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눈을 뜨니 가장 먼저 모르는 천장이 내 시야에 비친다.

몸에 점점 감각이 되돌아와서, 머리카락과 이불의 감촉이 느껴지고, 창밖의 빗소리도 들려온다.

그리고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 오른손에 뭔가 잡히는데..?


"일어났어?"


한 남자애가 내 손을 잡고 있다. 익숙한 얼굴. 익숙한 목소리.

잠깐, 저거...


"나?"


"맞아. 난 너야."


자신이 나라고 주장하는 나. 하지만 어떻게 봐도 김얀붕, 내 모습이 맞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아무래도 많이 혼란스러운가 보네. 이걸 보면 이해가 될거야."


난 내가 건네준 거울을 보고 경악했다.

거울에 비친 건 다름아닌...


"내가 얀순이가 됐어...?"


"맞아. 그리고 내가... 얀순이야."


나, 그러니까 얀순이는 곧바로 내게 상황을 설명해줬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나와 네가 모종의 이유로 몸이 바뀌었고, 상대적으로 연약한 네 몸에 들어간 내가 정신을 잃었다?"


"맞아. 그래서 지금 우리 집으로 데려왔어. 그래도 얼른 깨어나서 다행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여자애의 몸에 들어와있다는 사실만으로 흥분되는 상황일지 모르지만,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17년동안 봐온 나에게는 그리 흥분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집 고양이랑 몸이 바뀌는 게 더 재밌을지도.

솔직히, 어서 빨리 내 몸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흣챠..앗?!"


-.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키와 낮은 시야에 나는 넘어지고 말았다.


"무리는 하지 마. 나야 키가 커진 느낌이지만 키가 컸다가 줄어들면 아무래도 적응이 필요할 거야."


"그런 것 같네."


그런 나는 얀순이의 손을 잡고서야 겨우 일어설 수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어떻게 하냐니?"


"우리, 몸이 바뀐건 그렇다 쳐도 이대로 평생 살아갈 수는 없잖아. 당장 오늘은 금요일이라서 괜찮을진 몰라도 월요일부턴 학교도 가야 되고."


"일단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고 간다고 너희 어머니께 연락드렸어. 아, 이제 우리 엄마라고 불러야 하나?"


"됐거든요."


그렇게 같이 회의한 결과,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

첫째, 서로가 서로인 것처럼 행동할 것.

둘째, 이를 위한 것은 무조건 협조할 것.

셋째,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은 반드시 서로에게 알릴 것.

넷째, 이를 어길 시 벌칙을 받을 것.


하지만, 이 때는 몰랐다. 이 규칙이 내 삶을 어떻게 바꿔버릴지.


"그래서 그건 그렇다 치고..."


"목욕 같이 안할래?"


"목욕 정도는 혼자 할 수 있거든!?"


그렇게 말하고 얀순이의 옷장을 열어ㅂ...


"안돼."


갑자기 얀순이의 표정이 바뀌었다. 내가 정색하면 저런 얼굴이 되는구나.


"얀순아? 나도 슬슬 씻으려면 갈아입을 옷이 필요한데..."


하지만 얀순이의 몸으론 내 몸에 들어가 있는 얀순이를 힘으로 이기는 건 무리였다.

여자아이의 비밀이라는 건가? 17년 동안 쭉 붙어다녔는데 아직 내가 모르는 얀순이가 남아있나 보다.


"그럼, 먼저 씻고 있을테니까 갈아입을 옷 가져다 줘."


"알았어."


그렇게, 목욕물을 받아 놓고 느긋하게 욕탕에 몸을 담궜다.


"저녀석, 혼자 사는데도 이렇게 욕실이 크다니..."


부모님이 안 계시는 건 아니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자주 뵀었다. 

듣기로는 사업을 하시던 얀순이네 아버지가 사업을 해외까지 확장시키면서 외국으로 가셨는데, 

아버지를 혼자 둘 수 없었던 어머님이 같이 따라가신 모양이다. 뭐, 결과적으로 잘 된 모양이다.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고,


"얀붕아~ 같이 목욕하자~"


갑자기 얀순이가 욕실에 들이닥쳤다. 

아까 정색하던 표정은 어디 가고 무슨 변태 할아버지같은 표정을 하고선. 내 얼굴이지만 기분 나쁘다.


"얀붕아, 여자애의 몸은 남자애랑은 달라서 더 신경써서 씻겨줘야 한다고?"


"알겠으니까! 만지지 ㅁ..."


얀순이의 내 손이 내 몸을 흝는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몸을 스친다. 간지러운 것 같지만 간지럽진 않은, 그런 느낌.

계속해서 몸에 얀순이의 손이 내 몸의 구석구석을 흝는다. 도망가려고 해도 이상하게 힘이 완전히 들어가지 않는다.


"얀붕아, 숨이 조금 거칠어진 것 같은데?"


그때,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보였다.

빨갛게 상기된 뺨과 귀, 거친 호흡으로 들썩이는 어깨. 아까까진 자각하고 있진 않았지만 17년 동안 봐왔던 소꿉친구의 이런 모습.

너무 야하다.


"여기를 이렇게 만져주면..."


얀순이의 손이 허벅지를 타고 가랑이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야한 기분을 자각해버린 나에겐 그 정도로 충분했다.


"햐읏!?"


"나, 이렇게 귀여운 소리도 낼 수 있었구나."


"ㄱ...그만.."


"내 몸이니까, 느끼는 곳이 어디인지는 잘 알고 있지."


얀순이의 손이 더 노골적으로 몸 구석구석을 탐한다. 호흡은 더 거칠어지고, 어질어질하다.

그래도 감각은 민감해서, 오싹오싹한 느낌이 내 정신을 자꾸 붙잡는다. 

지금 순간이 끝나면 곧바로 쓰러질 듯한 상태에서, 욕실은 내 신음소리로 가득하다.


"나, 매일 너를 생각하면서 자위했으니까, 엄청 민감할거라고 생각하는데."


얀순이가 귀에 속삭인다. 이젠 귓가에 닿는 숨결로도 저릿저릿해지는 것 같다.

뭔가가 온다. 잔에 가득찬 물이 곧 넘쳐흐를 것 같은 느낌. 지금의 나에게는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나, 너 좋아한다고."


그 말이 끝나고, 얀순이가 귀를 가볍게 깨물었다.

그와 동시에, 몸 전체에 차올랐던 감각이 한 번에 나를 덮쳐왔다.

지금까지 남자로 살아왔던 나에게는 미지의 감각. 배 안쪽에서부터 퍼져나가서, 머리, 손끝은 물론 발끝까지도. 

마치 전류가 내 몸을 타고 흘러가는 것처럼 한순간에, 하지만 연속적으로 덮쳐오는 쾌감에, 나는 더 이상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너무 지나쳤나..? 얀붕아... 얀ㅂ.."


희미하게 들리는 원래 내 목소리를 뒤로 하고, 내 의식은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


눈을 떴을 땐 이제는 익숙한 천장. 얀순이의 방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대로 옷을 입은 채로 얀순이의 침대에 이불을 덮은 채로 누워 있었다.

아직 얀순이인 채로.


"다시 눈을 떴을 땐 내 몸으로 깨어나고 싶었는데."


잠시 물을 마시러 얀순이의 방을 나오니, 내 몸이 소파에 누워 있었다.

이불을 고쳐 덮어 주면서, 나는 이게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까 그 말은 뭐였을까...'


분명, 나를 좋아한다고, 그런 말을 했었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뜩 얀순이의 옷장이 신경쓰였다. 


얼핏 보기엔 평범한, 여자애의 방에 있을법한, 연한 갈색의 옷장. 여기에 뭐가 있길래 숨겼을지, 나는 호기심에 두 손을 들고, 옷장을 열었는데-


-이상한 점은 별 거 없었고, 상자 하나가 나왔다

상자 안에는, 어릴 때 쓰던 필통, 옷 같은 옛날 물건들이 담겨 있었다. 졸업앨범도 있었지만 쭉 같은 학교였으니 나도 같은 걸 갖고 있고, 볼 필요는 없겠지.


"이게 그렇게 정색할 물건이었나? 그냥 보면 평범해 보이는데..."


나는 상자를 다시 닫아서 옷장 안에 넣어 뒀다.


"혹시 이런 것 때문인가?"


나는 정리되어 있는 속옷을 살펴봤다. 확실히 가슴이 작은 편이 아니라서, 꽤 성인 취향의 속옷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얀순이는 지금 무슨 옷을 입고 있는 거지?

그때,


"얀붕아?"


"어....어..?"


뒤를 돌아보니 아까의 정색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얀순이. 내게 천천히 다가와서-

-나를 침대로 몰아붙여 침대에 넘어뜨린다. 얀순이의 몸 너무 연약한 거 아니냐고.


"봤어..?"


"아..아니...?"


"옷장 안의 상자. 봤잖아?"


"..."


이렇게 내 얼굴이 무서운 적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

그러고는 얀순이는 얼굴을 가까이 붙여서,


"장난~"


이라면서 웃는다.  솔직히 긴장했었는데, 역시 별 거 아니었나보다.

그러면서 새삼 얀순이를 살펴보니, 본 적 없는 후드티를 입고 있다. 분명 난 저런 옷 가져온 적 없었는데?


"너.. 그 옷 어디서 난거야?"


"아 이거? 저번에 부모님이 한국에 오셨을 때 선물로 옷을 사오셨는데 얀붕이 네 것까지 사오셨더라고. 집에 묵혀두던 거 입은거야."


"뭐야.. 그런 거였냐.. 난 또 네 옷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은 너무 끔찍할 것 같아서."


그렇게 한동안 둘이서 웃다가,


"나, 대답 아직 안들었는데."


"ㅁ..무슨 대답..?"


모르는 척을 했지만 나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얀순이가 나에게 고백했던 사실을.

물론 한창 달아올라서 당시엔 아무 생각도 안들었지만, 확실히 고백이었다.


"그거 알아? 나 이 침대에서 매일 밤, 너를 떠올리면서..."


"얀순아."


"어?"


물론 나는 고백을 받아줄 마음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얀순이가 아니라, 얀진 선배니까.

얀순이가 싫은 건 아니지만, 사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니, 3년 전의 나였다면 분명 얀순이와 사귀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내가 네 고백을 받아들이면, 상황과 분위기에 휩쓸려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 적어도, 서로의 몸으로 돌아갈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을래?"


"좋아. 하지만 다음에 다시 고백할 때에는 반드시 사귀게 될테니까."


"왠지 자신있어 보이는데."


"아까는 나한테 가버려서 쓰러진 주제에."


"윽..."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나는 고개를 돌려서 시선을 피했다. 

그에 비해 얀순이는 옅은 미소를 띄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 그럼 규칙 첫 번째."


"본격적이네. 그래서 뭘 하면 되는데?"


"나는 매일 밤 너를 떠올리면서 침대에서 혼자 마음을 달래.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자위해줘."


"얀순아..?"


"서로가 서로인 것처럼 행동하기로 했잖아? 그러니까 어서 시작해줘."


"그래도 네가 보는 앞에서?"


"규칙 두 번째. 이걸 위해서라면 협조하는 거잖아? 나라면 어떻게 자위해야 하는 지 알려줄 수 있는데?"


외통수다. 얀순이는 다 계획이 있었다. 아까는 억지로 당한거라고 쳐도, 남자인 나 스스로 여자인채로 자위를 한다는 건, 뭔가...

야하다.


"먼저... 여기를 이렇게 만져주면서..."


얀순이가 가슴을 먼저 자극한다. 그러고 보니 나, 지금 브라를 입고 있지 않았다. 


"알겠어. 할테니까! 스스로 할테니까 그만!"


나는 가까스로 얀순이의 손을 뿌리쳤다. 그런 나를 음흉한 미소를 띄우고 바라보는 얀순이. 

내가 저런 표정을 짓고 다녔다면 얀순이가 나를 좋아할 일은 없었을지도.


"분명 이렇게..."


나는 옷 속으로 손을 넣어서 가슴을 스스로 쓰다듬었다. 벌써부터 피가 쏠려서 쓰다듬을 때마다 유두가 손에 자극되어서 저릿저릿해진다.

스스로 만져보니, 가슴이란 건 꽤나 부드럽고, 또 민감했다.


"처음부터 유두를 만지면 버티기 힘들걸? 먼저 유두 근처를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면서 천천히..."


얀순이의 목소리에 이끌려서 그대로 유륜을 자극한다. 아까는 깜짝깜짝 놀라는 듯한 감각이었다면, 이번엔 천천히 몸이 달아오르는 듯한 감각.

점차 유두도 자극하자, 아까보다 더 강한 저릿함이 손끝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제 아래도~"


그렇게 말하면서 얀순이는 밑에 입고 있던 잠옷을 벗겼다. 그리고 드러나는 작은 리본이 달려 있는 새하얀 속옷. 

하지만 하얀 속옷이어서 그럴까, 리본 밑에 내 애액으로 생긴 작은 얼룩이 속옷의 바깥에서도 보였다.


"이..이건 말이지.."


"괜찮아. 내 몸인걸. 다 알고 있어."


속옷을 벗기자, 속옷과 그곳 사이에 애액으로 투명한 실이 생겼다 끊어진다.

털 한 점 없이 매끈한 피부가 보이고, 나는 그곳으로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얀순이가 말하지 않아도, 입구 근처부터 살살 문지르면서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까 느꼈던 익숙한 쾌감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애태우기 시작했다.


"너, 엄청 야해."


그러자, 순간 얀순이가 내가 자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흥분이 가속해서, 나도 모르게 여자의 가장 민감한 부분, 음핵을 만지고 있었다.

음핵, 그러니까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건 아까까지보다 더욱 강한 쾌감이 덮쳐와서, 자극할 때마다 발끝까지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

그러고 보니 아까는 클리토리스를 직접적으로 만진 것 같진 않았는데. 그것만으로도 정신을 잃을 정도였는데, 라고 생각하니 뭔가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나는 음핵을 자극하면서 발끝을 움찔움찔거리고 있었다. 

아까보다 강한 쾌감. 하지만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오히려 지금 손을 멈추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갈 것 같지? 가도 좋아."


마치, 허락을 기다렸다는 듯이. 얀순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배 안쪽에서부터 몸 전체가 뜨거워지는 감각.

아까도 느꼈던 그 감각이 온몸을 감싸더니, 마치 정상에 오른 뒤 떨어지는 롤러코스터처럼 한 번에 터진다.

몇십 초 가량 경련하니, 온 몸이 나른해진다.


"얀붕이는 사실 여자인 거 아니야? 소질이 있어 보이는데."


"이런 걸 매일 한다니, 여자란 건 정말 대단하네."


"그럼 매일 밤 자위하고 보고할 것. 안 하면... 네 번째 규칙 알지?"


의미심장한 얀순이의 말에 서늘해지는 등골.

나는 바로 뒷처리를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는데-


"오늘은 같이 잘까?"


"진짜로?"


아무래도 소파에서 자고 있던 얀순이는 너무나도 초라해 보였으니까. 내 쪽에서 먼저 얀순이와의 동침을 권했다.

얀순이는 기쁘게 받아들였고, 우리는 서로 마주보고 누웠다.


"새삼스럽지만 내 눈앞에 내 얼굴이 있는 거, 익숙해지질 않네."


"맞아. 나는 얀붕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잠들고 싶었는데."


"잘 자라."


얀순이의 직설적인 대시가 어색해 나는 몸을 반대로 돌려서, 눈을 감았다. 

그 때 얀순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는, 내가 알 리가 없는 채로.


"잘 자."


얀순이가 그런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른 채로, 나는 또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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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니 분량이 생각보다 많아져서 끊게 되었네요

아무래도 남자가 읽으면서 느낌을 연상하기 쉽도록 노력한 것 같아요

앞으로 얀순이가 어떻게 얀붕이를 정신적으로 압박하는지, 그 과정에서 얀진이는 어떤 역할일지 기대하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2편에서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