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 잠시 내게로 와봐."

 

천하를 내려보기 위해 높게 솟아오른 궁전의 내부, 한 쌍의 남녀만이 존재하는 마지막 방

 

"무슨 일이신가요…."

 

만물의 흐름마저 다스릴 것만 같은 확고한 자신감과 그렇지 못한 소심함, 너무나 이질적인 두 성격이 겹치게 되면서 이 방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게 된다…

 

"잔말 말고 와봐, 내가 했던 말을 또 반복하게 하지 마."

 

활짝 열린 테라스 문 사이로 들어오는 대낮의 햇살이 여인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며 그녀의 날카로운 눈매가 공기를 타고 남자의 심장에 꽂히게 된다…

 

"네…"

 

테라스 너머로 펼쳐지는 광활한 배경, 수많은 왕국의 영토가 한눈에 보이며 그 너머의 땅까지 다스리는 황녀의 부름에 남자 힘없는 발걸음을 내디딘다..

 

"스읍…"

 

남자가 다가가자 재빠르게 손을 낚아채며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사정없이 그의 페로몬을 들이 마시기 시작한다.

 

"읏…"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하늘에 먹구름이 끼듯 일그러지는 황녀의 표정에 남자는 몸을 빳빳하게 세우며 마치 급속 냉각을 당한 희생양처럼 경직되고 만다….

 

"너… 오늘 다른 여자 만났지? 어떤 년이야, 어디 주제도 모르고 깝죽거리는 미천한 암컷이 감히 너를 유혹하려 든 거냐…."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 구분 못 할 냄새, 모래사장에 소금 한 자밤을 뿌린다고 그것을 구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잘 모르는 ㅡ"

 

"내가 정말 모를 것 같아? 수인의 황녀가 이런 냄새 하나 못 잡아낼 줄 알았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사람'이라는 기준, 남자의 상대는 머리에 여우의 귀가 달려 있으며 복슬한 꼬리가 아주 인상적인 수인족이었다.

 

"........."

 

황녀의 말에 그저 침묵하며 들통난 거짓에 남자의 이마에선 식은땀이 삐져나오게 되는데....

 

"사실, 이곳에 고용된 다른 수인과 만났습니다…. 하지만 업무로 인해 정말 몇 초에 불과한 ㅡ"

 

"그만."

 

황녀의 고요한 명령에 남자의 말이 틀어 막히며 이 방은 곧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아 알 수 없는 불안한 기류가 스멀거리게 된다. 

 

"네가 무슨 변명을 하는 건 중요치 않아…. 솔직히 말했다면 용서해줄 문제인데, 그것 조차 피하며 진실을 부정하는 너의 태도가 중요한 것이지."

 

그 말과 동시에 황녀는 그의 턱을 어루만지며 말없이 남자를 응시하더니….

 

"...."

 

그 행동에 남자는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게 돼버린다…. 나날이 반복되는 교육과 고문 끝에 길들여진 버릇

 

츄르…♡ 츄… 츄릅 ♡

 

천박하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 음란한 물결 소리가 덩실거리며 방안 가득 퍼져나간다….

 

"저항하지 마, 너의 명줄이 길고 싶다면…."

 

황녀의 오싹한 협박에 남자 다시 한번 몸을 경직시키며 그저 모든 것을 황녀님에게 맡겨 버린다….

 

"푸하…♡"

 

오랜 입맞춤 끝에 드디어 떼어진 두 입술, 끈적하면서도 깊은 관계를 증명해주는 은색 실이 남녀의 입가를 이어주었다.

 

"이걸로 용서해주겠지만… 절대 잊지 마, 그리고 현명하게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나의 말 한마디의 너의 인생이 어떻게 돼버리는지를."

 

남자에겐 악몽과도 같은 과거를 떠올리게 하며 머리 깊숙한 곳…. 아니 그것을 넘어 내면 자체에 새겨진 트라우마를 건드려 버린다…

 

"다시 입 벌려…♡"

 

하지만 황녀는 붉은 두 뺨을 보이며 자신의 기분을 대변함과 동시에 아직 끝없는 욕망이 남아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있었다.

 

◆◆◆

 

원래부터 난 왕궁에서 일어나는 대단한 인재가 아녔다.

 

그저 마을 숲 근처에서 괴물이나 잡으며 하루하루 벌어 먹고사는 평범한 모험가…. 그 이상 이하도 아녔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진…

 

토양에 피가 스며드는 끔찍한 현장, 잘린 팔이 굴러다니고 시체 난무한 끔찍한 학살의 장소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소인국의 황녀라니… 이거 비싸게 팔리겠구먼!"

 

도적들이 습격한 마차, 호위병들은 다 죽어버리고 젊은 시녀들과 황녀밖에 남지 않는 너무나 처참한 상황

 

"무례하구나! 감히 어전에 그 추잡한 욕망을 거두지 못할 ㅡ"

 

최악!

 

"올리비에!!"

 

단칼에 쓰러져버리며 할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버린 그녀의 시녀, 마지막으로 남은 충직한 신하가 사라지자 황녀는 서럽게 울부짖는다.

 

"짖는 개는 필요 없다, 어차피 황녀만 있으면 되니까."

 

적절한 상황에서 퍼져나가는 냉철함, 황녀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제발… 너까지 가버리면 이제 나는 누구의 말을 믿으라고…"

 

슬피 울며 신하의 죽음에 애도하고 있었지만… 도적들은 더 기다려주지 않았다.

 

"자, 황녀… 순순히 우리를 따르면 거칠게 다루진 않을 ㅡ"

 

쫙 ㅡ!

 

시녀의 복수이자 최소한의 정의, 도적의 등에 칼을 밀어 넣자 칼이 더러운 피로 씻겨져 나간다…

 

"커헉?!“

 

급습은 효과적이지만 첫 공격 이후에는 효능이 사라져 버린다. 

 

자신들의 앞잡이가 처치당하자 원한 서린 눈빛들이 내게로 향하게 된다…

 

"컷…?!"

 

그리고 시야 한구석에 잡혀 오는 간절함, 황녀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아줄을 본 것처럼 절망적이었던 눈빛엔 희망이 섞여 들어간다….

 

"지나가는 모험가입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나는 그때… 이 거리를 지나쳤어야… 아니… 그건 아니더라도 최소한 말도 없이 바로 떠나야만 했다.

 

내 처지가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칵?!"

 

마지막 도적이 내 칼에 쓰러지자 한동안 이곳은 정적이 찾아오게 된다…

 

폭풍이 지나가고 난 자리는 너무나 고요한 것처럼… 그저 피로 뒤덮인 땅만이 전부였다.

 

"후…."

 

모든 도적을 처리하고 전투가 끝났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찾아온다, 허리를 펴며 마른하늘을 올려다보니 이 지상과는 다르게 너무나 푸른 하늘이 나를 반겨주었다.

 

"저기!"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아직 눈물 자국이 남아 있는 황녀가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어떻게 될까…. 정말 두려웠습니다…!!"

 

"정말… 정말로…!"

 

기껏 멈췄던 눈물이 다시 흐르면 내 손을 붙잡는다, 자신을 납치하려던 기안들 앞에 무력한 자신… 얼마나 무서웠던 걸까…

 

"당신이 없었으면 전 지금 죽느니보다도 못한 삶을 살게 되었을 거예요!"

 

그녀의 손에 피가 얼룩져 간다, 거친 전투로 인해 내 신체는 완전히 피범벅이 되어 새빨갛게 물들여져 있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다른 분들은…. 안타까우나 황녀님만 멀쩡하시면 그들은 소명을 다하고 편히 눈을 감겠죠."

 

그녀를 지키다 생명을 잃어버린 이들을 애도하며, 기꺼이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이뤄야 했던 그들의 바람은 내가 대신 이루어주었다.

 

와락 ㅡ!

 

위로의 말을 전하자 몸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황녀가 피범벅인 품인데도 불구하고 내 안에 뛰어든다…

 

"황녀님… 죄송하오나 차림이 더러워 지십니다…"

 

황녀의 복장은 하얀색 드레스, 피와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기에 그녀의 상태를 걱정하지만 나무라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이름을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그때로서의 나는 그녀를 경계할 이유가 없었기에 내 이름을 알려줘 버린다…

 

"카인이라 합니다."

 

◆◆◆

 

 

그 후 도적들의 습격으로 호위병과 시녀들을 전부 잃은 그녀는 나를 용병으로 고용하겠다고 했고… 최고의 보상을 약속받은 나는 그것에 혹하여 황녀를 데리고 짧은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녀가 가기 위한 수인국까지는 거리가 있었기에 내리쬐는 태양을 피해 그늘 밑에 쉬기도 했으며 흔들리는 마차 속에서 선선한 바람을 만끽하기도 했다. 

 

모든 것은 황녀와 함께… 습격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황녀는 내 곁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때도 늦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홀로 돌려보냈어야 했는데…

 

"밤에 자객이 찾아올지도 모르잖아? 내 옆에서 자도록 해."

 

금전적인 결핍은 없었기에 여행의 과정은 고달프지 않았다, 오히려 평생 머물지가 의문인 고급 여관에서 자기도 하였지만…

 

"빨리 누워, 네가 없으면 이제 잠을 잘 수가 없어…"

 

여행의 막바지에 들어섰을 때…. 이상함을 감지하게 되었다.

 

바로 황녀의 의존증…

 

"같이 씻지 않을레? 너라면 기꺼이 황녀의 몸을 구경해도 좋으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는 집착…

 

계속해서 심해지는 행위에 엄청난 부담감을 감당해야만 했다.

 

그래도 계속해서 그녀를 거부하며 직간접적인 유혹을 매번 가까스로 떨쳐냈으며…. 그런 고생 끝에 결국 그녀를 건드리지 않고 수인국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나와 황녀가 궁에 도착하자 듣는 환영과 걱정에 가득 찬 말들…

 

고난이 있었지만, 무사히 돌아온 황녀를 위하여 그리고 기꺼이 그녀를 위해 호위해준 나의 용맹함을 축복하기 위하여 그날은 밤새 축제가 일어나게 되었지…

 

어쩌면 그때가 도망칠 마지막 기회…. 보상이든 뭐든 다 내팽개쳐 버린 체 유유히 사라졌어야만 했다….

 

"너의 활약은 너무나 커서 보상을 금방 준비할 수 없어, 그러니 오늘을 즐기고 내일 너의 대가를 받아가면 돼!"

 

내게 빈 포도주잔을 건네며 해맑게 웃는 황녀, 유독 기분이 좋았는지 귀는 평소보다 쫑긋거렸었다.

 

 

"너를 위한 준비한 포도주…. 부디 마셔줬으면 좋겠어.“

 

보기만 해도 최고급인 포도주를 나와 그녀의 몫에 따르며 내게 잔을 들어 올린다…

 

"지금 이대로 축배를 나눠도 최고겠지만…. 카인? 이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서 미안하지만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

 

갑자기 내려앉은 분위기 그녀는 몹시 진중한 얼굴로 내게 마지막 부탁을 전해온다….

 

"혹시 내 직속 호위 기사가 돼줄 생각 없어? 여러 모험을 다니며 너의 실력은 충분히 봐왔어…"

 

내게 자신의 옆자리를 권유하며 한편으론 내가 받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눈빛에 간절함이 깃들어 간다…

 

"나의 기사가 되어줘, 너만 있으면 난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 정말 최고의 삶을 약속할 테니까… 나의 것이 되지 않을레?"

 

다른 사람이었다면 절대 거절 못 할 영광스러운 자리…. 하지만 내겐 아녔다.

 

"황송하오나,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나는 지켜야 할 고향이 있다, 그리고 나는 인간… 인간의 나라에선 수인이 차별받는 그것처럼 이 나라에선 인간이 차별받는다, 즉 나는 여기서 배척받아야 하는 존재…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음…. 그래?"

 

내 거절에 생각보다 차분히 고개를 끄덕여주는 황녀, 지금까지 내게 기댄 것으로 보아 어떻게든 붙잡으려는 것을 예상했으나 현실은 너무나 담백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제 나와 헤어질 생각에 아쉬운 듯한 분위기를 내기도 했지만… 최대한 미소지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지금까지 보호 받은 처지에서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까.

 

다시 잔을 들어 올리며 정말로 축하를 나누는 나와 황녀

 

띵 ㅡ!

 

둘의 유리잔이 튕기며 청량한 소리가 작게 울리게 된다….

 

"......."

 

포도주늘 넘기자 퍼지는 향긋한 포도 향, 내 입맛에는 너무나 고급스러웠다.

 

"어때?"

 

"음…"

 

내게 포도주에 대한 평가를 기대하는 황녀…

 

하지만….

 

"어…. 어……?"

 

내 시야가 급속도로 멀어지기 시작한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몰려오는 졸음에 저항할 틈도 없었으며, 계속해서 밀고 들어오는 수면욕…

 

마치 불을 본 나방이 자신이 죽을 상황이라도 본능에 못 이겨 달려드는 것처럼…. 나 역시 잠들면 안 된다는 위화감에도 불구하고 의식은 점점 심연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

 

결국,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고…

 

"으응?"

 

눈을 떴을 때는 내 인생이 완전히 반전돼버리고 말았다.

 

어느샌가 벗겨져 버린 겉옷과 피가 흥건한 이불…

 

"흑흑…."

 

그리고 눈물을 떨구며 서럽게 오열하고 있는 황녀……

 

전날의 숙취인지 몰려오는 현기증을 제치고 모든 현실이 머릿속으로 날아 들어오자 온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딸아 대체 이게 무슨 일이니?!"

 

당황 섞인 왕의 목소리에 나는 지금껏 느껴 볼 수 없는 공포감을 느끼게 되었다.

 

"대체... 이게..."

 

지금 내게 펼쳐진 광경을 완전히 이해하기도 전에 떨어지는 냉혈한 명령

 

"저자를 당장 결박해라!"

 

왕의 노여움에 나라의 최정예 병들이 비무장 상태인 나에게 창을 겨누며 위협하기 시작하고…

 

"큭!!"

 

이내 차가운 바닥에 가슴을 찍으며 완전히 몸의 자유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카인이라 했던가… 한낱 서민이 황녀를 덮쳐 처녀를 강제로 뺏어간 것은 죽어 마땅한 일…"

 

이 왕국의 왕은 마지막으로 내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냥 이대로 많은 이들에게 보이는 앞에서 목이 떨어져 죽게 될 것이냐?"

 

그 눈빛이 내게로 향하자 등골이 서늘해지며 다음 말이 두려워지지만, 막상 말하는 것은 정신이 아찔해지는 제안

 

"아니면 이대로 내 딸의 반려가 되어 이 사실을 지워버릴 텐가?"

 

바로 내가 그녀에게 귀속되는 삶…

 

지금이 선택이 인생의 갈림길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삶과 죽음, 어떤 것을 선택하든 내 의견은 존중받겠으나 그 책임은 확실히 지게 되겠지….

 

"....."

 

애초에 나는 선택지가 따로 없었다…

 

"당신의 딸과 이어지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풀려나는 속박, 그리고 마치 모든 것이 연기라는 그것처럼 이내 해맑게 웃는 황녀

 

한낱 모험가인 내가 황녀와 강제로 약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

 

솔직히 나는 그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내 모든 것을 내걸었다고 할 수 있는 제안…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줄곧 들어왔던 고향의 사연…

 

단순 물질적인 것만으론 그를 회유할 수 없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가 고향 대신 나를 택해 주었다면…

 

정말로 그 어떠한 사람보다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었다.

 

고향 따윈 내팽개쳐 버릴 정도로 나와 화목하게 살아가는 삶을 보장하려 했다.

 

하지만….

 

"황송하오나,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카인은 내 제안을 거절해버렸다…

 

그만큼 이 남자는 정직하고 순수하다는 거겠지.


타락한 내가 가지기엔 너무나 깨끗하고 그냥 놓쳐 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남자...


그렇기에 미리 준비해놨던 계획을 실행했다.

 

미리 잔에 발라둔 수면 약으로 그를 잠재우고 그의 모든 것을 거둬 낸다.

 

미리 말씀드렸던 아바마마와 그런 왕이 신뢰하는 정예병으로 연극을 준비한다.

 

카인이 눈을 뜬다면 금방 이 상황을 이해하려 들 것이다, 침대를 얼룩진 피와 울고 있는 나, 누가 봐도 한 가지의 상황밖에 떠오르지 않겠지.

 

하지만 이것은 거짓된 사실, 모든 것은 그저 연기에 불과했으면 침대를 적신 것도 붉은 잉크, 아직 내 처음은 무사했다.

 

그야 서로의 동정과 처녀를 교환하는 건 최고의 순간이어야 하니까… 카인이 충분히 내게 길들여지고 그 역시 내게 의존하는 그때에 진정한 사랑을 나눠도 늦지 않았다.

 

"카인…"

 

그가 나를 반려로 받아들이고… 나와 카인, 그 외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둘만의 방에서 나는 그에게 규칙을 제정한다…

 

바로 그를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만들 방법

 

"아…"

 

그의 눈동자엔 두려움과 함께 미안함 마저 섞여 있었다, 아마 그는 정말로 자신이 나를 강간했다고 믿고 있는 거겠지….

 

너무나 착하고 그렇기에 순진한 성격, 그 어디를 가도 찾을 수 없는 맑은 내면은 나만이 가지고 싶었다.

 

"너의 삶은 간단해, 그저 가끔 처리해야 할 간단한 업무 외에도 나만을 사랑한다… 정말 그게 전부야, 그것만 지켜준다면 그 누구보다도 부유한 삶을 누리게 될 거야."

 

"하지만…"

 

희망찬 현실에 반전을 섞듯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심리에 압박을 가한다.

 

"나 말고 다른 여자와는 일절 접촉 금지, 만약 이걸 어기게 된다면…"

 

마디마다 그의 눈동자엔 두려움이 서려 갔으며 갈수록 몸을 떨게 되지만... 이 또한 내가 바래던 모습

 

"남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신체로 만들어 버릴지도 몰라."

 

그 말에 공포감에 몸을 떨어 마치 보호 욕을 자극하는 불쌍한 동물처럼 부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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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맺음을 어케 해야 할지 모르겠나...

전개를 반대로 했어야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