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순이는 그저 반에 한명씩은 있는 친구, 누구도 말 걸어주지 않는 그저 그런 학생이야.

전교에서까진 아니더라도, 반에서는 거의 없는사람 취급당했지.

얼굴은 이목구비가 화사하고 화장기도 적었는데 말이야.

왜 말을 걸어주지 않았을까?

뭐, 사랑은 어떤 방법으로든 표현 가능한거니까. 이건 문제될 게 없어.



어릴 적 아버지에게 받은 첫 선물이 작은 크레파스여서일까?

얀순이는 작은 꿈이 있었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아주 사소하지만 이루기 어려운 꿈.

하지만 얀순이는 알고 있었어.

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기란 무지하게 어렵다는거,

자신이 얻고 싶은 걸 아무리 쫒아도, 스토킹을 해도, 협박을 해도 가질 수 없는게 있다는 거.

그 이유를 또 하나의 사회인 학교에서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으니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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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은 전학생이 왔다. 짧게 자기소개 하고 조례 시작하자."

"어. 김얀붕이라고 합니다. 잘 지내봅시다."



반 여기저기에서 오오 하는 소리가 터져나왔어.

준수하게 생긴 얼굴에 좋은 목소리 때문이었지.



"어디보자, 얀붕이는 저기 얀순이 옆에 앉으면 되겠다."

"네, 알겠습니다."



여러 친구들은 아쉬워했어. 하필이면 저 애 옆이라니.

자기들이 얀순이의 옆자리를 비워놓은 장본인인 것도 모른 채 말이야.



"어... 안녕?"



얀붕이의 어색한 첫 인사말에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얀순이는 얼굴에 홍조를 띠울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창가 자리에서 햇빛에 비친 얀순이의 모습을 본 순간, '귀엽다'라고 생각한 얀붕이는 자신도 괜히 부끄러워 긁적대며 수업 준비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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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밖에 나가길 좋아하지 않는 얀붕이는 반에 음악을 듣는 얀순이와 단둘이 남게 되었어.

얀붕이는 조례 때의 어색했던 첫 만남은 잊어버리고 자연스럽게 얀순이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지.



"어, 네 이름이... 얀순이라고 했지?"

"어? 으...응."

"같은 얀자 돌림이네. 무슨 음악 듣는거야?"

"아... 이거 가온누리라는 밴드인데, 그냥 노래가... 끌려서 듣고 있는거야."

"그렇구나, 나도 한번 들어볼래."



얀순이는 이어폰을 빼려고 했지만, 오른쪽 귀가 허전한 느낌이 나며 자신과 가까이 붙어 있는 얀붕이를 보자 깜짝 놀랐지만, 

그걸 말로 표현하지는 않기로 마음먹었어.

그들이 같이 음악을 듣는 그 장면은 마치 소설 속 이야기처럼

풋풋한 학생들의 사랑을 말해주는 듯 했지.



"푸하... 노래 괜찮은데? 듣는 귀가 있네?"

"..."

"또 다른것도 들어보자."



그 둘은 뒤로 종이 칠 때 까지 딱 붙어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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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얀붕이에 대한 신뢰가 치솟은 얀순이는 다음날 처음부터 말을 걸며 얀붕이와 이야기를 했어.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니 뭐, 잘 풀렸지. 

지금까지 말했던 친구 중 가장 좋은 친구가 얀붕이였어.



그렇게 얀붕이의 마음을 알게 된 얀순이는 데이트 신청을 했어.



"저... 저기... 얀붕아."

"어? 왜 그래?"

"저... 오늘 만나 주면 안돼?"

"그게 무슨 소리야?"

"나랑... 데이트 한번만 해 줘!"



그녀 딴에는 자신있게 말한 것 같았지만, 막상 내뱉고 보니 얼굴이 점점 뜨거워진 얀순이는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어.



"..."

"왜? 싫은거야?"

"아니! 엄청 좋아! 언제쯤 나가면 돼?"



이번엔 반 모두가 들었을 만큼의, 기쁜 한숨을 내쉰 얀순이는 안도하며 만날 장소와 시간을 얀붕이에게 알려주었어.

반 친구와의 첫 데이트 약속은 얀순이에게 엄청난 행복을 안겨주고 있었지.

가짜 흉내내기 사랑이 아닌, 진짜 행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그 행복감? 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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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당일, 얀순이는 평범한 교복을 입고 왔고, 얀붕이는 평상복 차림이었어.

서로가 어떤지 잡담과 웃음을 주고받으며 길을 걸었지.



얀붕이가 갑자기 말했어.

"어! 저기 사격장이다! 나 저거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어!"

"그래? 한번 가보자."



팡!

공기총 소리가 가득한 사격장 안에는 인형들이 줄세워져 있었어.

인형 배의 과녁을 맞추면 맞춘 개수에 따라 상품이 있었지.



얀붕이는 심히 중2병스러운 말을 내뱉었어.

"사격 실력이 깨어나고 있는 것 같아."

"푸훗, 그게 무슨 소리야?"

"진짜야! 무시하지 말라니까!"

"그래, 실력 한번 보자."



팡!

첫번째는 인형을 맞추지도 못했어.


팡!

두번째도 마찬가지.


팡!

세번째는 과녁과 상관없는 인형의 머리를 맞추었어.


"엥. 왜 이렇게 안맞는거지?"



팡!

네번째, 드디어 과녁을 맞추었어.


팡!

다섯번째도 과녁을 맞추었지.



"푸하하! 마지막 두 발 봤어?"

"나름대로 잘 하네?"

"당연하지! 크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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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장의 상품인 중간 크기의 인형을 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둘은

놀이터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어.



얀붕이가 벤치에 앉으며 말을 내뱉었어.

"푸하! 오늘 재밌었다!"

"나도, 즐거웠어."

"휴... 이제 조금만 있으면 시험인데, 어쩔까?"

"공부해야지. 빡세게."



"아! 그런데 넌 꿈이 뭐야?"

"...나는... 화가, 그림 그리는게 꿈이야."

"오! 멋있네, 나는 아직 못정했는데."

"그런데, 아버지가 반대하셔서 그림 그리는 건 접기로 했어. 난 정말 하고 싶은데."

"...꿈을 왜 접어? 펼쳐! 답답한 녀석아, 우리 할아버지는 꿈, 희망, 그리고 인생은 접는게 아니라 활짝 펼치는 거랬어."



"..."

"하지만, 소망을 기원하는 종이학은 마음껏 접어도 좋다 그러셨지."

"얀붕아..."



얀붕이의 진심어린 충고에, 얀순이는 지금까지 느꼈던 감정이 모두

얀붕이를 향한 사랑임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그 사랑은 얀순이 안에서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지.



"...아이스크림 다 먹었다. 너도 다 먹었으면, 어,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야."

"..."

"아쉽다. 다음에 또 만나서 데이트 하...흐읍?"



나름대로 다음 데이트에 관한 복선을 깔아두려 했던 얀붕이는 얀순이의 키스에 깜짝 놀랐어.

그 키스를 하며 얀붕이는 얀순이의 마음을 모두 알 수 있었어.

나를 이렇게나 좋아해주는구나.



"으읍... 하아..."

"..."

"..."

'나... 갈게. 재밌었어."



end.

















"야, 너는 박얀순 전남친이라는 놈이, 얀붕인가 뭐라하는 애한테 뭐라 얘기 안해줄거야?"


"몰라 씨발, 나처럼 홀라당 넘어갔겠지. 화장기 없고 이쁘잖아."


"아니 그래도 좀만 멀어지면 뭐라 그러고, 매일 스토킹한다며, 거기다 헤어지자고 하니까 협박까지. 말이 안되는거지. 씨발.

그런거 다 참고 확실하게 선 그은 니가 진짜 보살 아니냐?"


"걔 일은 걔가 알아서 하겠지, 안 그래? 이제 그 년 얘기는 꺼내지 마."


"...그건 그렇네. 알았다."




















열린결말 원하는 얀챈친구들이 있어 써봤다. 

씨발 리젠율 존나적을때 써서 추천 올라갈지도 모르겠고.

걍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