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카이노 신경해부학!

https://arca.live/b/biosystem000001/98946645?p=1

(튜토리얼 안 봐도 이번 글 충분히 이해는 가능

아마도...)


지난 내용을 대충 요약하자면,

중추(뇌나 척수)에서 특정 기관까지 연결되는

신경경로는 썩 깔끔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것


그 중 대표적 예시로

눈물의 분비에 주로 관련된

신경 경로를 예시로 들었는데,

뇌 > 눈물샘으로 가려면

그냥 뚝배기뼈 안에서

눈깔로 바로 이런 식으로 가면 될 것 같지만

(참고로 쟤들은 뇌신경 2~4번)


내가 처음 서울 가서 택시 탔을 때

만났던 아주 나쁜 택시 기사 아찌마냥

(참고로 실화다. 그 돈으로 잘 살아라 아주)

뇌신경 7 > 5-2 > 5-1번을 거쳐가며

(빨간화살표로 표시한 경로)

굳이굳이 빙 돌아간다


※ 눈물샘에 연결된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계통은 다루지 않음

※ 위 그림은 경로만 맞고 신경 간의 연결 관계가 조금 잘못 표시됨


대체 왜?라고 물어보신다면

나는 답해줄 수가 없다


왜냐면 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공부를 제대로 안한건지

문헌을 찾아봐도 그 당위성을 모르겠다

(이쯤되면 그냥 아무도 모르는거라 믿고 싶음)


그래서 이번에는

좀 아는 척 좀 하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를 가져왔다

반쪽짜리 우왕좌왕 설명이 되겠지만 안하는 것보단 낫겠지


미리 말하자면 이번 예시의 신경경로는

저번 예시보다도 한술 더 뜨는데,

공사구간 우회하는 것처럼

살짝 돌아가는 정도가 아니라


시골촌놈이 처음으로 자차 몰고 서울 갔다가

근처 한강 공원 주차장 가려고 했는데

잘못해서 한강대교 들어선 것 마냥

(참고로 실화다 2)

신경경로가 무슨 강을 한 번 건넜다가 돌아온다


여기서

참고로 강=모가지입니다


나처럼 목이 짧으면 손해볼 거 별로 없는데

얘는 좀 손해가 클 듯 싶음

아무튼 이번에도 가보자


모가지가 긴 짐승이 슬픈 이유

※ 이런 느낌으로 쓰인 글들이 대게 그렇듯이

과장과 각색이 다소 있을 수 있다


일단 이번 시간에 볼 신경경로는

눈물보다도 더 자주 나오는 목소리

연관이 깊은 경로이다.


일단 출발지는 연수의 의문핵이다.

"ㅅㅂ 이 새끼는 대체 어디 틀어박혀 있는거야???" 해서

이름이 의문핵이 되었다.


도착지는 역시

후두의 이런저런 근육들이 되시겠다

(후두근 연관 모든 신경이 이러한 경로를 타는 건 아닌데,

뭐 거의 비스무리하니까 걍 퉁치겠음)


이제 그 경로를 볼 차례인데,

뇌신경 10번, 미주신경을 타고 나와서

뚝배기 아래에 있는 목정맥구멍으로 나온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속목정맥과 같은 구멍을 공유하며,

이 구멍으로는 이웃인 뇌신경 9, 11번도 나온다)


이후 목 부위에서 목동맥/정맥과 함께

어깨 부근까지 내려오는데,

그러는 도중에 옆의 뇌신경 9, 11번과

여기저기서 교통하는 가지를 주고 받는다

(얘들의 상세한 연결관계는 나도 헷갈려서 잘 모름)


그런데 그러는 와중에 오류라도 일으킨 것인지,

마치 제때 경부고속도로를 빠져나가지 못한 초보운전자 마냥

저 멀리까지 갔다가 돌아오게 되는데...


구멍이 겁나게 많은 뚝배기뼈를

일단 빠져나오긴 했으니

지난 번의 사례처럼 뼈를 들락날락 하지는 않아서

컨텐츠가 좀 부족한 관계로

좀 다른 식으로 설명해볼까 함


어디까지 갔다오는지는

나중에 생각하고

이놈이 대체 왜

이렇게 먼 여행길을 떠나야했는지부터 알아보자


이야기는 아기가 만들어질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챈러들이 자주 생각하는 그 때는 아니고


배아나이로 따졌을 때 대강 약 한 달이 되는 시점,

크기로는 완두콩보다 좀 더 작고

팔다리보다 꼬리가 더 긴 시절부터

수 주에 걸쳐 일어나는 이야기임.


이쯤되면 배아에서 인두활이라는 부위가 생기는데,

(배아의 머리/목 부위를 댕겅 썰어둔 모습)

말 그대로 arch 모양이고,

인두 부위 뿐 아니라 얼굴/목 부위의 토대가 되는 부위임


여기에는 신경/근육 구조물도 포함되어 있어서,

어떤 인두활에서 생겨난 신경은

똑같은 인두활에서 생겨난 근육을 담당하게 되어있음


 그럼 우리가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미주신경은 어디서 생겨나느냐?

바로 4, 6번째 인두활에서 생겨난다

(당연히 후두 쪽 근육도 여기서 생김)


이 인두활에서도 역시 혈관이 생겨나는데,

어, 그럼 혹시 근육-신경처럼 혈관도

기원이 동일한 인두활에서 만들어질까?

얏호! 그럼 세트로 딱따라닥닥

외우기 쉽겠는데?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건 없다

대강 일치하기는 해서 참고 할 수는 있는데,

외우기 좋게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 느낌임.


문헌을 찾아봐도 학자들도 단언을 못하겠는지

~ 할 수도 있다, ~ 하는 듯 하다

식으로만 적어두는 경우도 많음.

(무엇보다 내가 ㅈㄴ 잘 모름. 그래서 반박시 님말이 맞는거임.)

실제로 신경에 비해서 혈관 경로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라는 것이

연구를 곤란하게 하는 점이자

그 자체가 연구주제가 되기도 한다.


그 학자들이 열심히 연구해서 결과를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인두활 쪽 혈관 이놈들은 만들어질 때부터

당최 이해할 수가 없는 방식으로 생겨남


이렇게 1~3번 인두활에서

혈관 생겼으니까 이놈들부터

좀 더 잘 써먹어 볼 것이지

한 열흘 지나고 보면 1~2번째를

어디서 엿바꿔먹어는지

뿅 날려먹어버림

※ 정확히는 일부 동맥을 형성하기는 하지만

다른 인두활의 혈관에 비해 그 기여도가 매우 미미함


그러면 이제 누가 그 짬처리를 하느냐?

누구긴 누구야 나머지 4,6번째 인두활이 해야지

윗놈들이 일을 안하니 당연히 아래가 더 구를 수 밖에

(이와 중에 또 5번 인두활은 애들이 단체로 직무유기함)


그 와중에 몇몇 애들이 덩달아 추노하면서

좌우대칭성마저 깨져서

이 상태를 기본 형태로 잡고

배치를 바꾸어 혈관계를 구성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위아래로 주욱- 늘어지는 형태로 배치가 바뀌는데

상세한 건 다 집어치우고

 그냥 6번째 인두활동맥만 보자면 이러함

좌측: 폐의 혈액순환을 bypass하는 지름길 역할을 하는 동맥관이 됨

(현재 호흡계가 기능하지 않으므로 생긴 구조인데,

응애~하고 호흡을 시작하면 수축해서 나중에는 흔적만 남음)

우측: 폐로 연결되는 부분을 제외하면 퇴화


이러는 와중에 신경도

이유 모를 기행을 벌이는데

뇌-후두근육을 연결하는 작업을 굳이굳이

6번째 인두활동맥의 아래에서 진행한다

즉 이 때부터 이미 신경이 혈관을 감싸돌기 시작한 것


그런데 앞에서 봤다시피

혈관은 온갖 똥꼬쇼를 하면서

배치가 상당히 달라지게 되는데

시작할 때 한 번 저렇게 연결해 놔버리면

신경/혈관 어느 한 쪽을 끊고 다시 연결하지 않는 이상

이 둘의 상대적 위치관계는 바뀔 수가 없음


이 환장의 콜라보의 결과가 바로

뇌에서 출발해서 대동맥활을 휘어감고

다시 후두로 돌아가는

되돌이후두신경 되시겠다


그나마 후두 신경이라서 그러지

다른 근육이었으면

기린 같은 동물에서는

유의미한 딜레이가 있지 않았을까 싶음


기린에게 위로의 마음을 보내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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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글을 읽어준 챈러들을 위해

깜짝 퀴즈를 준비했다


맨 마지막 사진은 일부러

왼쪽 신경만 보여주는 걸 가져옴.


과연 오른쪽 되돌이후두신경은 어디에서 유턴을 할까?


정답을 맞춘 사람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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