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소설은 AI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삽화 또한 NAI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 문단의 오류를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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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오빠가 거길 왜 들어가?”

 

나는 그녀가 그렇게 말해주길 원했다. 하지만 내 여동생은 새하얀 병실 침대가 캔버스인 섬세한 그림처럼 고요했다.

 

그럼에도 내 숙고 끝에 다다른 그 판단에는 도저히 신뢰가 생기질 않아서, 나는 그녀에게 계속 물어봤다. 

 

“난 ‘검은 고래‘에 들어갈 거야, 하지만 그게 맞을까?” 


나는 간절하게 덧붙혔다. “거기선 사람도 막 죽인대… 나는 피도 못보는 걸. 하지만 네 병원비를 위해선……”

 

옆 침대에 누운 중년 남자의 짜증스러운 한숨이 내 말을 끊었다. 잠깐의 침묵으로 나는 곱게 눈을 감고 있는 그녀를 더 심원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난 아무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난 정말……”

 

눈물이 내 뺨을 적셨고, 아마 옆의 남자가 의도적으로 더 큰 한숨을 쉬었을지도 몰랐지만, 나는 들을 수 없었다.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널 위해서 나는, 그래. 널 위해서 난 그곳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거야.”

 

나는 그녀의 앞머리를 정성스럽게 옆으로 넘기고, 병실에서 나갔다. 복도에서 간호사와 마주쳤다. 

 

“만일 제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제 여동생은 어디에 묻힙니까?” 내가 물었다. 

 

“당신이 유일한 보호자이십니까?”

 

나는 매일 그 끔찍한 사실을 일러줘도 매일 잊는 간호사들에게 비통함을 느끼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럼 묘지에 묻힙니다.” 간호사는 고민 없이 말했다. “죽기 전에 병원비가 체납되면 길바닥이죠.”

 

내 결심이 더 확고해졌다. 

 

간호사가 떠나는 나를 붙잡았다. “당신도 검은 검을 쥐시는 겁니까?” 

 

나는 그렇다고 답했다. 

 

“아, 그래요.” 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 누구도 내가 다다른 그 끔찍한 현실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았다. 

 

나는 슬픈 발걸음으로 병원을 나섰고,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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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소는 폭력이 지배했다. 마약 수출, 장기 매매, 청부 살인 등의 무거운 범죄에 가담하는 수많은 범죄 조직이 도시 안에서 탄생과 멸망을 끊임없이 반복했고, 도시엔 시체와 피가 난무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곳을 떠났지만, 떠난 만큼 나와 여동생을 비롯해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그곳에서 세를 얻었다. 

 

나는 그 싼 집을 얻고 생활하면서도 선천적으로 허약한 몸 때문에 일을 구하지 못해 돈이 부족했고, 급기야 여동생은 일개 조직의 험악한 남성들에게 겁탈당하여 의식을 잃고 병실 침대에 몸져누워있었다. 

 

그런 나 같은 사람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검은 고래’에 가입하는 것뿐이었다. 

 

‘검은 고래’는 코쇼 안에 설립된 조직들 중에서도 으뜸가는 일류 조직이다. 

 

“술을 조심해야 해.” 쿄소의 크고 작은 조직을 다스리는 지배자들은 성경처럼 이 말을 주기적으로 연설했다. “혹여나 너희가 술에 취해 ‘검은 고래‘의 인간들과 시비가 붙는다면, 조직을 배반한 것으로 해석할 테니 말이다.”

 

놀라운 점은 ‘검은 고래’의 가입 조건은 전무하고, 모두에게 아주 높은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점이었다. 그야말로 인해전술이자 힘의 대물림이었으며, ‘검은 고래’가 일류로 성장하고 힘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뛰어난 수익률만큼 업무의 위험성이 매우 높았다. 길거리에 남아있는 시체들 중에선 유독 젊고 건장한 손이 검은 검을 쥐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 는 소문이 있다. 시체만 보면 창백한 얼굴로 도망가 버리곤 하는 내가 그게 사실인지 알 방도가 있겠나.

 

나는 그런 비참한 시체들 중 하나가 되는 상상을 뒤로 하고 ‘검은 고래’의 본사 건물로 향했다. 도시에 끼치는 영향력에 비해 허름하고 좁은 3층 건물이었다. 

 

그 건물이 내뱉고 빨아들이는 검은 검을 든 인간들은 모두 오만한 눈빛으로 나를 훑어봤다. 그 눈빛에 동정이란 없었다. 

 

나는 건물의 입구에 다다랐다. 험상궂게 생긴 조직원 두 명이 내 용무를 묻고, 신체를 검사했다. 

 

“깡말랐군. 피부는 부드럽고.” 한 명이 비웃음을 뱉어냈다. 사실이었다. “응? 그래가지고 되겠어?” 

 

나는 수치심을 감추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메인 홀의 프론트 데스크로 갔다. 데스크 뒤에 앉아있는 졸린 눈을 한 사내가 내 이름을 물었다. 

 

“덴고입니다.” 

 

그는 이미 수도 없이 반복한 듯 능수능란한 타이핑 실력으로 내 이름과 계좌 번호, 집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문서에 작성했고, 내게 검고 긴 검이 들어있는 검집을 제공했다. 

 

엥, 너무 간단한 거 아닌가.

 

“이렇게 쉽나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넌 이제 우리 조직원이야.” 그는 내 생각을 읊은 듯 하품하며 말했다. “이제 나가는 건 불가능하지… 넌 그런 결심을 하고 온 거겠지만.” 


아, 네, 하고 대답했다. 

 

“2인 1조로 활동하는 거 알고 있지?” 나는 당황하며 그에게 뭔가 말하려고 했다. 


“음, 음. 그래,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내 말이 삼켜졌다. 

 

“너랑 프로 한 명을 짝지어줄 거야. 그리고 너랑 프로랑 둘이, 일을 처리하면 돼. 넌 그 사람한테 일을 배우고, 그 사람은 널 보호할 의무가 있어.” 

 

“어떤 업무인지 알 수 있습니까?”

 

“원래는 잡무를 도맡았는데. 요즘은 살인 청부가 대부분이야. 선거철이라 그런가?” 


내 얼굴이 조금 창백해졌다. 


그는 그 졸린 눈으로 내 얼굴을 뻔히 쳐다보았고, 아무 말 없이 다시 컴퓨터에 집중했다. 

 

“네 파트너는⋯” 


그는 다시 하품하며 마우스를 딸깍거렸다. 

 

“⋯세상에. 너는⋯”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업계 최고와 함께 일하게 될 거야.” 내 얼굴은 완벽하게 창백해졌다. 


“모노리?” 뒤에서 일부 프로들이 그의 말을 듣고 존경 어린 감탄사로 수군거렸다.

 

존경심을 참을 수 없던 그 일부 프로들은 내게 다가와 모노리라는 사람의 위대한 업적들을 늘어놓았고, 그 격정적인 말들은 내가 그것들을 새겨들을 만큼 침착하지 않다는 사실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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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나는 사람이 과도한 긴장으로도 구토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 토사물이 흘러 내려가는 하수구를 보며 나도 그 깊은 구멍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고,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번의 구토 후에야 나는 파트너가 있다고 들은 장소로 향했다. 도시의 공동묘지였다. 이 더러운 도시에서 살아가는 수십 년의 시간 동안, 나는 공동묘지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시체가 매장된 공동묘지엔 개성 없는 묘비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파트너가 있는 곳을 특정할 수 없었다. 

 

한밤의 짙은 어둠이 그 돌들, 너무나 부당하고 어두운 사실들을 끌어안고 있는 돌들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나는 꽤 오랫동안 그곳을 돌아다니다가 한 묘비를 가만히 서서 응시하고 있는 여성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여자의 검고 긴 곱슬머리는 공동묘지의 잔잔한 바람에 맞춰 흔들리고 있었고, 온몸에 흉터가 있었지만 왼쪽 눈에 가장 큰 흉터가 있었다. 

 

그녀 주위를 둘러쌌던 무결한 침묵을 내 발소리가 깨뜨렸고, 나는 무심결에 죄송하다고 말할 뻔했다. 


그녀의 회색 눈은 고인의 이름만이 적힌 묘비에서 나로 옮겨졌다, 

 

“신참.” 어딘가를 긁는 듯한 매우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그녀의 시선엔 초점이 없어서 내 몸의 어디를 보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는데, 아마 내 허리춤에 멘 검이 아닐지 추측했다. 

 

“네.” 침을 꼴딱 삼키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재빨리 허리를 직각으로 숙였다.

 

“함께 일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모노리님. 제 이름은 덴고입니다. 소문은 들었습니다.”

 

“뭐라고 들었는데.” 질문이었음에도 거친 목소리의 음조는 일정했다. 

 

“당신이 이 업계 최고라는, 조직 내에서 당신을 당해낼 자가 없다는 소문입니다.” 수다스러웠던 프로의 말을 생각해 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직 내 허리는 굽혀져 있어 그녀가 뿌듯해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그래.”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도 알 수 없었다. 라이터가 열리는 딸깍 소리, 그리고 ‘후우’하는 숨소리와 함께 매캐한 담배 연기가 내 코를 침투했다. 

 

“규칙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나는 그녀의 말이 질문인지 아닌지 순간 헷갈렸다.

 

“2인 1조로 활동한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음.” 그녀가 다시 연기를 내뱉었다. “그거면 됐어. 이제 고개 들어.”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와 나는 눈이 마주쳤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공허한 회색빛이 나를 꿰뚫었다. 나는 얼어붙었다. 

 

“가까이 와.” 


나는 무감각하고 떨리기만 할 뿐인 다리를 힘겹게 끌어 그녀에게 다가갔다. 

 

내 머리끝이 그녀의 쇄골까지밖에 닿지 않도록 하는 그녀의 우월한 키, 그리고 검은색 캐미솔에 가려지지 않는 피부에 드러나는 얇지만 튼튼한 근육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에겐 ‘검은 고래’의 조직원들이 발산하던 오만함 같은 열정적인 공기보단, 아주 차갑고 서늘한 공기가 흘렀다. 그녀 옆에 있으면 내가 느끼기도 전에 내 몸이 베어져 있고, 나는 그것을 모르는 멍청한 인간 같았다.

 

“내가 왜 널 여기로 불렀을까.” 


내 뇌가 경직되어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게 내 전 신참이야.” 그녀가 시선을 다시 그녀 앞의 묘비로 옮겼다. 

 

“일주일도 안 돼서 임무 도중에 전기톱으로 몸이 반토막 났어. 정확히는 세 조각 났지, 오른팔이 먼저 잘렸거든.” 그 목소리엔 그 무엇도 담겨 있지 않았다. 

 

나는 그 공허함에 더 떨었고, 내 허리춤에 달린 칼집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잘 봐.” 그녀가 말했다. “이렇게 봐야 기억에 잘 남고,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돼.” 

 

나는 묘비를 바라보았다. 그 돌이 내게 필사적으로 전달하려는 어떤 메세지는 닳아 버렸는지 너무 희미했고, 그래서 난 슬퍼졌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이 돌 아래에 깔려 그런 메세지를 품고 있을 거란 사실이 괴로웠다.


깊고 오랜 침묵이 우릴 감쌌다. 

 

“난 네 오른팔이 먼저 잘리든, 목이 잘려서 즉사하든 피부가 뜯기며 고문당하든 상관하고 싶지 않아.” 그녀가 문득 말했다. 

 

그녀는 다음 말을 고민하며 담배를 빨아들이고 연기를 내뿜었다. 그 고민은 어떤 말을 할지가 아니라, 무슨 말을 했었는지 기억해 내는 과정인 것 같았다.

 

“앞으로 너와 함께 일하고 널 지켜주는 건 그런 의무를 조직으로부터 부여받았기 때문이야. 표면적인 것이지.” 

 

“네 목숨을 진정으로 구하고 싶다면 내게 매달려선 안 돼. 알겠니.” 

 

그녀의 단호한 말투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떨리는 목소리로 ‘네’라고 말하는 것뿐이었다. 

 

“가자.” 나는 뒤도 바라보지 않고 어딘가로 향하는 그녀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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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굽이진 골목길을 확고하면서도 재빠른 발걸음으로 나아갔고, 나는 그녀의 뒤를 바싹 뒤쫓아갔다. 

 

도시의 골목길은 매우 더러웠다. 각 하수구엔 하얀 벌레들이 들끓는 것처럼 담배꽁초들이 쌓여있었고, 벽에는 음란한 낙서들이 수두룩했다. 

 

나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설마 바로 임무를 진행하는 걸까⋯?

 

그녀는 얼마 걷지도 않고 갑자기 어떤 허름한 단층 식당 앞에서 멈춰 섰고, 주머니에서 작은 메모지를 꺼내어 한 인물의 특성이 적힌 리스트를 확인했다. 


"오늘은 하나 밖에 없어. 얼른 시작하자."

 

나는 그녀 뒤에 멈춰 섰고, 내 불길하고 끔찍한 상상이 현실임을 알게 되었다. 


내 몸은 걷잡을 수 없이 떨렸고, 내 가빠진 숨마저 떨리기 시작했다. 

 

“나와 상관이 있는 것을 얘기해주지.” 


그녀가 말하며 입에 있던 담배를 땅으로 떨구었다. 그리고 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입에 물었다. 

 

“내 명령에 복종해. 그리고 방해되는 행동은 하지 마.” 


그녀는 식당의 문을 거추장스럽다는 듯 세게 밀며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따라 들어갔다.

 

식당 안은 텅 비어있었고, 카운터 뒤 주방에서 여자의 고통 어린 신음이 들렸다. 


“여기에서 대기해.” 모노리는 나를 홀에 남겨두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소리의 근원으로 향했다. 문이 없는 주방이었지만 홀에서 주방 안을 들여다보기는 힘들었다. 

 

“씨발, 돈 어딨냐고!” 주방에서 중년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몰라, 모른다고!” 여자는 바닥에 깔려 신음했다. 


모노리가 주방에 들어섰다. 그래도 구타 소리는 계속되었다. 


“윽, 보고 있지만 말고 좀 도와줘, 씨발련아!” 누군가에게 구타당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생동감 넘치는 목소리였다. 

 

모노리는 태연하게 검을 검집에서 빼냈고, 날카로운 금속 소리가 주방에 울려 퍼지자 구타하는 소리가 멈췄다. 


“고래였어⋯?” 여자가 절망적으로 말했다. 

 

“북쪽에 있는 도박장에서 보낸 거야? 잠깐, 잠깐만! 곧 갚을 거야, 정말! 금방 구할 수 있-”

 

그녀의 검은 아래에 깔린 여자로 깔끔하고 짙은 호를 그렸다. 

 

나는 그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머리 위로 치솟은 칼끝에 여자의 강인한 생명력이 담긴 혈액과 숨 막히는 비명이 묻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남자가 주방 안에서 광적으로 도망치며 어딘가에 부딪히고, 쟁반 따위가 바닥에 떨어지며 쾅 소리를 냈다. 

 

나는 그제야 지금 잔혹하게 절단된 생명이 주방 바닥에 나뒹굴고 있고,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느낄 수 있었다. 

 

“씨발⋯ 씨발⋯” 그가 간헐적으로 중얼거렸고, 그 소리는 작아졌을 뿐만 아니라 내게서 멀어졌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덴고.” 너무 깊은 혼란에 빠져있던 탓에 그녀가 나를 두 번이나 부르게 할 뻔했다. 나는 한 박자 늦게 그녀의 말을 듣고 “네!”하고 자동적으로 소리쳤다. 

 

“여기로 와.” 그녀의 말은 내 심장을 움켜쥐었다. 

 

나는 그녀의 참격 이후로 시간이 정지된 듯한 현장에 발을 들였다. 


남자는 주방의 한구석에 빨려 들어가듯 몸을 말았고, 그의 떨리는 시선은 그녀의 피 묻은 검에 끈끈하게 달라붙었다. 그는 아마 내가 주방에 들어왔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었다. 

 

나는 그 시체를 바라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봐.” 모노리는 피 묻은 손으로 아주 부드럽게 내 턱을 잡았다. 순간 내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그리고 그녀는 내 턱을 천천히 돌려 그 시체를 마주하게 했다. 

 

나는 순간 토를 할 것 같았다. 사람은 잔혹한 것을 보고도 토를 한다. 


“잘 기억해.” 그녀는 내 창백한 뺨을 서늘한 부드러움으로 쓰다듬었고, 뺨에 피가 묻어 내 턱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내 몸의 떨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내 부드러운 뺨에 필요 이상으로 오랫동안 머물렀다. 

 

“귀엽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말은 목소리를 낸다기보단 하나의 숨소리와 같았고, 그녀는 그것이 실수였다는 듯이 서둘러 숨을 삼켰다. 

 

그러나 완전한 고요로 가득 찬 주방에서 나는 그녀의 그 숨소리를 포착할 수 있었다. 부드럽고, 편안한 속삭임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선 내 두려움을 심화시킬 뿐이었다.

 

그녀는 약간 서둘러 검을 검집에 넣었다. “다음엔 네가 직접 하는 거야, 덴고. 가자.” 이윽고 그녀는 몸을 휙 돌려 검은색 머리카락으로 그 검처럼 유려한 호를 그렸고, 주방에서 나갔다. 

 

내 다리는 한계에 도달해 축 늘어졌고,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끈적한 시선의 대상이 사라진 그는 이제 나와 눈을 마주쳤다. 주방은 그 상태로 시간이 멈췄다.

 

나는 그제야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나의 도덕, 그것은 지금 처참하게 부서지고 있었다.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아내가⋯⋯” 

 

나는 역겨움에 서둘러 자리를 떠났고, 홀에서 한 번 더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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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는 걸 보는 게 처음이야.” 그녀가 물었다.

 

우리는 다시 그 굽이진 골목길을 걸으며 그녀만 아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고, 나는 금방이라도 폭삭 가라앉을 것 같은 다리로 아주 힘겹게 그녀를 뒤쫓아가고 있었다.

 

“⋯네.” 내가 솔직하게 말했다. 

 

“음.”

 

그녀는 갑자기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순간 놀라서 얼어붙었고, 그녀의 시선은 밤하늘 어딘가에 중요한 것이 숨겨져 있다는 듯 내 위에서 흔들렸다. 

 

그녀의 입이 갑자기 살짝 열려 담배가 그녀의 입에 위태롭게 매달렸다.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는 그윽한 그녀의 입 속에서 어떤 말이 걸려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마침내 그녀의 눈동자는 밤하늘의 어느 곳에 고정되다가, 눈꺼풀로 부드럽게 감싸졌다.

 

하지만 마지막 하얀 기체를 내뿜은 그녀의 입은 다시 담배를 물었고,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비밀은 그대로 그 그윽한 곳으로 삼켜졌다. 

 

“…그래.” 그녀가 짧게 말했다. 

 

“오늘 임무는 끝이야. 바에 가자.” 

 

그녀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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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족한 글에 소중한 시간 내줘서 고마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