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작년 7ㅡ8월부턴가

즐겼던 모든게 공허하고 허무하고

내가 이뤄낸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나니 지금 내가 하는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이 듭니다

상식적인 측면에서도 제대로 된 판단이 안되는건 일상이고, 방금 말하던 것도 잊어서 되묻는건 약과요, 그렇게 좋아하던 게임도 애니도 소설이나 만화도 전부 손이 안가니 제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습니다..

자존감도 없고 의욕도 없고 사람 만나기는 두려우며 상대방을 근원적으로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지워지지 않아요. 그리고 동문 친구나 단순 인터넷 친구마저도 관계가 전부 단절되었어요. 말주변도 없고 말 더듬기도 가족 이외의 대화에서 심하고, 심지어는 인간관계 형성과 유지 자체가 도움은 커녕 내 정신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 같아요. 내 주변에 남은 사람은 가족 뿐이고,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도 가족인데 가족들도 이래저래 힘드니 하소연하기도 뭐해요. 정신과를 찾아갔더니 취조하는 것처럼 환경이 조성되선, 말도 제대로 못하고 답답해서 오히려 날 심적으로 한번 죽여놨어요. 다른 정신과를 찾아가보니 다행히 친절하게 말꼬리를 틀 수 있도록 유도해주셔서 말은 더듬어도 증상은 말할 수 있어요. 근데 뇌파 검사에선 ADHD 의심되는 정황에 심리검사는 싹다 조져놨어요. 어릴 때에도 ADHD 진단을 받아서 심리상담을 받았었는데 화만 잔뜩 내고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기억이 나요. 뇌파에선 우울이나 불안보다는 그쪽이 두드러진다고 해요. 그래도 방문목적이 우울 불안 해소라 당장은 불안증 위주로 약을 받는데, 약 특성상 신경 안정제라 평소보다 더 졸린 느낌이 들어요. 때마다 다른건지는 모르겠는데 강의에 집중 못할 정도로 계속 졸거나 두통이 오기도 해요. 의사님께 말씀드리니 약 자체가 그런 효과가 있어서 어쩔 수 없다. 대신 양을 좀 줄이겠다. 그래서 지금도 먹고는 있어요. 근데 지금 3개월 가까이 내원했는데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약을 늘리면 일상생활 자체에 지장이 올 정도로 힘들어요. 

내가 그동안 정신머리에 나사 빠진게 이런 증상이나 어릴때 진단받은 ADHD 때문이라고 생각도 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어요. 그거 앓으면서도 잘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의지가 박약한것 아닐까 하는 거 말이에요. 근데 어떻게 생각해도 난 힘든데, 내가 바보인건가 하며 자책감도 들어요. 결국 너가 노력 안한거 아니냐고 말이죠.

주변에선 제가 느끼는게 뭐 별거냐고 반응할거에요. 병이 아니라 너 개인이 문제 아니냐고 반문할거에요. 

단적으로 내 삶의 의미와 이유를 잃은 것 같아요. 

행복한데 행복하지 않아요.

슬픈 것도 아니에요.

그저 비어있어요.

내 고깃덩어리 육체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요

내가 제일 알고 싶어요

내가 제일 미칠거 같아요

너희들이 뭘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