐서 준비했지 . 항상 고마워서도 그렇고-


‘‘ ... 정말이지.. ’’


왜, 왜. 왜 ?! 이번엔 돈 아끼고 아껴서 사주는건──


포옥-..


──데에..?




⋯정말. 치사하세요.


선생님은⋯ 정말 나쁜 어른이에요. 


도와드리고나선 머릴 쓸어주시는 그 손길. 따뜻하단 말이에요.


고맙다며 말씀하시며 웃으시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선생님이 의지해야할 저인데. 어느새 제가 선생님에게 의지해버렸는데.



지치신걸까요.


언제나 말하던것처럼 무심코 지적이라도 하는데 질리신걸까요. 


... 그 종이. 쓰실때마다 시중일관 보이시던 모습관 다른 진중한 표정이시길래..


보려해도 어떻게해서라도 만류하시길래. 궁금해서-.


평소보다 한시간 일찍 출근해 선생님이 항상 앉으시는 책상에서 꺼내봤는데-


‘ 사후 방침 ’ , ‘ 유산 배분에 대하여⋯ ’


‘ 나는 다음과 같이 유언한다. 살레 자치구 ███ 아파트███ 동 ████ 호는 ⋯ ’


손 안에 구겨진 이 유언장을 보면서, 멍하니 바닥만을 바라봤습니다. 


눈이 한 문장, 한 글자를 흩어올때마다 숨은 가빠져오고, 다리엔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어요. 



풀썩⋯



‘‘ 유우카, 없는게냐-?! ’’





죄송해요 선생님. 이 상황.. 들킨다면 못돌아가겠죠, 지금까지 같은.. 그런 시끌벅적한 사이로.


정리정돈이 필요하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신다면-


모톡! 


[ 先生 : 유우카 혹시 무슨일 있니 ]


아니에요, 금방 갈테니까..


모톡!


[ 先生 : 혹시 이 늙은이가 무슨 폐라도 끼친걸까 ]


어, 어. 어울리지 않게 왜 갑자기 자책하시는거에요..? 진짜. 허튼짓 하기만-


모톡!


[ 先生 : 아니다 미안하다 ]


아니죠? 아니에요, 제발. 제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절대 안되니까.


제발 거기에 가만히 있어야해요.



- -



천장용 선풍기. 실내에 설치하길 잘했구먼-.


다른건 다 좋은데 업체가 실수를 한건지 키고 끄고 속도조절하는 요 끈을 너무 길게 만들었단말이지..


끈이라. 끈.. 할것도 없는데 가지고 놀아볼까. 굵게 뭉쳐서..


오매듭, 쨘.


리본묶기, 쨘.


올무, 쨘.


교수형 매듭, 쾅!!


‘‘ 하아, 하. 선-.. ’’


‘‘ 뭐이런미친세상에- ’’


작살나버린 휴게실의 문. 시멘트 섞인 먼지를 헤치고 나온 유우카를 맞이한건-. 


‘‘ 안돼, 놔. 그줄. 당장!!! ’’


금방이라도 넘어질듯한 의자 위에서 매듭을 쥐고있는 선생. 


죽어버리면 죽여버리겠다는듯, 총구를 선생에게 겨눠 대치하는 하야세 유우카.


선생이 끈을 놓고 의자에서 내려오자 그녀는 달려들었다.


허튼짓 말라고, 순식간에 잡힌 선생을 붙잡고 의자에 던져버리고.


‘‘ ──!! ’’


선생이 입을 열기도 전에 구겨진 유서장을 꺼내 들이대왔다.


‘‘ 왜. 이게. 이걸. 쓰..신거에요..? ’’


‘‘ 끄으.. 진정하고 들어줘다오, 오해다. 이것도... 너무 늙은거야. 무릎이 시큰해진지는 오래.. ’’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금방이라도 울듯. 눈시울이 붉어져왔다.


‘‘ 굳이 그걸 쓰지 않더라도. 부탁드리시면, 제가 도와드리면 되는 일이잖아요. 옆에서라도- ’’


더 떨려오는 목소리. 


‘‘ 노환으로 죽을지 모르니 한 종류의 대비인데. 다시 말하지만 방금 그건 오해── ’’


‘‘ ..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마요!! ’’


갈곳잃어 흔들리는 눈동자, 감정이 올라오는건지 한방울, 두방울. 한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게 보여왔다.


뫤지 모르게, 선생을 붙잡아오는 힘이 더 세져왔고..


‘‘ 흡. 우으.. 거짓말쟁이. 흐-..! ’’


유우카의 작은 몸은 절로 선생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선생은 거부할 권리가 없었다.


‘‘ 진정하고. 아니. 울면- ’’


‘‘ 끄윽, 흐끄윽, 서.언생니임. 흐끅-. ’’


‘‘ 진짜래도, 내가 있을동안엔 무슨일이 있어도 내버려두진 않을... 옳지. 울어도 좋으니까.. ’’


등가엔 떨림이 느껴져왔다. 품속에서 흐느껴오는 소녀를 토닥여오는 선생. 


‘ 미치겠네.. ’


해 져 창가가 붉게 물들어올때까지 비단결처럼 고운 머릴 쓸어주고, 괜찮아. 안떠나- 를 되뇌이며 떨어지지 않을기세로 안아줘서야 진정시킬수 있었다.



‘‘ 진짜 해프닝이었대도. 할게 없어서 끈놀이라도 한거라니까..? ’’


‘‘ ... 진짜, 바보에요 선생님.  ’’


‘‘ 바보 맞으니까, 이건.. 다른 애들한텐 비밀로 해줘다오. 응..? ’’


‘‘ 흥. 맨입으로요? ’’


아마 그 때부터 였을거다.


그녀가 기대오던것이 보다 더 무겁게 느껴질거라곤.


‘‘ 허튼짓 못하게 선생님 집 매일마다 찾아올거니까. ’’


바보같은 선생님. 


‘‘ 그러니까, 이 바보같은 글만 있는 종이는- ’’


북, 부욱 ㅡ .


잃을수 없는, 선생님..





‘‘ 진짜로, 옆에 붙는게야..? ’’


‘‘ 흥.. 선생님이 무슨짓 하실지 모르니까요. ’’


‘‘ 퇴근길도 고역이구머언.. ’’


‘‘ ... 뭐라고요? ’’


‘‘ 죄송합니다.. ’’


지금은 찢어져버린 유언장 속 주소를 그녀가 기억한 이상. 


선생을 기다리는 이벤트는 다음과도 같다.



















하야세 유우카, 황홀경에 빠진채 선생에게 혼인신고서를 들이대기까지 5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