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역 이야기들 중에는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많은데 신안 쪽의 흑산도라고 하는 섬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음.


과거 흑산도에는 진리당에서 매년 물고기가 잘 잡히길 기원하며 신에게 빌었는데, 여기서 비는 신들 중에 하나가 당각시임. 



'당각시'는 '소저아가씨'라고도 하고, 해초 뜯으러 가다가 바다에 휩쓸려 죽은 처녀신임. 

수틀리면 사람들이 물고기가 안 잡히게 하거나, 심지어 바다에 빠뜨려 물귀신이 되게 하거든. 풍어제를 지내는 이유 자체가 얘가 죽은 이후로 물고기가 아예 안잡히고 해난사고가 계속 이어져서임. (이부분은 강원도 동해안의 해랑신하고 비슷함.)


진리당에는 두 개의 당이 있는데 윗쪽 당인 상당(上堂)이 처녀신을 모시는 처녀당이고 아랫쪽인 하당(下堂)으로 총각화장이라는 용신(용(龍)이라는 한자를 쓰지만, 여기서는 수신(水神)=물귀신임.)을 같이 모시고 있는데


여기에는 얀붕이들이 흥미로워할 이야기가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복원한 옹기배) 옹기배는 말그대로 옹기 팔러 다닌다 해서 붙은 이름


'처녀가 해초 뜯다가 바다에 휩쓸려 죽고 마을에 재난이 끊이지 않자 사람들은 원혼을 달래기 위해 당집을 짓고 제(祭)를 지내주기 되고 난 후


어느날, 바깥에서 이 섬마을에 웬 옹기배가 들어오게 됨. 근데 그 배에 엄청 잘생긴 총각화장이 있는거임. 

(화장(火匠)은 배에서 밥을 짓는 하급선원을 가리키는 말임)



옹기배가 옹기 팔러 흑산도로 들어온 후에 할일이 없던 총각이 당집의 소나무 위에 올라가 피리를 부는데, 엄청 잘 불러서 당각시가 한눈에 반해버리게 됨. 


그거 때문인지 옹기배가 옹기 다 팔고 떠나려는데, 풍랑이 너무 세서 배가 아예 나가지를 못하게 됨.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섬으로 돌아와 배에서 내렸더니 귀신같이 풍랑이 잦아드는거임. 그래서 다시 나가려니까 다시 풍랑이 일고..


이 짓거리가 반복되니까 선주(船主, 배주인)가 이해가 안되서 그 섬 무당에게 점을 쳐보니 무당이 '총각화장의 피리소리가 맘에 들었으니 총각을 두고 가면 된다.'고 말하는 거임. (다른 일화에서는 자다가 선주의 꿈에서 당각시가 직접 말해준다고 나옴)

이러니까 얼씨구나! 하고 총각만 섬에 버려두고 선주는 바로 사공들과 함께 배타고 떠나게 됨.


외딴섬에 남겨진 총각은 어땠겠음? 존나 억울했겠지. 


그래서 음식도 안 먹고 매일 같이 소나무에 올라가 하염없이 피리만 불다가

결국엔 지쳐서 소나무 위에서 떨어져 바다에 빠져 죽게 됨.


총각이 죽으니까 섬에 다시 해난사고가 일어나고 고기가 안 잡히는 거임. 그러니 섬사람들이 각시당 옆에 새 당(용신당)을 짓고 총각화장을 모셔서 둘을 짝을 지어 주니 흑산도에는 더이상 예전처럼 풍랑이 안 심해졌다는게 흑산도의 전래설화임. 


----

요약: 

1.해초 뜯던 처녀가 바다에 휩쓸려 죽고 처녀신이 됨. 

2.밖에서 들어온 잘생긴 총각이 피리를 잘 부니 당각시가 반해버려서 죽여버려서 자기 옆에 영원히 같이 살게 만듬.

ㄷㄷㄷ...


관련 자료 진리당 설화나 흑산도 당각시 설화라고 치면 바로 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