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yandere/103147277 소재글


 솔직히 웃긴 일이었다.


 다른 이상한 세계에 떨어진 것도 모자라, 그저 해프닝, 혹은 꿈이라고 치부한다는 것이.


 세상에 어떤 꿈이 고통이 느껴질까?


 "오빠. 나를 두고 갈 거야?"


 오, 앨리스. 나는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니니 이만 떠나가야 한단다.


 "앨리스. 난-"


 "앨."


 "뭐라고?"


 "하던대로 계속 앨이라고 불러줘. 오빠. 왜 평소보다 다르고 어색하게 행동해?"


 그녀는 나에게 그녀를 앨이라고 부르라고 부탁했다. 아니, 사실 부탁이 아니라 명령조였지만 말이다.


 "내가 싫어진 거야? 그렇지? 오빠는 분명 이상한 년들에게 홀린 거지?"


 내가 홀렸다고 확신하는 듯이 나에게 물어오는 그녀의 눈동자는, 끊임없이 탁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광채가 사라진 것은 물론이오, 눈 하나 꿈뻑 안 하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인형을 연상케 했다.


 "아냐 앨리스 난 그저-"


 "오빠에게 들을 변명은 필요없어. 정말로 중요한 건 오빠가 다른 년들에게 홀렸다는 거지."


 앨리스는 그러면서 칼을 꺼내들었다. 작고 소지하기 편하지만, 누군가를 죽이기엔 충분한 칼 말이다.


 "오빠가 얌전히 내 인형이 되어줄래? 아니면 오빠의 팔다리를 잘라서 인형으로 만들어 줄까?"


 "그리고 오빠. 내가 언제 앨 이외의 이름으로 부르라고 했어?"


 큰일이다. 제대로 트리거가 당겨졌다. 이제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하는 상태다.


 앨리스. 그녀는 처음 보았을 때 작고 여린 소녀였다. 같이 이 세상에 떨어진 비운의 소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뭐람. 나에게 점점 의존하기 시작하더니, 이젠 아예 광기까지 느껴질 정도의 집착까지 내비치고 있었다.


 그녀를 무시해야만 했다. 도움을 청하는 그녀를 내버려뒀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후회한들 어쩌랴, 자초한 것은 나인데.


 거울, 거울을 발견했었다. 다른 세계로 보내줄 수 있는 거울 말이다.


 처음 보았을 땐 정말 기뻤다. 내가 원래 있어야 했을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날 보내고 싶어하지 않았으니까. 그녀는 나를 거울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무언가 이상하다며.


 하지만 정작 이상한 것은 그녀였다. 이 이상한 세상에서 가장 이상하게 보였다.


 그리고 현재. 내 등 뒤에는 거울이 있었고. 그녀는 칼을 내밀어 명백한 살의를 보이고 있었다.


 맹수를 대치하듯, 나는 천천히 뒤로 발걸음질을 하며 거울로 다가갔다. 그리고 어느정도 가까워진 것 같을 때.


 파밧. 하고 등을 돌려서 거울로 질주했다.


 "오빠 거기서!"


 뒤에서 들려오는 광기에 찬 고함소리는 내가 아는 앨리스가 아니라 생각하고 쭉 달렸다.


 조금만 더. 거울에 다가가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


 폐에서는 산소를 요구하여 피맛이 날 정도로 뛰었다. 분명 숨을 크게 쉬어 공기가 많이 들어가고 있는데 숨이 차다.


 내가 거울의 지척에 다다랐을 때 나는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거울에 닿고, 이윽고 손바닥이 닿았을 땐 나는 의아해 했다.


 분명 빨려가듯이 들어갈 거라고 했을 텐데.


 "후훗. 안되지 오빠?"


 "이...이게 어떻게 된..."


 "내가 사과를 던졌어. 오빠를 그 증오스러운 거울로부터 멀어지게 할 때 던졌다구."


 그녀는 생각보다 영악했다.


 "오빠. 나에게로부터 도망치려한 대가와 다른 년들에게 홀린 대가를 받아야겠지?"


 악마보다 사악한 조소를 흘리며 그녀는 내게로 다가왔다.


.

.

.


 "있지 오빠. 나 정말 행복하다?"


 "오빠 사랑해."


 ...


 칼을 쥔 그녀와는 다르게 비무장상태였던 나는 그녀에게 제압당했다.


 그리고 어딘지도 모를 곳에 끌려와 칙칙하고 묵묵한 공기가 물씬 싸돌아다니는 회색 지하실에 감금당했다.


 내 목엔 사슬이 채워진 개목걸이가 걸려있었다. 사슬은 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벽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팔에도 사슬이 채워져 있었다. 다만 그 끝에 달린 철구가 나를 구속하고 있었다.


"오빠. 왜 아무 말도 없는 거야? 나랑 말 하기 싫은 거야? 내가 주는 밥도 안 먹고."


 그녀가 주는 밥은 죽 뿐이다. 내 입은 허전해 미칠 따름이었다.


 "뭐, 됐어. 오빠가 스스로 먹지 않는다면 내가 먹여줘야지."


 말을 끝마친 그녀는 쭈구려 앉아있는 상태에서 일어나, 죽그릇을 들고 내게 다가왔다.


 "아사할 작정이라면 포기 해."


 그러곤 자신이 그 죽을 입에 머금는 게 아닌가?


 그녀의 얼굴이 내 얼굴로 가까워졌다.


 서로는 입을 맞추었다. 일방적인 키스였다.


 그녀는 혀를 내밀어 내 혀를 탐했다.


 "웁... 우웁..."


 산소가 고갈되어 뇌가 꺼질 듯 했다.


 "푸하... 좋았지? 오빠."


 가느다란 실선이 은빛을 발하며 끊어졌다.


 "왜... 왜 이러는 거야 앨리스... 왜 이렇게 까지 하는 거냐고..."


 "으응? 그야 오빠가 미치도록 좋으니까."


 그녀는 나에게 무언의 메시지로 당신은 이제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 라고 말 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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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ca.live/b/yandere/85378207 이딴 거 썼던 놈이고 앞으로 소설 많이 써올게.


 가능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