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꿈이다.

혼자 잠든 내 품 속에 마치 160cm쯤의 따듯한 사람.

그것도 정성들여 관리하는지 좋은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안긴 듯한.

그러나 이 애매한 상태에서, 내가 눈을 뜨면 이 꿈은 물러날 것이다.

완전히 물러나고 나면 나는 어떤 자세일까 궁금해진다.

그 전에, 이 감각을 만끽하고자 품 안의 사람을 꽉 껴안아본다.

물론 대답은 돌아오지 않-

"불편함다..."

?

"어... 어?"

"으음... 안냐심까..."

뭐지 이건.

왜 현실의 내 품 안에도 160cm의, 향기가 나는.

슴다체를 쓰는 여자아이가 있는 거지.

"나카마사 이치카... 모시러 왔슴다. 5개월, 흐아암... 예, 5개월동안 사라지시다니. 너무하심다."

"어, 그러니까-"

"일단 더 자고 생각하면 됨다. 정의실현부 친구들도 두 명 더 데려왔으니 말임다."

내가 껴안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쪽에서도 날 껴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더 강했다.

나카마사 이치카.

슴다체+실눈+인기인이라는 조합과 외모가 마음에 들었던 데다 스토리 또한 좋아 블루 아카이브를 할 때는 최애 캐릭터였다.

...아니, 너무 당연히 그 캐릭터 본인이라고 인식하는 건가?

하지만 이것이 잠결에 내린 잘못된 판단이 아님은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다.

뭘까, 대체.

...일단 자고 생각할까.

_____

"저기, 선생님. 이치카 선배. 일어나실 시간이에요!"

"으음... 벌써 그렇게 됐슴까..."

"으응...?"

아.

"좋은 아침임다."

"아, 응."

대충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결정을 했는지 전부 기억났다.

...근데 이제 뭐함?

당연하지만 일상생활을 이어나가야 한다.

휴식 중이기에, 오전에는 운동을 하러 가고 오후에는 조금이지만 공부도 해둔다.

여유시간이 많은 일상이니, 이 녀석들도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자, 얘들아."

"옙."

"네."

"옷 갈아입어야 되니까 내 방에서 나가주지 않을래?"

"알씀다."
"넷!"

학생들을 내보내고 옷을 갈아입는다.

어느 정도 사회인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서 방을 나서니 내 대형 쿠션에 세 명이 조금 좁게 모여 앉아있다.

이치카를 중심으로 양쪽에 붙은 모브 둘.

꽤나 귀여운 광경이다.

"내가 질문을 좀 해도 되겠니?"

"제가 설명드릴 수 있는 건 다 설명드렸슴다. 뭐든지 여쭤봐주십셔."

그렇다면 거리낄 것 없다.

Q1. 왜 왔니?
A1. 선생님을 키보토스로 모셔가려 왔슴다.

Q2. 선택권은?
A2. 있을 것 같슴까?

Q3. 언제까지 있을 거야?
A3. 원하는 만큼 놀다 갈검다. 어차피 며칠 걸리고요.

Q4. 여기서 지낼 거니?
A4. 공간 충분하잖슴까?

이치카도 뻔뻔하게 나오고, '선생'이라는 인물에 동화되기라도 한 듯 강하게 나가기도 힘들다.

그냥 천성이 이런 성격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이쯤에서 타협하는 게 최고의 엔딩이 아닐까.

"난 운동하러 다녀올 테니까, 적당히 뭐라도 하면서 기다려. 눈에 띄니까 막 나가지는 말고."

""네, 알겠습니다.""

모브들의 대답은 합을 맞춘 듯 정확했다.

반면, 이치카는.

"안 나오심까? 저 먼저 달리러 가버려도 좋은 검까?"

"내가 방금 나가지 말라고 안 했니?"

"눈에 띄지 말라고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검다. 것보다 누구 옷이길래 여자 옷을 가지고 계십니까?"

"키 작은 남자 거다."

"그렇슴까... 아무튼 가시죠. 집보기는 부탁함다?"

""네!""

어째 내 말보다 잘 반응하는 것 같다.

_____

"일단 나왔는데, 난 자전거 타러 나왔는데 넌 어떡하냐?"

"음."

"좋은 자전거는 아니겠지만, 공유 자전거라도 빌려다 줄까?"

"부탁드림다."

삑-

자전거 대여를 완료하고, 헬멧을 이치카에게 건넸다.

슬슬 운동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체로 남의 얼굴에 신경쓰는 모양새는 아닌지라 시선이 모이지는 않는다.

"생각보다는 별로인 것 같슴다."

"아무래도 그렇지."

...잠깐, 난 어떻게 멀쩡하게 소통하고 있는 거지?

오타쿠라고는 해도 일본어로 일상 회화가 될 리가 없지 않나?

"근데 너는 내 말을 어떻게 알아듣는 거야? 언어가 다를텐데."

"기적이란 그리 만만하지 않나보죠."

"그런가?"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출발하시죠, 어디까지 갈 검까?"

"일단 이 강변 길 끝까지. 끝까지 가면 주차장이 나오거든."

"알씀다."

자전거에 올라타고,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점점 속도가 빨라지면 기어를 올리고, 그에 따라 점점 힘이 든다.

오른쪽에는 강이, 왼쪽에는 잔디밭이 시야 끝자락을 스쳐지나간다.

"여유롭게 자전거 탈 일은 거의 없었는데, 이런 느낌임까. 뭔가 알겠슴다."

그리고 그런 감상을 깨며 이치카는 나를 추월했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자전거는 아니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고급 카본 자전거인데.

공유 서비스가 있다 뿐이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자전거로 나를 간단히 추월한다.

키보토스의 초인 여고생 중에서도 나름 전투에 자신있는 편이라는 걸까.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된 이상 조금 무리해서라도-

-끼익!

"뭐야,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 어떡해? 놀랐잖아."

"하지만, 이렇게 안 하면 선생님이 절 따라오실 수 있을 리 없잖슴까?"

"오, 같이 가주는 거야?"

"가까이 붙어있는 편이 좋지 않슴까? 뭐, 예전에 말씀드린 대로... 절찬리에 귀찮게 해드리는 중임다."

생각해보면 그런 대사가 있긴 했다.

호감을 표하는, 그런 대사였지.

"아, 다 왔슴다."

"그러네. 생각보다 빨리 왔어."

"...아, 어지럽슴다. 조금 지쳤을지도."

"뭐? 어디 벤치가... 아, 저쪽에 있다."

"으응, 걷기도 어렵슴다... 어쩌면 좋은 검까?"

자전거를 세우고는 내게 달라붙어온다.

"힘들면 그냥 업혀, 어차피 별로 안 기니까."

"감삼다."

내가 잔디밭에 앉기도 전에 이치카는 점프하며 내 등에 올라탔다.

나도 멀쩡한데 얘가 지치는 게 말이 되나?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간다.

"우왓, 괜히 뛰었나."

"뭐하는 거니."

"에헤..."

천천히, 이치카를 떨어뜨리는 일은 없도록 걸어간다.

"자, 앉아."

"후... 이제 좀 나아진 것 같슴다. 안 앉으심까?"

"아, 나는 자전거 걸어놓으러 가야 돼. 일단 세워만 놓고 자물쇠를... 어어?"

시발 도둑이다.

"야!!!"

온 힘을 다해 뛰었지만, 내가 그럼 그렇지.

한참 모자랐다.

갈 수 있는 길이 한정되어 있으니 잡으려면 잡을 수 있긴 할 테지만...

그래도 여기서 잡는 게 최선이다.

"거기 ㅅ-"

"제압하겠슴다."

어느새 내 앞으로 검은색 물체가 빠르게 멀어져간다.

이치카?

방금까지 지쳤다고 한 것 치고는,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달려간다.

퍽-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이치카가 달려가 도둑을 몸으로 들이받았다는 건 보였다.

아, 넘어진 수준이 아니라 거의 날아간 수준인데.

"괜찮아?"

어찌저찌 쫒아가서 경찰을 부르고, 이치카에게 다가갔다.

"아프다고 하지 않았어?"

"음, 그게... 서프라이즈~임다?"

"의문형에 의문형으로 대답하지 말아줘..."

"뭐, 거짓말이었슴다. 덕분에 업혀보기도 하고, 좋지 않슴까?"

"너 임마..."

"전 거짓말쟁이임다~ 아하하~"

머리에 꿀밤을 먹여주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두 명의 학생이 잠들어 있었다.

수납장에 둔 시리얼을 둘이서 먹고, 그대로 뻗은 모양이었다.

"뭐, 피곤할 만도 했겠죠. 그리 길게 잔 건 아니니까."

"일단 얘네가 먹은 건 내가 치울게. 아, 아침은 어떻게 할 거야?"

"아침식사임까, 으음..."

"그냥 같이 시리얼로 하자, 점심에는 뭐라도 배달을 시키는 게 좋겠네."

"알씀다, 그럼... 자, 자, 여기서 자면 안됨다?"

_____

"왼쪽은 아리아, 오른쪽은 아이. 그리고 저는 나카마사 이치카임다."

"응, 기억했어."

두 명의 학생은 자고 있고, 나는 컴퓨터 자격증 공부중이다.

...다만, 키보토스로 가게 되면 이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차라리 컴퓨터 쪽이니 할만하려나.

"계속 느끼는 거지만, 밀레니엄의 기술력이나 이런저런 오파츠가 없으니 이곳은 키보토스보다 조금이지만 발전이 덜 된 것 같슴다."

"밀레니엄이 대단한 거기도 하고, 여기는 오파츠도 수인도 없으니까. 어찌보면 조금 더 밋밋한 세상이지."

"대충 알겠슴다. 그런데, 따로 외출 일정은 없으심까?"

"딱히 없지만, 원한다면 나갈 수는 있어."

"아, 그런 건 아님다."

"그렇다면-"

딩동-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그런데 와야 할 택배나, 배달음식 같은 건 없을텐데?

"...나쁜 예감이 듬다, 제가 나가보겠슴다."

"아냐, 내가 갈게."

딩동-

딩동-

짜증나네.

벌컥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눈앞에 보인 건, 또다른 누군가의 헤일로.

퍽-

철컥- 철컥-

뭐하는 기계인지, 눈앞의 학생들은 순식간에 나를 구속했다.

"마코토 의장님께 모시겠습니다. 같이 키보토스로 돌아가시죠."

"어이, 거기 멈춤다."

"멋대로 차원을 넘은 참새 주제에, 어딜-"

탕-

"총은 안 쓰려고 했는데... 곤란함다."

"이, 이치카!?"

"죄송함다 선생님, 빨리 제압하고 어떻게든 하겠슴다."

"젠장, 지원요청해!"

우당탕탕!

그리고 이제서야 정의실현부 부원 두 명도 튀어나왔다.

"제압할까요?"

"기다림다, 선생님이 다치는 데다 총은 시선이 과하게 쏠림다."

탓-

"으읏, 그냥 튀어!"

"어딜!"

안타깝게도 나를 들고 도망치는 게헨나 선도부원들이 나를 차 트렁크에 밀어넣는 게 이치카의 제압보다 빨랐다.

_____


젠장.

멋대로 차원문을 넘어 선생님을 독차지하려 든 것이 너무 빨리 들통났다.

거기에, 차원문을 재사용하는 데 걸릴 거라 예측한 시간이 틀렸는지 더 빨리 왔다.

나의 선생님을, 버러지같은 박쥐새끼들이 감히.

"죽여버리겠어."

"선배님, 이 둘은 어떻게 할까요?"

"묶어서 선생님 집 화장실에 방치하면 됨다. 재갈 채우고, 한놈은 변기통에 대가리를- 아니, 됐슴다."

이러는 동안 선생님은 게헨나의 머저리에게 가까워진다.

그러면, 진짜 끝이다.

"놈들의 아지트는..."

우웅- 우웅-

어라.

이곳에서 내 폰으로 전화가 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발신번호표시제한]

"누구심까."

[킥킥킥, 멍청한 정의실현부. 선생은 내가 데리고 돌아가겠-]

"...뒤진다, 박쥐 새끼가."

[무, 뭣!?]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인근에서 공사라도 하는지 거슬리는 소리가 크다.

"보자... 아, 강변 주차장임까. 그 근처에서 공사중이던데."

[절대 그렇지 않다! 여긴 대형마트 인근 공터-]

"알씀다. 머리통 잘 닦고 기다리면 터뜨려주겠슴다."

확실히 다혈질이라거나 하는 기질은 인식하고 있는데.

그런 것 이상으로 이 상황을 참을 수가 없다.

"보자... 어디 이동수단이... 아, 저거다."

선생님의 자전거를 찾았다.

자물쇠를 뜯고, 올라탔다.

도둑맞을 뻔 한 것도 막아줬는데, 좀 거칠게 탄다고 뭐라고 하시진 않으시겠지.

여차하면 모아둔 돈으로 사드려야겠지만, 내가 키보토스로 모셔간다는 전제가 깔린 선택지다.

"저는 먼저 감다. 아, 탄 좀 주십쇼."

"아, 네!"

역시 데려오길 잘했다.

우우웅-

기어를 최대로 올리고, 온 힘을 다해 페달을 밟는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선생님 댁의 도어락을 따고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이 도시를 돌아다녔다.

다행히도, 대형마트 근처에 공터는 하나뿐이고, 그리 멀지 않았다.

"허억, 허억... 드디어 잡았-"

"발사!"

"우왓"

위험하다.

선생님의 자전거가.

바로 옆 건물의 벽 뒤로 숨어버리고, 저녁 하늘 아래 사람 하나 없는 골목을 바라본다.

이 정도면 아무래도 좋았다.

"아아, 이러면 츠루기 선배 코스프레밖에 안 됨다."

선배라면 지금 천천히 다가오는 녀석들의 총알을 맨몸으로 버티고, 그냥 개머리판으로 하나하나 으깨도 이기겠지만.

일단 그게 난 아니니까.

핑-

"호잇."

그러니까 터뜨렸다.

"아하하하! 우린 망했슴다-! 터뜨렸다고요! 이 평화롭고 밋밋하고 약한 세상에서 터뜨리고 말았슴다-!! 뉴스에 나올 수도 있고 잡혀가서 연구당할지도 모름다!? 도망칩시다! 빠알리-!"

츠루기 선배가 괴성을 지른다면, 나는 일장연설을 펼친다.

하스미 선배가 높은 적중률의 저격을 한다면, 나는 근거리에서 그냥 때려맞춘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개판이 난 공터 안에 나와 게헨나의 머저리만이 남아있었다.

그 온천에 미친 년 이후로 게헨나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또다른 요소를 마주할 줄은 몰랐는데.

"케흑... 마코토, 잠시만...!"

"시끄럽다 선생! 저 미친 자식... 빨리 키보토스로 돌아가야-"

저런 걸 봐버리면 어쩔 수 없다.

휘익-

깡!

"게흑."

"후우... 빡대가리라 그런가 더럽게 단단함다."

"아, 이치카. 구하러 와줬구나...! 그런데, 이렇게 돼서야..."

"빨리 튀어야지 뭘 어쩌겠슴까? 그리고 어차피 제대로 문을 넘어서 키보토스로 돌아가야 하는 건 우리 둘 뿐임다."

"응?"

체호프의 총이라는 용어가 있다.

어떤 글에서, 1장에 총이 나왔다면 2, 3장에서는 쏘아야 한다는 내용.

아무런 의미도 없는 요소를 넣지 말라는 얘기지만, 반대로 일단 있는 요소를 의심해볼 만한 가치가 있게 해준다.

내가 괜히 나를 거짓말쟁이라 칭한 것은 아니다.

"사실, 원래 선생님을 모시러 오는 건 하스미 선배였슴다. 하지만, 제가 멋대로 선생님께 찾아왔슴다."

이것이 내 거짓말.

"왜 그런 거야?"

순수한 의문.

아아, 저게 문제다.

이 큰일에 순수하게 의문을 표할 만큼이나 순수하고, 또 그저 올곧다.

천박하게 말하자면 조금 꼴려버렸다.

"그러니까, 음... 저희는 허가를 받은 적이 없고, 저 녀석들과 제가 데려온 두 명은 허가를 받았다- 라고 하면 되겠네요."

허가를 받은 경우는 키보토스에서 장치를 작동시키면 그냥 돌아오겠지만, 선생님과 나는 직접 포탈을 넘는 수 밖에 없다.

돌아가는 방법이 다르기에, 키보토스로 돌아가는 지점은 저들과 우리 두 명이 각각 다르다는 것.

"제가 처음 온 위치에서 돌아갈 수 있을 검다. 이쯤되면 걸어가도 되겠죠."

"알았어, 근데 경찰이나 사람이 몰릴 것 같은데."

"그러니까 빨리 튀어야 하지 않겠슴까. 자, 사양 말고 업히십쇼."

"어, 응?"

"에잇!"

이렇게 된 이상 공주님안기밖에는 방법이 없다.

"우와앗, 이치카!?"

"전속력으로 가겠슴다-!"

_____

얼마나 달렸을까.

늦은 시간, 아무도 없는 상가.

"어디보자, 여김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키보토스로 가는 거야?"

"간단함다. 기다려야겠죠."

"응?"

"약속한 타이밍이 있다 보니, 이 소동이 났다고 한들 문을 여는 시간을 그대로임다. 뭔가 잘못되었으니 수습하러 누군가 넘어올지도 모르겠지만 말임다."

"그러니... 아, 일단 저기 앉을까?"

상가 건물 안에서도 좁은 길.

그곳에 벤치와 아직 꺼지지 않은 형광등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선생님, 저는 거짓말을 했슴다."

"마코토에게 들었어. 내가 그렇게 보고싶었다니, 고마운걸."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은 검까, 멋대로 움직여서 사고나 쳐대다니."

"아니, 괜찮을 거야. 나도 널 도와줄게. 변변찮은 도움일지도 모르지만... 난 너희의 선생이니까.
뭐, 교사 자격은 어떤 방면으로도 없지만."

"그러면, 하나만 약속해주시면 안될...까요."

"응?"

"키보토스로 가더라도, 저를 가까이 해주세요. 정의실현부원일 때도, 그냥 멋대로 폭주하는 못난 학생일 때도. 저를-"

"이치카."

"네."

"너만을 편애할 수는 없지만, 네가 처음이라고는 말해줄 수 있어."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어, 이ㅊ- 으읍...!"

입술을 부딪히고, 혀를 넘긴다.

천천히, 그러나 잡아먹을 듯 깊게.

그것만으로도 죽을 만큼 행복하다.

선생님의 검은 눈에, 내 회색 눈이 비친다.

"하아... 꼭 약속 지켜주십쇼."

"으, 응..."

지직- 칙-

"이런, 때가 된 모양임다."

"키보토스로 가는 거야? 이런, 못 챙긴 게 많은데."

"뭐, 상관없슴다. 우리가 이해할 수는 없는 기적이 어떻게든 해주겠죠."

화악-

푸른 빛이 나를 덮치고, 눈을 감았다.

나를 반기는 것은 익숙한 하늘.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키보토스에 어서오십쇼, 당신의 마음 속 첫 번째, 나카마사 이치카가 안내하겠슴다."



딱히 궁금한 사람은 없겠지만
여기서 이 넘어오지 마요 시리즈는 끝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