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말고는 하소연할 데도 없어서 글 올려본다

얼마 전부터 스토킹당하고 있는데 돌아버리겠다 어떡하냐

 

설날에 킹시국이지만 떡국이라도 해 먹자고 심부름시켜서 읍내 나갔는데

옛날에 친했던 아는 누나 발견하고 말 걸었던 게 화근이었다.

 

대학 들어가고 몇 년만이라 인사하고 번호 교환하고 헤어졌는데

집 들어가니까 무슨 톡이 1초에 한 번씩 오는거임;

 

처음에는 반갑다가도 계속 그러니까 감당이 안 돼서

옛날에 여자들한테 철벽 당하던 수법대로 잠수타기로 함.

 

진동 울리는 것도 무시하고 섹카이림이나 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엄마가 방문 열고 들어와서는 나 찾는 전화 왔다며 받아 보라는 거임.

 

누구지 하면서 핸드폰 받아드니까 그 누나였는데

우리 엄마랑 그 누나 어머니랑 교회 친구여서 번호 알아낸 것 같았음.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대체 무슨 짓이냐고 화내니까

연락이 너무 안 돼서 그랬다고 자기가 싫냐고 우는 거임.

 

화는 났지만 울먹이는 소리 들으니까 심란해져서

누나 싫어하지는 않지만 조금만 자제해 달라고 타이르고 끊음.

 

얼굴 예쁘고 몸매 좋은데다가 착하고

장난도 좋아해서 진짜 친구처럼 지내던 누나였는데

대학 가서 무슨 일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변한 걸 보니까 착잡하더라.

 

그래도 그 이후로 연락 없길래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님 그게 시작이었음.

 

킹시국이라고 방안에만 있다 보니 살이 오동통하게 올라서

운동이나 해 보려고 저녁 되면 해안도로로 산책 나가는데

그때마다 한참 뒤에서 누가 날 따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자의식 과잉이나 그냥 같은 방향 아닌가도 싶었지만

원래 인적 없는 길인데다

우리 동네 태반이 노인네라 그 시간에는 아무도 없어야 정상임.

 

편의점 갈 때도 이상한 시선이 느껴지고

창문 열어 환기할 때도 맞은편 아파트에서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음.

나중 되니 그냥 집 밖 나가기만 해도

누가 날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아서 손이 벌벌 떨리더라.

 

그래도 그때까지는 기분 탓이라 생각했음.

학교 다닐 때도 이따금 그런 시선 같은 걸 느껴서

친구한테 상담했더니 관종에 도끼병 타이틀 달기도 했고.

 

그런데 그제 저녁 동생이 고기 냄새 풍기면서 들어오길래

고삐리가 무슨 돈이 있어서 고기 굽고 왔냐고 그랬더니

그 누나가 고기 사준대서 먹고 왔다고 그러는 거임.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꼬치꼬치 캐물으니까

동생이 그 누나랑 언니 동생 하는 사이인데

그동안 매번 내가 집 들어오거나 자취방으로 돌아가거나

어디 갈 때 다 알려 주고 그랬다더라.

 

기분이 싸해짐.

그러고 보니 나 산책할 때마다 뒤따라오던 사람도

생각해 보면 그 누나와 체구가 비슷했던 것 같았음.

이쯤 되니 그동안 내가 느꼈던 시선도

그 누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확증은 없지만 그 누나가 계속 날 감시하고 미행했다고 생각하니까

미칠 듯이 답답하고 무서운데

어디 하소연을 하고 싶어도 증거가 없어서 그냥 딸치고 잠.

 

그런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톡이 하나 와있었음.

그 누나한테 온 거였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딸감으로 쓴 배우 사진이랑

자기 벗은 사진이랑 나란히 올려 놓고는 이년 말고 자길 봐 달라고 그러더라.

그대로 핸드폰 꺼 버렸음.

 

맨날 얀챈 보고 하악대다가 이런 꼴 나니 머리가 하얘진다.

부모님한테 그 누나가 나 스토킹하는 것 같다고 말하니까

그 착한 애가 그럴 리가 없다면서 무시하고

동생년은 나한테 관심 있는 것 같다며 잘 해 보라며 낄낄댐.


진심 노답이란 게 뭔지 그제야 알겠더라.

 

점심에 여사친이랑 잠깐 만나 상담받아 보려 그러는데

하 진짜 어떡하냐 갑갑해 미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