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겨울 특유의 쌀쌀함이 몸을 감쌌다.
 학원을 다니다 보면 생기는 몇 가지의 불편함이 있다.
 그중 단연은 겨울밤의 추위였다.
 
 '추워 죽겠다······.'
 
 몸을 부들부들 떨며 가방을 뒤지던 때, 하나의 손편지와 핫팩이 보였다.
 하트 모양의 작은 메모장에 적힌 귀여운 글씨체의 문구와 아기자기한 핫팩.
 이게 말로만 듣던 러브레턴가.
 나는 가슴을 설레며 기대되는 마음으로 편지를 읽었다.
 
 '항상 정해진 자리에서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을 좋아해요. 돌아가실 때 부디 써주세요.'
 
 오.
    이런 칭찬은 처음이었다.
 혼자 노력하던 것이 헛수고가 아니었구나.
 노력이 보답 받은 느낌이라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홀로 쓸쓸히 걷던 귀갓길이 왠지 모르게 조금은 따뜻해진 것 같았다.
 
 터벅터벅─
 
 쌓인 눈을 밟으면 나는 특유의 소리가 들렸다.
 착각이었나 싶어 다시 걷고 있으면 그 소리도 나를 따라 들려왔다.
 내 발소리에 끼어드는 누군가.
 무슨 놈이길래 야밤에 남학생을 스토킹하는 걸까.
 
 '그 면상이나 한번 보자.'
 
 여자면 봐주고 남자면 한 대 치고 튀자.
 그리 다짐한 나는 90도로 꺾인 골목길로 들어가, 그 앞에서 떡하니 자리 잡았다.
 고개를 꺾으면 바로 나와 마주칠 거리라, 나에게 한 번은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면 안 됐다.
 
 '왔다!'
 
 발소리가 가까워진 순간.
 
 "아읏─!"
 
 내 가슴 언저리에 머리가 부딪친 여자가 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매만진다.
 
 여자, 여자다.
 이로써 내가 스토킹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없던 일이 됐다.
 우리 엄마가 내가 뒤통수에 칼이 찍히면 찍혔지, 나 좋다고 따라다닐 여자는 없을 거라고 했거든.
 
 "괜찮으세요?"
 "어, 엇!"
 
 나와 눈이 마주친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내가 생긴 게 그렇게 무서웠나. 괜히 우울해졌다.
 나와 같은 교복을 입은 걸 보아하니 혼자 어두운 길을 걸으며 겁을 먹었는데, 그게 나를 만나고 폭발한 것 같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금방이라도 울려 할까.
 
 "길을 막아서 죄송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여자를 내버려두고 다시 집을 향해 걸었다.
 
 얼큰한 우동 한 그릇이 땡겼다.
 
 
 
 ***
 
 
 
 "아······."
 
 가버렸다.
 대화를 나눌 기회였는데···.
 
 또다시 자신을 자책하던 얀순은 그가 지나가던 자리에 남아있던 핫팩 하나를 발견했다.
 
 '내가 준 핫팩이다!'
 
 헤헤헤.
 엉금엉금 기어가, 핫팩을 집어 든 얀순은 핫팩을 자신의 볼에 비비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침을 흘리며 몸 여기저기에 핫팩을 부비적대던 그녀는 누가 봐도 인정할법한 변태였다.
 
 '몰래 숨겨 넣길 잘했다···.'
 
 항상 원망스러웠던 자신이 처음으로 대견스러워졌다.
 그에게 전해줄 편지를 적으려고 며칠을 고생했던가. 그때의 고생이 물거품이 되지 않아 다행이었다.
 
 '저건··· 지갑인가?'
 
 핫팩을 자신의 배에 붙이려고 옷 속에 손을 집어넣던 때였다.
 얀순은 자신과 멀지 않은 곳에 떨어져 있던 지갑을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이걸 전해주고 만약 잘돼서 이런 거나 저런 거를 하게 되면?'
 
 우헤헤헤.
 온갖 망상으로 바보같이 웃던 얀순은 지갑을 바로 챙겨 들고 덩실덩실 주정뱅이처럼 뛰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
 
 
 
 "야, 쟤가 너 부른다."
 
 숲 속에 살던 백설공주처럼 편안하게 자고 있던 나를 친구가 깨웠다.
 꿈에서 지난번 만났던 여자애랑 같이 아기 이름을 정해주고 있었는데. 아쉽다.
 
 "어, 저번에 만났던?"
 "기억하고 있었구나."
 
 내 앞에 귀엽게 생긴 여학생이 수줍게 웃었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주저하던 그녀는 쭈뼛쭈뼛 무언가를 내밀었다.
 
 "내 지갑!"
 "떨어져 있길래. 너 꺼 맞지?"
 "와, 진짜 고마워. 잃어버려서 어떡하나 싶었는데."
 "뭘 이런 거 가지고."
 
 그녀의 볼이 발그레해졌다.
 두 손을 허리 뒤에 모으고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는 드라마에 나오는 여주인공만큼 사랑스러웠다.
 
 "같이 매점 갈래? 내가 쏠게."
 "정말? 그럼 나야 좋지."
 
 아. 귀엽다.
 
 
 
 **
 
 
 
 "와아···! 와아···!"
 
 얀붕이가 사준 빵···!
 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가져오길 잘했어!
 
 보관용 비닐백에 가져온 빵을 넣으며 얀순은 그것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빵의 동그란 테두리를 따라 손가락으로 매만지던 얀순은 비닐백에 담겨 있다는 것을 알고도 입을 벌려 앙, 물었다.
 
 "아으으음······."
 
 눈을 가늘게 뜬 얀순은 황홀해 하며 빵을 정성껏 핥았다.
 그녀에게 '얀붕이가 준 빵'만큼 소중한 물건은 없었으니까.
 
 '너무 행복해애···.'
 
 "얀순아, 안 자고 뭐 하니? 내일 학교 지각하면 어쩌려구. 어서 자야지?"
 "네, 네에······!"
 
 허둥지둥 내용물을 숨긴 얀순은 어머니가 나간 것을 확인하자, 다시 빵을 꺼내 들고 침대에 다이빙하듯 뛰어들었다
 
 우물우물하며 빵을 음미하던 얀순은 다음날 어머니에게 발각될 것도 모른 채 곤히 잠들었다.
 
 
 
 **
 
 
 
 "너를 좋아해!"
 "고맙다. 나도 너 좋아해."
 "어, 어어어어어어? 정말······?"
 
 만난 지 한 달 다돼갈 때쯤이었나.
 그녀가 돌연 고백해왔다.
 처음부터 그녀에게 호감이 있던 나는 흔쾌히 그 고백을 받아들이고 그녀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영화관에서 한 시간이 지날 동안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던 그녀도
 
 다른 여자에게 내 시선이 빼앗기면 내 손을 조용히 꼬집던 그녀도
 
 여사친과 얘기를 나누고 있으면 조용히 째려보다 온종일 나를 안고 놔주지 않던 그녀도
 
 모든 게 좋았다.
 
 그리고 오늘이 절정으로 치닫는 날이었다.
 
 "야, 얀붕아. 우리 집에서 라면 먹고 갈래······?"
 
 순간 벙쪘다. 내가 들은 말이 진짜인가.
 고백했던 날보다 얼굴이 훨씬 빨개져, 터질듯한 그녀는 내 소매를 붙잡고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럼, 그렇게 할까···?"
 
 그녀의 집으로 들어온 현관문 앞에서 우리는 서로의 손에 깍지를 끼고 입을 맞췄다.
 
 질척거리는 입안에서 우리는 혀를 섞으며 타액을 나눴다.
 
 "흐아···."
 
 진한 키스가 끝나고 우리는 말없이 걸었다.
 그녀는 자신의 방을 향해. 나는 그런 그녀의 손에 이끌려 홀리듯이 따라갔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간 방 안에는──
 
 내가 찍힌 사진이 방 곳곳에 덕지덕지 붙여져 있었다.
 
 "아, 아아! 자, 잠깐만 얀붕아. 이, 이건 그게······."
 
 당황한 얀순은 횡설수설 아무 말을 내뱉으며 필사적으로 변명하려고 애썼다.
 
 나도 모르게 분위기에 휩쓸려 깜빡하다니, 얀순은 멍청한 자신의 두뇌를 탓하며 어떻게든 작은 몸으로 이곳저곳을 가리려고 몸부림쳤다.
 
 침묵을 유지하던 얀붕은 서서히 방에 붙여진 사진들을 때어내기 시작했다.
 
 "아으···. 아으···!"
 
 얀붕이 찍힌 사진들이 쓰레기처럼 뭉개지는 것을 보는 얀순은 사진들이 하나하나씩 찢어질 때마다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자신이 긴 시간 동안 스토킹하며 찍어왔던 소중한 컬렉션들.
 얀붕이가 자는 사진, 샤워하는 사진, 다친 사진, 웃는 사진.
 다양한 얀붕의 사진들은 그도 몰랐던 자신의 일면을 보여주는 실로 변태스러운 사진들이었다.
 
 사진을 전부 처리한 얀붕은 뒤로 돌아, 안절부절못하며 울먹이고 있는 얀순의 어깨를 잡아서 침대로 내동댕이쳤다.
 
 "꺅!"
 
 얀순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많이 화난 걸까? 헤어지자 하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얀순이의 시선이 여기저기에 쏘아져 눈동자가 요동칠 때 얀붕이가 그녀를 내려다봤다.
 이내 그 시선을 견디지 못한 얀순이가 자신의 커다란 두 눈을 꼬옥 감고 있을 때.
 
 입술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나, 좀 과격하게 할 거야. 견딜 수 있지?"
 
 끄덕끄덕.
 
 가슴팍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내리 깐 눈으로 쳐다보는 얀순은 그 누가 보아도 사랑스럽다고 느낄 모습이었다.
 
 얀붕은 그런 얀순을 그윽하게 쳐다본 후, 머리부터 키스하여 천천히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그녀의 머리카락, 이마, 코, 볼, 입술, 목, 쇄골, 어깨, 가슴, 배, 허리, 허벅지, 무릎, 종아리, 발.
 
 마침내 그녀가 속옷 한 개만을 남겨두었을 때, 얀붕은 그녀의 검은색 레이스 팬티를 벗겼다.
 
 "하으읏──!!"
 
 충분히 젖은 그녀에게 얀붕은 물건을 삽입했다.
 
 갑자기 따뜻한 물건이 안으로 들어오자, 몸을 허공에 튕기는 얀순.
 처음 겪는 아찔한 쾌감에 얀순의 눈이 흐려졌다.
 
 "아아! 아앙!"
 
 그렇다고 얀붕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얀붕은 얀순의 가냘픈 허리를 붙잡으며 발정 난 짐승같이 허리를 흔들었다.
 
 귀여운 외형과는 반대로 엄청난 크기의 탐스러운 가슴.
 얀붕은 그런 얀순의 가슴을 붙잡고 튀어나온 유두를 깨물었다.
 
 "하앙···! 빠, 빨면 안돼애애······!"
 
 얀순의 가슴을 빨며 자연스럽게 올라간 얀붕의 입술은 얀순의 입술과 포개어졌다.
 뽀얀 엉덩이를 거칠게 주무르며 더욱 격해진 얀분의 움직임을 느낀 얀순의 신음은 더욱 커졌다.
 
 "안에, 안에 싸줘어······!!"
 "윽!"
 
 하아아아앙!
 
 얀순의 엉덩이를 잡고 뿌리까지 자신의 물건을 넣은 얀붕은 얀순의 질 안에 있는 힘껏 사정했다.
 
 얀순은 동그란 눈이 더욱 커지며 입이 풀리고 침이 새어 나왔다.
 허공에 튕기듯이 몸을 움찔움찔 거린 얀순은 힘이 풀린 듯, 침대에 축 처졌다.
 
 자신의 물건을 빼내고 얀순의 닫힌 질 안에서 흘러나오는 정액을 침을 삼키며 쳐다본 얀붕은 다시금 얀순의 틈 사이로 커진 물건을 박았다.
 
 "아! 또, 또 하면 안 되는데! 흐아으으응──!"
 
 ─아읏! 아읏!
 
 의기소침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얀순은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며 그의 물건을 계속해서 탐냈다.
 
 
 
 *
 
 
 
 " ······괜찮아? 많이 아팠어?"
 "아, 안 아팠어. 오히려 더 해줬으면 하는걸···."
 
 얀붕의 품에서 작게 웅얼거리는 그녀.
 얀순은 힐끗힐끗 그를 쳐다보며 눈이 마주치면 배시시 웃고 그의 몸을 힘껏 끌어안았다.
 
 "헤헤헤. 나, 너무 행복해."
 
 자신을 해맑게 웃는 그녀를 보고 얀붕은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돈해주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품에 안겨 가슴팍에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그리는 그녀.
 하트가 섞인 것 말고는 알아차리지 못한 얀붕이 그녀의 탱탱한 볼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뭐라고 쓰는 거야?"
 "우으응? 헤헤헤. 비밀."
 "뭐야 그게."
 "히히히. 얀붕아, 사랑해."
 "······나도."
 
 그의 가슴팍에서 손을 뗀 그녀는 머리를 들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정말정말 좋아해요. 나만의 얀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