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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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수많은 책임감... 도망치고 싶지만, 도망칠 수 없는... 풍기위원회의 부장이라는 자리는 그런 것이다. 많은 이들이 다양한 시선을 보내온다. 게헨나의 영웅, 풍기위원회의 부장, 방해꾼, 그리고 '히나'.


"아직, 어쩌면... 아니."


물밀듯이 밀려오는 생각들을 털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소라사키 히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 계속해서 떠오르기 때문이다.


'선생님.'


소라사키 히나는 으레 그렇듯 아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외부에서 들어온 불량서클, 미식 연구회, 온천 개발부, 만마전의 사보타주 등등 처리하면서 말이다.


참모이자 선임행정관인 아마우 아코가 말했다. "히나 부장님."


"응?"


"잠시 이것 좀 봐주시길."


'샬레의 선생, 현 총학생회장 대행인 시라누이 카야와의 혼례 발표!'


"아코... 이건?"


"네, 오늘... 오늘 자 발표입니다."


"...영상은?"


"네?"


"영상."


"아, 네... 여기."


아코가 영상을 틀었다. 수십 개의 카메라가 불을 뿜듯이 강연대에 서 있는 샬레의 선생을 찍는다. 그의 옆에는 현 총학생회장 대행인 시라누이 카야가 서 있었다.


선생이 큼, 큼, 거리며 목을 가다듬고서 입을 열었다."전 키보토스 학생 여려분!"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오늘, 오늘 저 샬레의 선생과 현 총학생회장 대행 시라누이 카야는, 오늘부로ㅡ 결혼합니다!"


".......흐에?"


"저와 카야는 서로에 대한 유대를 새로이 다지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기로 하였습니다. 저희는, 서로에 어떤 은혜를 받고 또 빚을 지고 있는지 기억하며, 나아가 모두의 앞에 저의 변치 않는 사랑을 선언합니다!"


샬레의 선생이 옆을 돌아 카야를 마주 본다."카야, 너와의 결혼을 약속할게! 나와 결혼할지 말지는 너의 선택이야!"


입술을 최소한 오므리며 눈을 감는다.


"안돼..."


"...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또 사랑을 고백받은 그 나이대의 소녀와도 같이 홍조를 띄며, 시라누이 카야는 자신에게 주어진 달콤한 선택에 응했다.


"야... 야, 야 뭐해 찍어!"


신문부 학생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멈추어 있던 카메라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찍기 시작했다.


"선생님! 어떻게 된 건가요!" "선생님 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 "언제부터 두 분이!"


"부장님...?"


"아..."


"괜찮으신가요...?"


"응."


"제가 나중에 따로...!"


"아니, 됐어."


"..."


"...돌아가자, 오래 있고 싶지는 않아."


"네."



"..."


히나, 그 누구보다 강하며, 신뢰할 수 있는 생명의 은인이며, 또... 그 누구보다 마음이 여린, 부족한 어른이지만 그럼에도 그런 어른에게 기대어준 소중한 학생이다.


"잘... 있을까?"


히나와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메시지가 7일 전이다. 게헨나의 치안을, 실질적으로 게헨나 전체를 떠안은 히나는 평범한 학생과도 같이 마음 편하게 문자를 보내지도 못한다.


시간은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지금쯤, 히나는 홀로 철야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좋아, 보내보자."


[히나쨩~!」


위잉.


"...!"


[선생님?]


[아아, 다행이다. 잘있었어?]


[응. 선생님은?]


[나야 잘있었지~ 오늘도 철야인 거야?]


[응.]


[내가 방해한 건...]


[아니, 방해되지 않았어.]


[휴...]


[선생님.]


[응?]


[낮에 있었던... 총학생회장 대행과의 발표는 사실 인거야?]


"히나도 알고있구나..."


[음...]


[말해줘, 사실이야?]


[히나쨩 오늘 말이야.]


[선생님.]


[.....미안해 그 이야기는... 그러니까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말해줄게.]


[역시...]


[히나?]


[...그럼, 그때 이야기 해줘. 난, 선생님을 믿으니까.]


[물론이야. 음... 그럼, 몸조심해.]




히나에게서 메시지는 더 이상 오지않았다.


"하아... 아로나, 나 역시 미덥지 못한 어른 인걸까?"


"아뇨!"


"정말?"


"단지, 이번 일은 그렇지만... 선생님은 앞으로 더 나아가셔야해요!"


"...맞아,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어."


아로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서 밝은 미소를 지었다."그 자세에요 선생님!"


"하하... 조금 긴장이 풀리는 거 같아."


"다행이에요."


"응, 그리고 아로나, 만약 이번 일이 잘 끝난다면, 앞으로 모두 앞에서 다시는 이런 장난을 치지 않아야겠어."




'기회가 되면 다음에 말해줄게.'


기회, 그 기회는 언제 올지 소라사키 히나는 알지 못한다. 


"선생님을... 믿을게..."


마음 같았으면 이곳에서 벗어나 당장이라도 샬레의 지하로 가 이 두 눈으로 자신이 믿는, 좋아하는 선생님을 닮으리라.


"바보같아..."


하지만, 소라사키 히나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선생님과 한 약속과 더불어 자신이 위치한, 책임감이 뒤따르는,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자리는, 소라사키 히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을것이다. 


".......선생님..."












일섭 주연이자 최애... 뭐라고 주절이 말하고 싶지만 재밌게 봐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