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티 종합학원의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정의실현부의 부장이자, 트리니티의 최강자라 불리우는 켄자키 츠루기.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학생회라 할 수 있는 티파티의 세 일원중 한명이자, 티파티의 무력이라 자부되는 미소노 미카.


이 두명은 트리니티의 최강자라 여겨지는 막강함을 지녔지만, 둘의 성향은 다소 상반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겉도 속도 달랐어.


츠루기는 겉으로 보기에 무섭고, 미카는 겉으로 보기에 다정해 보였어.

츠루기는 타인과의 대화를 어려워 했고, 미카는 아이스브레이킹을 주로 하는 타입이었어.

츠루기의 광기는 주체할 수 없이 터지고, 미카의 광기는 속으로 뭉쳐지다가 폭발하는 거였어.

츠루기의 속내는 이성적이면서도 단단하고, 미카의 속내는 부드러우면서도 망가지기 쉬웠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반되는것이 있었다면...


츠루기는 선생님을 사랑하면서도, 폐가 될까 멈춰버려.

미카는 선생님에게 의존하고 싶어하면서도 밀려나버려.


둘 중 누가 나쁘다는건 아니야.


츠루기가 이성적이고 교양이 있어도 싸울때는 주체하지 못하고 미쳐날뛰는건 사실이고...

미카가 다정하고 공주님같은 발랄함이 있어도, 썩어가는 병든 마음의 사랑이 쌓이는건 마찬가지니까.

단지, 둘 다 자신의 사랑을 하고 있었을 뿐이야.


물론 그것으로 인해서 츠루기와 미카가 싸울일은 없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미카는 티피티고, 츠루기는 정의실현부니까, 그 상하관계가 존재하고, 그 전에 누구한쪽이 상대를 미워할 이유도 없었어.


그러니, 사소한 다툼이나 일어나면 그게 신기한 일일테고, 트리니티의 다른 학생들 모두 그리 생각하겠지.


단지, 사랑이라는것은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뭉그러 뜨려버린다는게 문제지만.


미카가 자신을 크게 밀어내버린 선생이, 그 직후 츠루기와는 참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어떨까.


그 순간에는 당연하다는듯 개입은 하지 않겠지.


단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거야.

"이상하네...어째서 선생님은 츠루기랑...?"

"나에게는 그렇게 철벽같았는데, 어째서 그런 밝은 표정으로?"

"내가 무언가를 잘못해버린건가?"

"역시, 선생님도 내심 나를 공주가 아닌 마녀로 생각한걸까?"

"나를 공주님이라 해줬으면서 왜 밀어내는거야?"

"마녀는 나쁘고 무서운 존재잖아...그러면 오히려 츠루기가 마녀잖아..?"

"이상하네? 나는 미움받는다 해도 선생님은 공주님이라 불러줬는데?"

"마녀의 곁에 선생님이 있을리 없잖아."

"...아하....알았다. 동화에 나왔던 그런 느낌이려나?"


"나쁜 마녀가, 공주님의 왕왕자님을 유혹해서 뺏어버린거구나."


보통이라면 설령 불안정한 미카라고 해도, 츠루기에게 그런 생각을 할리 없었겠지만, 선생이 벽을 치는게 느껴지고, 거기에 인지부조화가 벌어지고 만거지.


그 인지부조화도, 한순간의 생각정도로 끝나면 좋을것을, 그 마음속의 빈틈이, 정말 우연치 않게도, 아주 조금 흐드러지던 헤일로에, 일그러진 빈틈을, 애정이란 비틀림을 끼워버렸어.


공주님의 곁에는 왕자님이 있어야 해, 그러면 왕자님의 곁에 있는 저 여자는 왕자님을 홀린 마녀야.


트리니티의 음험한 따돌림은 여전히 이어지고, 미카의 마음을 문드러지게 했고, 그 문드러짐은 벽을 느꼈기에 으스러지며, 가시가 되어 증오를 낳았어.


그렇기에, 미카는 한순간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어.


마녀의 마법을 깨뜨리기 위해서 미카는, 차라리 분노에 몸을 맡겨 폭주했으면 좋았을것을, 츠루기가 홀로 있을때를 노렸어.


츠루기는 그런 미카의 마음을 상상조차 못한채, 정말 꿈만같던 선생님과의 시간을 회상하며 한창 부끄러워하고 있을뿐.


그렇기에, 평소같으면 귀신같이 알아챌 미카의 공격을, 츠루기는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밀려난채로 공격 당해버릴테고, 필시 크게 당황하겠지.


적습? 아니 자세히 보니 익숙한데...어라, 어째서 미소노 님이? 설마 나를 공격한게? 아니, 어째서?


"나의 왕자님을 뺏어간 마녀...어서, 그 마법을 풀어!!!"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어. 미카가 아무리 그래도, 저런 텅빈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며 냅다 공격하다니, 이걸 함부로 예상할 이가 있을까?


츠루기는 지극히 당황한 상태였어, 그 덕에 무기를 들거나 방어를 하는것 조차 늦어지고 말았어.


미카는 더 없이 이성을 잃은 상태였기에, 무기를 거칠게 든채 무자비하게 연사하며 츠루기를 바닥에 쳐박았어.


"어, 어째서 이런...?"

츠루기가 물었어.


"그야, 넌 마녀니까."

미카는 답했어.


그리고 츠루기의 몸이 바닥에 쳐박혔지.


"내가...마녀...? 갑자기 무슨 소리입니까...!? 난데없이 공격까지...해버리고는...마녀같은게...아니라구요...!"

츠루기는 부정했어.


"아니,너는 마녀야. 나의 선생님을 뺏어간 마녀."

미카는 긍정했어.


그리고 츠루기의 몸 여기저기에 탄흔이 새겨졌지.


"선생님을 빼앗아...? 그런 소리를 왜 하는 겁니까...!? 미카...당신은 대체 무슨...!!"

츠루기는 분노했어.


"아하핫, 꼴사납게 화내는 마녀년 주제에, 잘도 선생님을 홀리기는. 네 실체를 어서 보여주고 싶네~"

미카는 웃었어.


그리고 츠루기를 미카의 발이 짓밟았지.


"일...일단, 진정하고...뭔 소리인지는 몰라도...이런 짓을 하시면, 당신이 더 곤란해진다구요...!"

츠루기는 어떻게든 협상하고자 했어.


"싫어☆ 마녀따위의 말 듣기 싫으니까~!"

미카는 협상결렬을 선포했어.


이윽고 츠루기의 머리에 총구가 겨눠졌지.


츠루기는 점차 마음 깊숙히에서, 헤일로의 깊은 부분까지...서서히 느껴지는 우울함을 느꼈어.


어째서, 미카가 갑자기 자신을 노리며,  이리도 터무니없이 공격을 하나, 하고 말이야.


"아하핫☆ 공주님은 나라구! 그리고 왕자님은 공주님의 곁에, 있어아 하는데, 마녀년이 끼어들면 안되잖아~!"

미카는, 그럼에도 기뻐했어.


그리고, 탄환은 쏘아지며, 상대의 머리에 피가 흐르게 했어.


츠루기는 말을 주고받으며 몇번이고 쑤셔진 탄환들의 고통과, 저리도 강렬히 내려다보는 시선을 느끼며, 멍하니 찰나의 생각에 빠져버렸어.


이대로 얌전히 있는건 불가능해, 하지만 그저 미쳐날뛰기에는, 뭐랄까 미카가 한 말들이 떠올라버린거야.


"나를 보고 미카님이 마녀라 하고, 선생님은 왕자님이라 했는데, 자기는 공주님이라 했다."

"그리고, 공주님의 곁에는 왕자님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곁에 있었기에 내가 마녀라 했다."

"지금의 미카님은 제정신이 아니기에 어서 막아야 해."

"...그런데, 마녀라고? 내가?"

"난 선생님을 보고싶어도 마법따위를 쓴적은 없는데? 그저, 선생님이 먼저 오셨는데?"

"선생님이 왕자님이라면 마법조차 안쓴 추레한 마녀에게 다가올리는 없잖아."

"...어라? 오히려 마녀는.."

"자기가 선택받았다는걸 인정하지 못하고 미쳐날뛰는 귀찮은 여자를 말하는거 아냐?"

"왕자님이 공주님의 곁에 있어야 하면, 자연스레 왕자님이 다가온, 내가 공주님이 아닌걸까?"

"그런데, 미카...님은, 자기가, 공주,라고,하네?"


"자기가 마녀인 주제에, 멋대로 왕자님을 빼앗으려 하는거구나...?"


제아무리 광증을 가지고 있다해도 이성적인 판단으로 이어진 츠루기의 머릿속은 강렬한 고통으로 희미해지며, 타고난 광기와 스며들어가는 선생에 대한 사랑이 대신 채워나갔어.


아아, 그래, 왕자니 공주니 마녀니 굳이 강조하대는건,  공주님 앞에서 멋대로 저주를 퍼붓는 마녀 꼴이잖아.


그저 십대 후반의 불안정하고 풍부한 여자의 감정의 동요로 끝나야 할 망상과 광기와 사랑은 헤일로를 흐드러뜨렸어.


츠루기는 괴성조차 내뱉지도 않은채, 너무나도 조용하고 얌전한 표정으로 미카에게 반격하며 몸으로 밀쳐버리고, 일어나면서, 굽혀진 허리를 핀채...죽은 눈에 빛을 새겼어.


"...뭐야, 너.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네~?"

미카가, 묘하게 당황하며 물었어.


"이, 켄자키 츠루기. 이제서야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당신같은 마녀, 사랑하는 선생님께 존재 자체가 민폐에요."

츠루기는 완전히 정색하면서도, 텅빈 눈에 빛을 드러내며 대답하는, 츠루기의 평소와는 상반된 침착함을 보였어."


"나의 왕자님에 대해 멋대로 말하지마, 이 마녀..!!!!"


"당신이야말로...저의 사랑하는 선생님을 멋대로 대하지 마세요."


한쪽은 완전히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난폭한 목소리를,

한쪽은 더없이 침착한 표정을 드러내며 건조한 목소리를,

다만, 서로 무엇을 바라는지만은 공유하는 상태.


둘은, 여지없이 서로에게 달려들었어.


...뒤늦게, 선생이 둘의 싸움을 알고 달려왔을때는 어떤 관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거칠게 웃으면서 츠루기의 몸을 짓뭉게다가, 선생을 보며 피칠갑으로 달려들어 버리는 미카?

부숴진 미카를 감흥없이 바라보다가, 선생을 보자 더없이 교양있는 모습으로 인사하는 츠루기?


서로의 속내를 완전히 드러내는 싸움 끝에 선생이 뭘 보게 될것인가.


적어도, 사랑으로 하여금, 소녀들이 미치는건 당연하다는 교훈이 떠오를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