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yandere/86084091 소재


 악몽을 꾸었다.


 '오늘도다.'


 타카나시 호시노. 키보토스 아비도스 학원에 재학중인 그녀는, 요즘에 원인 모를 불면증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새벽마다 잠을 자다 악몽을 꾸어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나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그녀는 누군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선생- 무슨 이유로 그녀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다만. 확실한 것은 그녀가 선생을 떠올릴 때마다 방금까지 꿨던 악몽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녀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저 악몽을 다시 꾸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그저 잠이 오지를 않아서... 라고 그녀는 스스로 대답했다.


 그녀는 창문을 통해 아비도스 자치구를 보았다. 퍽퍽한 모래사막과, 그에 대조되는 별들.


 퍽이나 좋았다.


***


 아침의 아비도스는 뜨겁다. 분명 밤에는 차가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호시노는 그런 땡볕 아래에서 고열을 맞이한 젤리처럼 녹아내리듯 걸어가고 있었다.


 목적지는 당연하게도 아비도스 학원. 그 학원의 유일한 3학년이자 학생회인 그녀는, 1, 2학년이라면 몰라도 꾸준히 나와야 했었다.


 그렇게 십 몇 분을 걸어가자. 정다운 건물이 눈에 보였다. 그녀는 안도의 하품을 내쉬었다. 하품이라니, 한숨도 아니고.


 그녀가 곧장 향한 곳은 대책위원회였다. 그곳엔 그녀가 잠들 수 있는 소파가 있었고, 그녀는 낮잠을 좋아했다.


 아직 후배들은 오지 않았구나. 라고 호시노는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소파에 누웠다.


 원래 낮잠을 좋아했던 그녀였기에, 소파에서만큼은 편히 잠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눈을 붙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눈을 떴다. 


 '잠이 오지 않아.'


 새벽에 꾸었던 악몽 때문일까. 하! 그럴 리가 없어. 악몽이라면 진작에 많이 꾸었는데...


 그녀는 미칠 것 같았다. 피곤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이렇게 변해버린 까닭을 모르겠어서 미칠 것 같았던 것이었다.


 "호시노?"


 그때 대책위원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선생이었다. 호시노 그녀가 새벽에 찾았던 그 이름.


 "아. 선생~ 어쩐 일이야?"


 호시노는 느긋한 말투로 선생을 맞이했다. 속으로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상태로.


 솔직히 그녀는 그녀의 초조함을 선생에게 들킬 것 같았다. 그러나 여자에 대해선 문외한인 선생으로서는, 그녀가 초조한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글쎄? 갑자기 오고싶어져서."


 "으헤~ 칠칠치 못한 어른이네. 그러면 여기에서 아저씨랑 같이 낮잠을 자는 건 어때?"


 호시노는 그녀가 누워있던 소파의 머리맡을 팡팡. 두드리며 선생에게 이리로 앉으라고 권유했다.


 선생은 군말없이 그녀의 머리맡에 앉았다. 호시노는 기다렸다는 듯 그의 허벅지를 배게 삼아 누웠다.


 나른해진다.


 그녀는 순간 속으로 놀랐다. 눈은 놀라서 살짝 커졌지만, 선생은 알아차리지 못하였으리라. 편안한 집에 있는 배게도 그녀를 깊게 재우기는 못했다. 그런데 선생의 무릎배게가 그녀를 나른하게 만들다니?


 그녀는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기분도 잠시, 새벽을 새어서 피곤했던 그녀는 이윽고 시야가 종잇장처럼 구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눈을 감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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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어났을 땐 벌써 해가 부끄러운 듯 모습을 숨길 때였다. 선생은 이미 떠나서 업무를 하러 간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그는 상냥하게도 모모톡을 남겼다.


 '자는데 몸이 좋지 않아 보여서 병원을 가보라니. 바보일 정도로 착하구나. 선생은...'


 호시노는 해가 더 져서 밤이 되기 전에 서둘러 일어서서 병원으로 향했다.


 선생 그가, 나로 하여금 병원을 방문하기를 바라고 있었으니까.


 아비도스의 병원은 이런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게 기적이었다.


 늦은 시간이니만큼, 병원 안쪽에는 사람이 없었다. 아마도 그녀가 마지막일 것이었다.


 진료실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의사는. 그녀가 말한 증상을 듣기 시작했다. 세상에 어떤 의사가 환자의 병을 증상도 듣지 않은 채로 짐작할 수 있을까.


 

"요즘 자주 악몽을 꾸고 있어서 그것 때문에 잠을 많이 못 자서... 으헤헤."


 그녀는 어느 사람을 대하듯 똑같이 나른하고 느긋한 말투로 증상을 이야기 했다. 그런 그녀의 태도가 무안하게, 의사는 기계처럼 병명을 말해주었다. 뭐, 이미 기계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진단을 받은 그녀가 안 병명은, 이름하여 악몽장애였다. 의사 말로는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도 있는 수면장애라고 했다.


 호시노는 순간 말이 사라졌다. 볼을 타고 식은 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폭풍이 한차례 휘몰아쳤다. 그녀는 '분명' 선생의 무릎을 배고 잤었다. 그것도 곤히. 이래서야 그녀는 선생의 곁에서밖에 잘 수 없지 않은가. 라는 결론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뜻은. 그녀가 선생을 의심스러운 어른이 아닌, 좋은 사람으로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호시노는 생각했다.


 '아저씨도 참. 선생에게 푸욱 빠져버린 것 같네~'


 잠을 잘 때를 제외하면 초조했던 것이 많았던 그녀가. 이제는 해답을 찾아 뛰는 가슴을 안정시켰다.


 병원을 나온 호시노는, 걸어가다가 점차 속도를 높혀 뛰기 시작했다.


 샬레로 향하는 발걸음이었다. 우선 그 전에 전철은 타야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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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샬레로 도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샬레는 학생이라면 누구든 출입이 가능했다. 그리고 샬레는 불이 환하게 켜져있었다. 이런 오밤중에도.


 그녀는 필시 선생이 업무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덧 샬레로 도착한 그녀는, 손으로 똑똑. 문을 두드렸다. 이윽고 선생의 허락이 이어지자. 호시노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오늘은 당번이 먼저 돌아간 것 같았다. 선생은 항상 당번을 뽑고는 일찍 돌려보냈으니까-


 "으헤... 그... 그러니까 아저씨가 잠이 오지 않아서... 여기서 신세를 져도 될까?"


 호시노는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을 말하는 듯,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에게서 들려온 답변은 긍정이었으며, 그녀는 속으로 호재를 불렀다.


 호시노는 콧노래를 부르며 샬레에 비치된 소파에 누웠다. 그곳은 마침 선생과 아주 가까운 거리였으며, 손을 뻗으면 닿을 위치에 있었다.


 호시노는 무심코 선생을 끌었다. 소파로. 으헤~ 거리며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쩌지, 어쩌지.


 "좀만 이렇게 있어줘 선생."


 호시노의 부탁에 선생은 마지못해 들어주었다.


 호시노. 그녀는 마침내, 그리고 오랜만에 달콤한 밤을 지내게 되었다.


***


 그 후론 호시노는 샬레애 찾아와 잠을 재워줄 것을 요청했다. 몇 번이고.


 처음에는 무릎, 그 다음엔 손, 이번에는 아예 선생을 껴안고 잔 그녀였다.


 그녀의 몸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충족되는 느낌을 받으며, 그녀는 발 뻗고 잘 수 있었다.


 그런 것과 비례되듯, 그녀의 눈은 날이 갈 수록 탁해져만 갔다.


 샬레의 터줏대감 비스무리한 것이 된 호시노는, 자기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번인 학생들을 경계했다.


 마치 자신의 애착인형을 건들지 말라는 어린아이 같았다.


 소용돌이. 다시금 그녀의 몸에서 소용돌이가 치고있었다. 이번에는 머리가 아닌 눈이었다.


 무저갱같이 빛이 일체 비치지 않는 눈은, 마치 죽은 사람의 그것과도 같이 변했다.


 선생의 앞에서는 항상 졸린 눈으로 다녔기에, 그는 눈치 채지 못했다.


 매일 밤 선생을 끌어안고 잠을 자는 그녀는 피곤한지 잠들어버린 선생을 보면 중얼거렸다.


 사랑해 선생. 이대로 쭈욱 같이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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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루 쓰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