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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그녀가 수도원을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소년은 그녀에게 자신의 무례를 사과하고 싶었다. 

 

자신을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말로 인해 그녀가 슬퍼하게 되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분명하게 사과를 해야만 한다. 

 

그녀와 보낸 시간은 결코 길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녀는 이미 소년의 소중한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 

 

 

“...더 시간을 지체하는 건 부인께도 실례야.”

 

“알고 있습니다. 신부님. 오늘만... 오늘까지만 기다려볼게요.”

 

“...그래.” 

 

 

소년이 백작가의 양자로 들어가는 것은 이미 확정된 사항. 

 

백작 부인은 소년을 배려해, 소년이 성인이 될 때까지 수도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현재 백작가에는 노년의 백작과 백작 부인 이외의 친인척은 없었다. 

 

이는 곧 소년이 성인인 되면, 정식으로 백작가의 후계자가 된다는 의미였다. 

 

백작가의 후원을 등에 업으면, 작은 수도원 하나를 돌봐주는 것은 큰일이 아니었다. 

 

신부는 소년을 팔아넘기는 것 같다며 한사코 거절했지만, 소년과 백작 부인의 간곡한 부탁에 설득되고 말았다. 

 

 

지금 상황에서 백작 부인에게 더 이상의 배려를 바라는 것은 단순히 소년의 어리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단순한 어리광이라고 하더라도, 소년은 그녀를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녀를 만나지 않으면,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기에. 

 

 

결국, 소년이 애써 얻어낸 한 달의 유예에도 그녀는 수도원에 찾아오지 않았다. 

 

 

 

“조금 더 기다렸어도 되었을 텐데...”

 

“아뇨... 이 이상은 백작 부인께도 실례인걸요. 그렇게나 배려를 해주셨는데...”

 

 

소년의 말에 백작 부인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백작 부인이 아니잖니...?”

 

“...어 ...어머니께도 실례니까요.”

 

“후후. 이제는 가족이니까 그렇게 사양하지 않아도 된단다?”

 

“...”

 

“그렇게나 만나고 싶었던 걸 보면, 그 사람도 너에게는 소중한 사람인 거잖니?”

 

“네. 구체적으로는 말하기 힘들지만...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아들의 첫사랑인가... 이건 질투가 나는걸.”

 

“...첫사랑까지는... 저한테는 너무 과분한 분인걸요.”

 

 

소년이 생각하기에, 그녀는 소년에게 너무나도 과분한 사람이었다. 

 

백작 부인 또한 소년에게는 과분한 어머니이지만, 백작 부인은 죽은 아들과 소년을 겹쳐보고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그 사랑은 소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죽은 아들에 대한 것이다. 

 

자신은 대용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겸연쩍기는 했지만, 그 사랑이 오로지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부담은 조금 덜 했다. 

 

 

하지만 그녀의 경우에는 백작 부인과는 반대로, 소년 쪽에서 먼저 말을 꺼내고 말았다.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였으면 좋겠다.’라고.

 

 

이미 아이가 있고, 그 아이에게 자신이 어머니라고 밝히지 못하는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소년의 말을 받아들였는지는 소년에게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말은 분명히 어떤 방식으로든 그녀에게 상처를 입혔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언제나 상냥한 미소를 짓던 그녀가 그런 슬픈 표정을 지을 리 없을 테니까.

 

 

“어머. 어머니랑 비교하면 어떠니?”

 

“...그런 질문은 좀 치사하다고 생각해요.”

 

“후후후.”

 

 

여러 가지 상념에 빠져있던 소년이었지만, 백작 부인과의 대화로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아마 이것도 부인 나름의 배려이겠지. 

 

 

“곧 숲을 빠져나갑니다.”

 

 

“그래요.”

 

 

마부의 말에 백작 부인이 답한다. 

 

숲을 내오면 곧 대로가 나오고 백작가의 영토까지는 금방이다. 

 

앞으로 살게 될 곳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 그리고 미처 만나지 못한 그녀에 대한 생각.

 

여러 가지 생각이 겹쳐 복잡한 표정을 한 소년에게 백작 부인이 말을 걸었다. 

 

 

“괜찮아요. 당신은 잘 해낼 수 있을 테니까.”

 

 

자신을 위로하듯 말을 건네는 백작 부인에게 멋쩍은 미소로 화답하려는 순간. 

 

 

 

폭발음이 들렸다. 

 

 

 

소리가 들린 것도 잠시.

 

뒤이어 이명이 소년의 귀를 뒤덮는다. 

 

 

소년의 작은 몸을 부유감이 지배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소년을 감싸 안았다. 

 

 

쉴 틈 없이 복잡하게 움직이는 시야 속에서 

 

소년은 자신이 백작 부인의 품에 안겨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직후, 소년은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다. 

 

 

 

 

소년은 꿈을 꾸고 있었다. 

 

 

 

 

꿈이라기엔 너무나도 생생했다.

 

하지만 그것을 꿈이라 부르지 않기에는 나무나 비현실적이었다. 

 

꿈에는 자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조금 이상한 점이라면, 그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 마음에 두었던 여성들이었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 큰 성당에서 봤던 수녀님. 

 

가끔 수도원에 찾아와 소년을 챙겨주던 마을 처녀. 

 

잃어버린 아들의 모습을 소년에게서 찾은 백작 부인. 

 

 

그리고 소년이 만나고 싶었던 ‘그녀’까지. 

 

 

그녀들의 모습은 시시각각으로 바뀌어 간다. 

 

 

수녀님과 함께 고아들을 돌보고. 

 

마을 처녀와 축제에 참여하기도 하고.

 

백작 부인과 둘만의 다과회를 즐기기도 하고. 

 

‘그녀’와 함께 과자를 만들거나 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모두 그녀들과 관계를 맺는 것으로 끝난다. 

 

 

수녀님과는 고해실에서 사랑을 나눴다. 

 

좁은 고해실에 들어간 수녀님은 수녀복을 살짝 들치어 소년을 유혹했다. 

 

누군가에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해서는 안 될 일을 해서는 안 될 장소에서 한다는 배덕감. 

 

그것들이 주는 쾌락과 함께 소년은 수녀님의 안에 정을 토해냈다. 

 

수녀님은 소년의 양물을 핥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신님께서 용서하지 않을 행위. 기분 좋죠? 자아, 좀 더 합시다?”

 

 

 

마을 처녀와는 마구간에서 사랑을 나눴다. 

 

마을 처녀에게는 정해진 약혼자가 있었다. 

 

약혼자는 마을에서 가장 큰 토지를 가진 대지주의 아들.

 

마을의 촌장 자리를 노리고 있는 처녀의 부친에게 이 결혼을 놓칠 수 없는 것이었다. 

 

마을 처녀는 마지막으로 추억이 가지고 싶다고 했다. 

 

 

신부라는 신분.

 

상대는 정해진 약혼자가 있는 여자. 

 

 

처녀막을 찢는 성취감과 복잡한 감정들이 주는 쾌감에 힘입어, 소년은 처녀의 안에 정을 토해냈다. 

 

떨어지려는 소년을 두 다리로 감싸며, 마을 처녀는 말하는 것이었다. 

 

 

 

“아아. 좀 더 주세요. 당신을 사랑하면서도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야 하는 나에게 절대로 잊히지 않을만한 추억을 주세요!”

 

 

 

백작 부인과는 침실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백작은 남성으로서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였다. 

 

백작 부인이 소년을 입양한 것은 소년에게서 죽은 아들의 모습을 본 것도 있었지만, 백작의 아이를 갖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백작 부인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잃어버린 아이를 되찾았지만, 또 언제 잃어버릴지 모른다. 

 

그러니까 안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새로운 아이를 낳으면 된다. 

 

하지만 백작의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는 것은 그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거기서 나름의 방편으로 선택된 것이 소년이었다. 

 

 

죽은 아들과 닮은 소년. 

 

이 소년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은 기꺼이 내줄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이 그것을 원한다. 

 

 

백작과 백작 부인의 침실로 불려간 소년이 본 것은 창녀처럼 가랑이를 벌리고 소년을 유혹하는 백작 부인의 모습이었다. 

 

 

그것을 눈에 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소년이었지만, 왜인지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그런 소년의 모습을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백작 부인. 

 

 

백작 부인의 젖무덤에 묻혀, 가슴을 빨며 열심히 허리를 흔드는 소년에게 백작 부인은 말한다. 

 

 

“후후. 아기처럼 가슴을 빨기는... 정말 아들은 어쩔 수 없네요. 조금 더 힘을 냅시다? 아들은 책임지고 어머니가 만족할 때까지 동생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마지막으로 등장한 것은 ‘그녀’였다. 

 

 

 

그녀의 꿈은 다른 여성들의 꿈과는 달랐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공유하는 것은 같았지만, 그녀와 관계에 이르는 일은 없었다.

 

 

꿈의 마지막에서 그녀는 소년을 자신의 무릎에 눕힌 뒤,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그녀의 자장가를 들으면, 머리가 흐릿하게 만들고 온전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본능은 그것이 위험하다고 경고하지만, 소년에게는 그것에 저항할 힘도 수단도 없었다. 

 

 

그렇게 다시 잠에 빠지면, 처음으로 돌아가 반복한다. 

 

 

수녀님과 관계를 갖는다. 

 

마을 처녀과 관계를 갖는다.

 

백작 부인과 관계를 갖는다. 

 

‘그녀’의 자장가를 듣는다. 

 

 

잠에 빠진다.

 

 

수녀님과 관계를 갖는다. 

 

마을 처녀과 관계를 갖는다.

 

백작 부인과 관계를 갖는다. 

 

‘그녀’의 자장가를 듣는다. 

 

 

잠에 빠진다.

 

 

수녀님과 관계를 갖는다. 

 

마을 처녀과 관계를 갖는다.

 

백작 부인과 관계를 갖는다. 

 

‘그녀’의 자장가를 듣는다. 

 

 

잠에 빠진다.

 

 

 


어느 순간부터, 다른 여성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녀’만이 남았다. 

 

 

 

 

 

‘그녀’와 관계를 갖는다.

 

‘그녀’와 관계를 갖는다.

 

‘그녀’와 관계를 갖는다.

 

‘그녀’의 자장가를 듣는다.

 

 

잠에 빠진다.

 

 

‘그녀’와 관계를 갖는다.

 

‘그녀’와 관계를 갖는다.

 

‘그녀’와 관계를 갖는다.

 

‘그녀’의 자장가를 듣는다.

 

 

잠에 빠진다.

 

 

 

소년의 모든 추억은 ‘그녀’로 점칠된다. 

 

 

 

첫사랑은 ‘그녀’.

 

남몰래 연정을 품고 있던 사람도 ‘그녀’. 

 

새롭게 생긴 어머니도 ‘그녀’.

 

소년에게 상냥하게 대해줬던 것도 ‘그녀’.

 

 

 

점차 소년의 세계는 ‘그녀’로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

 

 

 

[잘 되어가고 있는 모양이구먼.]

 

“츄읍... 흐음...”

 

 

말을 건 사역마에게 신경도 쓰지 않고 그녀는 소년의 양물을 빨아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의 몸이 움찔거린다. 

 

울컥거리며 나온 소년의 정을 빨아내듯 삼킨 그녀는 손수건으로 입을 닦았다. 

 

 

[천박하기는 하지만 효율적이란 말이지. ‘몽마의 비술’은]

 

“얼마 남지 않았어. 앞으로 3일 정도이려나.”

[기념할만한 아들의 동정떼기인가. 창녀가 따로 없군.]

 

“창녀라도 상관 없어.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아직도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이게 모두 그 아이를 위한 거라고?] 

 

“그럼 물론이지.”

 

 

그녀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사역마에게 말한다. 

 

 

“나보다 이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나와 함께하는 게 이 아이에게는 최고의 행복일 게 분명해.”

 

“설령, 이 아이가 그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머니인 나는 알 수 있는걸.”

 

 

[미쳤군.]

 

“누가 뭐라고 말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아. 이건 나와 이 아이의 일이니까.”

 

 

 

그녀는 술식이 그러진 진 위에 묶여있는 소년에게 다가가 얼굴을 쓰다듬었다. 

 

 

 

“미안해.”

 

 

“나는 너의 어머니가 되어줄 수 없어.”

 

 

“왜냐하면.”

 

 




 

“이제 어머니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걸.”

 

 

 

“너의 첫사랑도”

 

“너의 연인도”

 

“너의 가족도”

 

 

 

“모두 나 하나면 충분해.”

 

 

 

 

사역마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저게 네가 바랬던 모습인가?”

 

 

사역마를 멈춰 세운 것은 그녀의 오랜 벗이었다. 


벗은 그녀가 마녀의 장이 되기 이전부터 그녀와 함께했다. 



때로는 친구로.

 

때로는 조언자로.

 

 

그녀의 벗이 그녀의 앞에서 모습을 감춘 것은 그녀가 지금의 제자를 들인 이후부터였다. 

 

 

[무얼. 그녀는 응당 올바른 마녀로서 행동하고 있어.]

 

“...저건 마녀로서도 규격 외야. 제대로 미쳐있다고.”

 

[너는 이해하지 못할테지. 마녀의 모성이란 원래 무거운 것이야.]

 

“그건 자신에게 하는 말인가?”

 

[...]

 

“...내가 저 애를 거두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던 건. 저 아이의 저런 모습을 바라고 그랬던 게 아니야.”

 

[...]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지. 너는 미쳤고 저 아이 또한 미치게 만들었어.”

 

[...]

 

“네 아이의 인생까지 저렇게 망쳐놨어야만 했나?”

 

[나는 후회하지 않네.]

 

 

 

사역마는 그렇게 말하고는 모습을 감추었다. 

 

이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것이겠지. 

 

 

 

“‘마녀의 모성이란 무거운 것’인가...”

 

 

 

 

“뭐어가 모성이냐.”

 

 

 

 

“저런 건 그냥 광기에 지나지 않잖아.”








마지막 화 쓰고 있었는데, 근친 파트에서 엄청난 글이 나와서 급격하게 현타가 왔습니다.


그래서 쓰고 싶은 걸 전부 때려 박았습니다.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내 첫 완결글이 야설이라니.



시발 유부녀 빳따죠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