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처음으로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

처음으로 교제한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었고 그녀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좋았다.

다만 그녀의 성격이...




"얀붕아. "


그녀와의 일상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피곤하면 둘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며 SNS에서 재밌는 것을 발견하면 서로 태그해 주며 웃기.

피곤하다며 껴안은 그녀가 아무 의심없이 곯아떨어진 것을 봤을 땐 시기어린 성욕보단 헛 웃음만 나왔다.

그저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것 자체로 행복했으니.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녀의 사랑이 점점 과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 개빡치네."


처음으로 시작된 것은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

서로 모여 자신들의 시험지와 다른 친구들의 시험지의 정답을 비교했고 서로 채점하기 시작했다.

  

"얀붕아, 뭐하는 거야?"


"응?"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머리를 맞대며 서로 자신의 채점이 맞았다며 실랑이 하던 도중

여자친구가 시험지를 들고 내 반에 찾아왔었다.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는게, 내 곁에 다가온 그녀의 눈가는 촉촉했으며 마치 버림받은 강아지마냥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험 잘 봤어?"


나와 시험지를 채점하던 친구는 뭔가 꺼림직함을 느꼈는지 자연스레 자리를 피해줬고

그 자리에는 여자친구가 앉아 웃으며 정답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고등학생이 되며 그녀도 괜찮아 지겠지 하는 생각은 어리석었다.

같은 학교에 진학한 그녀는 아기새 마냥 졸졸 따라다녔으며

나조차도 슬슬 지쳐가기 시작했다.


아니 안 지칠 수가 있을려나? 그녀를 싫어하진 않았으나 내가 여자와 대화하면

그년은 누구냐며 하루종일 중얼대고 시험 공부를 하러 도서관에 갔을 때 사서에게 대화하는 것 조차

손을 꽉 지며 나를 쳐다봤다.


"얀붕아 내일 시간 있어?"


"아, 내일은 어머니좀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서."


처음으로 해 본 거짓말.

내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놀기로 했지만 만약 솔직하게 말하면 절대 보내주지 않을 것을 알기때문에

거짓말을 했다.


"먹고싶은 디저트가 있어서 같이 먹자할려 했지."


"그래? 그럼 다음에 같이가자."


나는 해맑게 웃으며 그녀의 장단을 맞춰줬다.







"야 니 여자친구랑 얼마나 사겼냐?"


"일 수 까지는 기억 안나고 4년 좀 넘었지."


"했냐?"


"시발 적당히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

중학교 졸업 이 후 서로 뿔뿔이 흩어지 듯 연락이 없었다 싶었지만

어느순간 연락이 통하게 됐고 결국에는 서로 모여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근데 너도 사귀던 애 있지 않았냐?"


"통수친 좆같은 년 얘기 꺼내지 마라.."


친구의 씁쓸한 사랑얘기, 신박한 얘기 등 여러 이야기를 들으니 하늘은 점점 붉어지다 어두워 졌다.


"다음에 봐."


나는 버스에 올라타며 집으로 향했고 시간 가는줄 모르고 떠드느라 한번도 꺼내보지 않은 스마트폰을 들었다.


"어..?"


부재중 328


요즘 뭐만하면 재난 문자, 070 스팸통화 등 짜증나서 무음모드로 해놓은 것이 문제였나.

여자친구에게 300통이 넘도록 전화가 와 있었다.

조금 소릅돋긴 했지만 그녀의 과도한 행동을 알고있는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고.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그녀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집 근처 정류장에 도착한 나는 그녀의 친구들 에게 전화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자주 연락하던 친구또한 오늘은 단 한번도 연락이 없었다는 말을 들었지만.


"뭐야.."


나는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집 앞으로 걸어가던 도중 우두커니 서있는 한 사람을 보았다.


뭐하는 사람이지 하며 지나칠려 했으나 그 사람에게 가까워 졌을 때 누구인지 알아챘다.


"얀붕..아?"


이 추위에 몇시간 넘게 서있었는지 새파래진 얼굴과 퀭 해진 눈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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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대회 열렸길래

소재 하나 던질려고 급하게 써봤음

다음 타자 쓰기좋게 빌드업만 대충 쌓아놨다.

얀붕이들.. 밥그릇좀 채워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