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와 검을 나눌수 있으며 마경을 자기집처럼 들락거리는 남자


워낙 자기 멋대로인 성품탓에 평가는 갈리는 부분이 있지만 그에 대한 공통적인 평가는 하나있다


이시대에 그보다 강한 인간은 있을수 있어도 그보다 검을 잘쓰는 자는 있을수 없다고


그게 바로 검귀의 이야기다


검귀에 대한 평가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어딘가에서는 영웅이고, 어딘가에선 미친 검객이라는 것


본래라면 토벌대상이 되어도 할말없는 기행을 다수했지만 그에 반대되는, 당장 영웅으로 기려야할 업적또한 다수


세상을 그저 검으로 벨수 있는것과 앞으로 벨 예정인 걸로 판단하는 광인


이라는것이 세간의 평가다


[대륙의 강자들] 중 발췌-






편한 얼굴로 곤히 잠든 그녀를 보며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제국은 어째서 그녀를 배제하려고 하는 것인가


확실히 용사는 일신의 무력이 군대와 맞먹는 수준인 인간병기인건 맞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과감한 투자를 했다


용사는 그 업이 달성되면 더이상 성검을 쓰지 못한다 그건 이미 기록으로도 남아있는 사실이다


크게 잡으면 성검은 용사의 전력의 30%는 되는 힘이다 그러니 제국의 다른 초월자들과 비교해도 성검이 없는 용사는 대단한 위협은 아니다


제국이 그런 위협을 다 제거하려 했다면 나부터 잡아 죽였겠지


그럼 무엇을 위해 용사를 죽이려고 드는가 그것이 문제다


용사를 죽이기위한 전력들, 시간과 비용, 그이후에 여론의 조작


용사를 가만히 두는게, 그것들을 다 투자하는 것보다도 위험하다고 제국이 판단한 것이다


무언가 이상하다 입안이 까끌거리는 묘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애초에 용사를 죽이는데 드는 가장 큰 손해는 신의 천벌일텐데.......


모르겠다, 애초에 혼자서 고민한다고 알수 있는것도 아니다


그리고, 뭐, 상관이 있나?


무슨 이유가 있든 무슨 수단을 쓰던


내가 있는 이상 이미 계획대로 되지 않을거란 뜻이니깐

















그녀는 금새 병상을 털고 일어났다, 오히려 어느면에선 쓰러지기 전보다 좀더 생생해보였다


"그럼, 슬슬 검을 들어봐야겠구만"


한쪽 구석에 천으로 잘 감싸진 성검을 슬쩍 보았다 저건 이제 주방칼로도 못쓴다


"새 검 하나 장만해야겠구나"

"..어디서?.."

"마경에 시장이라도 있을것 같으냐"


그리 말한뒤 구석에 있던 상자를 열고 보여줬다


"하나 고르거라"

"....응..."


상자속 검들을 본 그녀의 눈빛이 조금이지만 빛나는게 느껴졌게 역시, 검사다웠다


"...이거..."


이내 그녀가 고른건 레이피어와 비슷할 정도로 얇은 기다란 세검이였다


원레 그녀는 성검을 이용한 빠른 쾌검과 기교를 보였지만 그건 사용자에 한해 무게가 없는 수준인 성검이니 가능한 것이였다


그녀의 스타일 대로면 저런 세검이 맞겠지


"잘 골랐구나"

"......."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그녀를 데리고 앞마당쯤 되는 곳으로 나왔다


"...무덤..."

"아, 무덤들일세"


당연히 마당은 죽은 나무들과 묘비들이라는 삭막한 풍경이였다 심지어 마당 한쪽에는 땅이 파여진 무덤까지 있었으니


"이젠 이름조차 잊힌 이들이지"

"...알아?.."


내말을 들은 그녀가 내게 물었다


이 마경의 묘비들을 한때 조사하려고 시도한적 들이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마경내에서 일어난 정체불명의 재앙으로 말이다


"내가 묻었다네"

"....뭐?..."


참고로 내가 그 재앙의 범인이다


"저기에 내가 묻히면, 끝이라네"

"........."


그녀는 드물게도 얼굴의 그 충격이 그대로 들어나 있었다


하긴, 보통 초월자가 죽는 일은 흔하지 않았으니 그럴법 했다


"이쯤에서 말해 주는거네만, 자네는 힘을 회복하면 내 목을 쳐주어야 한다네"


조금, 뻔뻔한 부탁도 함께 말이다












부모는 기억하지 못한다


용사는 어릴때 부터 '선별'된다 마왕이라는 대재앙에 맞설 유일한 존재니깐


그렇기에 제국은 늘 용사를 찾아 키우고, 성장시킨뒤 전장으로 보낸다


한평생을 마왕살해라는 위업을 위해 사는것과 다를것이 없다


그런 운명이 불쌍하게 여겨졌는지 가끔 신들이 말을 걸어주곤 했지만 그것도 큰 위안은 되지 못했다


결국 내 머리속에 울리는 목소리일 뿐이였으니깐


그것조차 이제는 내게 없다


모든것을 잃었다, 용사라는 유일한 존재이유까지도 전부


이제 아무것도 없이 죽는것만 기다리던 나를 건져온게 눈앞에 검귀였다


검을 휘두르는걸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럴때면 뭐든지 할수있고 될수 있는듯이 느껴졌으니깐


그런데, 그가 바라는건 자신의 죽음이였다


그조차도, 곧, 나를 두고 사라진다


어째서? 그럼 나를 살리지도 말았어야지


욕심을 가지게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