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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정신차려! 이런곳에서 죽지 말란말이야!”

 

희미해져가는 의식속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내가 조금더 강했으면.. 치료마법이라도 쓸수 있었으면...”

 

나의 사역마, 내가 모험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 만난 죽어가던 하급악마.

 

그녀의 목소리가 흐릿해진다.

 

그녀가 내 손을 잡고있는 감각도 조금씩 사라져간다.

 

“주인... 주인이 죽어도.. 주인을 찾아갈게.. 다음생이든, 그 다음생이든 찾아갈게... 그땐 꼭 주인을 지킬수 있는 사역마가 되어줄게..”

 

나의 볼에 그녀의 눈물이 떨어졌다.

 

“잘자 주인.. 내가 찾아갈때까지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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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떠나 모험을 시작한지 1주일, 지금 터무니없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늦은밤 숲에서 텐트를 치고 쉬고있을 때 밖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드렸다.

 

나는 내 검을 쥐고 밖으로 나가봤다.

 

밖으로 나왔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야, 인간.”

 

소리가 난 곳을 보자 나는 놀라서 넘어질뻔 했다.

 

그곳에 있던 것은 악마였다.

 

임프같은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매우 강력한 악마.

 

거대한 검은날개, 보랏빛 뿔, 피와도 같이 붉은 눈.

 

그 모습에 압도된 나는 움직일수조차 없었다.

 

“겁먹은건가...”

 

그 악마가 내려와서 나에게 말했다.

 

“그대의 이름이 얀붕 맞는가?”

 

입을 열어도 말이 나오지않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해라 그대를 해치러 온 것이 아니다.”

 

그 말은 듣고 나서야 나는 안심할수 있었다.

 

악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그대를 만나러 온 것이다.”

 

“저..저를요..?”

 

“그래, 내 이름은 얀순, 나와 계약을 하지 않겠나?”

 

악마와의 계약은 위험하다.

 

악마는 인간의 영혼을 담보로 계약을 하기에 계약을 하기전에 신중히 생각해보라는 말이 모험가들 사이에서 자주 오갈정도다.

 

“무슨 계약이죠..?”

 

“그대가 나의 주인이 되어주게.”

 

“...네?”

 

“나를 사역마로 쓰라는 것이다.”

 

“어...어째서...?”

 

“응?”

 

“어째서 저에게 그런 제안을...?”

 

“...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전 주인과의 약속.. 이라고만 해두지.”

 

전 주인과의 약속?

 

내 지인중에 이런 악마를 사역한 사람이 있었나 생각해봐도 짐작가는 바는 없었다.

 

하지만 이 악마를 사역마로 삼는다면... 분명 모험에 큰 도움이 되겠지..

 

잠깐 고민을 하고 난 그녀에게 말했다.

 

“좋아요, 제가 당신의 주인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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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모험은 즐거웠다.

 

혼자 모험할때와 달리 말동무가 생긴것도 기뻤다.

 

함께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즐거웠다.

 

... 문제는 여행중 내가 크게 다치는 일이 있었을때다.

 

미노타우르스 토벌 의뢰를 받아 토벌을 하다가 공격을 피하지 못해 팔이 날아가고 의식을 잃었었다.

 

눈을 떳을때는 처음보는 방이었다.

 

“앗! 일어나셨군요!”

 

“여..여기는...?”

 

“제 저택입니다 주인님.”

 

“저택..? 그런것도 있었구나...”

 

“잘렸던 팔도 다시 붙혀놨고 미노타우르스도 제가 잡았습니다.”

 

“.. 고마워”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하자 갑자기 팔이 멈췄다.

 

짤랑-

 

... 팔이 수갑같은걸로 침대에 묶여있었다.

 

“제가 주인님이 쓰러진동안 생각해봤어요, 주인님이 이렇게 계속 모험을 하신다면 더 심한일을 당할수도 있다고..”

 

“얀순...? 이것좀 풀어줄레..?”

 

“주인님, 여기서 제가 지켜드릴게요. 주인님이 다치지않게 해드릴게요!”

 

“얀순! 장난말고 빨리 이거 풀어!”

 

“...싫어요”

 

“뭐?”

 

“더이상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는건 보기 싫다고요!”

 

“얀순, 넌 내 사역마일 뿐이야. 빨리 이거 풀어.”

 

그 말을 들은 그녀의 표정이 굳어갔다.

 

“어떻게...어떻게 저에게 그런말을 할 수가 있어요..”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저는 당신을..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했다고요! 당신의 전생에서도, 그 전생에서도, 그 전생에서도 만났었다고요! 당신이 제 눈앞에서 죽는 모습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봐왔어요! 더 이상... 당신을 잃는 것은 싫다고요!”

 

그녀의 말을 처음에는 이해할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악마라는 것을 떠올리며 깨달았다.

 

악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악마는 영혼을 담보로 계약을 한다.

 

그렇다면.. 나는 전생에 그녀를 만났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죽을때 영혼을 취하지 않았다.

 

그 영혼이 다시 환생하더라도 그녀는 영혼을 쫓을수 있다. 

 

가져가지 않았을뿐 마법으로 그녀와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래도... 이제 괜찮아요.. 주인님은 이제 위험한 일을 하지 않아도 돼요! 제가 여기서 영원히 지켜드릴게요!”

 

“얀순,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잖아... 제발.. 이것좀 풀어줘..”

 

“.....”

 

내가 그녀에게 애원해도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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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에 갇힌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항상 내 곁에 붙어있었다.

 

내가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밥을 먹을 때 밖에 없었다.

 

그때만이 내 손목에 걸려있는 수갑이 풀릴때였다.

 

... 그러니까 그때밖에 없다.

 

내가 이 저택을 탈출할수 있는 방법은 그 순간밖에 없다.

 

“주인님, 식사시간입니다.”

 

철컥-

 

내 손에서 수갑이 풀렸다.

 

“자 식당으로 가시ㅈ”

 

탓-

 

나는 달렸다. 

 

방을 뛰쳐나와 복도를 달렸다.

 

이상한 것을 느낀 것은 5분째 달려도 같은 풍경이라는 것을 눈치챘을때다.

 

그때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어딜 가시는거죠?>

 

그 목소리는 그녀의 목소리였다.

 

<여기는 제가만든 공간, 나가는 방법은 없어요.>

 

나는 달리는 것을 멈추고 옆에보이는 방에 들어갔다.

 

<주인님의 대략적인 위치는 알수있으니까 지금 찾아가겠습니다.>

 

그 방은 내가 있던 방과 구조가 비슷했다.

 

나는 침대밑에 숨었다.

 

쾅-

 

밖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숨은 방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까운 방이었다.

 

쾅-

 

쾅-

 

쾅-

 

점점 소리가 가까워졌다

 

쾅-

 

내가 숨은 방의 문이 열렸다.

 

그녀가 내가 숨은 침대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흐으음... 여기가 아닌가...”

 

그녀가 방을 나가는 모습을 보고 안심한 나는 침대 밖으로 나왔다.

 

그순간,

 

“찾았다♡”

 

나의 뒤에서 그녀가 내 귀에 속삭였다.

 

“히이익!”

 

“하아... 주인님도 정말.. 이렇게 도망가시고...”

 

“...내줘.”

 

“네?”

 

“날 내보내줘! 언제까지 날 이곳에 가둬둘거야!”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평생이라고.. 대체 뭐가 불만이신 거죠? 원하는건 뭐든 해드리고 있는데..”

 

“나는 모험을 하고싶어서 고향을 떠났던거야!! 이런 삶을 원하지 않았다고!!!”

 

“...”

 

그녀는 아무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리곤 무언가 알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주인님이 무엇을 원하는 건지 잘 알았어요.”

 

“... 알았으면 내보내ㅈ”

 

“주인님이 모험을 할수 없다면 떠나지 않겠죠?”

 

“뭐..?”

 

텁-

 

그녀가 나의 양 팔을 붙잡았다.

 

“얀순! 이게뭐하는...”

 

콰드득-

 

“끄아아아아악!”

 

 

그녀가 손으로 내 양팔을 부러뜨렸다.

 

“이거면 되나요? 이정도면 모험을 못하겠죠?”

 

“끄으윽...하아...하아... 미친년...”

 

“... 아직 부족한가 보내요, 이번에는 다리를..”

 

콰직-

 

“끄으아아아아악!!”

 

“처음부터 이렇게 할걸 그랬네요~ 그러면 주인님이 도망치려고 시도할 일도 없었을텐데..”

 

그녀가 나를 안아 들었다.

 

“자~ 이제 식당으로 가요~ 제가 먹여드릴게요~”

 

나의 유일한 희망, 도망칠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져버렸다.

 

언젠가 내가 늙어죽는다 해도.. 다음생에 나는 그녀에게 붙잡힐 것이다.

 

 

이후 나는 그녀가 원하는 내가 되었다.

 

그녀에게 순종하며 이곳의 삶에 만족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나는 주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