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수도원에 방문하게 되었다. 

 

목적은 물론 소년을 보기 위함이었다. 

 

 

“이런 걸 받아도 괜찮은 걸까요...?” 

 

 

소년이 받아든 것은 작은 과자 봉지.

 

물론 그녀가 직접 구운 것들이었다. 

 

 

“괜찮아요. 일전에 해주셨던 고해성사의 보답이니까요.”

 

‘다른 아이들의 몫도 있는걸요.’라고 덧붙이자, 소년의 얼굴이 밝아졌다. 

 

 

수도원에는 소년 이외에도 고아들이 몇 있었다. 

 

작은 수도원이라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많지 않겠지만, 작은 수도원에는 그것마저도 큰 부담일 것이다. 

 

덕분에 비싼 설탕을 사용한 과자는 보기 드문 것이었다. 

 

 

“...신부로서 당연한 일인걸요. 임시에 불과하지만요.”

 

 

얇게 미소를 짓는 소년.

 

최근 그녀의 삶의 보람은 때때로 소년이 보여주는 미소였다. 

 

 

“...신부님은 무엇 때문에 신부가 되고자 하시는 건가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건...”

 

 

망설이는 소년을 보고, 그녀는 혹여나 실수한 게 아닐까 하고 조마조마했다.

 

이 질문은 그녀에게도 중요한 질문이었다. 

 

 

그녀가 소년과 좀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소년을 수도원에서 빼낼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녀가 느끼는 불안함이 표정에도 드러났는지 소년이 손을 휘저으며 괜찮다는 표시를 했다. 

 

 

“선택지가 따로 없었던 것도 있지만... 저와 같은 친구들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어서요.”

 

“...그렇군요.”

 

 

고아들을 돕는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상인이 되어서 재정적인 지원을 해준다던가.

 

공직에 올라서 제도적인 지원을 해준다던가. 

 

 

하지만 소년의 입장을 고려하면, 위의 두 가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상인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자본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상인은 경험이나 실적이 없이 성공할 정도로 만만한 직종도 아니다.

 

공직에 오르려고 해도 오랜 기간 공부가 필요한 것은 물론 어느 정도 인맥이 필요했다. 

 

 

소년 나름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 낸 결론이겠지. 

 

 

그렇다면 그녀의 입장에서는 소년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이 결정한 어머니의 역할이니까. 

 

그녀 뒤의 사역마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기만자라며 비웃는 듯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네?”

 

“이렇게 맛있는 과자도 주시고, 수도원의 아이들까지 챙겨주시고 정말 상냥하신 분이군요.”

 

“아뇨. 저는 그저...”

 

 

그것은 그녀에게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의 아이를 위한 일이니까. 

 

아이들의 몫을 챙기는 것도 소년의 호감을 얻기 위한 수단. 

 

실질적으로 그녀의 관심은 모두 소년에게로 쏠려있었다. 

 

 

그렇기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는 소년의 말은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년이 말을 이었다. 

 

 

“당신 같은 사람이 내 어머니였다면 좋았을 텐데...”

 

 

순간적으로 소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 

 

소년 자신도 자신이 내뱉은 말에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에요. 이건 그냥 저번에 말씀하신 그 아이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 고해성사의 내용은 잊어버리고 언급도 하지 않는 게 원칙인데... 죄송합니다. 제가... 그...”

 

 

당황하며 사과하는 소년.

 

소년이 그녀의 얼굴을 보았을 때,

 

그녀는 무척이나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

 

 

“...죄송합니다. 제가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도망치듯 소년은 떠나갔다. 

 

소년은 아마 그녀에게 무례를 저질렀다고 생각해서 도망친 것이겠지. 

 

 

[위험했군.]

 

“...”

 

 

하지만 소년의 말은 그 무엇보다도 그녀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순간적으로 소년을 끌어안고 자신이 소년의 어머니라고 밝히고 싶을 정도로.

 

실제로 소년의 말을 들은 순간부터, 그녀의 심장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격앙된 감정이 뇌의 허용량을 넘어서 흘러넘쳐,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눈치가 없는 소년이라서 다행이구먼.]

 

“...조용히 해.”

 

 

지금의 그녀에게는 능글맞은 사역마의 말에 가볍게 쏘아붙이는 것이 최선이었다. 

 

 

[지금이라도 내가 말한 대로 하는 게 어때?]

 

“...”

 

[상상해봐. 너의 것이 된 그 아이를. 너에게 미소 짓고 너만을 바라보는 그 아이를-]

 

“...뭐가 목적이야.”

 

[흐음?]

 

“지난번부터 계속 나를 부채질하고 있잖아. 대체 뭐가 목적이야.”

 

[나는 그저 사역마로서 주인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하고 있을 뿐이야.]

 

“...”

 

 

사역마는 주인에게 거짓을 말하지 못한다. 

 

거짓을 말한다고 하더라도, 주인은 그 기색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노련한 노파의 말에서는 거짓도 아니고 진실도 아닌 애매함이 느껴졌다. 

 

캐묻는다고 하더라도 노파는 침묵할 것이다. 

 

거짓을 말할 수 없을 뿐, 침묵할 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 

 

 

“...나는 어머니의 역할을 다할 뿐이야. 그것만으로 충분해.”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길.]

 

 

눈물을 닦으며 읊조리는 그녀의 말에 사역마는 말을 내뱉고는 모습을 감추었다. 

 

 

 

그로부터 3주가 지났다. 

 

그녀로서는 바로 소년을 만나러 가고 싶었지만, 이번 달은 마녀의 회합이 있는 달이었다. 

 

별 영양가 없는 회합 자리지만, 그녀의 지위를 생각하면 쉽사리 빠질 수는 없었다. 

 

 

“...정말로 의미 없는 시간이었어.”

 

[그 말에는 동의하지. 몇백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군.]

 

 

마차를 타고 수도원으로 향하는 길. 

 

시간 낭비에 불과한 회합으로 쌓인 스트레스로 주종 모두가 지쳐있었다. 

 

마녀로서의 책무를 강조하는 사역마가 불평을 내뱉을 정도이니 어련했을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수도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그녀의 가슴은 기대감으로 뛰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자신의 아이와 만나는 것이다. 

 

 

혹여나 단정치 못한 부분이 있을까 손거울을 유심히 살피는 그녀.

 

그 모습을 본 사역마가 비웃으며 말했다. 

 

 

[누가 보면 오랜만에 신랑을 만나러 가는 신부라고 생각하겠군.]

 

“...”

 

[무시인가. 서글프구먼.]

 

“...”

 

 

사역마를 무시하고 거울만 쳐다보던 그녀의 눈에 무언가가 비쳤다. 

 

반사된 거울 너머로 수도원의 문이 보이고, 본적이 없던 화려한 마차가 있었다. 

 

마차에 세공된 음각이나 화려한 장식으로 말미암아, 나름대로 권세가 있는 귀족의 마차임을 알 수 있었다. 

 

 

[호오. 귀족의 마차인가.]

 

“...이런 작은 수도원에는 왜...?”

 

[...]

 

 

급하게 마차에서 내린 그녀는 소년을 찾아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지금 시간이라면, 소년은 마당에서 빨래를 말리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예상대로 소년은 마당에 있었다. 

 

다만,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소년은 혼자가 아니었다. 

 

 

“자아, 말해보세요. 어-머-니라고.”

 

“저어... 그게...”

 

“자아, 괜찮으니까요?”

 

“어... 어머니...”

 

“아주 잘했어요. 후후.”

 

 

소년은 어떤 여성과 함께였다. 

 

 

깔끔하게 정돈하여 위로 올려묶은 긴 금발. 

 

화려하면서도 조화를 해치지 않는 장식으로 치장된 드레스. 

 

가느다란 손과는 달리 풍만한 몸이 모성을 느끼게 한다. 

 

 

여성은 품에 소년을 끌어안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신부님...?”

 

 

어느샌가 그녀의 옆에 신부가 와 말을 걸었다. 

 

그녀는 이제까지 신부와는 되도록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사소한 실수로 그녀의 신분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소년이 의지하고 있는 대상 중 하나라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작가의 부인이신데, 예전부터 저 아이를 마음에 들어 하셨지요.”

 

“...그렇군요.”

 

“...불의의 사고로 죽은 아이와 똑 닮았다고 합니다.”

 

“...”

 

“백작 부인께서는 예전부터 저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저 아이는 한사코 거절을 해왔었지요."

 

“...”

 

"아마도 상냥한 아이니까 자기가 없어진 이후의 수도원을 걱정하고 있는 거겠지요.”


"..."


“그런데 오늘 저 모습을 보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요.”

 

“...”

 

“이런, 사설이 길었군요. 오늘도 고해하러 오셨는지요?”

 

“예. 하지만 급한 일정이 생각나서요. 오늘은 그만 가보려고 합니다.”

 

“아쉽게 되었군요. 저 아이가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씀이라도 전해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겠지요.”

 

“예. 살펴 가시길.”

 

 

신부의 인사를 뒤로하고, 그녀는 마차로 돌아왔다. 

 

 

[어머니의 위치도 빼앗기게 생겼군.]

 

“...빼앗겨...?”

 

[그래. 저 아이한테 넌 어머니의 대체재였을 뿐이야. 하지만 이제 그것조차도 아니게 되겠지.]

 

“...그럴 순 없어. 저 아이의 어머니는 나야.”

 

[물론 사실이 그렇지.]

 

 

 

[하지만 과연 사실이 중요할까?]

 

 

 

“닥쳐...”

 

 

 

[오히려 저 아이에겐 있어서는 더 좋은 일이 되었군.]

 

[공공연히 신분을 밝히기 어려운 마녀보다는 백작가의 양자가 나을 테니 말이야.]

 

[거기에 너는 저 아이의 어머니조차 되어줄 수 없잖아?]

 

 

 

“닥쳐... 닥쳐...”

 

 

 

[왜지? 네가 말한 어머니의 역할을 다한 것 아닌가?]

 

[저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더 좋은 곳으로 가게 해주라고.]

 

[너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을 테지만 말이야.]

 

 

백작가에 들어가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만나기 어렵게 될 것은 분명하다. 

 

귀족 집안에서 신분도 분명치 않은 사람을 들여놓진 않을 테니까. 

 

 

“그럴 순 없어... 누구도 나에게서 아이를 빼앗을 수 없어...”

 


[그럼 어떻게 할 거지?]

 


“뭐든지 할 거야.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

 


“누구도 나에게서 아이를 빼앗아갈 수 없어... 누구도... 다시는...”

 


[주인의 뜻대로.]

 

 

상념에 빠진 그녀를 뒤로하고 사역마는 마차의 지붕 위로 빠져나왔다. 


 


[아이를 위해서라... 하지만 정말 그것은 아이를 위해서인가?]

 

 

 

사람은 때로 누군가를 위해서 어떤 행위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과연 누군가를 위해서인가? 

 

단순히 누군가를 위해서라는 변명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가?

 

 

결국, 명분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녀는 기술이나 재능의 측면에서는 완성된 마녀이다. 

 

하지만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불안정하다. 

 

...라고 사역마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의 일을 근거로 사역마는 확신하게 되었다. 

 

 

그녀는 훌륭한 마녀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가져야 하는

 

 

이상으로 그린 듯한 마녀.

 

 

 

[기대되는걸...]

 

 

 

노파였던 사역마는 마차 지붕 너머로 자신의 주인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귀족 아지매 짤을 픽시브에서 찾았지만 나오질 않는군요.


그나마 비슷한 짤을 찾아서 올립니다. 



이 에로프 눈나에서 머리만 묶어올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