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yandere/88081469


"제니, 그게 무슨.."


"그 말대로에요 선생님."


초점 없는 눈으로 제니는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단지 게임 상에는 존재감이라고는 1도 없는 발키리의 모브일 그녀. 그런 그녀가 선생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러다가


"푸흡. 설마 진짜 놀라신 거예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그녀, 중간에 벙찐 듯한 반응을 보이던 선생은 비로소야 안심할 수 있었다.


"에이 난 또 뭐라고. 그렇게 어른 놀리다간 나중에 벌 받아, 알았어?"


"벌? 어떤 벌이요?"


"그건.."


"사실 벌 줄 생각 없었죠?"


"뭐 먹을래?"


딱히 할 말이 없을 때는 밥이나 먹는 게 제일이다. 특히 이런 떨떠름한 상황을 수습할 때는 더욱이.


"선생님 애인이 자주 먹던 거랑 같은 거?"


"자꾸 그러면 호온난다?"


"호온 안 낼 거 알고 있.거.든.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네가 내 애인이라도 돼?"


"맞을수도?"


"헛소리."


제니는 선생님의 눈을 굳게 쳐다봤다, 마치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헛소리라고요? 이상하네요, 저희는 이렇게 가까운데."


선생님은 그 말에 조금은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가까워? 너와 나?"


"물론이죠. 가끔이지만, 시간을 보내고, 이렇게 먹을 것까지 고민하는 거, 그게 뭔가요?"


선생님은 눈을 찡긋하고 웃었다. 


"그건 그냥 사회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거지. 너무 집착하지 마."


제니는 선생님의 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눈빛은 더욱 더 진해지면서 


"집착이라... 그건 당연한 거 아닐까요? 선생님만이 제게 필요한 존재니까."


"필요한 존재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단지 너의 선생님이야, 제니."


"아니에요, 선생님은 그 이상이에요. 그리고 그걸 증명할 거예요."


선생님이 제니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웃음을 지었다.


"증명한다고? 어떻게?"


제니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속에는 묘한 확신과 집착이 담겨 있었다.


"그건 비밀이에요. 하지만 언젠가 선생님이 절 필요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이 올 거예요. 그때까지 저는 기다릴 거고, 선생님을 지켜볼 거예요."


"지켜본다고? 너무 무섭게 말하는 거 아니야?"


"무섭다면 그건 선생님이 그렇게 느끼는 거겠죠. 저는 단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선생님은 그 말에 살짝 고개를 저었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잠시 후 돈까스가 나왔다. 돼지 아저씨는 넉살 좋은 얼굴로 두 개의 쟁반을 각각 식탁 앞에 내려놓았다.


"그럼, 먹을까?" 


선생님이 다시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다.


"네, 선생님과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요."


둘은 식사를 시작했지만, 제니의 눈빛은 여전히 선생님을 향해 있었다. 그 눈빛 속에는 미묘한 기대와 집착, 그리고 무언가를 예측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선생님은 그걸 모르는 척했지만, 어딘가에서는 제니의 그런 태도가 조금은 불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서옵.. 히익?!"


놀라는 부타부타 돈까스 본점 주인.

아니나다를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긴, 분점이 날아갔으니 그럴 만도 하겟지.

하루나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자, 선생님은 미식연구부의 부원인 그녀를 알아보고 미소를 지었다.


"하루나, 안녕? 여기서 뭐해?"


하루나는 웃으며 선생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점심 먹으러 왔어요. 아, 발키리 학생 분도 안녕하세요!"


제니는 하루나를 쳐다보더니 무표정하게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제니라고 해요."


그러나 그 미소는 어딘가 차가웠고, 하루나는 그것을 느끼며 조금은 당황했다. 제니의 눈빛은 여전히 선생님을 향해 있었다. 


"아... 데이트 중이셨군요, 방해였을까요?"


제니는 하루나의 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선생님에게 다시 집중했다.


"선생님, 하루나와 같이 먹을 거에요?"


선생님은 그 말에 당황한 듯 했으나, 빠르게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아, 네. 하루나, 여기 앉아. 같이 먹자."


하루나는 선생님의 말에 기뻐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제니의 눈빛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선생님과 하루나 사이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선생님, 이거 먹어보세요. 돈까스 소스가 정말 맛있어요."


하루나가 선생님에게 음식을 건네자, 제니는 살짝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속에는 묘한 집착이 담겨 있었다.


"하루나 씨, 당신이 선생님에게 음식을 주는 건 좋은데, 저도 선생님에게 주고 싶은 게 있어요."


선생님은 그 말에 놀라 웃음을 참으며, 


"제니, 너무 집착하지 마. 하루나도 좋은 의도로 그러는 거야."


"의도... 그렇군요. 하지만 제 의도는 더 강하니까요."


하루나는 그 상황을 느끼며 눈을 휘둥그레 했다.


"제니... 당신 정말 이상하군요, 왜 선생님에게 집착하는 거죠?"


제니는 하루나를 냉정하게 쳐다보고,


"집착이라고요? 이건 당연한 거에요. 선생님만이 제게 필요한 존재니까요."


선생님은 그 말에 살짝 고개를 저었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하루나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제니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제니의 눈빛은 여전히 선생님만을 향하고 있었다.


'흐응..'


여자의 감으로 미루어보건대 제니는 선생님에게 집착하고 있다.

그저 못본 척하고 식사를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렇게 하기엔 그녀의 행동이 너무나 괘씸했다.

그랬기에.


"이거 어쩌죠? 선생님은 모두의 선생님이신걸요?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다른 학생들이 가만 있을까요?"


그 말에 제니는 조용히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러나 이내 그린 듯한 표정으로 돌아오더니.


"하루나 씨, 잠시.. 시간 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 기꺼이."


여유만만하게 미소를 짓는 하루나를 안내하는 제니의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


"그래서 무슨 일이죠?"


팔짱을 끼고 묻는 하루나. 

그 모습에는 선생님과 함께 있을 때와는 달리 매우 퉁명스러웠다.


"별 거 없어요, 사랑해요. 하루나."


"잠깐, 아니 당신 무.."


반박할 새도 없이 그녀는 제니와 입이 포개졌다.

그리고 머지않아 초점이 꺼지는 눈.

그리고


"돌어가세요, 제니. '지금' 당신의 역할을 여기까지에요."


역할을 교대하는 하루나.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선생님이 있던 돈까스 집으로 돌아간다.


***


"오래 기다리셨죠?"


미소를 지으면서 돌아오는 하루나.

하루나가 미소를 띠며 돌아오자, 선생님은 그녀의 모습에 안심하며 웃었다.


"아, 뭔가 긴급한 일이 있었나 보네. 괜찮아, 다 끝났어?"


"네, 모든 건 해결됐어요. 지금부터는 선생님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에요."


"그런데, 제니는 같이 안 온 거야?"


"슬프게도 일이 있다고 해서 말이죠."


하루나의 미소는 밝았지만, 어딘가 미묘한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것을 느끼지 못했으며, 대신 음식에 집중했다.


"그럼, 이 돈까스를 함께 나눠 먹자. 이 돈까스집의 소스가 정말 특별하거든."


하루나는 선생님의 말에 활기를 띠며 포크로 돈까스를 찔러 선생님의 접시에 옮겼다.


"정말 맛있겠네요. 선생님은 여기 자주 오시나요?"


"음, 그런 적도 있었지. 특히 이 동네에 올 일이 있을 때면 꼭 들리곤 해."


하루나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돈까스를 한 입 먹었다. 그 맛은 고소하고 바삭한 튀김옷, 그리고 달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소스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와, 정말 맛있어요. 선생님, 좋은 곳을 알고 계시네요."


"하하,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지. 하루나도 맛있게 먹어."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루나는 선생님과 이렇게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기뻤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 속에는 눈치채지 못한 집착과 무언가를 예측하는 듯한 느낌이 숨겨져 있었다.


"선생님은 어떻게 키보토스로 오시게 된 건가요?"


"그냥 자고 일어나 보니 이곳이었달까.."


하루나는 그 말에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그렇군요... 여러모로 사연이 있는 걸까요?"


"하하,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즐겼다. 하루나는 선생님의 모든 말에 귀를 기울이며 진심으로 대화를 즐겼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으나, 그 눈빛 속에는 여전히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선생은 여전히 하루나가 숨기는 무언가를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


"곧장 샬레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하루나가 물었다.


"그렇..지? 아니면 카페라도 갈까? 아니 잠깐만.."


"왜 그런가요?"


"그.. 아니다."


선생은 하루나가 부타부타 돈까스의 분점을 날려먹은 걸 가지고 뭐라고 하려다가 돼지 머리의 주인장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기에 아무 말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하루나 쪽에서 팔짱을 껴 왔다.


"하루나, 이게 무슨.."


"같이 카페가요 선생님. 저는 달달한 커피 종류로 부탁해요."


"그렇긴 한데, 갑자기?"


"아름다운 저잖아요. 이 정도 스킨쉽은 자유로워도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미소를 짓는 하루나.

그러나 선생님은 보지 못했다.

초점이 맺혀 있지 않은 하루나의 눈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