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中-


소금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난 얀붕이.

아버지는 어부였으며 잔잔한 바다에서 몰아친 유래없는 폭풍에 휘말려 죽었고,

곡식을 재배할 수 없는 소금기 가득한  척박한 땅에서 어머니는

마나물약에 쓰이는 약초를 캐면서 얀붕이를 키웠으며, 

지금 뼛가루가 된 채 얀붕이가 들고있는 단지 속에 들어있다.

얀붕이는 뼛가루를 바다에 뿌렸다.

이 곳사람들은 모두 화장을 한다.

땅에 묻으면 염분때문에 느리게 부패하기 때문에 그만큼

신에 품에 느리게 가게된다는 것이다.

"바다의 신이시여, 저희 어머니가 순풍을 타고 행복한 곳으로 가게 해주십시오..."

얀붕이는 기도를 올리고 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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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얀붕!" 마을의 한 청년이 말을 건다.


"내 이름은 '얀센 부우디' 야...얀붕이라고 그만 불러..."


"알아. 새끼야,오늘따라 말대답이네, 엄마한테 혼나기라도 했냐?"


얀붕이는 주먹을 꽉지고 집으로 곧장 달려갔다.


"야, 새꺄 쟤 오늘 어머니 장례치른 거 모르냐? 이건 좀 심했다." 옆에 있던 소년이 질타를 한다.


"그랬냐? 몰랐네."


그리고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근데 난 쟤만 보면 뭔가 괴롭히고 싶어지더라."


"그건 나도 그래. 오늘 장례치룬날만 아니었다면 좀 괴롭혀주려 했었지."


"지랄하네. 할거면서"


"....그럼 이만 난 성년식에 입을 옷이나 사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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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은 나이가 차면 성년식을 치룬다.

마물투성이인 세상에서 살아나가기 위해선 신에게 의지해야만 한다.

성년식은 신에게 축복을 받는 거룩한 의식이며

몇 살이 되서 치루는 지는 지역마다 다르다.


얀붕이는 신전에 가서 성년식을 치뤘다.

얀붕이의 눈은 퉁퉁 부었으나, 그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얀센, 성년이 된 것을 축하한다."


"고맙습니다." 얀붕이는 성직자에게 말했다.


"분명 모험가가 되고 싶다고 했었지. 받거라."


얀붕이는 검과, 면으로 만든 갑옷을 건네받았다.


"앞으로의 여정에 여신님의 가호가 함께하길."


얀붕이는 신전을 떠나 집으로 향했고, 미리 준비한 짐을 챙겨 마을을 나섰다.

그러곤 해안가로 향했다.


바로 이 곳이 얀붕이의 아버지가 발견된 장소이다.

얀붕이는 해안가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거기엔 누군가 쓰러져 있었다.


"...어?" 놀란 얀붕이는 그 쪽으로 달려갔다.


쓰러져 있던 건 소녀, 얀붕이는 바로 소녀를 들고선 복부를 압박했다.

얀붕이가 압박하자 소녀의 코와 입에선 바닷물이 줄줄 흘러나왔고

그 양은 상당하였다.

그러나 미미하게 느껴지는 온기에 얀붕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소녀를 눕히곤 입에 입을 가져다대고 숨을 불어넣었다.


"후우! 후욱! 후우!" 계속해서 숨을 불어넣었지만 소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후욱!후욱!후욱!후욱!" 얀붕이는 점점 땀을 흘렸으며 눈에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후욱!후욱!..후..윽" 계속해서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은 탓일까, 얀붕이는 그대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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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후우...후우..."

입안이 따뜻함을 느낀 얀붕이는 정신을 차렸다.

가장 먼저보이는 건 입을 맞대는 소녀,

얀붕이가 눈을 뜬 것을 보자. 소녀는 얼굴을 들고 위에 올라탄채로 말한다.


"너가 날 구해주었구나?"


"어..응..." 얀붕이는 지금 상황이 매우 부끄러웠다.


"아차차, 미안 일으켜세워줄께." 얀붕이는 소녀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이것이 얀순이와 얀붕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아하~ 오늘부로 모험가가 된 거구나"


"맞아, 그런데 혹시 이 주변 마을 출신이니? 위험하니 내가 데려다 줄게."


"아니 괜찮아."


즉답에 얀붕이는 혹시 얀순이도 자기처럼 돌아갈 곳이 없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민감한 주제를 잘못 건든건 아닌지 걱정하였다. 그리고 살짝 떨었다.


"왜냐면, 너랑 같이 모험다니고 싶거든♥"


"모...ㅎ..?" 놀란 얀붕이는 말을 더듬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얀순이는

얀붕이를 안아서 두 번 놀라게 만들었다.


"잘.부.탁.해♥" 얀순이는 얀붕이의 심장이 빠르게 뜀을 느꼈다.


그리고 얀순이는 안은채로 고개를 살짝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까.불.지.마' 

얀순이는 소리없이 입술을 움직였다.


얀붕이는 순간 척추를 스치는 차가운 냉기에 오한을 느꼈다.


푹푹찌는 여름날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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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와 전에 썻던 것도 수능끝나고 마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