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돼."


"아빠도 참! 말이 안통하네!"


그렇게 얀순이는 거실에서 나가버렸다.

결혼을 인정해달라고 얀순이 집까지 가서 아버님까지 만났지만 그는 무척이나 단호하게 거절했다.


마치 뚫지 못하는 창과 막지 못하는 방패의 대결.

그걸 옆에서 보고 있자니 가슴이 계속 먹먹해지는데 아예 얀순이가 나가버리니 난 어쩔줄을 몰랐다.

결국 나도 얀순이 따라서 나가려고 했는데 얀순이 아버님이 날 불러 세웠다.


"자넨 남아서 나랑 이야기 좀 하지."


그렇게 나는 엉거주춤하게 탁자 앞에 앉았다.

그 분이 보리차를 내게 따라주면서 말했다.


"얀순이 남자친구지? 이름은? 아, 말 좀 편하게 해도 될까?"


"네 괜찮습니다. 얀순이 남자친구인 얀붕입니다."


"얀붕이라... 이름도 비슷하네."


얀순이 아버님은 차를 연거푸 마시면서 말했다.


"후... 계속 이런 말 하는게 미안하지만, 결혼 하지마라."


"계속 왜 그러십니까?혹 제가 잡혀살까봐 그런겁니까?"


"아니. 잡혀살 것 같긴 하지만 그게 이유는 아니야."


"혹시 잡혀사신다던가?"


"아니, 난 지금이 무척 행복해. 얀순이나 애 엄마나 기가 좀 세긴 하지만 난 괜찮지."


"그럼 왭니까?"


"지금 결혼하면 고생할거야. 젊을 때 결혼하면 여러모로 힘들텐데."


"괜찮습니다. 결혼 '만' 하는겁니다. 이미 동거는 하고있고요."


"글쎄... 얀순이 걔는 자기 엄마를 닮았지."


그가 뭔가를 생각하듯 뜸을 들이고 말했다.


"자네 나이가 어떻게 되지?"


"21살 입니다."


"후우... 그럼 하지마라."


"결국 또..."


"하지마라. 난 39살이다."


그게 무슨상관이냐고 말하려고 했다.

잠깐.

아빠가 39살인데 딸이 21살이라고...?


내가 입을 오물거리며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아버님을 쳐다보자, 그가 슬픈 눈을 하며 말했다.


"하지마라. 내가 해봐서 안다."






얀순이는 이미 집에 와있었다.

나는 얀순이를 따라서 이불 안에 들어가 같이 뒹굴거렸다.


아버님이 한 얘기를 꺼내니 얀순이는 웃으며 말했다.


"아빠가 그랬다구? 아하하하!

아빠도 참. 걱정 하는 이유가 이해는 가지만 내가 엄마랑 똑같은줄 아네."


또 '엄마'가 나왔다.


"난 엄마처럼 극성이 아니니까 괜찮대두. 피임약도 먹을거고 너 정관수술도 시켜줄거고..."


'니가 그런데 엄마가 더 극성이라고...'라고 대꾸가 목구멍까지 나왔다.

그럼 분명히,

'아하, 우리 얀붕이 아직 제대로 극성인 맛을 못봤구나?'

또는 '너 우리 엄마한테 관심 가는거야...?'

라면서 밤새 쥐어짜일테니까.


그러고보니 컴퓨터에 뭔가 켜져있는데 설마 상근 모집 페이지는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