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이의 표정에서 고통이 드러났다

그의 얼굴은 술잔에 비친 불빛 아래에서 고요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얀붕이의 눈은 빈 허공을 응시하며,

입술은 억지로 지은 미소를 잃은 지 오래였다

 

-이 상황이 너무 힘들어

 

취기가 어느 정도 오른 얀붕이는 술잔을 흔들며 힘겹게 말했다

 

-무슨 상황?

 

내가 되물었다

 

-어느 회사 건물 앞에서 어느 여성이 넘어진 걸 도와줬어

손수건도 건네주며 응원의 말 한 마디를 해주었는데..

 

얀붕이의 말에 나는 술잔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다음 날부터 계속해서 같은 시간에 날 기다리고 있더라고

내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그 자리에서...

하지만 그건 너무 과하잖아

 

-어찌됐든

 

마주보던 술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만약 너무 곤란하면 휴학하고,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말고 나한테 와

 

내 자취방에 숨어 있어도 돼

 

얀붕이는 나의 말에 잠시 눈을 감았다

그의 얼굴에는 고마움과 안도가 동시에 떠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문이 확 열리며 얀붕이가 내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그의 눈망울은 불안감으로 그렁그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얀붕이의 입술은 살짝 떨리고,

숨소리는 가쁘게 흐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상태를 보고 놀랐으나,

빠르게 얀붕이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옆에 앉아

담배를 꼬나물고

 

얀붕이가 진정할 수 있도록 차분히 기다렸다

 

얀붕이는 물을 마시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나는 그의 말을 기다리며 담배를 빨았다

 

담배 연기는 천천히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얀붕이는 조금씩 차분해지고,

숨소리도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얀붕이가 준비되었을 때,

나는 그에게 물었다

 

-이제 말해봐, 얀붕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의 목소리는 담배 연기 속에서 가볍게 퍼져나갔다

 

얀붕이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어제까지는 차분했던 얀진이가 

갑자기 얀붕이에게 고백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얀붕이의 대답은...?

 

- - - - - - - - -

 

 

-난 당신을 잘 모르고 아직 사랑하는 감정이 없는 상태에서,

당신과 사귀면 당신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요

 

그러니 정말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마음은 기쁘게 받을게요, 고마워요!

 

-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이야거짓말거짓말....

 

그녀는 그렇게 한참을 중얼거리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보였다

 

-아! 그러면 이제 제 신상을 아시면 문제가 해결되는 거죠?!

저도 이제 앞으로 당신의 신상을 모두 파악할게요!

그 문제만 해결되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니까요!!!


저는 얀진이고요!....@!#$%#@%@!!###!!!

 

그렇게 한참을 자기 신상을 말하는 것을 보고 

난 본능적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도망가려는 내 팔목을 강하게 붙잡은 얀진이는 

나한테 달려들어 키스를 하려고 들었다

 

온 힘을 다하고 나서야 겨우 뿌리치고 도망칠 수 있었다

 

- - - - - -

 

-그녀가 너에게 고백했어?

 

나는 놀란 표정으로, 그러나 작게 히죽거리며 얀붕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너를 향해 달려들어 키스를 하려고 했다고?

이건 좀 심하다

 

나는 담배를 빨면서 얀붕이의 말을 되새겼다

 

얀진이의 행동은 분명히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녀의 고백과 행동은 얀붕이에게 큰 충격을 줬을 것이다

 

-그래서 너는 얀진이라는 여자를 뿌리치고 여기로 왔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를 거절한 것도 잘한 일이야

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니까

 

나는 얀붕이의 손을 꽉 붙잡고 말했다

 

-잘했어, 네가 한 모든 행동과 판단은 옳았어

그 여자를 거절한 것은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으니까

 

얀붕이는 우물거리며 물었다

 

-난.. 난 이제 어떻게 하지?

 

얀붕이의 물음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의 상황을 고려하면, 몇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안전하고 현명한 선택은 휴학하고,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는 것이었다

 

-휴학을 하고, 일단은 여기서 지내

 

나는 서랍에서 미리 준비해둔 

휴대폰을 꺼내 얀붕이에게 주었다

 

-이 휴대폰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번호야

 

그리고, 그 여자가 네 신상을 모두 알아낸다고 했으니,

이미 연락처와 거주지는 모두 알아차린 상태일 거야

 

그러니 얀붕이, 네 안전을 위해서라도

아무에게도 여기 있는 알리지 말아

 

나는 얀붕이에게 또 다른 조언을 덧붙였다

 

-내 목소리를 흉내 내는 누군가가 있을 수 있으니,

내 목소리가 들려도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마


그리고 누가 문을 두드려도 마찬가지야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는 것이 최선이야

 

얀붕이는 나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고민과 두려움이 교차하고 있었지만,

결국 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나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했다

 

얀붕이는 눈 앞의 큰 일이 지나서인지 곧 잠이 들었다

그의 숨소리는 바다처럼 깊고, 잔잔한 파도소리처럼 들렸다

 

나는 그런 얀붕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의 목덜미에 코를 묻고 냄새를 맡았다

얀붕이의 향기는 아주 따뜻하고, 아주 포근했다

 

그 향기는 나에게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 - - - - - 

 

나는 고아에, 눈매가 날카롭고 까칠한 성격 때문에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얀붕이만은 아무리 밀어내도

나에게 편견 없이 먼저 다가와줬다

 

그런 다정함이 나를 구원해줬고,

얀붕이 외에는 아무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아무에게도 함부로 넘겨줄 수는 없었다

얀붕이의 곁에 있어주고, 지켜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얀붕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주기로 결심했다

 

나는 얀붕이를 향한 감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얀붕이의 어깨를 꼭 잡았다

 

그리고 얀붕이의 편안한 숨소리를 들으며

스르르 잠에 들었다

 

내 마음도 얀붕이에게 전해졌기를

 

- - - - - - -

 

다음 날, 얀진이는 얀붕이와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얀붕이를 기다렸다

 

얀진이는 예쁜 꽃다발을 들고, 얀붕이를 위해 선물도 준비했다

그리고 밤새 얀붕이와 관련된 모든 신상을 파악했다

 

얀붕이가 자신에게 내준 숙제를 모두 풀었으니,

이제 상을 받을 차례였다!

 

그러나 얀붕이는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얀붕이를 다시는 보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얀진이는 극심한 공포와 불안에 휩싸였다

 

-찾아야만 해.. 찾아야만 해..

 

얀진이는 얀붕이의 주택에 몰래 침입해,

얀붕이를 찾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얀붕이의 사진과 소지품 등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걸로라도 버틸게.. 참을게...

 

조금만 기다려줘... 내가 꼭 찾아낼게...!!

 

얀붕이가 어디에 있든 찾아내는 게, 

네가 남긴 마지막 숙제인 거지..?

 

나 힘낼게...!! 

- - - - - - -

 

그 시각, 나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얀붕이의 말랑말랑한 볼을 꾹꾹 누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상상에서만 존재했던 행복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얀붕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얀붕이에게 항상 주의를 당부했다

 

-얀붕아, 알고 있지? 밖으로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걸

 

얀붕이는 심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내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친구야, 얀붕아

그래서 너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말하는 거야

 

밖에는 너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그래서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게 좋아

 

나는 항상 너의 행복을 바라지만,

너의 안전이 더 중요해. 알겠지?

 

나는 얀붕이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얀붕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나의 마음을 안심하게 했다 

 

- - - -

 

얀진이는 고요한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혼자서 얀붕이를 기필코 찾을 거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은 얀붕이가 찍힌 CCTV 화면을 놓치지 않고 살펴보았다

 

-얀붕이의 흔적을 찾아야 해..

우리 얀붕이가 어디에 있을까..?

 

얀진이는 혼잣말을 하며 화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녀의 손가락은 화면 위를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얀붕이가 지나간 모든 동선을 파악하려고 했다

 

-얀붕아, 네가 어디에 있는 나는 꼭 찾을게

널 찾기 위해 난 모든 걸 할 수 있어

 

얀진이는 얀붕이의 사진을 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 - - - - -

 

얀붕이는 이 주가 지나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집에만 있는 것이 답답하고 불편해졌다

 

한편으로는 얀진이가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얀진이는 나를 찾지 않을 거야

 

얀붕이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얀붕이는 결심했다

 

이제 밖으로 나가볼 때가 되었다

얀붕이는 현관문 앞에 서서 용기를 내 손잡이를 잡았다

 

얀붕이의 마음은 두려움과 흥분으로 가득 찼다

이제 밖으로 나가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