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봄이었다.

 

쌀쌀한 날씨의 그때 나는 지하이야기 라는 게임에 푹 빠져있었다.

 

항상 그 게임의 노래를 듣고, 팬들이 그린 만화를 봤다.

 

그러다가 내가 즐겨보던 스트리머가 코스프레 행사에서 지하이야기의 캐릭터를 코스프레 했다는 썰방송을 하는걸 보게되었다.

 

그때 나는 딱히 할 것도 없었고 중2시절의 미친 도전욕구가 끓어올라 ‘나도 코스프레를 해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상상이 결심이되고 행동으로 옮겨지는건 금방이었다.

 

캐릭터는 내가 좋아하던 지하이야기의 해골캐릭터.

 

문방구에서 하드보드지를 사고 포토샵으로 도면과 캐릭터의 얼굴을 그리고 프린트해서 가면을 만들었다.

 

다행히 캐릭터의 의상은 파란 패딩과 검은 반바지라 인터넷에서 금방 찾아서 주문했다.

 

행사는 1개월~2개월마다 있었고 코스프레 준비가 끝났을땐 다음 행사까지 2주가 남았었다.

 

2주동안 나는 기대로 가득차있었다.

 

그리고 기대했던 행사 당일이었다.

 

“같이 사진찍어주세요!”

 

“와 얀즈다!”

 

“오오! 진짜 게임에서 막 나온거같아요!”

 

살면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에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게임이었기에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게 행사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저..저기.. 저.. 저랑 같이 사진찍어 주세요..!”

 

그녀도 지하이야기의 캐릭터를 코스프레한 사람이었다.

 

갈색 단발머리, 초록색 스웨터, 붉은 눈, 장난감 식칼.

 

나랑 비슷한 또래로 보이던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네~ 얼마든지요~”

 

같이 사진을 찍기위해 그녀 옆에 붙었다.

 

“흐앗.. 그.. 그러면 찍을게요..”

 

찰칵-

 

“후아아.. 찌..찍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말했다.

 

“지..진짜 잘만드셨어요.. 저.. 저는 이번이 처음이라 잘 못해서.. ㅇ...인기도 별로 없고..”

 

“에이~ 저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리고 얀라 코스프레 엄청 잘하셨는걸요?”

 

“네에..? 지..진짜요?”

 

“네! 의상도 그렇고 식칼도 직접 만드신거죠? 심지어 컬러렌즈까지 준비하신거 보니까 꽤나 준비하신거 같은걸요? 엄청 아름다우세요~”

 

긴장이 풀린걸까, 떨리던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은 나아졌다.

 

“치..칭찬해 주셔서 감사해요! 아 그리고 사진찍은거 보내드릴게요! 번호좀 주실수 있으세요?”

 

“아 제 번호는요...”

 

.

.

.

.

.

.

.

.

 

“후아~ 재밌었다~”

 

침대에 누워 오늘 찍었던 사진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문자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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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늘 얀라 코스프레 했던 사람이에요!)

<집에 잘 돌아가셨어요?)

<오늘 같이 찍은 사진 얀위터에 올려도 될지 물어보려고 문자했어요~)

 (네~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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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위터라.. 나도 한번 해볼까?”

 

지금까지 SNS같은건 해본적 없었다.

 

그때 얀위터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그런일도 없었을텐데..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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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위터를 시작한지 며칠이 지났을 때. 

 

알림이 와서 확인을 해보니 지난번 행사에서 만났던 그녀가 나에게 글을 보냈다.

 

-얀위터 시작한거 알려주시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바로 팔로우 했을텐데~ 닉네임 얀붕 귀엽네요~

 

닉네임 얀순.. 프로필 사진은 나와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

 

나는 바로 그 글에 답장을 했다.

 

-앗 죄송해요 ㅎㅎ;; 깜빡했네요~ 그런데 제가 얀위터 시작한거 어떻게 아셨어요?

 

-그날 행사에서 만났던 분들이 말해주셨어요~

 

-ㅇㅎ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네요~ 그러면 앞으로 같이 잘 지네요~

 

그날 이후 나는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그녀는 내가쓰는 모든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내가 다른 여자에 관한 글을 쓰면 익명으로 싫어요가 잔뜩 눌러져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그녀가 모든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타입인가 싶었다.

 

싫어요 테러도 그냥 관종이 장난치는건가 싶었다.

 

그러나 곧 평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틈만나면 나에게 글을 보냈다.

 

-얀붕님~ 지금 뭐해요?

 

-얀붕님! 저랑 게임 같이하시지 않을레요?

 

-얀붕님? 지금 주무세요?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라기에는 너무 심했다.

 

그녀의 집착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얀붕님!! 얀붕님은 어떤캐릭터 좋아하세요? 다음행사때 그거 코스프레할레요!

 

-얀붕님~ 지금 학원가실 시간이죠? 힘내세요!

 

-얀붕님! 떡볶이 먹은곳 사진보니까 XX분식이죠? 저랑 가까운곳에 사시네요~

 

“대체 사진만 보고 위치는 어떻게 알아내는거지..?”

 

조금 무섭기는 해도 차단하거나 할 수는 없었다.

 

무언가.. 그녀를 내친다는게 마음에 걸린걸까.

 

그리고 어느세 다음 행사날이 다가왔다.

 

-얀붕님! 내일 행사 오실거죠? 만나서 같이가요! XO역에서 4호선 타고 가시죠? 거기서 만나요! 몇시에 만날까요?

 

ㄴ음.. 10시에 만날까요?

 

뭐지? 내가 무슨역에서 가는지 말한적이 있었나?

 

의문이 있긴 했지만 내가 기대했던 행사이기도 했고 혼자 가는것 보다는 같이 가는게 좋을거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그녀가 내 손을 잡고 골목길로 끌고갔다.

 

“우앗! 야..얀순님? 지금 뭐하는..”

 

“쉿.”

 

그녀가 내 입을 막으며 말했다.

 

“저.. 얀붕님을 처음 본 날부터 좋아했어요~ 봐요! 오늘도 얀붕님을 위해서 얀붕님이 좋아하시는 캐릭터 코스프레를 했어요! 저에게 아름답다고 해주셨잖아요! 저를 좋아한다는거죠? 그렇죠? 어서.. 좋아한다고 말해주세요~ 네?”

 

“.....네.. 좋...좋아해요..”

 

거짓말이었다.

 

그때가 되어서야 그녀가 정상이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지금까지 그녀가 나에게 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무서웠다. 내 앞에 있던건 내가 알던 그녀가 아니었다.

 

“... 거짓말.”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거짓말이지? 내가 좋다는거, 어째서? 왜 나한테 거짓말 하는거야? 왜 내가 싫은거야? 난 너를 이렇게 사랑하는데? 대체 왜 그런... 꺄악!”

 

나는 그녀를 밀치고 도망쳤다.

 

골목을 빠져나오자마자 지하철 역으로 달려갔다.

 

다행이 내가 도착하자마자 열차가 도착해서 바로 탑승했다.

 

문이 닫히자 그녀가 계단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러자 얀위터 알림이 왔다.

 

-왜 날 싫어하는거야? 왜 도망치는거야?

 

글을 읽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나는 바로 얀위터를 삭제하고 그녀의 연락처를 차단했다.

 

그날 이후 그녀를 만나는 일은 없었다.

 

행사에 가는일도 없었다.

 

다행이 얼마안가 우리집은 이사를 가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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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4년이 지난 오늘, 나는 오랜만에 얀위터에 들어가 보았다.

 

그러자 메시지창에 수많은 메시지가 있는 것이 보였다.

 

5월 13일

 

-얀붕? 왜 전화 안받아?

 

-왜 문자도 안보는거야?

 

-날 차단한건 아니잖아.

 

-왜 도망쳤어?

 

5월 14일

 

-내가 싫어?

 

-내가 문제인거야?

 

-너가 말만하면 내 문제를 고칠게 제발...

 

-내 어디가 문제인거야? 나의 뭐가 싫은거야?

 

-제발... 확인이라도 해줘...

 

5월 15일

 

-내 문제가 아니야..

 

-네가 문제인거야

 

-내가 싫증난거야? 이제 필요없어진거야?

 

-왜 날버렸어? 쓰레기새끼

 

5월 16일

 

-다음에 만나면 죽을줄알아

 

... 읽는동안 소름이 돋았다.


그 이후로도 계속 그녀는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6월 12일

 

-이번 행사에는 안왔네? 왜 안온거야?

 

-내가 진짜 죽일까봐 무서워서?

 

7월 27일

 

-제발...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답장을 보내줘... 제발...

 

9월 3일

 

-이번 행사에도 안왔어?

 

-내가 보기도 싫은거야?

 

-... 죽여버릴거야

 

10월 29일

 

-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

 

이후로는 계속 죽여버릴거야 라고 반복해서 매일 보낸 것 같다.

 

다시 얀위터를 끄려고 하는 순간, 어제 보낸 문자가 보였다.

 

-얀붕, 오늘 니가 어디사는지 드디어 알아냈어. 내일 만나러갈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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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작가 실화를 바탕으로 픽션을 추가하여 작성한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