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들리죠?'


'오랜만이에요 오빠. 아저씨? 뭐라 해야 할까요?'


'오빠라고 부르는 걸 더 좋아하시겠죠?'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까요...'


'시간은 많으니까 처음부터 천천히 말해드릴게요.'


'일단 저 지금 한국이에요. 깜짝 놀랐죠?'


'계속 집안에 틀어박혀있다간 정말 죽어버릴 것 같았거든요.'


'근데 이대로 오빠를 못 보고 죽기엔 너무 억울해서.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몰래 왔어요. 히힛'


'이제 만날 수 있겠구나. 앞으로 한 걸음이구나.'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도착해서 한 전화도 문자도 받질 않아도 괜찮았아요.'


'그래서 온 거니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바로 택시 타고 오빠 자취방으로 갔어요.'


'혹시 이사라도 갔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대로 계셨네요.'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초인종을 눌렀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고요.'


'몇 번이고 눌러보고, 두드려봐도 아무런 기척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들어왔어요. 비밀번호가 자기 번호 뒷자리라니, 너무 허술한 거 아니에요?'


'그런데 집안은 싸늘하고, 오빠는 없고, 순간 무서운 생각이 나버렸어요.'


'안방에도, 화장실에도 없단 걸 확인하곤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갔죠.'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기엔 사람이 없어진 지 한 달은 된 거 같은 집.'


'어느 순간 연락이 안되던 오빠, 모든 정황이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오빠가 죽었구나, 하고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바보 같은 생각인데, 그땐 눈에 뵈는 게 없었거든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찬장에서 나이프를 꺼냈어요.'


'오빠가 없는 세상 따위 살 이유는 없으니까요.'


'안방 침대에 누워서 생각했어요.'


'늘 했던 것처럼, 하지만 평소보다 조금 깊게 찌르면 되겠지..하고'


'생각을 행동으로 바꾸려던 찰나에, 옆에서 진동이 울리더라고요.'


'자연스레 눈길이 가서 보니 휴대폰이 하나 있었어요.'


'어딘가 낯이 익어서 생각해보니 번역기로 쓰던 그 휴대폰이었어요.'


'충전기가 계속 꼽아져 있어서 방전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여튼 그걸 홀린 듯 확인해봤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한테 문자가 와 있어서 놀랐어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하나 하나 읽어봤죠.'


'대부분 여자에 다들 팬이라고 하는 내용...'


'뭔가 제가 모르는 게 있는 것 같아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성공하셨더라고요. 그것도 엄청나게.'


'그래서 그런 거였어요.'


'내 연락도 못 받을 만큼 바빠서 그랬던 거죠?'


'그런데...'


'그렇게 믿고 싶은데, 오빠를 믿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요.'


'나 같은 건 잊어버리고 팬이라는 다른 년들이랑 어울리는 건 아닐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드는 제 자신이 미워서 미칠 것 같아요.'


'그런 오빠를 생각하면 더 미칠 것 같아요.'


'빨리 돌아와서 아니라고,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녹음된 내용이 끝나자 집안은 다시 조용해진다. 


창밖의 빗소리가 조용해진 집안을 메운다.


남자의 시선이 안방으로 향한다.


반쯤 열린 문틈 사이로는 칠흑 같은 어둠만이 보인다.


남자는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일어서서 다가간다.


스위치가 있을 곳을 더듬자 불이 켜진다. 그리고 그곳엔..


아무도 없다. 녹음된 내용대로라면 여자가 있어야 할 터인데.



남자가 의문을 갖기도 전에 퍼지는 둔탁한 소리.


남자의 시야가 좁아진다.





남자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비는 이미 그쳐있다.


본능적으로 팔다리를 움직이려 하지만 불가능하다.


남자는 자신의 손발이 무언가에 의해 묶여있음을 깨닫는다.


아직 뻐근하고 흐릿한 눈을 굴려 주변을 둘러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신의 자취방 안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익숙하고도 오랜만인, 반가우면서 두려운 얼굴을 바라본다.


"....오랜만이다."


차가운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


그 여자의 손에 칼이 들려 있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남자는 생각한다.


그리곤 녹음된 내용을 떠올리곤 말한다.


"일단 이거 풀어줘,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니ㄲ.."


"증거"


"..뭐?"


"내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란 증거를."


"오빠가 날 사랑한다는 증거를 보여줘." 


난데없는 법적공방같은 대화에 남자가 당황한다.


증거를 대라니, 이해할 수 없는 요구에 남자가 머뭇거린다.


그 모습을 본 여자의 눈에 눈물이 핑 돈다.


"증명..못하면..죽어버릴 거야."


여자가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댄다. 떨리는 손이 진심임을 말해준다.


"일단 진정해봐 그거 내려놓고 내가 다 설명할게"


남자가 마치 아침드라마 남자 주인공 같은 대사를 뱉는다.


"...말 못한다 이거지?"


여자의 손떨림이 멈춘다.


그리고 무언가 각오한 듯 눈을 감는다.


맺혀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노래!!!!!!!!!!!!!!!"


남자의 외침에 여자가 감았던 눈을 뜬다.


설명을 요구하는 여자의 표정.


남자가 손을 내밀며 말한다.


"이거 풀어주면. 증명 해줄게"


"다른 생각 없어. 진심이야."


여자가 남자의 눈을 바라본다.


진심이라고 말하는듯한 흔들림 없는 눈에


여자는 남자의 손에 묶인 케이블 타이를 툭


칼로 끊어낸다.


"..기타도 필요한데..."


아직 발은 묶여있으니 괜찮겠지


라는 생각으로 여자는 기타를 가져다준다.


남자가 기타를 조율하고 목을 푼다.


그리곤 여자의 이름을 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남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도 잊고 노래를 부른다.


여자 또한 자신의 처지도 잊고 넋을 놓고 감상한다.


노래가 끝난 뒤. 남자가 나즈막히 말을 꺼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야. 이 노래 덕분에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거든."


"근데 이 노래 제목이 뭔지 알아?"


여자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스테파니, 너야. 네가 내 별이고, 내가 노랠 하는 이유야."


"내가 사랑하는 건 너밖에 없다고."


"이제 믿겠어?"


남자가 기타를 옆으로 치우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자가 남자에게 날아와 안긴다.


"미...미안해...오빠...나..나는...오빠가...나..잊어..버린줄..알고...흐윽..으아앙~"


참았던 눈물이 터진 여자가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순식간에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망가진 여자의 얼굴.


남자는 피식 웃으며 생각한다.


'처음 만났을 때랑 하나도 안 변했네'


여자의 머리를 끌어안으니 더 축축해지는 윗도리를


남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이제 좀 진정이 되냐"


"으..응..훌쩍"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여자가 간신히 진정하자


여자와 남자는 지금까지 쌓인 이야기를 나눈다.


"앞으로 내 연락 무시하면 안돼. 다른 여자는 쳐다보지도 말고."


"너무 바쁠 때 아니면 노력해볼게."


"여자는? 왜 대답 안 해? 딴 년이랑 바람 피려고?"


"아 알았어 보지도 않을게. 대신 너도 약속해"


"무슨 약속?"


남자가 여자의 손목을 잡고 말한다.


"다신 이런 짓 하지 않겠다고, 네 몸도 소중히 여긴다고 약속해"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이제 괜찮아. 더 좋은 걸 찾았으니까."


"더 좋은 방법? 그게 뭔데."


여자의 옷이 한꺼풀 벗겨진다.


"...나 두 달 만에 집에 왔는데."


속옷마저 거추장스럽다는 듯 벗어 던진다.


"적어도 콘돔은..."


여자는 그런 남자의 귀에 속삭인다.


"생길 때까지 하는 거야."


"여보"


남자가 3 남매의 아버지가 되는 것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






드디어 끝났습니다. 끝까지 봐주시고 기다려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처음 글을 써보는 만큼 스스로 생각해도 미흡한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스토리도 처음 생각한 것처럼 흘러가지 못했고, 이야기의 전개도 매끄럽지 못한게 아쉽네요.

다음에는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대학,무림 중 하나 추천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