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은 빙ai로 만들어 봄


딩동댕동~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학교 전체가 들썩였다.

남학생들은 각자 모여서 공을 챙겨 운동장으로 뛰쳐나갔고 여학생들은 파벌을 이루어 수다를 떨거나 같이 화장실을 갔다. 그럼 나는?

그냥 책상에 혼자 앉아있다. 뭐, 친구가 없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실제로 서먹한 사이는 없고 단지 사교성이 없는 것 뿐이다.

...찐친은 없는 거 같긴 하지만.

특히 가까이 다가가려고 해도 친구들이 조금씩 피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그렇게 평소처럼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려는 순간,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얀붕아~, 또 자는 거야? 너한테 줄 게 있는데.”

 

고개를 들자 예쁜 여학생이 눈 앞에 나타났다. 생각해보니 한 명 있었던 것 같다.

바로 얀순이다.

처음 우리 반으로 전학 왔을 때부터 온 학교의 관심을 끌었지만 유일하게 나만 좋아해줬던 그런 친구다. 조금 집착이 강한 거 같긴 하지만.

 

“아직 안 자. 뭔데?”

 

얀순이는 교복 앞주머니에서 지우게 하나를 꺼내더니 건내 주었다.

딱 봐도 문구점에서 파는 그런 지우개는 아니었다. 어디 백화점에서나 팔 것 같았고 조금 쓴 흔적이 있었다.

 

“어? 나 웬 지우개야?”

“너 아까 지우개 없어서 대충 지운 거 봤거든.”

 

어떻게 본 거지? 내 자리랑 얀순이 자리는 거의 끝과 끝인데...? 얀순이는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눈치챈 것 같았다.

 

“아...그냥 칠판 보는데 보이더라고. 편하게 써.”

“오, 고마워. 잘 쓸게.”

 

그러자 얀순이는 가슴을 움켜줘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혹시 어디 아픈가 싶어 서둘러 일어났다. 하지만 얀순이는 팔을 뻗어 다가오는 것을 막더니 금세 일어났다.

 

“후... 그런 말을 하면 못 참을 뻔 했잖아.”

 

뭔가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지만 잘못 들은 거겠지?

그렇게 얀순이는 매 쉬는 시간마다 내 자리로 와서 함께 수다를 떨었다. 중간중간에 주위를 살피는 것 빼고는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딩동댕동~

 

남학생이고 여학생이고 할 것 없이 모두가 뛰쳐나가는 그 순간, 하교 종이 울렸다.

겉옷과 가방을 챙기고 교실 문을 나서려는 순간 얀순이가 옆에서 튀어나왔다.

갑자기 튀어나와서 놀래킨 것에 만족했는지 얀순이는 활짝 웃었다.

 

“놀랐어? 같이 가자. 오늘 너희 집에서 같이 공부하기로 했잖아.”

“그랬었나...?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러자 얀순이는 충격 받은 표정과 실망한 표정을 보여줬다. 분명 한 적 없는 것 같은데...

하지만 얀순이를 이렇게 삐지게 할 순 없지. 뭐, 같이 공부하면 좋은 거니까. 얀순이는 성적이 좋기도 하고.

 

“했던 것 같네. 가자.”

“그래!”

 

얀순이는 다시 신난 표정을 지으며 앞장섰다. 

 

“맞다. 얀붕아, 그 겉옷 무거우면 나 줘.”

 

얀순이는 팔을 벌리며 겉옷을 가리켰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한테 이걸 맡길 순 없지.

그렇게 사양하자 얀순이는 텅 빈 가방을 가리켰다.

 

“괜찮아. 여기 보이지? 나 가방 비었어. 그냥 줘.”

 

그러면서 그냥 그대로 가져갔다. 정말 괜찮았는데.

약간 냄새를 맡은 것 같지만 설마 얀순이가 그러겠어?

수다를 떨며 가자 금방 도착했다. 수다라고 했지만 나만 말한 것 같다. 얀순이는 대부분 고개로 대답을 대신 했다.

하긴 아까 쉬는 시간에 말을 많이 하긴 했지.

엘리베이터로 들어가자 얀순이가 층수를 눌렀다.

 

“어? 너 나 몇 층에 사는지 어떻게 알아?”

“아, 친구한테 들었거든. 너가 16층에 산다고.”

“아... 그렇구나.”

 

역시 얀순이야. 친구가 많네.

그런 생각을 하자 엘리베이터는 띵 소리를 내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나서부터 얀순이는 몸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자, 여기가 내 방이야. 부모님은 오시려면 조금 걸리니까 편하게 있어."

 

처음 여자 친구를 데려와서 창피하지만 괜찮겠지? 정리가 안 된 게 신경 쓰이네.

 

”왜 그래? 창피해?“

”어, 조금? 여자 친구를 내 방으로 데리고 온 건 처음이라.“

 

그 말을 듣자 얀순이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무슨 문제가 있나 싶었지만 물소리가 들렸다.

손 닦거나 세수라도 하나 보네. 나는 얀순이를 기다리며 가방에서 책과 필기도구를 꺼냈다.

한 10분 정도 지나자 얀순이가 얼굴에 물을 묻히고 나왔다.

 

”미안해. 배가 아파서. 세수도 좀 하고 나왔어.“

”괜찮아. 그럼 이제 공부할까?“

 

얀순이도 가방에서 책과 필기도구를 꺼냈다. 얀순이는 내 옆에 바짝 붙어서 공부했다.

마주보는 것보다 이렇게 옆에서 붙어서 해야 공부 알려주기 좋다나. 공부를 잘하는 얀순이 말이니 맞겠지.

그렇게 1시간정도 공부하자 배가 조금 고파졌다. 얀순이도 그럴려나? 과자라도 가져와야겠네.


”얀순아, 나 과자라도 가져올게. 먹으면서 하자.“

”그래. 좋아.“

 

과자를 모아 놓은 곳으로 가자 다양한 종류의 과자가 보였다. 생각해보니까 얀순이가 뭘 좋아하는 지 모르네.

 

”얀순아~ 너 좋아하는 과자 있어?“

”나? 너가 좋아하는 건 다 좋아해.“

 

어떻게 말을 해도 저렇게 착하게 하는 지 모르겠다. 얀순이는 방 구경이라도 하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

 

과자 4개 정도를 챙긴 뒤 돌아가자 얀순이는 방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있었다.

 

”얀순아, 나 왔어.“

”어, 왔어? 어서 먹자.“

 

얀순이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잠시 쉬며 과자를 먹고 있는데 얀순이가 옆에서 한 사진을 가져왔다. 평소와 다른 무서운 표정. 아까까지의 부드러운 표정과 분위기는 차갑고 날카로운 분위기에 사라졌다.

 

"이거 뭐야?"

”이거? 내 최애 아이돌 사진인데?“

”최애...?“

”그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거기 그 사람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이거든.“

 

얀순이는 대답 대신 무서운 표정으로 사진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정말 조금만 더 바라봤으면 정말 뚫어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얀순이는 그 사진을 대충 책상에 던지고 아까보다 더 가까이 붙었다. 거의 팔짱을 낄 정도로. 가슴도 살짝...

 

”저기... 얀순아, 이건 너무...“

”뭐.“

”아니야... 공부하자...“

 

못 말하겠다. 무서워!

얀순이가 예쁜 얼굴로 노려보자 순간 설렜지만...

그건 예쁜 건 예쁜 거고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그렇게 무서움 반 설렘 반의 공부가 끝나고 얀순이는 집으로 돌아갔다.

 

”내가 잘못한 건가? 사과해야겠지?“

 

그렇게 방을 청소하고 있는 와중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어? 내 속옷이 어디 갔지? 맞다! 겉옷도 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얀순이에게 문자를 보내자 곧바로 답장이 돌아왔다.

 

[아! 그러네 미안해ㅠㅠㅠㅠ 까먹었어 내일 빨래해서 갔다 줄게ㅠㅠ]

 

역시 착하다.

 

”선물이라도 가져가야겠네. 근데 진짜 내 속옷은 어디로 간 거지?“


그리고 다음 날,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내 최애가 불법 도박이랑 학교 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이었다. 이 사실은 각종 뉴스와 매체를 타고 퍼져나갔고 많은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마치 실연의 아픔을 겪는 느낌을 받는 동안 얀순이가 다가왔다.


"얀붕아, 괜찮아?"

"어, 괜찮아."


얀순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래서 어떡할 거야? 계속 팬 하려고?"

"아니, 그동안 너무 많이 배신 당한 거 같아. 이젠 당분간 아이돌 팬 안 하려고. 가지고 있던 것도 다 버려야지."

"그래, 잘 생각했어. 앞으로는 나랑 공부하고 놀면서 지내자."


나를 이렇게까지 위로해주다니...

역시 얀순이는 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