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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읍, 후읏.. 하준.. 아...”

“미영아..”



얼마나 흘렀을까. 짧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짧은 것을 길게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휴대전화를 꺼낸다면 이런 고민 따윈 할 필요도 없었을터였다. 그러나, 수민은 휴대전화를 꺼내기지 못하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사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폴리네시안 섹스라니, 그런 섹스가 있었던가? 시도해 본 적 없는 섹스다. 우성과의 섹스는 언제나 이성과 감성따윈 날아가버릴 정도로 뜨거웠을 뿐이다.



“매일 보는데도 새로워, 정말 예뻐..”

“이번에도 부끄러운 말...”



하준이 미영을 침대에 눕히고 벗겨진 상의와 속옷 사이로 드러난 가슴을 보며 미소를 짓자, 미영이 부끄러운 듯 손가락을 움직여 그의 가슴을 간지럽혔다.


생각해보면, 수민은 지금의 하준이 미영의 몸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손길을, 그녀가 하준에게 하는 그 사랑스러운 반응을 우성과의 관계에서 느낀 적이 없었다. 어떻게 만지든 헐떡이며 젖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물건처럼 파고들어 뒤흔들기만 했으니...


눈 앞에 펼쳐진 하준과 미영의 사랑은 수민에게 또 다른 세상의 모습을 선사했다. 다정하게 서로의 옷을 벗기며 상냥하고, 자상하게 미소지으며 서로에게 칭찬의 말과 키스를 주고 받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으로부터 시작되어 전신으로 퍼지는 고통을 느꼈다.


아름다우나 닿을 수 없는 장면, 한때 자신의 것이었을 수 있던 장면을 앞에 두고 수민은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매번 그랬지만, 수민 씨까지 있으니까 더 부끄러울지도..”

“내 눈엔 너 밖에 없으니까.. 집중해 줘, 내 눈엔 너의 몸 밖에 안 보여.”

“후훗, 언제부터 그런 말을 배웠으려나..?”



수민의 시선을 알아차린 미영이 뺨을 더욱 상기시키며 하준의 목덜미에 입맞춤하였다. 하준 역시 미영의 가슴에 입맞춤을 하며 서로의 사랑을 나누었다.


우성이었다면 이럴 것도 없이 가슴을 움켜쥐고 음부를 휘저으며 무너뜨렸을 시간이었다. 이전의 수민이었다면 답답함을 느꼈을 시간이었다.


그러나, 20여분 동안 이루어진 하준과 미영 사이의 스킨십과 서로를 향한 입맞춤은 수민에게 또 다른 흥분과 패배감을 안겨주었다. 보면 볼 수록, 초라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차마 눈을 돌릴 수 없었다.


미영의 작은 숨소리가 농밀해질 수록, 하준의 미소와 숨소리가 점점 뜨거워질수록, 수민 역시 흥분을 느꼈다.



“하아.. 하아.. 후훗, 보는 사람 때문일까?”

“아니, 우리 사이가 더 뜨거워졌다는 증거야.”



20분의 시간이 지나고 하준과 미영이 서로의 세상에 빠져버릴 찰나의 순간, 미영이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수민을 응시하며 이전의 관계보다 더 뜨거워 졌음을 고백했다.


그 말을 듣는 수민은 이미 사람이기를 포기한 상태였다. 고작 이십분에 불과한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비참한 신세가 되었다.


미영의 미소를 마주하는 수민은 말할 수 없는 굴욕감과 슬픔, 분노를 느꼈다. 자신의 것이었을 하준을 빼았은 것도 모자라 자신의 눈앞에서 섹스를 하고 이렇듯,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용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설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저 할 수 있었던 것은 손을 움직이며 달아오른 몸을 달래는 것 뿐이다.



“저번보다 두배는 젖은 거 아냐...?”

“이.. 하준이 네가 흘리는 건 뭔데?”


“읏.. 으읏, 우... 싫어...”



스킨십을 마무리하며 자연스럽게 닿은 하준의 손을 따라 벌어지는 미영의 음부에선 이미 흘러내리는 애액으로 흥건했다. 우성처럼 배려 따윈 없는 집착에 가까운 거친 애무가 아니더라도 이렇게까지 달아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 것은 하준의 행복과 흥분이 섞인 미소와 이를 마주하고 볼을 작게 부풀리곤 하준의 고간에서 흘러내리는 쿠퍼액을 어루만지는 미영의 모습이었다.


그 모든 행동이 서로를 향한 사랑이 없다면 할 생각조차 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무시해야 했다. 이 이상 떨어진다면 어디까지 추락할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무시하려 했지만, 불행하게도 수민의 눈앞에 있었던 것은 하준과 미영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모습을 담은 거울이 있었다.





대충 벗은 옷 사이로 드러난 맨살과 드러낸 팬티가 젖든 말든 안에 자리잡은 음부를 위로하는 수민의 모습이 그대로 비춰지고 있었다. 이는 그녀에게 또 다른 배덕감과 패배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잠깐, 하준이 거.. 저렇게 컸어?’



우성보다 작긴 했지만, 하준의 성기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커져있음을 발견했다.

수술이라도 한 것일까? 대체 무슨 수로 성기의 크기를 키웠을까? 아니면 이것이 원래 하준이 가진 성기의 크기였을까?



“...누가 너보고 자위하라고 했어?”

“에... 지금 뭐라고..?”



하준의 성기가 미영의 질내로 들어가려는 순간, 입구를 문지르는 하준의 성기가 멈춰섰다. 이를 뚫어지게 지켜보며 스스로를 위로하던 수민은 하준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했다.


마치 쓰레기를 보는 눈빛으로 수민을 노려보는 하준의 질문에 수민의 손이 얼어붙고 말았다. 자위를 하는 것도 허락이 필요했다고?



“여긴 나랑 미영이 방이야, 자위를 하고 싶으면 네 집에 가서....”

“쉿, 하준아. 그러지 마, 수민 씨. 하고 싶으면 하셔도 되요. 얼마든지 하세요. 저도 기쁘답니다.”

“엣, 아.. 아으... 윽...”

“.....미영이의 말이니까 못본 척 해줄테니 알아서 해.”



차가운 말을 끝으로 하준의 싸늘한 시선이 따스해졌다. 그러나 그 시선을 받을 수 있었던 여자는 수민이 아닌 미영이었다. 그것이 수민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고 말았다.


문득 마주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혐오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던 젖꼭지와 배꼽의 피어싱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아니,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마치 살고자하는 생존본능처럼 우성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달아놓았던 피어싱을 떼어내고 드러난 틈을 막으려는 듯, 수민은 더욱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넣을게, 미영아..”

“응, 와줘...”



사랑을 나누는 하준과 미영, 두 사람이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하준의 성기가 미영의 질내로 흐르듯 들어가는 순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그녀의 옅은 신음이 수민의 머리를 강하게 내려쳤다.


그렇게까지 달아올랐음에도 하준은 미영의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조심스러웠다. 젖었다는 이유 하나로 무자비하게 들어가는 우성과는 전혀 달랐다.


하준과 미영은 움직이지 않고 서로를 보며 웃었다.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함께 숨을 쉬고 서로의 살결의 감촉을 탐닉했다. 마치 이어진 것 만으로도 마음이 채워졌다는 것 처럼, 서로의 손을 잡고 입술을 맞추며 미소짓는 그 모습은 거짓 없는 사랑 그 자체였다.



“싫어.. 싫어! 하지마! 나한테..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러는 거야!!”


 

결국, 견디지 못하고 비통하게 외쳐봤지만, 수민의 목소리는 바로 앞에서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의 귓가에 닿지도 못했다. 두 사람은 이미 서로의 세상으로 가득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비명이 두 사람의 세상에 닿지도 못했음을 알게 된 수민은 울먹이면서 다시 스스로를 위로했다. 마치 경쟁에서 패배한 암컷이 스스로의 상처를 햝는 것처럼, 초라하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렇게 또 다시 삼십분이라는 시간 동안, 수민은 하준과 미영이 이어진 모습 앞에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들의 숨소리와 눈빛을 놓치지 않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미, 미영아.. 이제 움직이면 안...”

“안 돼에~ 이제 3분 남았는걸? 천천히.. 부드럽게 음미하세요.♡”



마치 자신을 능욕하기 위한 악질은 아니었을까 의심하며 감시하듯이 노려봤지만, 하준과 미영 사이에 흐르는 사랑을 제외하곤 그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수민에게 시선 하나 보내지 않았던 것도 있었지만...



“약속한 삼분이 지났어.. 그러니까, 어, 아, 아... 아으읏, 하응!”

“윽,.!!”



약속의 시간이 다가오자, 한번 움직였을 뿐이었음에도 하준과 미영은 서로의 손을 잡고 절정에 도달했다. 뜨거운 하준의 정이 미영의 질내로 퍼져나가며 서로의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선사했다.


반면, 이어진 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흰색의 백탁을 본 수민은 슬픔과 자기혐오만과 패배감이라는 절정에 이르고 말았다.


“이제.. 더는 못참아!”

“자, 잠깐.. 하준ㅇ...아아앙!!”


그것은 관계의 끝이 아닌,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뜨겁게 달궈지고 커진 하준의 성기는 서로의 정을 채우기 위해 움직였다.


미영 역시 하준과 정을 나누기 위해 다리를 움직여 그의 허리를 감싸고 그를 더욱 깊게 끌어안았다. 지켜보는 사람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두 사람은 서로를 탐하고 받아들였다.


수민은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만 했다. 이제까지 충분하다고 느꼈다. 하준이가 겪은 고통이 그 정도로 컸구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였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후회했다. 하지만 그것은 수민의 오만함이었다. 지금처럼 고통스러운 적이 없었다. 그것이 하준이 겪었던 고통이라면, 그것을 보고 비웃었던 나는 뭐지? 그러고도 내가 사람인가?


말할 수 없는 죄악감이 배가 되어 수민을 짓눌렀다. 그럼에도 손을 움직이며 그녀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준과 수민의 정사가 세 시간에 이를 동안 쉬지 않고 흐느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진짜 기분 좋으셨나봐. 하준아, 수민 씨 좀 봐.”



빠져나갈 길도 없는 방 안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다 실신해버린 순간, 하준과 미영의 관계가 마무리 되었다. 사랑과 충족감에 미소짓는 미영이 하준에게 눈짓을 보내 그와 함께 늘어진 미영에게 다가갔다.



“하준.. 하.. 하준... 아.. 읏, 우... 미안... 미안해.. 싫어... 이런 ㄱ... 으읏..!.”

“수민 씨, 이걸 잊으시면 어떡해요.”



미영이 정신을 놓은 것처럼 헛소리를 늘어놓는 수민에게 다가가 그녀가 도망치듯 벗어버린 피어싱을 벗어날 수 없는 족쇄처럼 그녀의 젖꼭지에 달아주었다.


그리고 미영은 수민을 부른 이유를 고백했다.



“...지금의 수민 씨라면 하준이가 겪었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겠죠?”

“아프죠? 괴롭죠? 그럼에도 하준이에게 다가가려 하셨나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는 수민의 눈앞으로 미영이 무언가를 들이밀었다. 야릇하면서도 행복해 보이는 미영의 미소를 피하는 것처럼 그녀가 들이민 것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수민의 눈동자가 팽창하듯 요동쳤다.


그것은 지금 미영의 음부에서 흘러내리는 하준의 백탁액보다 감당할 수 없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삼개월이 지났어요. 제 뱃속에는 하준이의 아이가 있답니다.”



그것은 미영의 산부인과 임신 확인서였다. 그 순간, 수민은 눈을 돌리며 이제까지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을 살폈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거야.. 거기까지 갔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 희망을 짓밟는 것처럼 하준과 미영의 약지엔 다이아몬드가 자리잡은 금반지가 있었다.



“이제 본 거야? 그럼 알겠네, 우리 결혼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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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르게 전개를 해서 마무리한 느낌이 있지만 완성했습니다.

이제 후일담이 남았군요.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