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아파왔습니다
어제같은 시끄러운, 오히려 소음에 가까운 키보드 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지금은 밤이네요
무언가 이끌어간다는 것도
평범한 일상을 만들어간다는 것도
모두 다 어렵습니다
사람이 마음을 먹었으면
계속 나아가야 하는게 맞았습니다
끔찍할 뿐입니다 세상이고 삶이란 것들이
뭘 해도 안 될걸 알지만
죽을 수도 없습니다
생각으로 못 할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죽을 수 있다면 죽는 것이지만 무서운 걸 어쩝니까
무서운 것보다 더 죽고싶어지란 생각은 학대일 뿐이겠지요
그치만
내가 이렇게 멍청하단 걸
누가 알았겠습니까
나조차 모르던 건데
그래서
나한테 팔백만원이 없던 것이
내 잘못입니까?
내 손에 내 통장에 팔백만원이 들려있어야 했던 겁니까?
내가 그걸 지불해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송을 진행시켜야 했단 겁니까?
어른이란 작자들은 말 한 마디라도 확실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절실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와준다는 그 말들이 이렇게 새빨간 거짓말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믿는 것 조차 죄가 되어버리는 세상일 줄 알고 태어났겠습니까
알았다고 해서 태어나는 걸 거부할 수 있겠습니까
그 작자들은
날 도와준다던 작자들은 매일 밤 치킨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롤토체스를 돌릴 겁니다
그게 인생인 겁니다
가족들의 도와준다는 말은 겨우 그 정도입니다
저야 처음 당한 일이지만
가족이란 것들은 평생 그렇게 말하며 살아왔겠지요
고통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그것들을 그들 앞에서 탓할 수 조차 없다는 점이 더욱 고통스럽습니다
저는 돈을 혐오하게 되고 있습니다
그걸 들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저조차도 혐오하고 싶습니다
그냥 그럴 뿐인 관계입니다
자기네들의 미래를 위한 보험에 불과할 것이고
그저 자기네들의 인생을 위한 계획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고
혹은 그냥 실수로 생겨버린 아이일 수도 있겠지요
그게 이 온 세상 모든 인간이란 인격체의 현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타인의 계획에 의해서 태어나고
억지로 살아가며
고마워하라는 억지 세뇌를 듣다가는
자신도 똑같이 인격체 하나를 계획으로서 배출합니다
실수인 경우는 더 끔찍하니 할 말 조차 없습니다
인간이 멸종하길 바랍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진보란 고통이고 발전이란 파괴이며 진화란 자학입니다
그저 그럴 뿐인 이야깁니다
아무런 의미도 없을 걸 뼈저리게
깊숙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그럴 뿐인 겁니다
내 부모란 작자는
내가 이렇게
내가 물었습니다
"인생엔 힘든 순간이 많은데, 그걸 생각하고도 저를 낳고 싶으셨나요?"
"부모란 사람들이 다, '너 한번 좆되봐라 시발' 하면서 애를 낳는건 아니지, 잘 되라고 생각하면서 낳는 거야"
근데
너무 멍청한 소리였지만
딱히 반박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 이상의 대답이 나올 수도 없고
더 해봐야 감정만 상할 걸 알았으니까요
그렇지만 분명 자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모든 사람이 다 잘 되지는 않고
부모에게 날 왜 낳았느냐는 의구심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도 드물 테니까요
자신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자기의 좆같은 순간을
제가 태어나는 절망적이고 혐오스럽고 원시적이고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그 미칠 듯 한 순간에서
양수가 터져나오고 고통에 휩싸인 신음소리가 흐르던 그 자그마한 방 안에서
나에게 달린 그 끔찍한 물건을 보면서
자신도 알았을 겁니다
내가 남자라고 알렸던 죄 없는 간호사를 보며
아마 자신도 알았을 겁니다
좆같은 순간이 있을 거라고
근데 나는
그 무엇도 탓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이렇게 태어날 거라고 알고 낳았답니까?
아기 천사가 와서는
너의 아이는 트랜스젠더의 씨앗을 가졌고
하느님의 명대로 돌로 찍어 죽이라고 했다면
돌은 아니더라도 칼로 갈기갈기 찢었을 겁니다
근데 그걸 알고 낳은 건 아니잖습니까
그럼에도 내가 그들을 욕한다는 건
더욱 원론적인 반출생에 대한 사상의 옹호밖에 되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그 무엇도 탓 할 수가 없습니다
화살이 내 안 쪽으로 돌아가는 것을
참아낼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습니다
그저 나를 끊임없이 혐오하게 될 뿐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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