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토요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 보니 얀순이는 벌써 일어나 부엌에서 아침밥을 차리고 있었다.

근데 이제 핑크색 앞치마를 곁들인. 내 몸이지만 정말 안어울린다.


"규칙 첫 번째. 서로가 서로인 것처럼 행동하기로 했잖아?"


"응, 근데?"


"나는 이렇게 요리를 잘 하지 않는데?"


"그럼 얀붕이 네가 요리해 줄거야?"


"그건 아니지만."


"단 둘이 있을 때는 괜찮잖아~"


당했다. 어제 얀순이 앞에서 열심히 자위한 내가 바보같다.  사실 트집을 잡은 것도 어제 당하기만 한 게 원인이다.

17년동안 알고 지냈지만, 확실히 기억을 떠올려 보면 내가 얀순이한테 이긴 적은 거의 없으려나. 

3년 전에도... 결국은 내 패배였지.


"얀붕아~ 아침 준비 다 됐어~"


생각을 멈추고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완성된 오므라이스가 놓여 있었다.

계란은 윤기가 돌고 밥알은 적당히 기름지면서도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느낌. 이게 자취 n년차의 요리실력인가.


"그래도 이제 슬슬 우리 집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엄마 걱정하실 것 같은데."


"아니? 오히려 어제 연락드릴 땐 기분 좋아보이셨는데?"


"우리 엄마 이제 드라마 좀 그만 보셔야하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엄마의 말에는 아마 혼자 사는 얀순이를 걱정해주시는 마음이 담겨있으셨을 거다. 

물론 지금은 엄마의 상상 이상으로 드라마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럼 잘 됐네. 밥 먹고 얘기할 게 많은데."


"어떤 거?"


"두 번째 규칙. 서로가 서로인 것처럼 행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조건 협조할 것. 알았어."


그렇게 우리는 아침밥을 해치운 뒤 여러가지 정보를 교환했다.

친한 친구들과의 관계부터 평소 생활패턴 같은 별 것 아닌 것부터 컴퓨터 비밀번호같은 개인정보까지.

비밀번호는 원래대로 돌아가면 바꾸면 되겠지.


"헤에~ 너 얀진 선배랑도 친하구나."


"당연하지. 같은 도서부니까. 너야말로 우리 반 3등이었어?"


"곧 있으면 중간고산데, 열심히 해야겠네~"


우리 반에 전교 1등이 있어서 몰랐다. 얀순이는 생각보다 공부를 잘하는구나.

그에 비하면 난... 평균 정도이려나.


"근데 발명부? 이런 동아리도 있었나?"


"별 건 없어. 3학년에 이상한 선배랑 나밖에 없는데, 특별한 활동은 없어. "


"월요일부터가 진짜 시작이겠네."


"응. 그래도 매일 밤 자위 보고는 기대하고 있을게."


"안할거야."


"어제는 그렇게 열심히 했으면서."


"아무튼, 안할거야. 너도 오늘 아침에 단 둘이 있을 땐 괜찮다고 했잖아?"


"장난이었는데.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얀붕이 역시 귀여워♡"


어제 이후로 얀순이의 감정표현이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그냥 친한 친구 수준인 줄 알았는데, 저런 마음을 품고 있었다니.

하지만 내 목소리로 저런 말을 들으면 역시, 두근거리진 않는다. 하루빨리 원래 몸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나.


"아, 어제 말 안한 게 있는데."


"뭔데?"


"네가 「모종의 이유」 로 몸이 바뀌었다고 했었잖아. 난 쓰러져서 잘 모르겠지만, 너는 알 것 같은데."


"몰라."


"모른다고?"


"학교가 끝나고 하교하던 중, 갑자기 시야가 바뀌었어. 그리고 내가 네가 됐다는 걸 깨닫고, 원래 내가 있던 곳으로 달려갔더니, 내가 쓰러져 있었어."


이유를 모르면,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도 알아낼 방법이 없다.

이렇다 할 수확은 없었고, 얀순이는 내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주 주말에도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ㅡㅡㅡㅡㅡㅡㅡㅡㅡ


복잡한 기분으로 주말은 금방 지나가고, 마침내 월요일이 됐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얀순이와 나는 같은 반이라는 거다.


"얀순아~"


"ㅇ..어.. 얀붕아."


내 입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느낌. 이틀만이라 더욱 어색하게 느껴진다.


'내 자리 어딘지 알지?'


'당연하지. 순애 옆자리잖아?'


'맞아. 근데 순애랑 별로 친하진 않으니까 평소 너처럼 스스럼없이 대하지 말라고.'


'그건 토요일에도 말했었잖아. 굳이 다시 말하는 이유가 뭔데?'


"그냥. 그럼 오늘 파이팅!"


얀순이의 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채 나는 순애 옆자리에 앉았다.

순애는 얀진 선배의 여동생이다. 뭐든지 잘하는 얀진 선배와는 다르게 수수한 느낌. 유전자 몰빵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나는 얀진 선배한테 다가가기 위해서 순애에게 먼저 다가갔다. 순애도 착한 아이였고,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덕분에, 얀진 선배와도 가깝게 지낼 수 있었고, 지금은 선후배와 연인 사이. 정확히는 선후배에 조금 더 가까운, 그런 사이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오늘 고백하려고 했는데...'


오늘이었다. 학교 도서관 뒷정리를 얀진 선배와 단 둘이서 하는 날. 하지만 얀순이에게 얀진 선배에게 고백해달라고는 절대. 말 못한다.

설령 말한다 해도 나와 사귀고 싶어하는 얀순이가 고백을 대신 해줄 리가 없다.


"얀순아, 무슨 일 있어?"


"으응.."


아무래도 표정이 많이 심각했던 모양이다. 별로 친하지 않았다는 순애가 말을 걸어줄 정도면.

그때였다. 앞자리에 앉은 얀순이가 손으로 눈을 가리키며,


'지켜보고 있다'


같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저거.

아무튼, 오전 수업은 아무 일 없이 흘러갔다. 아무도 내가 얀붕이고, 얀붕이가 얀순이라는 사실은 눈치 못 챈 것 같다.

얀순이쪽은 확실하게 모두를 속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렴, 주말동안 우리 엄마를 속였을테니. 친구들 정도는 잘 속일 수 있겠지.

오히려 내 쪽은 다가오는 사람이 없어서 연기할 필요가 없었달까? 

그러고 보니 얀순이 주위에 사람이 있는 걸 자주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렇게 급식실에서 혼자 급식을 먹던 중-


"저기, 잠깐 괜찮을까?"


"네?"


뒤를 돌아보니, 얀진 선배가 있었다.

얀진 선배는 내가 밥을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를 도서관으로 데려갔다.

얀순이는, 우리 반 남자애들이랑 축구하러 갔겠지.


"무슨 일이시죠?"


"사실은... 오늘 얀붕이에게 고백하는 걸 도와줬으면 해."


놀랐다. 내가 좋아하는 얀진 선배도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니. 

상황을 들어 보니, 도서부 면접 때부터 나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물론, 나는 3년 전부터 선배를 좋아했고, 도서부도 선배를 따라 들어간 거다.

아무튼 이야기를 되돌리자면, 나에게 고백을 하기 위해 부장의 권한으로 오늘 도서관 뒷정리 일정을 계획했고, 상담해줄 사람을 찾다가...

'얀순이에게 상담을 받는 것' 이라는 결과가 된 모양이다.


꼬였다.

꼬여도 단단하게 꼬였다. 

하필 이 상황에 고백이라니. 얀순이가 고백을 받아줄 리가 없다.


"저기... 괜찮은 거 맞지?"


"네? 네!"


"그래서... 어떤 것 같아? 고백."


"선배는 얼굴도 예쁘고 말도 충분히 잘하니까 떨지 않고 제대로 마음을 전하면 분명 괜찮을 거에요."


"그럴까? 고마워."


거짓말이다. 실은 지금 이렇게 자신없어하는 선배도 사랑스럽다. 

나였다면, 오히려 선배 쪽에서 고백해 엄청 놀라면서 기뻐했겠지.

아무튼, 지금은 어떻게든 얀순이가 이 고백을 받아들이게 하는 게 급선무다.


"선배, 저 지금 가야할 곳이 있어서요!"


"자..잠깐!"


얀진 선배의 부름에도 멈추지 않고, 난 곧장 얀순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역시, 얀순이도 나만큼 축구를 하는 건 무리였는지, 교체 선수로 밀려난 모양이었다.


"김얀붕, 너 나좀 보자. 얘들아, 얀붕이 좀 빌려갈게."


나는 얀순이를 데리고 학교 구석 자판기 앞으로 데려가서 방금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얀순이는 표정이 굳었다.


"그래서?"


"제발 고백을 받아주면 안될까?"


"내가 왜?"


"규칙 첫 번ㅉ..."


"아니, 난 고백을 거절하고 어떤 벌칙이라도 받을 각오가 되어 있어."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나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었을 땐 얀순이가 살짝 미소를 띄고 있었다.

불안한 느낌에 살짝 소름이 끼친다.


"좋아."


"진짜지? 두말하기 없기다?"


"대신 조건이 있어."


"알겠어. 뭐든 해줄게."


"한번, 하자."


"뭐라고?"


"5교시 수업은 쉬고, 나랑 하자고."


나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아니,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그 의미가 아니었음 했다.

지금, 얀순이는 나와의 성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너의 모든 처음은, 내가 갖고 싶어. 원래는 네 동정과 첫키스를 받고 싶었는데, 이젠 처녀를 받게 됐네."


"아니, 잠깐."


"왜 그래? 내가 얀진 선배의 고백을 거절해도 좋은거야?"


"그건..."


"간단하잖아? 나랑 섹스하면 해결되는데?"


얀순이는 내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게다가 주도권은 얀순이가 잡고 있는 상황.

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좋아."


"그럼 이따가 옥상으로 와. 난 아까 하던 거 마저 하고 올테니까."


"알겠어."


나는 바로 옥상으로 올라가, 얀붕이를 기다렸다. 

얼마 되지 않아, 얀붕이가 올라왔고, 그대로 나에게 다가와 내 옷을 벗긴다.

오늘 오기 전에 입었던 검은색 브라가 훤히 보인다.


"얀붕이, 생각보다 어른스러운 속옷이 취향이구나."


"조용히 해."


얀순이는 곧바로 브라를 풀고 가슴부터 공략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가슴부터 자위한다고 했었지. 


"오늘은 안 봐줄 거야."


그 말과 동시에 바로 유두를 괴롭히는 얀순이. 

천천히 달아오르던 몸이 갑작스러운 자극에 반응해 허리가 들썩였다.


"처..천천히.."


"얀붕이 진짜로 밤에 자위 안했나보네? 이 정도 자극에도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거 보면."


"그건 상관 없ㅈ.."


말하려던 찰나, 얀순이의 혀가 들어와 내 입을 막는다.

내 입 안에 다른 사람의 혀가 들어와 있다는 이상한 감각. 하지만 얀순이는 혀를 더 움직여 타액을 갈구한다. 

마치 혀로 내 입 속을 유린하는 느낌. 길었던 키스가 끝나고 나는 갑자기 폐에 들이닥치는 공기에 몇 번이나 기침을 한다.

눈에는 눈물이 고여, 앞이 흐릿하게 보인다.


"내 몸이지만 얀붕이가 괴로워하는 모습은 조금 보기 싫을지도 모르겠네."


"그걸 알면서..힉!?"


얀순이는 내가 무방비한 틈을 타 내 가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 넣어 질을 자극했다. 

이미 유두 자극과 키스로 충분히 젖어 있는 그곳은, 내 굵은 손가락이 들어가기에 충분했다.

그곳에 뭔가를 넣어 본 적은 없었는데. 새로운 자극에 몸이 꼿꼿이 선다.

허리가 활처럼 휜다는 게 이런 걸까. 활처럼 휘진 않지만 조금이라도 힘을 뺐다가는 뒤로 넘어갈 것 같은 느낌.


"매일 자위한 민감한 몸, 못 버티겠지?"


"흐아아..."


나는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그저 오는 쾌감에 몸을 부딪히고 있었다.

질 안을 애무하는 걸로도 이 정도면, 그게 들어오면...


"얀붕아, 나 이젠 못 참겠어. 저번에는 너만 기분 좋아졌지만, 오늘은 아니야."


얀순이는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내 자랑스러운 아들을 꺼냈다.


"잠깐만, 얀순아, 나 아직 마음의 준비가..."


"몸은 준비가 끝난 것 같은데?"


또다시 얀순이는 키스를 하면서 동시에 이번엔 더욱 깊은 곳으로 손가락을 집어 넣어서 질 내부를 자극했다.

그러다가, 손가락이 어느 부분을 자극하자, 나는 가볍게 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얀순이의 혀가 내 입속을 범하는 동안, 나는 그저 다리를 가볍게 경련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얀붕아, G스팟이라고 알고 있어? 여자는 클리토리스와 맞먹는 쾌감을 얻을 수 있는 부위가 질 안쪽에 있거든."


"ㅇ..혜..?"


"이제 준비는 충분히 됐지?"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당했다간 섹스하기도 전에 또 쓰러질 것 같았다.

배 안쪽이 뜨겁다. 마치 또다른 심장이 하나 더 있는 느낌. 이제부터 원래 내 것이었던 자지가 내 안으로 들어온다.

무섭다. 무서운데, 마음 한 구석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대감. 

내 안에. 자지가. 들어온다.


"처음은 천천히 넣어줄게."


말 그대로 천천히, 내 안에 들어오는 감각. 그러다가 어느 부분에 걸리는 게 느껴진다.


"얀붕아, 나 너를 위해 처녀를 소중히 지켜왔어. 느껴져? 내 처녀막. 너도 나를 위해 동정을 지켜온 거지?

내가 소중히 지켜온 처녀막의 마지막을 얀붕이가 느끼게 되다니, 나 정말로 행복해♡ 

그럼, 간다?"


또다시 난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뭐에 대한 긍정이었을까. 얀순이를 위해 동정을 지켜왔다는 말? 처녀막의 마지막을 느껴서 행복하다는 말? 아니면 더 깊숙히 넣어도 좋다는 말?

그게 뭐든 간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야, 다음을 느낄 수 있으니까.


얀순이의 그것은, 이제 멈추지 않았다. 처녀막은 이미 찢어진 지 오래였다. 나와 얀순이는 그저 허리를 흔들어, 성욕을 채우기 위한 동작을 할 뿐.

자지가 질벽을 긁으며 들어왔다가 나갔다를 반복하는 감각은 손가락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와 동시에 얀순이는 어디를 공략해야 하는 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마치 섹스가 처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그런 움직임.


'오늘, 안전한 날이지? 안에 싸게 해줘.'


얀순이가 귓가에 속삭인다. 얀순이도 허리를 움직이느라, 뜨거운 숨이 내 귀에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그것조차도 쾌감으로 받아들인다. 

지금은, 모든 게 기분 좋아. 분명 안에 싸는 것도 기분 좋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쯤, 내 다리는 이미 얀순이의 허리를 두르고 있었다. 


"흣.. 햐앗.."


내 입에서는 오로지 신음소리와 헐떡이는 숨소리만이 나오고 있었다. 

점점 빨라지는 템포에, 나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먼저 가버리고 말았다.


"!!"


"뭐야.. 이거.. 질이 자지에 달라붙어서..!"


곧바로, 얀순이도 내 안에 사정했다. 따뜻한 기운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 절정을 맞이했고,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힘이 빠져서 몸을 움찔움찔 경련시키고 있었다.

얀순이가 내 안에서 자지를 꺼내자, 내 그곳과 얀순이의 그곳이 하얀 실들과 빨간 실들로 이어져 있었다. 


"얀붕아, 괜찮아? 혼자 걸을 수 있겠어?"


"아니."


무리였다. 이 상태로 걷다간 얼마 못 가서 쓰러질 게 뻔했다.

얀순이는 이렇게나 연약했구나.


"자."


얀순이는 나에게 손수건을 건냈고, 나는 그걸로 어느 정도 뒷처리를 했다.

그러고는, 얀순이에게 업혀서 옥상에서 내려가려는데,


-옥상 문 앞의 순애와 눈이 마주쳤다.


순애는 곧바로 사라졌고, 나는 갑자기 오한이 느껴졌다.

얀순이는 순애를 봤을까? 이 일이 얀진 누나에게 알려지면 어쩌지?

그런 불안감을 가지고, 나는 얀순이에게 업혀서 그대로 보건실 침대에 누웠다.

푹신한 이불의 감각에, 내 몸은 그대로 빠져들었고, 또 다시, 나는 순식간에 잠들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옆에 있던 건 다름아닌 얀진 선배였다.


"선배? 선배가 왜 여기에..."


"얀붕이가 네가 여기 있다길래, 고맙다는 말을 전하려고."


나는 보건실에 있던 시계를 봤다. 어느 새 학교가 끝나고도 한 시간 반이 지나 있었다. 

잠깐, 고맙다는 말은...


"선배, 그럼... 고백 성공한 거에요?"


"응, 맞아. 덕분에 얀붕이와 앞으로 사귀게 되었어. 얀붕이도 사실은 나를 좋아하고 있었대. 

네 덕분에 내 마음을 확실하게 전할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그렇구나..."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얀순이, 그래도 약속은 지켰구나. 

그런데 마음 한편이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얀순이가 얀진 선배의 고백을 받아들여서 기뻐서일까? 

이 이상한 기분을 뒤로 하고 난 얀진 선배와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얀순이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나는 언제든지 얀진 선배와의 관계를 끊을 수 있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얀붕이, 내 말을 잘 듣는 게 좋겠네?'


이럴리가 없다. 분명 얀순이는 자신과 성관계를 맺으면 고백을 받아들이기로-


-아


나는 고백을 받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말한 적이 없다.


걸렸다.

나는 얀순이 손바닥 위였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는 또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옥상에서 본 순애. 그건 틀림없이 순애였다. 이것 또한 얀순이의 짓이었을까? 

그때, 핸드폰에 알림이 울렸다.


'오늘 밤 자위하고 보고할 것. 안 그러면 당장 내일 얀진 선배 차버릴거니까'


그렇게, 내 삶에는 점점 얀순이의 간섭이 심해졌다.

그로부터 매일, 얀진 선배와의 관계를 들먹이며 나에게 한 가지, 어떤 날은 두 가지씩 요구를 해오기 시작했다.

그 요구들은 모두 내 몸에 관한 요구들이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요구들을 받아들이면서, 조교당해 갔다.

하지만 괜찮았다. 언젠가 내 몸으로 돌아가면, 모든 게 정상이 되고, 얀진 선배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으니까.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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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입니다

2편에선 얀진이와 순애를 등장시키고, 점차 얀붕이에게 손을 뻗는 얀순이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얀순이의 영향으로 점차 바뀌어 가는 얀붕이와 얀진이와의 관계의 심화, 그리고 순애의 역할까지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