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호라이즌대회] 뽑았습니다, 휴먼.



[호라이즌대회] 뽑았습니다, 휴먼. (5)

― 이상적인 파츠







“카페에 새로운 변화를 줘야 하는데⋯⋯.”




가끔이지만 그때마다 메이드로만 내세우기엔 이젠 식상한 느낌이었다.

아마 손님들은 아닐 수도 있었지만, 나에겐 중대한 문제였다.


메이드 미소녀 알바생이라는 꿈을 이뤘으니, 더 원대한 꿈을 꿔도 되지 않은가?


⋯라는게 내 생각이다.



이참에 요즘 ‘래빗홀’이라는 게 유행하던데, 바니바니 테마 컨셉의 카페로 꾸며버려?


그러고 보니 요즘 GAPSUNG 센터 앞을 지나다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었다.

바로 ‘파츠 교체’가 가능하다는 것. 그것도 옥외 광고로 아주 크게 걸어놓고 있었다.


한번 호라이즌한테도 물어볼까?




“호라이즌. 혹시 새로운 파츠도 뽑을 수 있어?”


“⋯진공관 맙소사.”




식탁에서 윤활유를 마시던 호라이즌이 묘한 눈빛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물론 당연히 평소와 같은 무표정과 시니컬함이 느껴졌지만, 뭔가⋯ 뭔가 달랐다.


마치⋯




“⋯김카붕.”


“응?”


“휴먼도 그런 휴먼이었습니까?”




한심하다는 것처럼 보는 느낌⋯?

아, 아니. 한심하다기보단⋯




“뭐가 ‘그런 휴먼’이라는거야⋯?”


“역시 ‘그런 휴먼들’은 본인이 이상한지 모르더군요.”




‘너 그런애니?’


같은⋯ 그런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뭐가 이상한데⋯? 난 그냥 GAPSUNG에서 소체 교체가 가능하다는 옥외광고를 봐서 물어보는 거야.”


“제가 누누이 말했습니다, 김카붕.”


“설명서 얘기하는 거면 너무 두껍다니까⋯⋯.”


“⋯오늘부로 김카붕의 평가를 한심하다로 바꿔야겠습니다.”


“아니! 대체 왜!”




크아아악!

그냥 질문 하나 했는데 평가가 뒤집힐 정도라고?


인정할 수 없었다.

왜 그렇게까지 반응하는지 알아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대체 그 파츠 교체가 뭐길래 정색하고 평가를 바꿀 정도인 건데?”


“오⋯ 휴먼⋯⋯. 순진한 척해도 소용없습니다.”


“뭣⋯?”




바니걸 파츠를 생각한 게 그렇게도 불순할 일인가?!

아니, 애초에 무슨 파츠인지도 말한 적 없는데?!




“휴먼도 결국 이상성욕 휴먼이었습니까?”


“이, 이상성욕⋯?”


“안타깝게도 저는 파츠 교체가 아닌 소체를 바꿔야 하는 기종입니다만. 휴먼이 원한다면 고려는 해보겠습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난 그냥⋯!”


“뭘 원하십니까. 남성기 구현? 혹은 어린이용 소체?”


“⋯뭣?”




아니, 나는 그냥⋯

바니걸은 거유가 어울리니까 거유파츠가 있냐고 묻고 싶었을 뿐인데⋯

왜⋯ 그런 게 나오지?




“호라이즌⋯ 날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야⋯? 나 너무 슬퍼지려고 해⋯⋯.”


“오, 걱정하지 마십시오. 김카붕. 세부적인 취향까지도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


“그, 그만⋯”


“돌기형과 진동형, 하드 혹은 소프트 중에 고를 수 있죠.”


“크아아아아악!!!!!!! 그마아아아아안!!!!!!!!!!!!!!!!”


“어느정도의 나이대를 원하십니까. 좀 더 특이한 구조를 원한다면 드론 소체로 바꿀 수 있습니다. 만약 필요에 의해 더한 심연으로 내려가면――”




멈춰!!!!!!!!!!!!!!!!!






.

.

.

.








“그러니까 그저 카페에 바니걸을 입은 간판 소녀를 세우고 싶었다는 뜻입니까?”


“그래⋯ 이, 이 정도는 ‘그런 휴먼’ 아니잖아⋯! 앞으론 내 말 좀 끝까지 들어줘⋯⋯.”




점점 폭주하는 호라이즌의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방바닥에 드러누워서 그만하라고 온몸으로 발버둥 치는 것이었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호라이즌이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




“타당한 주장입니다. 그저 휴먼 여성의 커다란 유방을 모방할 수 없냐는 질문 정도는 ‘그런 휴먼’이 아니죠. 하지만 김카붕, 가진 것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르는군요.”


“그럴 리가⋯ 난 호라이즌의 있는 그대로도 좋은걸⋯”


“미쳤습니까, 김카붕? 그러면 왜 물어봤습니까. 제 앞에서 거짓말을 하겠다면, 머리가 날아갈 각오 정도는 하고 오시죠.”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라고! 호라이즌이 싫은 게 아니야! 나 억울해! 또 떼쓸 거야! 드러누울 거야!”


“휴먼들의 유아 퇴행은 이런 거군요.”


“크아아아아악!!!”




뭐 한 번 물어보기가 이렇게 힘든 일이야?!

호기심을 가져서는 안 되는 거냐고!!




“난 그저 호라이즌 래빗홀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에에에에!!!”


“래빗홀?”


“그래! 래빗홀! 한번 볼래?”


“원래대로 돌아왔군요, 김카붕. 유아 퇴행하는 휴먼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이라니 흥미가 갑니다.”




나는 당장 드러누운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미리 따봉을 찍어둔 래빗홀 영상을 켜서 보여주었다.





https://youtu.be/9sw3vKk8ekU?si=tLBtIkFpVIFRshkT











내 옆에서 같이 방바닥에 주저앉아 잠자코 영상을 보던 호라이즌은 영상이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지. 왜지. 왜? 별론가?

⋯라는 걱정과 동시에 호라이즌은 나를 내려다보면서 나지막이 의견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영상이나 가사를 미루어 보아, 꽤 선정적인 영상이군요. 김카붕의 취향은 잘 알았습니다.”


“아, 아니⋯ 그런 부분 말고, 요즘 바니걸 착장이⋯”


“휴먼도 제 말은 끝까지 들어주시죠. 일단 정상 성욕의 범주에 들어가니 휴먼을 오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 그, 그러면⋯!”


“하지만 영상 속 여성은 딱히 ‘거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굳이 소체를 바꿀 이유는 없어 보이는군요.”


“맞아, 맞아, 맞아, 맞아. 호라이즌 말이 옳아!”




이대로 호라이즌을 띄워주면!!!

나는 바니걸 복장을 한 쿨뷰티 미소녀를 볼 수 있다⋯!




“괜찮은 겁니까?”


“엉⋯?”


“‘거유’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까?”


“물론이지! 마, 말했잖아! 난 호라이즌의 있는 그대로가 좋다고 말이야.”




나는 황급히 일어나 호라이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왠지 냉각기에서 소음이 나는 느낌이었지만, 미소녀 바니걸을 보기 위한 투쟁을 멈출 이유는 되지 못했다.




“어때? 내가 또 GAPSUNG에서 출시한 신상 윤활유 사줄게.”


“그렇다면 좋습니다, 김카붕. 제가 스레드에 괜찮은 코스튬이 있는지 물어보죠.”


“크으읏⋯!”




우효오오오오옷!!!!!!!

감사합니다, 진공관님⋯!


하늘과 진공관께서 호라이즌을 낳아주셔서 행복에 겨운 이 미천한 살덩이는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

근데 스레드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