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님 여기 커피 사왔어요~”

 

입사 3년 차 우수한 실적덕에 벌써 대리를 단 이예은이 불쑥 커피를 내밀었다. 

27살이란 젊은 나이에 아찔한 몸매를 가진 그녀는 소위 말하는 ‘베이글녀’란 호칭이 딱 맞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 관찰하는 남사원들의 눈길이 피부에 느껴진 듯 하다.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 하지만 앞으로 사오지 않아도 돼. 돈 아깝잖아.”

“호호호! 아깝긴요. 과장님이 가르쳐주신 덕분에 회사 생활하기가 얼마나 수월했는데요.”

“자네가 잘한 거지 내가 잘했나. 아무튼 잘 마실게.”

“과장님.”

 

이예은이 바싹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여자들이 뿌리는 묘한 향수 냄새가 났다.

비싼 향수일까?

 

“주말에 일정 비세요? 가고 싶은 카페가 있는데… 마침 예약이 나서요. 어떠세요?”

 

그녀의 제안이라면 이 회사의 어떤 남직원이든 절을 하며 받아들일 것이다.

부부 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유부남도 포함이다.

근데 왜 하필 나일까.

난 그저 변변치 않은 아저씨일 뿐인데.

 

“미안해. 주말에 대전으로 내려갈 일이 있어서.”

“주말에 대전에요? 왜요?”

“아내 기일이거든.”

“아…”

 

이예은은 놀라 입을 양손으로 가렸다.

 

“죄송해요! 제가 그런 것도 모르고…”

“신경 쓰지 마.”

 

미안해하는 이예은을 괜찮다며 돌려보냈다.

회사 업무가 끝나고 차에 올라타 집으로 향했다.

운전하는 중에 이예은에게 문자가 왔다.

빨간 불에 정차될 때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예은] : 오늘 일은 죄송했어요! 제가 미움받을 짓 한 건 아니죠? 주말에 조심히 내려가세요. 다음 주는 괜찮을까요? 

[나] : 미안한데, 다음 주도 힘들 것 같아 이사 때문에…

[이예은] : 또 가족일인 거죠? 어쩔 수 없네요. 당연히 제가 후순위로 밀려날테니깐요...

 

다음에 시간 날 때 커피라도 사겠다는 말을 적다가 메시지가 이어왔다.

 

[이예은] : 제가 과장님 아내였으면 후순위로 밀려날 일도 없을 텐데... ㅎㅎ

 

…뭐?

너무 놀라 답장할 겨를도 없이 초록불로 신호가 바뀌었다.

핸들을 만지작거리며 뭐라 답장할지 전전긍긍할 때 메시지가 다시 날라왔다.

 

[이예은] : 농담이예요*^^* 운전 중인데 너무 얄궃었나요? ㅎㅎ 아무튼 다음 주에 봬요~ 

 

“하아….”

 

자연스레 한숨이 흘러나왔다.

회사 후배가 이리 잘나고 예쁘면 상사인 내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부담이 된다.

당장 숙덕숙덕거리는 루머도 회사 내 나돈다.

지금이야 나이 차이가 많으니 잔잔한 찻잔이지만 구태여 남에게 오해살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

 

“나중에 확실히 말해둬야겠어. 너무 친근한 것도 적절한 선이 필요하니깐.”

 

차를 주차하고 아파트 705호로 올라가 비밀번호를 풀었다.

문을 열었다.

달칵.

 

“다녀왔어.”

-오늘은 일찍 왔네. 전화하지? 마중 갔을 텐데….

 

라고 귀에 들리는 듯 했다.

날 맞이한 건 따뜻한 아내의 목소리가 아니라 아무도 없는 껌껌한 밤이었다.

일일이 집에 불을 키고 방으로 들어가 넥타이를 풀었다.

 

“벌써 기일인가…”

 

아내가 죽은 지 벌써 6년이 됐다.

정말 뜬금없는, 난데없는 사고였다.

지금도 그 순간을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얼얼한 충격 속에서도 유일하게 위안이 되었던 건 고통을 느낄 사이 없이 죽어버렸다는 의사의 말.

그것 하나뿐이었다.

 

“….”

 

3인 가족에 비좁지 않을까 걱정했던 집은 황량한 마음처럼 지금은 혼자 쓰기엔 너무 큰 집이 되어버렸다.

퇴근길에 사온 편의점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띠.띠.띠.띠.

전자레인지를 열어 뜨거워진 비닐을 벗기고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었다.

 

“이것도 이제 질리네… 다른 걸 먹어야 하나.”

 

다 먹은 도시락은 쓰레기통에 구겨 넣었다.

그리고 쇼파에 앉아 티비를 틀고 궁금하지도 않은 뉴스를 본다.

 

“….”

 

모든 게 엉망이 됐다.

아내의 빈자리는 여전히 크고 채워지지 않았다.

분명 나에겐 그랬다.

 

“자자. 내일 일찍 내려가야지.”

 

티비를 끄고 방으로 돌아가 알람을 맞췄다.

불을 끄자 껌껌한 어둠이 됐다.

고요한 정적.

이 시간이 고독하고 아팠다.

잠이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 * * *

 

 

 

 

신분증을 내밀고 신원 확인을 마치자 납골당의 로비를 지키던 직원이 고개를 숙였다.

 

“권현우님. 어서 오세요. 안으로 들어오셔도 됩니다.”

“예.”

 

거대한 부지에 설립된 이 건물은 몇 번을 와도 공기가 익숙하지 않았다.

아마 이곳을 기뻐서 오는 사람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 공기가 밝을 리 만무하다.

천천히, 구둣발 소리를 내며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벽모퉁이 돌았을 때.

 

‘아. 이번에도 왔구나.’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추모 중인 그녀의 옆에 섰다.

공교롭게도 납골함의 위치가 고개 너머 바로 옆이었다.

그녀는 내 인기척에 눈을 뜨고 나를 돌아봤다.

그리고 싱긋 웃었다.

 

“안녕하세요. 일 년에 한 번 여기서 매번 마주치는 아저씨.”

“응. 반갑구나.”

 

3년 전.

중학교 교복을 입고 바닥에 얼어붙어 대성통곡하던 여자 아이는 이제 없다.

지나간 시간이 그녀를 강하게 만든 건지, 아니면 나처럼 무덤덤한 척 하는 건지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납골함에 붙은 부모로 보이는 두 얼굴의 사진이 어린 그녀에게 그 누구보다 힘든 시간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가엾은 아이….’

“시간이 참 빠르네요. 벌써 고등학생이 되다니… 그런데 지금도 이 현실이 믿겨지지 않아요.”

 

그런 말이 있다.

납골당을 더 이상 찾지 않는 사람은 현실에 적응한 사람이라고.

나와 눈앞에 아이는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이다.

 

“괴롭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아, 말 걸어서 죄송해요. 저만 기도하고… 방해하지 않을게요.”

“고맙구나.”

 

조용히 눈을 감아 평안과 안녕을 아내에게 보냈다.

일 년에 한 번.

아내에게 명복을 비는 이 시간만큼은 마음이 잔잔해지고 평온해진다.

내 마음이 하늘에 있는 아내에게 잘 닿기를…….

그렇게 몇 십 분이 흘렀을까.

조용히 눈을 뜨자 옆에서 날 바라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무슨 할 말이 있는 걸까? 원래라면 먼저 볼일을 마치고 돌아갔을 텐데….’

“아저씨, 저 오늘이 마지막 방문이에요.”

“…뭐?”

“뭘 그리 놀라세요? 훗. 이제 고등학생이잖아요? 부모님이 바라시던 대학에 가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해야죠.”

 

그녀는 싱긋 웃으며 내게 깊숙이 고개 숙였다.

 

“그래서 인사하려고 기다렸어요. 이것도 인연이잖아요? 좋은 장소는 아니지만….

‘아니야. 거짓말이다.’

”그럼 이만….“

 

나는 돌아서는 그녀의 팔을 억세게 붙잡았다.

 

”꺄!“

 

소스라치는 비명을 무시하고 팔을 붙잡고 절대 놓지 않았다.

 

”어딜 가는 거냐? 죽으러 갈 셈이냐?“

”어, 어떻게….“

‘자살자는 신호를 보낸다. 제발 자신을 붙잡아달라고. 날 기다린 것도, 고등학생이란 핑계로 마지막 방문이라 말한 것도 모두 그런 신호인 셈….’

”잘 생각하거라. 생명의 끈은 절대로, 쉽사리 놓아선 안 돼.“

 

그녀는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저도 그러고 싶어요.“

 

기운을 내려 듯 다시 싱긋 웃었으나 마음이 드러난 슬픈 미소였다.

나는 이야기를 나눌 자리로 옮기기 위해 손을 놓치지 않은 채 차로 향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묵묵히 날 따랐다.

손은 시체처럼 차디찼다.

 

 

 

 

* * * *

 

 

 

 

이유하

17세.

외동딸이며 부모님이 계실 때도 형편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기댈 곳은 친척뿐이었고 장례식을 찾은 친척들은 입을 모아 도와주겠다고 손을 잡고 애기했으나 일이 끝나자 대부분 연락 두절.

그나마 자신을 도와준 사람이 외삼촌이었다고 한다.

 

”쓰레기 새끼였어요. 처음엔 생활비와 월세를 해결해줘서 유일하게 의존한 어른이었는데… 갑자기 제, 제 몸을 탐하려고…!!“

 

이유하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듯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을 보기 안타까웠지만 중요한 문제기에 물었다.

 

”…그래서?“

”그 놈의 면상을 발로 찼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돌변해서 지금까지 준 생활비며 월세를 갚으라고… 처음부터 그런 목적으로 저한테 접근한 거죠. 나쁜 새끼….“

 

이유하는 이를 악물었다.

나는 애기가 샐까 주변을 슬쩍 돌아봤다.

아직까지 한산한 카페였다.

 

‘후우.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도 모자라 주변에 지원해주는 제대로 된 어른이 없었구나. 지금까지 버틴 게 용할 정도다.’

”그 뒤로 남자만 보면 온몸이 경직되고 호흡이 가빠져요.“

‘응?’

 

이상함을 느꼈지만 가볍게 넘겼다.

자신은 남자로 느끼기엔 너무 아저씨가 아닌가.

 

”경찰에 신고…를 하기 힘들었겠구나. 증거도 없고, 돈을 받은 건 사실인 셈이고…“

 

이유하는 커피를 마시고 내려놓았다.

 

”아저씨,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요. 저도 현실을 알아요. 남을 돕기란 어마어마한 희생이 필요하다는 걸요. 전 이만…“

”무슨 소리냐? 이제부터인데.“

”네?“

 

이유하는 눈을 크게 떴다.

 

”월세가 6개월 치 밀렸다고 했지? 집주인 번호 좀 말해주렴.“

 

내가 휴대폰을 들자 이유하는 고개를 저었다.

 

”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괜찮…“

”유하야.“

 

나는 지갑을 꺼내 안에 든 것을 보여줬다.

어렸을 적 딸의 사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내게 너만한 딸이 있단다.“

”….“

”아내랑 사별하고 내가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모두 딸 덕분이다. 그만큼 주변에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건 굉장한 큰 버팀목이야. 그런데…….“

 

나는 조용히 이유하의 손을 잡았다.

 

”그동안 혼자서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니? 얼마나 고달팠니? 어려서부터 부모를 잃은 네 고초를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하겠구나. 하지만 네가 버티고 버텨서 날 붙잡아준 것에 믿지도 않은 신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최선을 다해 널 도와주겠다고 맹세하마. 이런 아저씨의 말이라도 믿어줄 수 있겠니? 유하야.“

 

이유하의 몸이 떨렸다.

자세히 보니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이유하는 몸을 일으켜 내 품에 안겨들었다.

덥석.

 

”…흑흑흑! 아저씨, 아저씨는 절 버리지 않을 거죠? 절 배신하지 않을 거죠?“

”맹세하마. 유하가 아저씨를 배신하더라도 아저씨는 절대 배신하지 않으마.“

”아저씨! 아저씨! 흑흑흑.“

 

한산한 카페를 찾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손님이 봤다면 이 장면을 뭐라고 생각할까.

이유하의 격정이 멈춰지길 잠시 기다렸다.

 

 

 

 

* * * *

 

 

 

 

눈물,콧물 다 빼며 옷을 더럽힌 것에 사과하는 이유하를 안타깝게 생각했다.

 

‘너무 일찍 철이 들었구나.’

 

카페를 나와 근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이고 잠깐 밖을 나와 전화를 걸었다.

이유하가 알려준 집주인이었다.

 

-누구세요?

 

전화를 받자 걸걸한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안녕하세요. 이유하 보호자입니다만…“

-아고. 월세 때문에 전화 했구만. 언제 전화 오나 했네.

 

다행히 집주인은 따뜻한 사람이었다.

이유하의 불우한 사정을 안 집주인은 월세를 독촉하긴커녕 그녀에게 김치나 밑반찬 같은 것을 갖다 줬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한들 세입자와 임대인의 불편한 관계가 좋게 지속될 리 없다.

 

-불쌍한 아이라서 사정 좀 봐줬지. 근데 보호자 목소리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그 사람은 보호자가 아닙니다. 제가 보호자예요. 밀린 월세까지 합해 계좌번호 좀 보내주시겠어요?“

-아, 보호자 맞구먼. 지금 보내줄게.

 

집주인은 속이 후련하단 듯한 목소리로 반갑게 말했다.

곧이어 메시지가 왔다.

 

김영란 하나은행 xxxxxxxxxxxxx

240만 원.

 

배려를 해준 고마운 마음에 40만 원을 더 얹어 보내줬다.

그리고 무거운 얼굴로 다음 전화를 걸었다.

뚜- 뚜- 뚜-

 

잠깐의 신호음이 지나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분노가 들끓었지만 신원 확인이 우선이다.

 

”이민수씨 맞습니까?“

-예. 저 맞습니다만…

”이 개새끼가 씨발 조카 몸에 손을 대려 해?! 너가 그러고도 사람 새끼야?!“

 

화들짝.

길을 걷던 사람들이 내 언성에 놀라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은 없다.

전화기 너머에서 중저음 목소리가 들렸다.

 

-너 뭐야? 어따대고 욕질이야? 뭐하는 새끼야?

”짐승만도 못한 새끼야. 목 단단히 세워두고 기다려라. 니 죗값은 톡톡히 치르게 해줄테니깐.“

-뭐? 이 씨발 새끼가 뭔……

 

뚝.

전화를 끓었다.

참았던 감정을 토해놓으니 속이 조금 편해졌다.

다음에는 이예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말 낮에 잠을 자고 있지 않을까란 걱정이 무색하게 바로 받았다.

 

-과장님! 무슨 일이에요?1 갑자기 주말에 저한테 전화를 걸고……

 

이크.

기대에 찬 그녀의 목소리에 미안해졌다.

 

”예은 씨, 급한 일은 아닌데 나중에 사람 뒷조사 좀 해줄 수 있겠어?“

-아, 일 애기예요? 난 또 괜히 기대했네…….

“미안해. 나중에 정말 근사한 곳에 데려가 줄게.”

-…정말이에요? 제 폰 갤럭시라 녹음했어요?

“응응. 물론이지. 들어줘서 고마워. 정말.”

-알았어요. 마침 주말에 예정도 없으니 찾아볼게요.

 

나는 이유하가 알려준 외삼촌의 신상을 알려줬다.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사는 지역 정도면 인물을 특정하고 조사하기 쉬울 것이다.

이예은의 능력이라면.

 

-근사한 곳이 어디예요? 객실이 딸린 호텔이나…

 

그녀에게 미안하게도 농담할 겨를이 없었다.

언제 나왔는지 이유하가 식당 밖에서 날 보고 있는게 아닌가?

 

“예은 씨, 내가 바빠서 이만 끊을게. 정말 미안해.”

-아, 과장님! 잠시만……

 

휴대폰을 닫고 이유하에게 달려갔다.

이유하의 표정이 묘했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어?”

“개새끼, 씨발 어쩌고 할 때부터요.”

 

하아.

딸 앞에선 절대 이런 모습 보여주지 않았는데.

 

“화가 나서 그랬어. 아저씨가 이런 모습 보여줘서 당황했지? 미안해.”

 

이유하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요. 제가 하지 못한 말을 해줘서 속이 시원했어요. 후훗. 짐 가지고 가자면서요? 가요. 얼른.”

“어? 어.”

 

이유하가 내 손을 잡아끌며 차로 향했다.

차가웠던 그녀의 손이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녀가 불려준 집 주소를 찾아 작은 집을 찾았다.

짐이 많을까 도와주려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잠시 후, 이유하가 보따리 하나와 박스 하나에 짐을 담아 계단을 내려왔다.

아래서 그것을 받아들고 뒷좌석에 실었다.

정말로 짐이 많지 않았다.

 

“옷 사 입는 것도 제게 사치였으니깐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아저씨.”

 

이유하가 고개를 숙였다.

 

”집주인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월세 밀린 것까지 다 갚았다고…. 물론 전화로 감사인사도 드렸어요. 근데 아저씨한텐 어떤 감사인사를 드려도 모자를 것 같아서….“

 

목소리가 잠시 울먹였다.

나는 이유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지금 서울 올라갈테니깐 옆에 타거라.“

”…네. 아저씨.“

 

좌석에 앉아 안전 벨트를 확인하고 시동을 걸었다.

여기는 위험하다.

외삼촌이란 작자가 언제 찾아와 행패를 부릴지 모르는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로 올라오는 것이 도와주기도 편할뿐더러 외삼촌과의 연도 쉽사리 끊을 수 있다. 

 

”올라가면 휴대폰이랑 번호도 바꾸자꾸나. 알았지?“

”네….“

 

나는 이유하가 좌석에 몸을 기대며 편안해 하는 걸 보고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이유하의 속내는 달랐다.

 

‘…딸이 있다고 했지?’

 

자살 전 어째선지 그에게 마지막으로 말을 걸고 싶었다.

마음속 깊이 살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는 내 마음을 마치 아는 것처럼.

나를 구해줬다.

신기하게도 같은 남자임에도 그의 곁에 있어도 긴장되면서 호흡이 가빠오지 않았다.

편안했다.

생판 남인 자신을 열심히 도와주려는 그의 모습을 보며 한 가지 감정을 깨달았다.

 

‘딸과 같은 나이지만, 친구 같은 엄마 느낌이면 괜찮으려나…?’

 

감사함,든든함,아늑함,평온함 등등.

곁에 앉은 것만으로도 수 만 가지의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며 이유하는 편안하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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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안해서 오타 있어도 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