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방 지금 오라방한테 뭐하냔 말여. "


" .... "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는 장면에 주변 사람들 마저 경직될 정도로 얼어붙어 있었다. 그 누구도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 상황에 쿄쿄가 먼저 리오에게 뛰어가 발길질을 하였다.


-쾅!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리오의 다리와 정면으로 마주친 리오. 인상을 찌뿌린 그녀의 막아낸 다리가 푸르게 멍이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곧바로 리오에게 연속적으로 오른쪽 다리로 연달아 킥을 날리는 쿄쿄. 바람을 세차게 가르는 소리가 인상적인 킥들이 연달아 이어갔고 리오 또한 이를 몇번 막아내지만 막아낼 수록 부위만 아파질 뿐이였다.


그러나 이윽고 쿄쿄가 다리를 내려는 타이밍을 재던 리오는 위빙으로 다리공격을 회피하고 쿄쿄의 몸 안쪽으로 들어가 주먹으로 안면에 카운터 펀치를 두차례 먹였고, 이에 놔뒹굴어진 쿄쿄의 코에 피가 났다. 


아랑곳 하지 않고 코를 풀어 코피를 빼는 쿄쿄. 팽하고 풀어낸 쿄쿄는 코를 스윽 닦으며 이글거리는 눈빛을 리오에게 보냈다.


" 지금 누굴 건들진 알기냐 혀? "


" 알아. "


" 알아? 시방거, 아는 년이 오라방을 짚짝 차듯이 걷어차?!! "


쿄쿄의 이마에 불룩, 핏줄이 솟는 것이 이 먼 곳에서도 눈에 띄게 보였다. 엄청 화가 났는건지 얼굴이 새빨개져 꽤 구맃빛 피부를 띄고 있는 그녀임에도 붉어진 얼굴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 닌, 오늘 사지가 뜯겨 오라방 다리 사이로 기게 만들면서 사과하게 될겨. "


아니 그럴 필요까진 없는데. 당황케 하는 내 얼굴을 아는지 모르는지 리오는 고개를 기울이면서 나와 쿄쿄를 번갈아가며 보며 말했다.


" 여동생..? 인가봐, 근데 안 닮았는데. 정말로 남매가 맞아? 여동생 군이 오빠를 대하는 것도, 평범한 남매가 아닌거 같은데. "


-뚝


그 말에 어딘가 줄이 끊기는 소리가 들리더니, 손가락마디가 꺾이는 쿄쿄가 얼굴의 음영을 짙게 드리우고서는 중얼거리며 리오에게 다시 뛰어가기 시작했다.


" 어느안전에뚫린입이라고어느안전에뚫린입이라고어느안전에뚫린입이라고어느안전에뚫린입이라고.."


리오 역시 패턴에 대해 익숙해졌는지 방어자세 보단 다시 공격자세를 취하며 이전의 맞아가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쿄쿄의 공격을 슬쩍 피해가며 데미지를 누적시키기 시작했다.


안면, 허리, 명치 등 쉴세없이 주먹을 꽃은 리오는 얼굴을 향해 뻗어오는 다리를 몸을 완전 숙여 회피, 그리고 왼다리를 축으로 오른다리를 돌려 쿄쿄의 발을 걸어 중심을 잃게 하였다.


' 싸우믄 싸울 수록 점점 더 손해구마 '


넘어진 상태가 이어지려할 찰나 바닥에 부딫쳐 일부러 굴러 낙법을 취한 쿄쿄는 자세를 잡고 두번의 스텝을 양 옆으로 밟아 리오의 오른다리 쪽에 강하게 킥을 날렸다.


-뿌각


" ~~~~!!! "


" 워매 시방 부러졌을건디 소리 하나 내지도 안내잉. "


괴물 같은 년. 이라는 말은 뒤에 삼켜버려 생각만 한채, 정강이가 빠진듯 주저앉은 리오를 향해 쿄쿄는 무서운 속도로 리오의 머리를 걷어차려고 하였다.


강렬한 바람을 세차게 가르고 리오의 오른머리 편을 걷어차려고 할 찰나ㅡ


" 그만 둬 쿄쿄! "


우뚝, 하고 리오의 머리카락이 풍압에 휘날리며 2cm의 간격만을 남기고서 멈췄다. 식은 땀을 잔뜩 흘린 듯 한 리오는 공격당하기 직전이었음에도 눈빛만큼은 맹수를 보 듯 살벌했다.


" 깜짝 놀랬그마, 오라방 아니였으믄 진즉 머리통이 날아가부렸을텐디. "


" 그만, 둬. 쿨럭! 쿨럭! 이제 괜찮아졌어. "


거짓말이다.


허리가 말 한마디 할 때마다 끊어질거 같다. 괴로움이 온몸을 덮친다. 그렇지만 여기서 내가 정신을 잃게 되면 둘 중 하나는 죽게 되고, 그러면 내가 이 세계에서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버텨야 한다. 아니, 버텨야했다. 


다행이도 벽에 부딫쳐 찌그려졌지만 올바르게 서있는 휠체어를 기어 올라 간신히 앉았다. 쿄쿄가 리오를 지나쳐 나에게 다가오려 했지만 나는 손으로 그녀의 접근을 제지하였다.


그런 상황을 리오는 차가운 얼굴로 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리오의 시선을 애써 받아들이며 휠을 굴렸다. 안절부절한 쿄쿄는 어쩔 줄 몰라하더라도 여전히 경계는 늦추지 않는 듯 다리의 자세는 확실하게 하고 있었다.


- 드르륵


억지로 굴리는 휠체어에 손아귀의 힘이 많이 들어간다. 달칵거리는 소리가 영 거슬렸다. 


휠체어를 몰고 리오의 앞에까지 온 나는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 실수하면 안돼. 아까 전이랑 똑같은 상황이 또 오게 되면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 침착하게, 여기는 만화 속 세상이지만 나는 주인공이 아니다. 세계관 사이에 조잡하게 낀 추가된 엑스트라일 뿐이지. 




결국, 주인공 처럼 대하면 안된다.





" ...미안해. "


" ..?!! 시방 오라방 지금 무슨 말을 하는겨! 오라방이 지금 어느 수모를 겪었는지 못 알아본디야? "


" 쿄쿄, 나는, 그 사건 현장에 끼어들게 되었었어. 리오의 싸움판에 끼어들어서 곤란하게 만든건 나야. "


" 오라방!! "


가히 누가봐도 찐따스러운 생각 아닌가. 싸움판에 끼어들어서, 괜시리 지켜야 될 걸 하나 더 만드는 바람에 자신이 병원에 끌려왔다는 생각, 필시 주인공은 이런 답답한 생각도 하지 않겠지. 


중수도관절의 주인공 이루마였다면 분명히 이를 용서해주겠지만 나는 아니다. 이루마는 상대에게 죄책감을 표함으로 뭔가 이야기를 진행시키겠지. '널 용서할게'라던가, '너에게 실망했어'라던가.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진행방향을 가지고 만들 것 이다. 


엑스트라는 결국 엑스트라대로만 행동하면 되는 것이지, 용서를 굴어서 상대방의 잘못에 용서하고 끝내는 것이 내가 노리고 있는 노림수다.



" .... "



리오는 무덤덤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어떠한 증오도 없는 평온한 눈빛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말했다.


" 넌 항상 그러는구나. "


" ..뭐? "


" 항상 그랬어. 바보같이, 항상 곤란해지면 네가 먼저 나서지. 약한 주제에, 약해빠졌으면서 부셔지고 또 부셔저버려서는 너덜너덜 해졌음에도 너는 항상 미안하다고 그래. "


대체 이 양반은 뭔 짓을 했길래 이런 말이 나오는거지. 아 지금은 나였지. 근데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한참을 고민해도 모르겠다.


" 페르, 페르,페르페르페르페르페르페르페르으! 대체 왜 그러는거야. 아까 전에 발길질을 맞아도 너는 이걸 항상 괜찮다고 그랬잖아. 지금은 왜 이 두 눈에 공포가 서려있어? 왜 날 지켜준거야? 난 모르겠어..난.. "


관절 빠진 무릎의 통증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건지 한발로 절뚝 일어나 걸어와서는 내 얼굴을 잡고 강제로 나와 눈이 마주치게끔 하였다. 탁한 두 눈의 어두운 것이 서려있다. 이 두 눈, 어디선가 본거 같은데.


" 시X 오라방 한테 안 떨어져?! 이런 불여시 같은 년이!! "


내 양 뺨을 잡아든 리오를 보고 쿄쿄는 불같이 화를 내며 나와 리오를 강제로 떨어뜨려 놓았다. 리오에게 힘을 얼마나 실어넣었는지 공중에 뜨다가 문을 쳐박고 쓰러졌다. 


이후 몰려든 의사와 경찰들이 주변을 에워쌌지만 경찰들은 리오를 보고 몇가지 조사만 한 뒤 무전을 통해 물러갔고, 나와 리오, 쿄쿄는 나란히 의사진들에게 끌려가 특별 병동실로 옮겨가게 되었다.




이제 그만 병원에서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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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담당 의사(송곳니가 서려있은 날카로운 눈매의 의사)가 나란히 다친 셋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고, 나는 남자 병실로 나머지는 여성 병실로 나눠졌다.


의료진단서를 팔락거리며 내게 다가오던 담당의는 침대에 걸터앉아서는 진단서를 대충 훑어보며 내게 검시결과를 알려주었다.


" 페르 에르메스. 허리복합골절에 내장손상, 뇌진탕까지....그리고.. "


내 이름 페르 에르메스였구나, 생긴건 어디 평범한 학생 1처럼 생겼는데 이름은 왤케 화려한건지 모르겠다. 엑스트라 진에서 이렇게 이름 화려하면 이상하게 보지 않나.


" 너,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냐. "


내게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담당의에 온몸이 쭈뼛서는 기분을 느꼈다. 몸의 모든 털이 섰다고 해야하나. 그정도로 내가 들킬 정도로 이상하게 행동하고 다녔었단 말인가.


" ㄴ..네? "


" 뇌신경 쪽이 다쳤는데 기적적으로 다른 신경들과 새 조직을 결합.. 그래도 잃은 뇌신경이 많단 말이지. 한마디로 기억상실이라는거지. "


" ...아하.. "


그런 설정이였나. 기억상실. 빙의된 이곳 엑스트라진에서 뭔가 과거설정이 있었는데 기억 못 하면 항상 나오는 단골손님의 것이다. 그렇지만 중수도관절 만화책에서는 페르라는 캐릭터가 없었잖아.


" 뭐, 그래도 기억능력을 올려주는 재활치료만 한다면 될거야. 아마도. "


아마도?


" 아무튼 편히 쉬고 있어. "


" 저기..그 쿄쿄랑 리오는 어떻게 됐나요? "


" 음? 아아, 걔내. 307호에 있을거야. 둘이 엄청 피가 터지도록 싸웠다고 하는데.. 뭐, 그럴만 하네. "


그리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 담당의. 그리고 약간의 비웃는 듯한 말투에 실소를 더하며 말하였다. 세계관 설정은 이미 진작 알아두고 있었던 나였기 때문에 그 행동이 어떤 것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담당의가 나가고 꽤 고급스럽게 자리잡은 병원, 따스한 햇살이 자리를 잡아 꽤 오랜만에 평온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에나 부모님들이 오시려나. 침대에 누워 다친 허리에 붙여진 전기치료기를 살짝만 돌리며 이 안정을 즐기려고 하였다.



그래, 즐기려고 했어.



그 순간, 검은 양복의 여성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이내 나와 똑같은 것의 휠체어에 앉아있는 리오가 들어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장을 입고 들어와 리오가 들어오는 것을 고개를 숙여서는 엄중히 그 예의를 표하였다.


물론 당사자는 무릎이 빠져 깁스를 하고 휠체어에 앉아있는 모습이 꽤나 모양 빠지지만 말이다.


" ..남자 특별실을 찾느라 꽤 애먹었어. "


" ...너, 치료받고 있었던거 아니냐?;; "


당황케 하는데에 선수라면 분명 올림픽 선수였을텐데, 리오가 손짓을 하니 그제서야 정장복 입은 여성들이 물러나 특별실에 나와 리오 밖에 남지 않았다. 리오는 내 침대 옆으로 와 나의 상처투성이인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 ...이제와서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미안해. 단지 널 그런 친구끼리의 가벼운 장난으로 치면 널 더 가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


그게 친구끼리의 가벼운 장난이였다고? 아 여기 격투가 낭자하는 중수도관절 세계관이였지 참.. 


" 아냐, 괜찮아. "


" 아니야! 널, 널,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그런데 너에게 그렇게나 피해만 주고.. 널 더 조심스럽게 다뤘어야 했는데.. "


리오는 무표정한 얼굴을 지으며 말했지만 말에 떨림과 눈물이 흐르는 모습에 나도 당황을 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더 당황스러운건 내 앞에서 제 옷 앞섬을 풀어재끼려는 그녀의 행동에 나는 두 손으로 제압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두 손으로 그녀를 잡았다.


" 뭐, 뭐, 뭐하는거야?!!! "


" 내게 새겨졌어야 할 흉터, 상처 모든 것이 내 몸에 없어. 봐봐, 군살터기도 흉터도 없는 깨끗한 육체야. "


확실히 리오는 옥진주와 같은 깨끗한 피부에 몸에는 운동으로 꽤 잔근육이 있는 육체였다. 입은 탱크탑 외에 드러난 팔다리는 이전 세계에서도 봤던 여느 때와 다름없는 여고생의 것과 똑같았다.


" 이제, 이건 네꺼야. 페르. 날 가져줘.. "


그리고서는 침대 위로 올라 나의 뺨을 쓸어 내리는 리오, 나는 이를 거부하려고 손으로 그녀를 밀쳤으나 손에는 따듯하고 말랑한 무언가가 손에 잡혔다. 


" ...후후, 너도 원했구나. "


" 아, 아냐! 이건 사고ㅡ으읍! "


삐걱거리는 침대가 생각을, 사고를 못하게 한다. 그도 그럴게 나의 행동하나에 내 입술에 같은 입술을 맞춰놓고서는 나를 우악스럽게 침대 위로 눕히게 했으니까. 허리의 통증보다 얽히고 섥힌 혀가 유린 되는 것이 어찌나 더 감각적인지 알 수도 없었다.


" 푸하..! 그, 쿄, 쿄쿄는?! 분명 여기로 못 오게 할텐데! "


" 오라방의 불여시가 여기 오나 안오나 싶었겄만을.. "


얼굴에 화난 도깨비를 닮은 듯 한 얼굴로 침대 아래에서 밀듯이 나타난 쿄쿄가 침대에서 나와 몸을 일으켜 리오를 노려보았다.


" 뺏긴 것에 대해 후회하니? 뺏어보시던가. "


리오는 나와 입맞춤을 다하고서는 고혹스러운 눈빛으로 쿄쿄를 올려다보며 말하였다. 쿄쿄는 또 한번 이마에 핏줄이 선채로 있다가 리오의 반대편 쪽에서 누워 내 몸에 자신의 몸을 밀착 시켰다.


" 절대로 저 년한테는 안 질거니까. 오라방. "


" 잠깐?! 너, 너는 남매잖아 나랑. 이러면 안되는거잖아? "


" 무신 소리여. 우리 남매 아이잖아. 오라방이 울 엄빠한테 줏어온 자식이믄서, 아, 물론 오라방은 오라방이데이♡ "


그렇게 된거였나. 그래서 세계관이 아예 새롭게 정립되도 상황이 진행될 수 있었던거야. 


" ...페르. 페르. 페르..나 말고 다른 여자한테 안길거야? 

" 오라방...내도 받아줘.. 아이믄 이 년 죽이고 오빠한테 안길테니까. "


침대에 옴싹달싹 못하는 내게 있어, 이러한 상황은 분명 다른 남성들에게 있어 최고의 상황이겠지. 


" ...나 그냥 보내주면 안되겠니.. "


"" 싫어(데이) ""





창문 밖, 지고 있는 마지막 잎사귀가, 갉아먹는 벌레 두마리에 의해 잎사귀가 땅바닥으로 지는걸 끝으로 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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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에 대한 피드백은 작가의 역량활성화의 좋은 영양분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쓰는 격투 파트 부분은 여기서 완입니다. 해당 소설과 더불어 다른 소설들과 어드벤치 식으로 나눠서 연재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후에 연재할 것도 기대해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