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yandere/103269642?mode=best&p=1 전편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경기 미우시의 한 아파트에서, 경찰관 2명과 미우시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 20대 부부 2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자들은 뒤늦게 도착한 경찰들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이미 숨이 멎어있는 상태였습니다. 변얀돌 기자입니다.

 

 

 

경기도 미우시의 한 가정집. 이 가정집에서 아동학대가 일어나고 있다는 거 같다는 한 초등학교 교사의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신고받은 경찰관 2명은 미우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한명을 대동하여 현장으로 출동하였습니다. 

 

 

하지만 출동한 인원들의 소식이 오랫동안 전달되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추가로 인원을 보냈는데, 그들이 현장에 도착해서 본 모습은 끔찍한 살육의 장소였습니다.

 

 

경찰관 2명과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온몸에 흉기로 찔린 상해 자국이 있었으며, 시신의 상태 또한 매우 끔찍했습니다. 살해자로 추정되는 20대 얀모양은 자기 남편도 살해하고 자기 자신 또한 자살한 것으로 보입니다.

 

 

뒤늦게 도착한 경찰들이 이들을 모두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미 모두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경찰이 조사한 결과 가정집 내부는 방음시설이 철저하게 시공되어 있었으며, 집안 내부에서는 고문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온갖 도구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도구들에는 모두 얀모양의 남편인 20대 얀모씨의 혈흔이 발견되었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주민이 말하길, 남편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애기 아빠가 있었다고요? 어머! 저는 옆집에 애기 엄마랑 애기 둘만 사는 줄 알았는데? 5년 넘게 옆집에 살았는데, 애기 아빠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주민들은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고 합니다. 층간소음 문제나 주민들 간의 마찰 또한 없었던 걸로 전해집니다.

 

 

경찰은 사망한 경찰관의 바디캠 영상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공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정확한 인과관계 파악을 위해 조사에 더욱 착수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상 변얀돌 기자였습니다.

 

 

 

네 다음 소식입니다.

 

 

오늘 아침 경기도 미우시 마오동 외진 골목길에서 성인 여성 한명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최근에 일어난 여성 살인 사건의 수법과 동일하다며, 동일범의 수행으로 보고 사건을 연쇄살인으로 변경하고 수사팀을 편성....

 

 

 

 

(티비가 꺼졌다.)

 

 

 

“ 그래요. 뉴스는 봤겠죠. 한시훈 교사? ”

 

 

의자에 앉아있던 교장 선생님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씀하셨다. 나는 차마 교장 선생님 눈을 볼 수가 없었다.

 

 

바닥을 내려다보며 대리석 바닥 무늬 패턴을 분석하면서 말했다. 

 

 

“ 네... 봤습니다. ”

 

 

교장 선생님은 팔짱을 끼며 내게 말했다.

 

 

“ 그래요. 한 가정을 파탄 낸 기분은 어떠신가요? ”

 

 

“ 없어져야 마땅했던 가정이었습니다. ”

 

 

“ 아무리 모지리 같은 부모라도 부모는 부모예요. 부모는 아이의 태양이자 하늘이지요. 근데 한선생이 어제 한 아이의 하늘을 무너트렸군요. ”

 

 

지금 나를 혼내려는 건가 생각했지만, 교장 선생님은 서운했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 왜 저에게 말하지 않은 건가요? 저에게 말했더라면 상황이 이렇게까지는 커지지는 않았을 텐데요. ”

 

 

“ 부장 교사님께 말씀을 드려봤지만, 별 소용이 없어서 그냥 제가 독단적으로 행동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심판을 받아야 마땅한데, 심판을 받지도 않고 죽음으로 도망가버렸군요. 그래도... 뭐. 잘했어요. ”

 

 

그거에 화가 나신 거였구나. 다행이다. 나를 혼내시려는 게 아니었어.

 

 

“ 감사합니다. 교장 선생님. ”

 

 

“ 제가 사비까지 털어서 부모가 없는 한 남자아이를 대학까지 보내서 가르친 보람이 있네요. 제 눈이 틀리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한선생이 임용고시에 붙고 저에게 자랑하러 왔던 날이 생각나네요. ”

 

 

교장 선생님은 눈을 감으시며 과거 회상에 빠지셨다. 하지만 지금 급하게 물어볼 것이 있다.

 

 

“ 저 교장 선생님. 그럼 이제 세현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

 

 

교장 선생님은 다시 천천히 눈을 뜨시더니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변하셨다.

 

 

“ 아마 일단 보호시설로 가겠지요. 그러고 나서 수사나 조사가 끝나면 보호시설에서 보육원 같은 곳으로 옮겨지겠지요. 그리고 보육원에서 입양해줄 부모를 기다리겠지요. ”

 

 

교장 선생님은 다시 내 눈을 바라보시며 말했다.

 

 

“ 하지만 살인자의 자식이 입양되는 일은 아예 없다는 걸 잘 아시죠?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으신가요? 한선생? ”

 

 

“ 보육원에서 평생 유년 시절을 보내다가 성인이 되겠지요. 보육원 생활이라... 정말 험난한 유년 생활이 되겠네요. 그곳 생활이 어떤지 잘 알죠?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할 테고, 정서적 발달도 힘들 테고, 남들과는 아주 다른 생활을 보내겠네요. 성인이 되어도 문제네요. 스스로 자립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걸 잘 알지요? 한번 나쁜 길로 빠져든다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어요. 한선생 같은 케이스는 정말로 보기 드문 케이스에요. ”

 

 

교장 선생님은 말을 마치며 턱에다가 손을 괴며 나를 직시하셨다.

 

 

“ 일단 누군가 임시 보호라도 해준다면 좀 나을 수도 있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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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세현아, 여기가 선생님 집이야. 당분간은 여기서 선생님이랑 지내자? ”

 

 

나는 세현이가 우리 집이 낯설어서 적응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지만,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 이야! 침대다! 선생님 저 여기서 자도 돼요? ”

 

 

“ 어어... 그래. 너 자라고 준비해둔 침대야. 마음에 드는 거 같아서 다행이네. ”

 

 

“ 집에서는 맨바닥에 이불 깔고 잤거든요! 이거 진짜 푹신하다! ”

 

 

이게 부모 잃은 자식의 모습이 맞나?

 

 

“ 세현아. 혹시 엄마 아빠 안 보고 싶어? ”

 

 

“ 음... 별로 안 보고 싶어요. 엄마는 아빠만 좋아하시고 저는 별로 안 좋아하셨거든요. 저는 선생님이랑 있는 게 좋아요! ”

 

 

그렇구나. 잊지 말자. 세현이는 지금까지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왔다. 절대 망각하지 말자.

 

 

“ 세현아, 밥 안 먹었지? 금방 저녁밥 만들어 줄게. ”

 

 

“ 저녁 뭐예요? 굴? 아스파라거스? ”

 

 

“ 아니. 그런거 말고 맛있는 거 만들어줄게. ”

 

 

오랜만에 요리 실력을 발휘할 시간이다. 맨날 유튜브로 유명 쉐프들의 요리 영상을 챙겨보는 나였기에, 아이 한명 먹일 음식을 만드는 건 쉬운 줄 알았지만, 냉장고를 열어봤는데, 생수통 3개만이 전부였다. 부엌 서랍에는 라면 4봉지와 참치캔 2개 스팸 1개뿐이었다. 

 

 

“ 세현아, 우리 배달시켜 먹을까? ”

 

 

“ 와! 저 배달 처음 시켜 먹어봐요! 뭐 먹을 건데요? ”

 

 

여자아이들은 보통 떡볶이 같은 거 좋아하겠지? 

 

 

“ 떡볶이 시켜 먹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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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현이는 배달로 온 떡볶이를 접시에 코 박듯이 먹어 치웠다.

 

 

“ 세현아, 천천히 먹어. 그렇게 맛있어? ”

 

 

“ 너무 맛있어요! 다음에 또 시켜주시면 안돼요? ”

 

 

“ 그래. 앞으로 자주 시켜줄게. ”

 

 

세현이는 떡볶이 소스를 얼굴과 옷에 잔뜩 묻혀가며 떡볶이를 먹었다.

 

 

“ 아이고 세현아. 너 떡볶이 먹고 좀 씻어야겠다. 다 먹고 샤워하자? 선생님이 씻겨 줄게. ”

 

 

내 말을 들은 세현이는 떡볶이를 먹던 포크를 내려놓았다.

 

 

“ 선생님이랑 같이 씻자고요? ”

 

 

“ 응. 너 씻는 법도 잘 모르는 거 같은데, 선생님이 이번에 잘 알려줄게. ”

 

 

세현이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했다.

 

 

“ 그러다가 아기 생기면 어떻게 해요...? ”

 

 

“ 그게 무슨 소리니? ”

 

 

“ 엄마가 말했어요. 아빠랑 같이 씻다가 제가 생겼다고... ”

 

 

허허... 맞다. 세현이는 남들과는 다르지, 잊지 말자고 했는데 금방 잊어버렸네.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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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는 별일 없이 지나갔다. 세현이의 몸을 구석구석 씻겨줬는데, 세현이는 부끄러웠는지 씻는 내내 내 눈을 바라보지 못했고, 샤워하는 내내 몸이 경직되어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잘 시간이 되었다.

 

 

“ 세현아, 이제 그만 잘까? 내일도 학교 가야지. ”

 

 

세현이는 하품을 크게 한 후 대답했다.

 

 

“ 네... 좋아요... ”

 

 

“ 그래 그럼 방 들어가서 잘 자고. 내일 아침에 보자. 

 

 

“ 근데요 선생님. 제가 집에 놓고 온 인형 하나가 있는데요. ”

 

 

“ 인형? 무슨 인형? ”

 

 

“ 제가 맨날 잘 때마다 껴안고 자던 인형이던데요. 그게 없으면 잠을 못 자요. 대신 선생님이 잘 때 제 옆에 있어 주면 안 될까요? ”

 

 

인형이라. 아마 증거품으로 경찰이 가져갔겠지. 

 

 

“ 그래. 그렇게 해야 잠을 잘 수 있을 거 같으면 선생님이랑 같이 자자. ”

 

 

세현이와 같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보육원에서 맨날 여러 명이랑 부대끼며 자다가, 보육원에서 독립을 하고 처음 침대를 구할 때, 드디어 혼자서 잔다는 생각에 기분 좋아서 구입한 킹사이즈 침대가 옆에 세현이가 있기 때문인지 오늘은 작게만 느껴졌다.

 

 

세현이는 자는지 미동도 없다.

 

 

나도 잠을 자려고 했는데, 예전에 읽었던 소설 ‘롤리타’의 한 부분이 생각이 났다.

 

 

거기서 주인공이 여행길에 호텔 방안에서 같은 침대에 자는 롤리타를 수면제로 재우고 강간을 했었지.

 

 

근데 갑자기 이게 왜 생각 나는 거지.

 

 

나는 험버트 험버트가 아니다.

 

 

나는 페도필리아가 아니다.

 

 

착한 생각. 좋은 생각을 하자...

 

 

그날 밤은 잠을 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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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일어나세요. 학교 가셔야죠. ”

 

 

세현이가 자고 있던 나를 깨웠다. 뭔가 역할이 바뀐 거 같은데.

 

 

“ 어 미안하다 세현아. 빨리 씻자. ”

 

 

“ 제가 이미 혼자 씻었어요. ”

 

 

“ 어 그러니? 그럼 아침밥은... ”

 

 

“ 어제 먹다 남은 떡볶이 먹었어요. ”

 

 

“ 그렇구나... ”

 

 

혼자서도 잘하네. 아마 계속 이렇게 살아온 거겠지. 

 

 

“ 그럼 선생님이 뭐 도와줄 거는 없을까? ”

 

 

“ 음... 저 머리 묶어 주세요. 양갈래로! ”

 

 

양갈래 머리라. 평생 짦은 머리로 살아온 내가 머리를 잘 묶을 수 있을까.

 

 

유튜브 영상을 따라 하면서 세현이 머리를 묶어 줬는데...

 

 

“ 마음에 드니 세현아? ”

 

 

이게 양갈래인지 삼삼드래인지 모르겠다. 차라리 묶기 전에 나은 거 같은데... 마음에 안 들겠지? 

 

 

“ 선생님이 해준 거라서 마음에 들어요! 너무 좋아요! ”

 

 

“ 그... 그러니? ”

 

 

“ 누가 제 머리 묶어준 건 처음이에요! 고마워요! ”

 

 

내가 세현이의 처음이구나. 아무래도 머리 묶는 법도 연습을 해야겠다. 옆자리 윤 선생님께 좀 알려달라고 해볼까.

 

 

“ 선생님 빨리 준비하세요! 이러다가 늦겠어요! 늦으면 학년 부장 쌤한테 혼나신다고요! ”

 

 

“ 그래 알았다. ”

 

 

세현이와 함께한 첫날이 지나갔다.

 

 

내가 세현이를 잘 데리고 있을 수 있을까.

 

 

험난한 앞길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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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음화나 다다음화에 끝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