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글을 쓰는 이유는 안 그래도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얀데레물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것, 단 하나뿐이다.



얀데레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사람들이 얀데레 소설을 쓰면서 흔히 하는 실수들 중 하나는 \'얀데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글을 쓴다는 점이다.

\'얀데레의 마음\'이라니, 뭔 개소리인가 싶겠지만,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왜 쏟아져나오는 수많은 고퀄리티 소설들을 내버려두고, 폐급 콘텐츠도 안 나와서 고사하기 직전인 얀데레물을 볼까?

상세한 이유야 제각기 다르겠지만, 쉽게 말해서 \"얀데레가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얀데레가 좋다는 건, 얀데레의 정신나간 가치관, 빠꾸없는 과감한 전진, 폭력과 약물, 납치로 점칠된 비극적인 상황 전개 등, 얀데레를 구성하는 요소들과 얀데레의 행동을 좋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제3자의 시각으로,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볼때 이런 얀데레의 행동과 광기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럴 수 없다. 흔히 얀데레 캐릭터가 밋밋하고, 싱겁고, 어색하고 나오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소설가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예시를 한번 들어볼까?

소설가의 시각으로 얀데레 소설을 하나 써보자.

회사원 얀데레 캐릭터가 하나 있다. 이 얀데레는 주인공을 너무 사랑해서, 수면제를 먹이고 파워쎽쓰를 한 다음, 그 영상을 촬영해 주인공을 협박하려는 아주아주 사악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주인공을 부른 다음, 그 계획을 실행한다. 주인공은 얌전히 꿈나라로 떠나고, 와우! 얀데레와 주인공의 파워쎽쓰! 촬영 찰칵찰칵. 이야기 끝.

줄거리 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이야기지만, 좆도 재미가 없음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얀데레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써보자.

자, 당신은 얀데레다. 그런데 얀데레의 입장이 되어서 이야기를 풀어보려니, 당신은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낀다. 당신은 그저 얀데레라고 \'설정\'되기만 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당신의 과거는 어떠했는지, 현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주인공을 만났는지, 왜 주인공을 좋아하는지, 특히, 어쩌다가 얀데레가 되었는지 등등.

내용을 조금 추가해서 다시 가보자,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던, 중소기업의 대리이다. 외모도 받쳐주고 능력도 출중한, 유능한 커리어 우먼 취급에 만족하며 하루하루 같은 일상을 보내던 중이었다.
어떻게 주인공을 만났는가? 주인공이 신입사원으로 들어왔다.
왜 주인공을 좋아하게 되었는가? 처음에는 좋은 후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일도 잘하고, 잘 웃고, 인상도 서글서글해서 자꾸만 호감이 간다. 자신도 나름 능력과 외모에 자신감이 있던터라 적극적으로 대쉬했다.
어쩌다 얀데레가 되었는가? 어라? 나는 나름 잘 어필하고 있는 것 같은데 후배가 자꾸만 날 피하는 것 같다. 그러다 후배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왜 나는 거절당한 거지? 내가 대체 뭐가 부족해서? 후배에게 물어봐서 따지니,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이제 여자친구가 있으니 그만해달라는 소리를 들었다. 나중에 미행해보니, 여자친구와 함께 있을 때 짓던 그 행복한 표정. 나한태는 그런 표정 보여준 적도 없으면서.
내 것인게 당연한 후배가 그 \'자칭\' 여자친구라는 인간에게 홀려서 헤롱헤롱거리고 있다. 주인공이 내 소유라는 걸 제대로 \'교육\'시켜야 할 것 같다.
약물도, 카메라도 전부 준비됐다. 이후 중략.

사실 위의 내용은 내가 이전에 썼던 소설을 어떤 과정으로 썼는지 정리한 것이다.
얀데레의 시점에서 생각하니 내 캐릭터에 무엇이 부족한지, 이 캐릭터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술술 써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대충 얀데레라는 설정만 끼얹은 겉껍데기 같은 캐릭터를 만들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그 캐릭터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캐릭터의 입체적인 요소들과 동기를 설정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내용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언제나 얀데레의 마음을 잘 헤아려 소설을 쓰도록 하자.

롤하러 가야 해서 여기서 끊지만 아직 더 설명할 내용이 많다.
다음 편에서는 언제나 얀데레에게 고통받는 우리의 친구이자 분신인, \'주인공\'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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