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여자친구가 안 생기는 게 고민입니다.”

 

 

“ 자네 지금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니네! ”

 

 

“ 네? 그게 무슨 말 이신 ㄱ ”

 

 

“ 빨리 지금 당장 은성 도서관 앞으로 가게! 거기 앞에서 우산 들고 서 있으면 여자친구가 생길걸세! 시간이 없네! 어서 가게! 돈은 필요 없네! ” 

 

 

나이가 20대 후반을 넘어 어느새 30살을 바라보고 있는 얀붕이. 얀붕이의 큰 고민이라면 이 나이가 먹도록 여자친구는 커녕 여자 손 한번 만져 본 적도 없었다. 

 

 

이 정도면 뭔가 씌인 게 아닐까 하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친구가 소개해준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갔는데 무당집에 들어가자마자 무당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서 빨리 도서관 앞으로 가라는 게 아닌가? 

 

 

영문을 알 수 없는 얀붕이 였지만 일단 무당이 시키는 대로 해보는 얀붕이였다.

최대한 빨리 가라고 해서 죽을 힘을 다해 도서관 앞으로 뛰어온 얀붕이는 일단 도착은 하긴 했는데 뭘 해야 될지 몰랐다.

 

 

“ 헉... 허억... 평소에 운동 좀 할 걸. 숨차 죽겠네. ”

 

 

“ 일단 도서관 앞에 도착하긴 했는데 뭘 해야 하지? ”

 

 

그 순간 구름 한 점 없던 마른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햇빛도 짱짱한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 갑자기 비가 오네. 우산도 없는데... ”

 

 

“ 아 맞다 우산! 무당이 우산 들고 도서관 앞에서 서 있으면 여자친구가 생긴다고 했었지? 도서관에서 나오는 사람 중에 우산이 없는 여자를 씌워주면 되나 보구나! ”

 

 

“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첫 만남인데? 낭만 있다! ”

 

 

얀붕이는 빨리 우산을 구하려고 주위를 둘러보았고 마침 도서관 건물 앞 도로 건너편에 슈퍼가 있는 게 보였다. 얀붕이는 다시 뛰어가서 슈퍼에 들어가 우산을 구매하고 나왔는데.

 

 

“ 이제 나도 모솔 탈출이다~ ”

 

 

신나서 우산 포장을 뜯고 우산을 펼쳐 보았으나 아니 우산 머리 부분이 분리되면서 발사가 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우산이 불량이었다.

 

 

“ 아니 이게 뭐야! 지금 한시가 급한데! ”

 

 

얀붕이는 다시 슈퍼 안으로 들어갔다.

 

 

“ 저기요 방금 여기서 우산 구매한 사람인데요. 우산이 불량인데요? 다른 걸로 바꿔주세요. ”

 

 

“ 손님, 혹시 손님이 고장 내놓고 그러시는 거 아닌가요? ”

 

 

“ 아니에요. 진짜 처음 딱 펼치니까 우산이 분리되던데요? 빨리 바꿔 주세요. ”

 

 

“ 죄송하지만 이미 포장도 뜯으셔서 교환 환불이 어려워요... 죄송해요. ”

 

 

“ 아니, 포장을 안 뜯으면 우산이 불량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

 

 

“ 그 우산은 검수 과정을 다 거치고 판매하는 거라 그럴 리가 없습니다. ”

 

 

“ 아니 애초에 우산이 불량이었다니까요? ”

 

 

“ 방금 말했지만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일부러 고장 내고 진상짓 하는 걸로 밖에 안 보입니다. ”

 

 

“ 아니 지금 사람을 뭐로 보고. 하.. 됐으니까 그럼 우산 하나 더 구매할 테니까 우산 하나 주세요. ”

 

 

“ 죄송하지만 그게 마지막 남은 우산이었습니다. 예보에도 없던 비가 와서 그런가 다 팔렸네요. ”

 

 

“ 아니 진짜 미치겠네! 나 지금 이럴 시간이 없다고! ”

 

 

“ 왜 반말이시죠 손님? ”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 진행되었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우산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대화가 이상한 쪽으로 빠지기 시작했고, 둘은 서로 언성을 높이며 의미 없는 논쟁을 벌이며 시간을 녹여갔다.

 

 

어느새 비가 그쳐 버렸다. 

 

 

“ 아니. 여기서 저딴 계집애랑 말싸움이나 하다가 결국 비가 그쳐 버렸네. 오늘이 진짜 마지막 기회였는데... ”

 

 

“ 뭐? 저딴 계집애? 당신 지금 말 다했어!? ”

 

 

“ 됐어요. 이제 다 필요 없어졌어요. 이젠 우산도 필요 없고요. 우산 환불도 이제 필요 없어요. 저는 더 큰 걸 잃었거든요. ”

 

 

“ 그건 또 무슨 말이야? ”

 

 

“ 어차피 우산이 있었어도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거였는데 시간만 낭비했네요. 잘 있어요 이제 갈게요. ”

 

 

얀붕이는 슈퍼에서 나왔다. 이제 모든 것이 다 끝나버린 기분이라 쓸쓸하게 집으로 걸어갈라는데. 

 

 

“ 잠시만! 잠시만요! ”

 

 

슈퍼에서 여직원이 나와서 얀붕이를 붙잡았다. 

 

 

“ 당신 설마 안 좋은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죠? ”

 

 

“ 네? ”

 

 

“ 진짜 지금 모습 굉장히 처량 한 거 아세요? ”

 

 

“ 지금 제 모습이요? ”

 

 

“ 네 마치 주인 잃은 강아지 같아요. 무슨 일인데 그러시는 거예요? 뭔가 큰 걸 잃어버렸다던데 저 때문인가요? ”

 

 

“ 뭐어... 따지고 보면 맞긴 한데...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

 

 

“ 들어와서 이야기 좀 풀어 봐요 재밌을거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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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엄마 아빠 첫 만남이야? ”

 

 

“ 그렇단다 우리 딸 엄마 아빠는 이렇게 만났어. ”

 

 

“ 우와! 진짜 재밌다!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어? ”

 

 

“ 당신 지금 뭔 얘기 해요? ”

 

 

“ 아.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해주고 있었어. ”

 

 

“ 또 그 이야기에요? 질리지도 않으세요? ”

 

 

“ 재밌는걸 어떻게해 말해도 안 믿는 사람도 있는 걸. 근데 여보 만약에 그때 그 우산이 불량이 아니라 정상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

 

 

“ 그럴 일은 없어요 여보. ”

 

 

“ ? ” 

 

 

“ 제가 일일이 하나하나 우산을 다 검수해보고 판다고 그랬죠? 그런데 어떻게 불량이 나왔을까요? ”

 

 

“ 그러게? ”

 

 

“ 누가 일부러 망가트리기는 게 아니면 불가능하죠. 그리고 비가 온 지 5분도 안 됐는데 쌓아둔 우산이 다 팔리는 게 가능할까요? ”

 

 

“ 당신 설마..? ” 

 

 

아무래도 그 무당이 이건 예측 못한 거 같다. 아니지 이걸 예측한 건가? 최근에 다시 그 무당집에 가봤으나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소문을 들어보니 그 무당은 사고로 죽었다던데 무당은 자기가 죽을 걸 예측 했을까? 역시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거 같다.

 

 

뭐 지금 나는 행복하니까 된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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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투쇼 듣다가 회로 돌아서 써옴. 쓰고나서 보니까 얀끼가 별로 없는 거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