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이 정식으로 체결되고 왕궁에는 한차례의 혼란이 밀고 들어왔다. 조약에 따른 군대의 해산과 많은 양의 공물 조달을 위한 긴축재정. 성에 있는 고용인들 일부와 상비군, 그리고 기사들 대부분은 계약을 해지한 후 궁에서 나갔다. 특히 기사들의 경우 계약을 해지하고 자유 기사가 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떠났으나 왕궁을 떠나지 않은 이도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어떻겠나?\"

\"몇 번을 물으셔도 제 답은 똑같습니다.\"

\"내겐 그대에게 줄 수 있을만한 돈도 병사도 없네.\"

\"기사로서 불가능하다면 시종으로라도 남겠나이다.\"

\"...정녕 괜찮겠나? 돈도 명예도 자긍심도 무엇도 얻을 수 없네. 그럼에도 이 곳에 남을 것인가.\"

\"그렇습니다.\"

\"후우... 기사 이사벨을 기사 직에서 해임한다. 그리고 새로이 궁정 집사이자 시종으로 고용한다.\"

간략한 임명식과 함께 빠르게 진행되었단 인원 정리는 끝이 났다. 그리고 며칠 뒤 여왕은 새하얀 롱드레스를 입은채 은빛 눈동자와 머리카락으로 마치 새하얀 겨울같은 신비감을 주며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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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외적으로부터 왕국을 보우했다는 성문이 내부에서부터 열렸다.

성문이 열리고 보이는 길을 따라 나를 호위하는 장미 기사단과 함께 입성을 하자 잘 계획된 도로망 속에서 바로 정면으로 왕궁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맞은 편 나를 맞이하기 위해 온 공왕을 만나 왕궁 내부를 안내받았다.

도착한 왕궁의 첫인상은 마치 이 성의 주인인 공왕의 알려진 모습처럼 깔끔하고 검소했다. 왕궁이 아니라 일개 귀족의 집무실이라고 불러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사정을 설명하고 무거운 공물을 조금이라도 삭감하려드는 그의 모습을 드다보니 장난을 치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확실히 너무나도 누추하군요. 본좌가 앞으로 살 곳인데 이런 지경이라니. 조만간 예술가 한명을 보내도록 하죠.\"

내가 살 거라는 소리에 순간 놀란 눈을 크게 떠 나를 지켜보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의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 모습은 보다보면 그 여기사가 왜 그렇게까지 사랑에 빠졌는지 살짝 이해가 가는 기분이다.

*글이 잘 써져서 좋은데 가면 갈수록 얀데레 색이 옅어지는 기분이네. 그래도 괜찮음? 그리고 원하거나 나왔으면 좋은 스토리 전개 있으면 말해보삼. 끌리면 넣어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