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DIY 프로젝트 채널 여러분.


저는 지난 1월 28일 이 채널에 방문하여 한 질문글을 남겼었습니다.


기억해주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해당 게시글 링크 : https://arca.live/b/diyproject/97646466)


내용은 "가정용 에어프라이어에 설정된 섭씨200도의 온도제한을 해제하는 방법"이었는데요.


당시에 채널 관리자분으로부터 (아마도)펌웨어 수정을 통한 방법을 제안받았고 전문가가 아니라면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었습니다. 친절하게 답변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맞습니다. 


저도 답변을 보고서 펌웨어 수정을 통한 방법은 관련 전문교육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저에게 어려운 방법이 될 것이리라 생각되었습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나중을 기약하며 떠났었죠. 그게 3개월 이전의 일입니다.




그리고 오늘 (사실 지난주) 저의 개인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여 약속을 지키고자 돌아왔습니다.



사실.. 여기 계신 많은분들의 프로젝트에 비하면 저의 프로젝트 결과물은 작업난도나 정교함면에서 많이 부족해요.


부끄럽지만 저의 작업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작년 12월 29일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커린이는 집에 새 것 같은 중고 통돌이 에어프라이어를 들였는데요.






목적은 명료했습니다.


오직 생두를 로스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많고 많은 장비들중 통돌이 에어프라이어를 선택한 것은 단순무식하게 의식이 흐른 결과입니다.



전기로 코일을 가열한다 -> 팬으로 열풍을 불어 재료를 익힌다 -> 생두가 골고루 뒤섞이며 가열된다 -> 커피 로스팅 쌉가능?





이렇게 겁도없이 커린이는 로스팅에 발을 들인것도 모자라 어처구니없는 장비인 에어프라이어를 질러버렸는데요.


장장 4개월에 걸쳐서 에어프라이어로 커피를 로스팅하기 위해 커린이가 벌였던 응꼬쑈 기록을 올려보고자 합니다.





1장. 바로 박살난 행복회로.





무작정 시작한 로스팅에 희생된 생두는 "콜롬비아 수프리모 후일라" 였습니다.


에어프라이어 세팅온도 185도로 15분간 돌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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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저는 15분을 들여셔 폐기물을 생산했어요. 지금 다시보니 1차팝도 안터진 게 수두룩 빽빽했네요.


당시 뭣도 모르던 저는 이걸 기대하면서 갈아먹어봤고 신맛+쓴맛+찌개냄새 3단 콤보에 멘탈이 터졌습니다.


다시는 먹고싶지 않았습니다.







2장. 실패원인 파악



당연히 험난한 여정 정도는 각오했기에 포기하지않고 실패 원인부터 생각했습니다.




실패원인1. 너무 느린 드럼 회전속도


위 영상에서도 확인하셨겠지만.


드럼의 회전속도가 너무 느렸습니다.



생두가 담긴 드럼이 느리게 회전하게 되면.


열을 쉽게 전달받는 생두와 그렇지 못한 생두간에 온도차가 발생하여 균일하지 못한 로스팅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생두 전체에 골고루 열을 전달하기 위해서 


너무 느리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은 적절한 빠르기로 드럼이 회전하여 


생두를 골고루 섞어주어야 했습니다.




실패원인2. 가열되는 원두의 온도를 측정 할 수 없다.


커피를 로스팅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열량 조절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무작정 가열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적절한 순간에 가열을 멈춰야 한다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에어프라이어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에어프라이어는 사용자가 설정한 온도로 가열은 해주지만.


현재 온도가 몇 도인지는 알려주지 않았어요.


온도센서가 필요하다고 느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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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저는 에어프라이어로 커피로스팅을 하기 위해서 실패의 원인이자 한계점 두 가지를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3장. 개선작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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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에어프라이어의 순정 통돌이 모터입니다.


3RPM으로 회전하도록 기어비가 맞춰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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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걸 더 빠르게 회전하는 모터로 바꿔주었습니다. (50RPM)







어떤가요? 제법 빨라졌죠?




다음으로 진행한 작업은 배기관 설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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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프라이어 뒤쪽으로 배출가스가 나오게 되는데.


저는 커피를 로스팅한 냄새가 그렇게 지독할줄은 몰랐습니다.


커피 볶는 냄새가 향긋할줄만 알았던 환상이 깨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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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배기덕트를 꽂아서 렌지후드로 로스팅 가스가 배출될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따로 접착이나 고정을 한 것은 아니고 렌지후드에 딱 맞는 구멍을 뚫어서 끼워보니


구부러짐으로 인한 반발력 떄문인지 스스로 잘 자리를 잡길래 그냥 두고 있습니다.


이걸로 로스팅 가스 배출문제도 해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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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온도센서 설치를 시작합니다.


K타입 열전대를 선정하였습니다.


가열되는 원두와 직접 접촉시키고 원두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수집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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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D 컨트롤러입니다.


저는 이것을 이용하여 단순한 온도계측을 넘어, 제가 원하는 온도로 동작하게끔 개선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여러분께 질문드렸던 200도 온도리미트를 극복하기위한 제 나름의 다소 무식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측 USB에 대해서는 잠시 후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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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도 우측의 드럼으로 교체하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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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드럼은 내부에 교반날개가 장착되어있어서


가열중인 생두를 가운데로 모아주어 더욱 균일한 로스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에 받쳐진 바퀴에 대해서 설명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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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돌이 드럼을 가로지르는 우측 샤프트를 절단하면 드럼이 아래로 쳐지기 때문에 


드럼을 받쳐주기 위해 바퀴를 설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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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트를 절단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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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절단된 샤프트 자리에 온도센서를 삽입하면


내부에서 뒤섞이는 생두의 온도를 측정할 수 있겠죠?



생두의 온도측정을 위한 센서의 종류와 설치방식을 거의 2주동안 고민했었습니다..


상용 로스팅머신에 설치되는 IR 센서를 설치해야하나.. 롤러방식의 드럼 온도센서를 설치해야하나..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결국은 해결해서 다행입니다.


이 아래는 온도 컨트롤을 위한 배선작업에 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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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프라이어의 본체 배선을 간단하게 그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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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하고자 하는 PID 컨트롤러가 있구요,


저는 컨트롤러에 필요한 전원을 에어프라이어로부터 끌어왔습니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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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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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탭 희생시켜 얻어낸 전선으로 전원선을 끌어냈습니다.


...위에서 미리 말씀드렸어요 ㅋㅋㅋ 무식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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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터 컨트롤을 PID에게 맡길 수 있도록 배선을 연결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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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프라이어의 파워보드 사진입니다.


저는 이 순정기판이 혹시라도 죽어버리면 모터드라이브 기능을 쓸 수 없게되고, 그러면 드럼이 돌아가지 않게되기 때문에


기판을 살리면서 PID를 연결해야했습니다.



그래서 히터릴레이를 점프시키는 선을 추가하였습니다.


그리고 만일에 대비하여 히터 작동을 결정하는 안전스위치를 설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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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된 멀티탭의 전선을 납땜하였습니다.


반대편은 PID 컨트롤러에 연결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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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판을 조립하고 케이블을 밖으로 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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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품과 배선들을 결선하였습니다.


조잡하지만 제법 그럴싸하지않나요? 저만 그런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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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로 온도센서를 투입할 구멍을 뚫어줍니다.






뿅 ㅋㅋ






완성했습니다..


시운전 해야겠죠?






우선 의도한 대로 전원이 들어오는것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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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열테스트도 진행했습니다.


에어프라이어 본체는 65도 (설정 가능한 최저온도)로 설정하여 더이상의 가열을 중단시켰습니다.



이후 PID가 세팅값 대로 히팅코일을 통제하는지 확인을 위해 100도의 온도로 설정한 후 스위치를 켰습니다.







무난히 잘 작동해주었습니다.




이렇게하여 저는 에어프라에어에 적절한 회전속도와 온도계측 및 조절기능을 추가하였고 보다 나은 커피로스팅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4장. 프로젝트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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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구입한 PID 컨트롤러는 RS485 통신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이 컨트롤러를 컴퓨터에 연결시키고 로스팅 전 과정을 프로파일링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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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 케이블 통신선 두 가닥을 택하여 한 쪽 끝을 RS485 MODBUS에 연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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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을 RS485 컨버터에 연결하여 마무리 하였습니다.


이렇게 에어프라이어 & RS485 MODBUS를 컴퓨터와 연결하였습니다.



그리고 시운전을 하였습니다.






시운전 성공했습니다.


센서로 계측한 온도정보를 컴퓨터로 실시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부가적으로 컴퓨터로 컨트롤러의 P제어, I제어, D제어 수치값을 변경하여 에어프라이어를 보다 세밀하게 온도조절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종 검증 이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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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스테인리스 샤프트를 드럼에 고정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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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용접은 장비의 한계로 인하여


이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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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사정을 듣고 흔쾌히 용접에 응해주신 XX레이저 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례비를 거절하시길래 그 대신 직원분들과 함께 드시기에 충분한 양의 커피를 전해드리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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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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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여담인데요 업체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신기해하시면서


로스터기 개조 응원도 해주시고, 업체 주력 제품들 보여주시고, 캠핑용 스테인리스 불판도 하나 선물로 주셨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중에서 4~5만원 하는거라던데 진자 빛 그 잡채;;




각설하고.


모든 것들이 준비되었으니 생두를 넣고 최종 시운전을 했습니다.





전원을 켜고 예열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로스팅에 사용한 원두는 M.I커피의 "에티오피아 구지 함벨라 다바예 G2 워시드" 입니다.48






1차크랙 절정(아마도)에서 배출하였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형편없고 엉망인 결과물이겠지만 괜찮아요.


이제부터 조금씩 나아지도록 노력하면 되지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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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해당 배치의 로스팅 프로파일입니다.


약 200만원을 지불하여야 얻을 수 있는 상용로스팅 머신의 프로파일 기능을 거머쥐게 되어서 감개무량했습니다.





맛은 제가 볶은 것 치고는 그럭저럭 먹어줄 만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는 4개월에 걸친 에어프라이어를 로스팅 머신으로 탈바꿈 시키기위한 프로젝트를 끝맺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들 같아요.


성공적으로 끝마쳤다는게 너무 기쁘고 성취감에 행복합니다.



가능하면 흐름에 필요한 사진만 넣고 길이를 줄이고자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스크롤이 상당히 길어졌네요.


글에 다 담지못한 시행착오들이 있고, 17분에 달하는 마지막 시운전 풀 동영상이 있지만 과감히 편집했습니다.



에필로그.


채널에 불쑥 나타나서 질문을 남겼던 저에게 친절하게 답변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의 한 부분에는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책임감도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돌아와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혹여라도 언젠가 여러분이 커피라는 취미에 푹 빠지게 된다면 우리는 언젠가,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몰라요.


비록 짧았지만 채널에 계신 여러분의 호의를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