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vs 독재라는 떡밥이 돌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독재라는 틀 안에 서로 다른 것들을 같이 엮다보니 논의가 조금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함.

하지만 당장 현대의 중국의 일당통치와, 러시아의 헌법 내에서의 합법적 독재, 그리고 이란의 신정정치는 셋 다 속성이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장단점도 조금씩 다름.


예를 들어 푸틴은 비록 독재자지만 계속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고, 또 자기의 권력의 기반이 되는 실로비키나 자신의 지지의 기반인 대러시아의 통합이라는 테제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음. 또한 아무리 지지율을 조작한다고는 하지만 진짜로 지지율이 아무런 상관이 없는 중국이나 이란에 비해 푸틴은 러시아 국민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음.


반면 일당통치는 당권만 장악하면 모든 권력을 손에 쥘 수 있고, 중국 인민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조금 더 폭넓은 정책과 권한을 가질 수 있지만 역으로 아무리 자기가 압도적인 권력을 쥐더라도 당의 통치이념을 배제하고선 결코 정치를 할 수 없음. 물론 자신의 개인적 카리스마가 당의 권위를 뛰어넘고, 그래서 아예 자신의 사당으로 만들면 가능은 하겠지. 


이란의 신정정치 역시 종교적 권위라는 당이나 개인적 카리스마보다도 훨씬 강력한 권위를 지닌 권력을 지닐 수 있지만, 그렇기에 가장 운신의 폭이 좁음. 종교적 이념은 절대 바뀌지 않으니까.


그리고 대중선동을 통해 권력을 잡은 파시즘이라던가, 아니면 군부를 동원한 쿠데타는 또 이와는 성격이 완전 다름. 쿠데타는 군부를 장악하고 있어서 그 누구의 눈치도 볼 수 없지만 대신 국민의 교육 수준이 높고 폭력으로 권위를 유지하기에 무리가 있는 상태라면 오히려 거센 반발에 부딪치기 쉽상이고, 대중선동으로 권력을 잡은 파시즘은 일반적인 상황에선 등장할 수 없는 데다가 국가 시스템이 이를 잘 막는 경우 생각보다 그 권한이 부족하기 마련임.


이들은 다 같은 독재의 틀 안에서 묶이지만 실상 잘 뜯어보면 매우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음. 

그리고 정치라는 건 단순히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정통성을 지니고, 힘을 가진 다른 집단을 설득하냐의 문제이며, 그러한 면에서 민주주의는 독재와는 차원이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음.

종교적 권위, 당의 권위, 개언적 카리스마, 폭력, 혹은 대중 선동 등의 방식으로 정통성을 획득하는 것보단,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통성과 권위를 확보하는 게 훨씬 더 사회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