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특징적인 언행이 조금 도를 넘었을 때, 버릇을 고칠 셈으로 선생이 억지로 화를 낸다면?






1. 하야세 유우카




늘 그렇듯이, 하야세 유우카는 선생을 갈구고 있었다.




학생이 선생을 갈군다는 표현이 맞는가 싶지만, 선생의 철없는 소비와 그를 지적하는 행위.




그것이 최근에 와서는 정말 심해졌기에 충분히 가능한 표현이었다.




“선생님, 어떻게 보면 카보토스가 선생님의 손에 달렸는데. 그런 식은-”




한 시간째였다.




물론 큰돈을 주고 [CSM 카이텐 레이즈 라이저]를 구매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생이 참을 수 없던 것은, 이번엔 꽤 긴 시간 모아놓은 취미용 저금으로 산 것이 맞기 때문이었다.




“그만.”




“네? 지금, 선생님이-”




“하야세 유우카.”




두근-




두 가지 의미로, 하야세 유우카의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심했나? 화나신 건가? 어떻게 하면 좋은 거지?’


‘저런 저음은 처음 듣는 것 같은데, 아. 녹음이라도 했어야…’




“이전까지는 내게도 소비를 억제하지 못한 잘못이 있어, 그로 인해 내게 문제가 생긴다면 분명히 키보토스와 너희들에게도 악영향이 가겠지.”




그런데.




선생은 그렇게 덧붙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넌 그런 걸 걱정하는 게 아니잖아? 우월감? 도덕적 행위를 했다는 자기만족? 내가 이 키보토스를 움직인다는 과대망상? 뭐야, 대체.”




너무한 소리라는 건 알고 있었다.




실제로, 유우카는 다양한 감정이 휘몰아치기 앞서 절망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온 말로 인해 계속 미움받아온 것이라는 생각에 휩싸인다면 누구라도 그리될 것이다,




“오늘의 나는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어, 이제까지의 네 조언은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니까… 응, 더 듣지 않았으면 해. 너의 도움에 기댈 수 없게 된다 해도 말이지. 하야세 양.”




아니.




유우카는 부정했다.




절망을 벗어던지고 분노를 일으켰다.




그야, 이 모든 게 진심이었다 한들 선생은 자신의 도움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것이 선생이 서류처리 로봇 같은 걸 이용하지 못하는 십수가지 이유 중 첫째였으니까.




“만족하셨나요? 그렇게, 심한 말 같은 걸, 해대서…”




그러나 흘러나오는 눈물은 참을 수 없었다.




“만족했달까, 응. 그렇네.”




선생을 손을 뻗어 그 눈물을 닦아주었다.




어울리지 않게 화를 낸 터라, 심적 소모가 너무 컸다.




“이번엔, 넘어가 드릴, 테니까요…”




“미안해, 유우카.”




자신의 손을 잡아오는 유우카를 바라보며 선생이 지은 미소는, 곧 깨졌다.




유우카의 힘에 이끌려, 자신의 손이 유우카의 볼로 향하고 있었기에.




“유우카?”




“감히, 제 도움이 필요없다는 말이 나오게 하는 자신감의 근원은 이 손이겠죠?”




“어어? 유우카! 멈ㅊ-”




쪼옥- 쪼옥-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듯, 선생의 손가락을 음미하던 유우카는.




콰직, 하고. 선생의 약지를 짓씹었다.




”우와아아아악!!!“




”이 자국을 보고, 선생님들 돕는 건 저뿐이라는 걸 떠올려주셨으면 하네요.“




”자국이 아닌 것 같은데! 세리나아아아!!“




”흥.“




그렇게 유우카는 유유히 떠나갔다.








2. 쿠로다테 하루나.




“하루나.”




“네.”




“이러지 말라고 한 지 얼마나 지났지?”




“이틀 내지 사흘, 아니 나흘이려나요.“




”으음, 대충 맞네.”




“후후, 기억해주시는-”




“기억할 수 밖에. 뭘 먹으려고만 하면 네 제멋대로인 언행이 떠올라서 굶을 수 밖에는 없는 나날이거든.“




”선, 생님?“




최근, 다섯 번 정도 있었던 일이니 거짓말은 아니다.




다른 상황이 겹쳐온 것도 있지만, 지금 말할 이유는 없다.




“그런 상태에서, 사고 수습을 위해 일한 선도부 친구들을 떠올리면 정말 슬프더라. 하루나, 나 또한 미식의 추구에 있어 동지라던 그 말은 거짓이었어?”




선생은 알고 있다.




오히려 그녀의 감정은 애정에 가까워, 어찌하지 못할 수준임을.




“아니, 선생님, 잠시만 제 이야기를-”




멋대로 움직이는 꼬리는 혼란스러운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일까.




“하루나. 너의 이야기는 질릴 만큼 들었어.”




선생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선생은 응접용 소파에서 일어나 자신의 책상으로 향했기에.




”네, 미식에는 분위기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죠. 그것에 있어, 이 대화는 마치 하나의 가르침을 받은 것과 같은 감동이네요.“




”뭐?“




”선생님, 솔직히 말해서 익숙하시잖아요. 억지로 화내셔도, 티는 다 나고 있답니다?“




꼬리는 더욱 거세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을 재롱잔치하는 아이를 보듯 즐긴 모양이었다고.




선생은 그리 생각하며 일어섰다.




그리고는 다시 응접용 소파에 앉아, 하루나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래, 인정해. 이번엔 조금 화를 내서라도 널 혼내려고 했어, 하지만…“




”선생님, 저는 느껴져요. 이렇게 혼을 내고 있지만, 결국 선생님도 저의 행적에 찬성을 보내는 마음이 있었기에 제가 여기 있다는 것을. 그런 사람이기에 다만 당신을 사랑하는 것을.“




”…어?“




키보토스 역사상 가장 멍청한 표정을 지은 선생이 되묻자, 하루나는 부드럽게 두 소파 사이의 테이블을 타 남고 선생의 무릎에 안착했다.




그 ‘자애의 괴도’와 겨루어도 손색없을 움직임에, 선생은 속수무책으로 그녀가 자기 무릎에 앉는 것을 지켜보았다.




”어차피 앞선 혼란스런 대화를 보면 알듯이… 우린 서로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잖아요?“




그러니.




선생이 이상을 눈치챘을 때, 하루나의 꼬리는 이미 선생의 목을 휘감을 듯 가까워져 있었다.




”저는 저대로 표현해들게요.“




꼬리는 선생의 목을 끌어당겼고, 하루나는 끌어당겨진 얼굴에 입을 몇번이고 맞추었다.




”미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