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놀주의!!


무서워서 잠도 못 자겠다.


...지금 일어난 일을 설명하려면 내가 초등학교 때 있었던 일을 먼저 이야기 해야함.


 우리 나이대의 사람들이 그렇듯. 우리 집도 큰 집이 시골에 있었음. BYC...라고 하지..? 


그런 동네는 명절에 내려가도 같이 놀 사람이 없음. 어릴때는 스마트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그 당시에 BYC는 전기나 그런것도 잘 들어오지 않는... 깡촌 중의 깡촌이었단 말이야. 


엄마야 전 굽고 있고. 아빠는...간만에 시골 내려왔다고. 할머니 일 좀 도와주고. 할매는 그냥 방에 들어가서 낮잠 좀 자라고 말 하는데. 

너무 심심한거야. 누나랑 형은 대구서 시골까지 올라온다고 자고 있는데, 나는 심심해서 밖에 좀 돌아다녔지.


할매 집 근처에는 서낭당 나무가 있거든. 보통은 거기 근처에서 놀았던걸로 기억함.


야, 서낭당이 먼데 씹덕아? 그렇게 말 할 친구들이 있을까봐...잠시 설명충 노릇을 하자면.



옛날에는 이런 나무가 있고, 여기 근처에서 무당이 굿판을 벌이거나, 제사를 했었음.


근데, 그 당시에 나는 그 나무가 그런 역할인 줄 모르고. 나무에 걸려있는 금줄도 잡아 당기고, 나무 위에 올라타서 뛰어 놀고 그랬단 말이야..?


-얘, 너는 여기서 뭐하니?


막...혼자서 재밌게 놀고 있는데, 말소리가 들려와서 뒤를 딱 보는데. 하얀...한복을 입은 누나가 서 있는거임.


나는 좀 놀랐음. 이 동네에 우리 가족 말고, 다른 사람을 본 건 처음이었거든. 


-...어머니는 안 계신거야? 누나랑 같이 놀까? 응?


보통... 내가 처음 보는 사람은 잘 안 믿는데. 그때 만난 누나의 말은 이상하게 믿음이 가더라. 얼굴은 예뻤던걸로 기억함.... 


-너는 어디에서 왔니? 그러니까... 집...이 어디야..?


-저기...기왓집에서 왔어요.


-어머, 너가... 그 이판서네 댁의 막내 손자구나..?


좀 놀란 표정을 짓더라. 그리고 나서... 누나랑 재밌게 논 것 같음.

이야기 좀 하고, 공기 놀이 좀 하고... 내가 별 말도 안 해도, 누나가 엄청 까르르 까르르 잘 웃어줘서 좋았음.


-누나는 이제 볼 일이 있어서 가 볼게. 저기, 다음에도 누나랑 노는거야? 알겠지?


-네! 좋아요!


-후후... 귀여워...우리 꼬마 서방님....


...누나가 떠난 뒤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이미 새까만 밤이었음. 구라 안치고 몇초 전 까지만 해도...해가 짱짱하게 떠 있었는데...


-얀붕아! 어딨니..?


-김얀붕!!


저 멀리서 어른들이 횃불 들고 나를 찾으러 오는게 보이더라. 


그래서 쪼르르 가니까. 엄마가 나를 꼭 안아줌.


보통은 집에 늦게 들어오면 혼 내는데, 그 날은 아니더라.


-너!! 뭐하다가 왔어...?


-나..! 저기 저 나무 아래서, 어떤 한복 입은 누나랑 재밌게 놀았어...!!!


-얀붕아! 그게 무슨 소리인거냐? 우리 동네에는 그런 여자는 없을텐데...?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엄청 뭐라했음. 


어떻게 생겼냐...? 무슨 한복을 입었냐...? 그런것부터 시작해서... 막 이런저런걸 나한테 물어보는데.


신기할 정도로 나는 그 누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었음.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한복을 입었는지. 키는 어떻고...목소리는 어땠는지. 

분명 오늘 하루 종일 있었을텐데.


내가 아무런 대답도 못 하니까.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나를 마을 이장님 댁으로 데려감.

이장님한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까, 이장님이 어디서 닭 한 마리를 가지고 와서. 우리가 보는 앞에서 닭을 죽이고, 피를 담아서 나한테 먹이려고 하더라.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니들은 절대!! 얀붕이에게 다가가지마라!!


할아버지가 그렇게 소리지르는 건 처음 들어봤음. 언제나 화 한번 안내는 좋은 분인데. 그런 식으로 말 하니까... 엄마랑 아빠도 아무 말 못하더라.


-얀붕아. 걱정하지 말거라. 내일 아침이면 모든게 다 끝나 있을게다.


그렇게 말하면서... 음... 나보고는 마을 회관 2층에 있는 조그마한 독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말하데...?


독방의 구석에는 새하얀 소금이 놓여져 있었고, 이불만 있었음. 


-할아버지가 열기 전까지는 절대...나올 생각하지 말거라.


노란 부적이랑 주먹밥 몇개를 비닐 봉투에 담아서 준 뒤에

 할아버지는 나를 내버려두고, 어디론가 떠났음.


나는 이 상황이 무섭기도 하고...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더라.


혼자 독방에 누워서 잠을 자려고 하니까...잠도 안 오고.


그 날은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더라. 창문이 부서질 정도로 다그닥다그닥-거리는 소리도 많이 들렸고... 밖에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잘 모르겠는데... 아마. 새벽쯤이었음.


-야, 김얀붕. 엄마가 불러. 밖으로 나와. 다 끝났데.


누나가 그렇게 말하더라. 


...처음에는 진짠 줄 알았거든...? 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누나는 마을 회관의 위치를 몰라. 내가 여기에 있는 건 우리 할아버지밖에 모르는데. ...누나가 어떻게 알고 여기에 온거지..? 그 생각이 드니까, 좀 소름 돋더라. 


...할아버지가 나한테 준 노란 부적 있잖아. 그게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는데......가장자리 부분부터 새카맣게 타들어가기 시작하고 있었음...


...야, 저건 인간이 아니라. 귀신이다.


...본능적으로 내가 이 문을 열면 내가 좆될것 같은...그런 느낌이 팍- 드는거야...


누나는 어느 순간부터 아무 말이 없었고, 나는 그 상황이 너무 무서워 이불 아래에 몸을 숨긴체 벌벌 떨기만 했던 것 같음.


다음 날...언제 잠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방 구석에 놨던 소금들은 전부 다 새카맣게 타 들어가 있었고. 나는 이부자리에 지도를 그렸더라 ㅋㅋ


-얀붕아. 할아버지다. 들어갈게. 


그렇게 말 하면서 할아버지가 들어 왔음. 빡빡머리 스님이랑 신부님이랑, 색동옷 입은 무당이랑... 뭐 종교인이란 종교인은 다 데리고 오셨더라.


-불편해도 참거라.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안대로 내 눈을 가리고...어디로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서방님...! 어디로 가셔요...? 저랑 같이 있어요..!


정말, 익숙하고...편안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나도 모르게 그 쪽을 볼 뻔 했음.


-마하반야...


-하나님...아버지, 저희를 사탄 마귀로부터 구해주시옵소서...


-썩, 꺼저라...!


나는 진짜 모르겠더라. ...왜 어른들이 저렇게 소리를 지르는지... 나는 이해가 안 갔음.


-얀붕아, 이 마을 밖으로 빠져나가면 모든게 다 괜찮다... 두번 다시는 우리 마을로 오지 말거라. 내가 아범한테도 그렇게 말 해놓을테니...


할아버지가 나를 끌어안고, 말 했던게 아직도 기억이 남.


그렇게 어른들에게 둘러쌓인체 봉고차에 타서 어디론가 떠났음. 


-서방님..! 가지 말아요..! 이제야 겨우 만났는데...! 가지마...! 제발..! 다시 나한테 오기로..! 어제 약속했잖아..! 우리 행복하게 보냈잖아...!


어린 내가 듣기에도 정말 가슴 아프고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할아버지는 무시하고 차를 타고 가더라. 조금 미웠음. 

할아버지가 지금까지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매정한 부분도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가지마...가지마..가지마.


생각해보니까, 이게 우리는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고 있는데...어... 목소리가 계속 들릴 수 있는거지..?


너무 나는 그게 궁금한거야. 

살짝 눈치 보면서 쓰고 있던 안대를 벗어서... 창문 밖을 바라봤지. 



...이런걸 사람이라고 봐야 할까...?


인간 같지도 않은게 팔과 다리를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움직이면서...어떻게는 창문에 달라붙어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조금 불쌍하다...


도와주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지금이라도 어른들에게 말을 잘 하면... 


-보지 말거라!


할아버지가 호통을 치면서 내게 안대를 체우고, 스님이고 뭐고 다... 이리저리 염불이나 성경 구절을 읊었음....


그 이후로는 일이 어떻게 진행 됐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그날 이후로 할아버지네 집에 방문을 안 했음.


할아버지가 우리 집으로 오면 왔지...


...10년이 지난 지금... 할아버지네 고향에 엄청 큰 불이 났다고 들었음.


근데, 문제는. 우리 할아버지랑 할머니는...최근에 노환으로 돌아가셨단 말이야.


우리 엄마랑 아빠는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구했는지 모르시더라.


...구할 수도 없고.


상황이 그렇게 되니까.


그 동안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까. 귀신도 포기했을거다.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가전기기가 고장나는게 많아짐.


TV도 산지 한달도 안 됐는데 노이즈만 나오더라. 


...리모컨을 눌렀는데, 꺼지지도 않고. 이거 왜 이러냐..? 




...이런 귀신이면...오히려 좋...아...?