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나는 고등학생 2학년이었고

꿈이 끝날 때 쯤엔 수능 끝나고 졸업하는 시점이었는데


꿈 초반에는 학교의 수학선생님께 고백했다가 실연당하고

뭐 그때까진 꿈속의 나도 "뭐... 이럴것 같았지... 선생 대 학생인 데다가, 남 대 남이고, 성인답게 이미 애인이 있으실 가능성도 생각해뒀으니..."하고 눈물지으며 포기함


근데 그때부터 꿈속의 나는

"사실 게이들은 연애 성공은 희박한 게 아닐까? 내 인생은 이런 실패한 열망들의 반복이 아닐까? 나도 인터넷게이썰에서 보이는 게이들처럼 번개 같은 걸 막 하는 걸레가 되는 게 아닐까? 이성애자들처럼 정상적이고, 로맨틱한 연애를 하고싶었는데...

사실 내 인생에 로맨틱 따윈 존재하지 않는게 아닐까? 난 평생 혼자인걸까?" 

라는 강박에 빠짐


고작 고백 한 번 실패한 고2가 하는 말이라면 개씹소리겠지만

꿈에서 깨고 생각해보니 이건 현실의 나(성인)이 평소 가지던 콤플렉스가 혼입되어버린 것 같음


여튼 그렇게 정신상태가 좀 안 좋아지나 싶었던 꿈 속의 나를 챙겨준 친구 A가 있었음

이 A가 누구인지는 이 글 참조

근데 계속 한영자 변환하기 귀찮네 그냥 아무렇게나 이름 지어서 민우라고 부를게


민우와 나의 관계는 그때까지는 그 링크걸린 글의 관계 정도였는데

그때부터는 내가 왜 가면갈수록 우울해지는지 걱정하기 시작함

난 놀랐지만 그 걱정을 다 받게 됨

그러고서... 하 이건 꿈속의나를 한대 치고 싶어지는 시점이긴 한데... 난 연애를 하냐 못하냐 같은 우울함에 있다가 저런 호의를 받고 나니...

꿈속의 나는 한 번 더 사랑에 빠진거임.


솔직히 자기 마음이 약한 걸 남에게 자기 마음을 의탁한 걸로 우울증을 빠져나가려 한다니... 뭔가 "누구라도 사랑해서 우울함을 빠져나가자! 어 저 애가 나에게 잘해주네? 저 애를 타겟으로 삼자!" 싶어서... 하 꿈에서 깬 후론 고개를 절레절레하게 되지만


여튼 꿈속의 나는 그 민우랑 어울리게 됨



어찌어찌해서 민우를 포함한 몇몇 동급생들은 내가 게이인걸 알게되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나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없었음

속으로 어떨지는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 꿈속의 난 그것만으로 너무 감동먹은 것 같았음


시간은 흘러 (그동안에 민우와의 추억? 여튼 어울리는 일들이 몇 장면 나왔는데, 꿈속의 허구추억이라 잘 기억이 안남.)

수능을 치고 졸업시점이 됨


난 수능 도중 부정행위가 걸려(???????????) 빵점처리되었고

민우는 고만고만한 대학에 붙은것 같았음


민우는 끝까지 나의 행위는 부정행위가 아니었다...그런 걸 주장한 것 같지만

난 괜찮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말해줌. 뭐 내 잘못도 있다면서...

(이런 태도를 보니, 꿈속의 나는 의도적이기보단 무의식적으로 어떤 부정행위를 하게 된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는 도통 기억이 안나니 오리무중...)


여튼 졸업식이 됨.

고등학생의 선생님들이 중학생 선생님들도 바꿔치기당하는 꿈 특유의 찐빠가 있었지만

여튼 난 민우 옆에서 서서 졸업식을 함


그때부터 난 두근두근한 상태였음

오늘이야말로 민우에게 고백해야 한다 라는 생각으로 채워져 있었음.

지금 갑자기 오른쪽으로 돌아보았다가 입술이 닿는 그런 헤테로드라마 같은 상상도 하고...


그리고 약간의 불안, 민우와 보는 건 오늘로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민우에게 고백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그런 불안도 있었음.

(이 생각 역시 현실의 상태가 혼입된 듯 해. 현실의 나도 고등학교 졸업 후 민우와 연락 자체가 없고, 아예 폰번호를 잃어버렸거든..)


여튼 민우와 함께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탐.

이 때 약간의 꿈답지 않은 디테일?이 있는데, 난 민우와 함께 403번을 타고 있지만 사실 내 버스는 708번이어야 했음. 내가 조금이라도 더 옆에 있고 싶어서 버스를 속인 것 같다


민우, 나, 그리고 민우의 친구 B(얘는 내가 게이임을 알고 있는 상태)가 나란히 3인좌석에 앉음


가는 길에 몇마디 대화도 한 것 같은데 그건 잘 기억이 안남

무엇보다 분위기. 그 조바심나는 분위기가 더더욱 심장에 서리게 남았다.

"어차피 이걸로 엮이는 건 끝", 그런 게 3인좌석 내에, 모두가 동의한 마냥 가라앉아 있었음.

꿈속의 나는 그런 것에 동의한 적 없는데도 그런 분위기에 숨막힌 채 말도 못 꺼내고 있었음.

민우와 B는 앞으로도 만날 친구처럼, 평소와 같이 일상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난 조바심과 동시에 가면갈수록 두려워졌지. 이대로 말도 못 내면 실연 아닐까.


몇 분 지나고, 내가 결국 더 못 참고, 민우 쪽으로 몸을 기울였을 때,

그 때,

민우가 내 머리 냄새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약간 피했음.


진짜 냄새가 났다기보단


<기생충>에서 냄새 때문에 얼굴 찡그리며 피하는 장면 있지? 그게 반영된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성인 되면서부터 "나도 이제 성인이니 꾸며야한다, 깨끗해야한다, 뒤쳐지면 안된다, 게이는 못생기면 끝장이다"라고 생각하게 된 콤플렉스도 섞인 것 같음

물론 난 절대 잘생기지 않았고, 못생긴 쪽이지만..


여튼 기생충의 송강호마냥, 그 몸짓 하나로 충격받은 나는,

문득 감정에 휩쓸리기 시작함.

아무렇게나 버스의 NEXT 버튼을 누르고서, 바로 내려.

등뒤에서 B가 "몇년동안 쌤 따라더니 이번에는 너까지..."하고 속삭이는 게 들려와서 좆같은 기분임.

그 상태로 그 역에서 집까지, 우중충하게 걸어가는 걸로 끝남...




깨고 나서 난 잠시 멍하게 있다가

변기로 달려가서 욕지기를 했음

미친듯이.

꿈속의 내가 너무 역겨웠고,

절대 이어질 수 없을 것 같단 그 우울함도 좆같았음


이 글을 써서 조금 토해낸 기분인데, 이게 토해낸건지 뭔지...

꿈이 대놓고 "다들 헤테로들이니 꿈깨!!"하고 귓가에 소리지른 기분임

아직도 뱃속에 뭔가 얹힌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